도요타 ‘적시’ 주문제작 풀 가동
도요타 ‘적시’ 주문제작 풀 가동
도요타는 꽉 짜인 제조 일정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고객의 특별 주문을 소화했을까.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에 있는 도요타 오브 오렌지(Toyota of Orange)에 한 딜러가 전화해 흰색 타코마(Tacoma) 픽업 3대를 주문했다. 양판(量販) 담당 로버트 하우스홀더(Robert Householder)는 재고가 한 대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옛날 같았으면 좀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해 고객을 놓쳤을 것이다. 하지만 하우스홀더는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의 도요타 공장과 연결된 컴퓨터에 접속해 이미 주문해 놓은 갈색 ·은색 ·빨간색 타코마 색상을 흰색으로 변경했다. 그로부터 2주 뒤 흰색 픽업 3대가 딜러의 대리점에 도착했다.
도요타(豊田) 등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직면한 딜레마는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차량을 효율적으로 인도할 수 있는가와 어떻게 하면 싸게 주문제작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적시 재고와 ‘헤이준카(平準化)’ 철학을 신봉하는 도요타에 특히 힘든 일이었다. 생산 마지막 단계에서 공정이 변경될 경우 원활한 흐름을 위해 설계된 시스템에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도요타는 지난 6년 동안 주문 ·제조 ·유통 체계 혁신에 나서 딜러와 고객이 생산 직전 사양을 변경하기 쉽게 만들었다.
도요타의 목표는 딜러가 주문한 순간부터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을 평균 70일에서 14일로 줄이는 것이다. 그럴 경우 고객을 더 만족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딜러의 재고비용도 덜고, 판매가 부진한 차량에 대해 지불하는 리베이트까지 줄일 수 있다.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이 도요타의 품질을 따라잡은 지금 시간 단축은 마케팅에 이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도요타의 북미 제조 담당 개리 콘비스(Gary Convis) 부사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차량을 인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합당하기만 하면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도요타의 주문제작 시스템이 완전 가동에 들어갔다. 딜러들이 월간 판매하는 13만5,000대 가운데 1만6,000대가 이미 주문제작으로 생산된다. 도요타의 미국 내 공장들은 고객이 요청한 변경 사양을 90% 수용할 수 있다.
과거 딜러들은 한 달에 한 번 차량 배당을 점검하고 변경 사양까지 승인받는 데 1주일이 걸렸다. 그러나 요즘은 컴퓨터에 날마다 접속해 어떤 차량이 생산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인테리어를 천에서 가죽으로 바꾸거나 스포일러 혹은 고급 타이어도 추가할 수 있다. 고객이 베이지색 가죽 인테리어와 지붕 위에 짐 싣는 장비까지 장착한 흰색 시에나(Sienna) 미니밴을 원한다면 컴퓨터 시스템으로 주문하면 된다. 주문은 다음날 확인할 수 있다. 주문이 접수되면 며칠 뒤 제작에 들어간다.
아직은 고객이 불만을 토로할 여지가 많다. 가죽 시트가 6장짜리 CD 체인저까지 포함한 패키지라면 불필요한 옵션을 빼고 원하는 것만 택할 수는 없다.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자동차 메이커에는 무제한 옵션이 달갑지 않게 마련이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주문생산 체제가 오래전 확립됐다. 유럽 ·일본의 고객들은 자동차 대리점에서 차량을 고르는 게 아니라 주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두 달 기다려야 한다. 부품 공급업체는 대개 자동차 조립공장 인근에 있다.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특별 주문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대량 생산해 놓고 판매하는 게 보통이다.
대다수 미국인은 원하는 사양대로 구매하지 못하지만 차량을 즉각 인도받을 수 있다. 구매하기로 결정하자마자 차를 몰고 떠날 수 있는 것이다. 2000년 제너럴 모터스(GM)는 특별 주문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로써 1999년 70~80일 걸리던 특별 주문 처리 시간이 지난해 27일로 단축됐다. 그러나 GM의 주문 ·배송 프로그램 담당 존 로스(John Ross)는 고객들이 맞춤제작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한 발 더 나아갔다. 먼저 딜러와 공장, 공장과 부품 공급업체를 연결하는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에 4년이 걸렸다. 도요타는 북미에서 10개 모델을 생산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엔진과 옵션 패키지로 5만~6만 개의 조합이 가능하다. 딜러로부터 어떤 요청이 들어오면 가까운 곳에서 부품을 구할 수 있는지, 조립라인 재배열에 얼마나 걸리는지, 라인을 재배열할 경우 생산에 차질은 없는지 자체 시스템으로 점검한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옵션이 한꺼번에 밀려들 경우 생산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도요타는 배송문제도 점검했다. 주문 ·배송 시스템 중 차량을 공장에서 딜러에게 인도하는 시간이 가장 오래 걸렸다. 그렇다고 인도 시간을 크게 줄일 수는 없다. 일례로 캠리(Camry)를 켄터키주 조지타운의 공장에서 워싱턴주 시애틀까지 운송하는 데 항상 며칠 걸린다. 선루프를 장착한 빨간색 캠리 한 대가 당도할 때까지 같은 장소로 배송될 다른 차량이 철로변 야적장에서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 도요타는 완성차를 일단 야적장으로 보내 거기서 배송지에 따라 분류한다. 이런 새로운 과정 덕에 배송 시간을 이틀 단축할 수 있었다. 도요타는 차량 조립단계부터 배송 목적지를 고려한다. 배송지가 같은 차량을 동시에 조립하기 위해서다.
배송 시스템에 변화가 생기면서 몇몇 제조공정을 철저히 분석해야 했다. 가장 큰 문제가 도장이었다.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한 색상에서 다른 색상으로 변경할 수 있을까. 조지타운 공장에서 캠리 ·솔라라(Solara) ·아발론(Avalon)을 제조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걸리는 20여 시간 가운데 절반 정도가 도장에 투입된다. 검은색 자동차를 도장한 뒤 흰색 차를 칠하는 게 특히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도장 로봇의 튜브에서 비싼 솔벤트로 검은 페인트 얼룩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도요타는 헤이준카 철학에 위배되는 일괄처리를 기피한다. 하지만 차체 도장을 일괄처리한 것은 비용 때문이다.
도요타는 새로운 페인팅 로봇을 설치했다. 개별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로봇으로 바꾼 것이다. 로봇은 작업 대상이 빨간색 차량일 경우 빨간색 카트리지를 택한다. 다음 차량이 녹색이면 빨간색 카트리지는 내려놓고 녹색 카트리지를 택한다. 청소작업이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카트리지는 비싸다. 하지만 도장공정의 효율성은 더 높아졌다. 그 덕에 조지타운 공장은 세 도장 구역 가운데 하나를 폐쇄할 수 있었다. 따라서 에너지와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순수 절감액은 자동차 한 대당 29달러, 연간 250만 달러에 이른다.
새로운 시스템의 속도는 부품 공급업체들이 얼마나 빨리 부품을 공급하는가, 도요타가 옵션과 색상을 얼마나 일찍 예측하는가에 달려 있다. 도요타 오브 오렌지의 한 고객은 자신이 정말 원하는 차량을 인도받기 위해 두 달 동안 기다리고 있다. 북극 지방의 혹한을 견딜 수 있는 데다 항법 시스템까지 갖춘 4륜 구동 시에나 XLE 리미티드(Sienna XLE Limited) 미니밴이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도요타가 4륜 구동 미니밴 수요를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고 생산도 갑자기 늘릴 수 없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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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에 있는 도요타 오브 오렌지(Toyota of Orange)에 한 딜러가 전화해 흰색 타코마(Tacoma) 픽업 3대를 주문했다. 양판(量販) 담당 로버트 하우스홀더(Robert Householder)는 재고가 한 대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옛날 같았으면 좀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해 고객을 놓쳤을 것이다. 하지만 하우스홀더는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의 도요타 공장과 연결된 컴퓨터에 접속해 이미 주문해 놓은 갈색 ·은색 ·빨간색 타코마 색상을 흰색으로 변경했다. 그로부터 2주 뒤 흰색 픽업 3대가 딜러의 대리점에 도착했다.
도요타(豊田) 등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직면한 딜레마는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차량을 효율적으로 인도할 수 있는가와 어떻게 하면 싸게 주문제작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적시 재고와 ‘헤이준카(平準化)’ 철학을 신봉하는 도요타에 특히 힘든 일이었다. 생산 마지막 단계에서 공정이 변경될 경우 원활한 흐름을 위해 설계된 시스템에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도요타는 지난 6년 동안 주문 ·제조 ·유통 체계 혁신에 나서 딜러와 고객이 생산 직전 사양을 변경하기 쉽게 만들었다.
도요타의 목표는 딜러가 주문한 순간부터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을 평균 70일에서 14일로 줄이는 것이다. 그럴 경우 고객을 더 만족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딜러의 재고비용도 덜고, 판매가 부진한 차량에 대해 지불하는 리베이트까지 줄일 수 있다.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이 도요타의 품질을 따라잡은 지금 시간 단축은 마케팅에 이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도요타의 북미 제조 담당 개리 콘비스(Gary Convis) 부사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차량을 인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합당하기만 하면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도요타의 주문제작 시스템이 완전 가동에 들어갔다. 딜러들이 월간 판매하는 13만5,000대 가운데 1만6,000대가 이미 주문제작으로 생산된다. 도요타의 미국 내 공장들은 고객이 요청한 변경 사양을 90% 수용할 수 있다.
과거 딜러들은 한 달에 한 번 차량 배당을 점검하고 변경 사양까지 승인받는 데 1주일이 걸렸다. 그러나 요즘은 컴퓨터에 날마다 접속해 어떤 차량이 생산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인테리어를 천에서 가죽으로 바꾸거나 스포일러 혹은 고급 타이어도 추가할 수 있다. 고객이 베이지색 가죽 인테리어와 지붕 위에 짐 싣는 장비까지 장착한 흰색 시에나(Sienna) 미니밴을 원한다면 컴퓨터 시스템으로 주문하면 된다. 주문은 다음날 확인할 수 있다. 주문이 접수되면 며칠 뒤 제작에 들어간다.
아직은 고객이 불만을 토로할 여지가 많다. 가죽 시트가 6장짜리 CD 체인저까지 포함한 패키지라면 불필요한 옵션을 빼고 원하는 것만 택할 수는 없다.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자동차 메이커에는 무제한 옵션이 달갑지 않게 마련이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주문생산 체제가 오래전 확립됐다. 유럽 ·일본의 고객들은 자동차 대리점에서 차량을 고르는 게 아니라 주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두 달 기다려야 한다. 부품 공급업체는 대개 자동차 조립공장 인근에 있다.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특별 주문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대량 생산해 놓고 판매하는 게 보통이다.
대다수 미국인은 원하는 사양대로 구매하지 못하지만 차량을 즉각 인도받을 수 있다. 구매하기로 결정하자마자 차를 몰고 떠날 수 있는 것이다. 2000년 제너럴 모터스(GM)는 특별 주문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로써 1999년 70~80일 걸리던 특별 주문 처리 시간이 지난해 27일로 단축됐다. 그러나 GM의 주문 ·배송 프로그램 담당 존 로스(John Ross)는 고객들이 맞춤제작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한 발 더 나아갔다. 먼저 딜러와 공장, 공장과 부품 공급업체를 연결하는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에 4년이 걸렸다. 도요타는 북미에서 10개 모델을 생산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엔진과 옵션 패키지로 5만~6만 개의 조합이 가능하다. 딜러로부터 어떤 요청이 들어오면 가까운 곳에서 부품을 구할 수 있는지, 조립라인 재배열에 얼마나 걸리는지, 라인을 재배열할 경우 생산에 차질은 없는지 자체 시스템으로 점검한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옵션이 한꺼번에 밀려들 경우 생산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도요타는 배송문제도 점검했다. 주문 ·배송 시스템 중 차량을 공장에서 딜러에게 인도하는 시간이 가장 오래 걸렸다. 그렇다고 인도 시간을 크게 줄일 수는 없다. 일례로 캠리(Camry)를 켄터키주 조지타운의 공장에서 워싱턴주 시애틀까지 운송하는 데 항상 며칠 걸린다. 선루프를 장착한 빨간색 캠리 한 대가 당도할 때까지 같은 장소로 배송될 다른 차량이 철로변 야적장에서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 도요타는 완성차를 일단 야적장으로 보내 거기서 배송지에 따라 분류한다. 이런 새로운 과정 덕에 배송 시간을 이틀 단축할 수 있었다. 도요타는 차량 조립단계부터 배송 목적지를 고려한다. 배송지가 같은 차량을 동시에 조립하기 위해서다.
배송 시스템에 변화가 생기면서 몇몇 제조공정을 철저히 분석해야 했다. 가장 큰 문제가 도장이었다.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한 색상에서 다른 색상으로 변경할 수 있을까. 조지타운 공장에서 캠리 ·솔라라(Solara) ·아발론(Avalon)을 제조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걸리는 20여 시간 가운데 절반 정도가 도장에 투입된다. 검은색 자동차를 도장한 뒤 흰색 차를 칠하는 게 특히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도장 로봇의 튜브에서 비싼 솔벤트로 검은 페인트 얼룩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도요타는 헤이준카 철학에 위배되는 일괄처리를 기피한다. 하지만 차체 도장을 일괄처리한 것은 비용 때문이다.
도요타는 새로운 페인팅 로봇을 설치했다. 개별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로봇으로 바꾼 것이다. 로봇은 작업 대상이 빨간색 차량일 경우 빨간색 카트리지를 택한다. 다음 차량이 녹색이면 빨간색 카트리지는 내려놓고 녹색 카트리지를 택한다. 청소작업이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카트리지는 비싸다. 하지만 도장공정의 효율성은 더 높아졌다. 그 덕에 조지타운 공장은 세 도장 구역 가운데 하나를 폐쇄할 수 있었다. 따라서 에너지와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순수 절감액은 자동차 한 대당 29달러, 연간 250만 달러에 이른다.
새로운 시스템의 속도는 부품 공급업체들이 얼마나 빨리 부품을 공급하는가, 도요타가 옵션과 색상을 얼마나 일찍 예측하는가에 달려 있다. 도요타 오브 오렌지의 한 고객은 자신이 정말 원하는 차량을 인도받기 위해 두 달 동안 기다리고 있다. 북극 지방의 혹한을 견딜 수 있는 데다 항법 시스템까지 갖춘 4륜 구동 시에나 XLE 리미티드(Sienna XLE Limited) 미니밴이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도요타가 4륜 구동 미니밴 수요를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고 생산도 갑자기 늘릴 수 없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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