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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는 없다! 기내식도 없애라… 저비용 경쟁 불붙은 세계 항공업계

“서비스는 없다! 기내식도 없애라… 저비용 경쟁 불붙은 세계 항공업계

유럽의 저비용 항공사의 대표격인 라이언 에어 여객기에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다.
마이클 오리어리 아일랜드 라이언 항공 최고경영자(CEO).
제주도는 최근 2006년 상반기 운항 개시를 목표로 지역항공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도민의 항공교통 의존도가 92%나 되는데 매년 평균 13%씩이나 요금을 인상하던 항공사들이 최근 요금을 또 올리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도민들의 원성을 무마하자는 차원에서 제주도는 아예 항공사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제주도의 계획이 실현되면 국내 항공업계는 바야흐로 ‘가격경쟁 시대’로 돌입하게 된다. 제주도 지역항공사의 항공요금은 당연히 기존 항공사보다 쌀 테고 결국 기존 대형 항공사들은 고객 쟁탈전에 끼어들지 않을 수 없다. 계획에 의하면 제주도 지역항공여객의 요금은 메이저 항공사들의 70% 수준으로, 대형 항공사들 역시 가격을 낮추지 않고서는 버티기 어렵게 된다. 국내 항공업계에서는 아직 시작도 안 됐지만 세계 항공업계가 ‘저비용’을 무기로 가격경쟁을 시작한 것은 꽤 된 얘기다. 누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요금을 낮추느냐에 따라 세계 주요 항공사들의 생사가 걸려 있는 만큼 이 ‘경쟁’은 ‘전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저가 항공사로 공룡 줄줄이 침몰 2002년 12월 세계 2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가 파산보호신청을 내놓았다는 사실은 세계 항공업계가 어느 정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사례다. 경기침체와 2001년의 테러 여파에 따른 항공여객 감소가 문제였다고는 하지만 유나이티드는 이미 수년 전부터 경영에 어려움이 컸다. 사우스웨스트·제트블루 등 소규모 항공사들이 자유로운 노선 활용과 기내식 축소 등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전략으로 메이저 항공사들의 점유율을 상당 부분 잠식했기 때문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유나이티드뿐 아니라 아메리칸이나 델타 등 대도시를 오가는 대형 항공사들 역시 같은 길을 갈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일반 고객들은 기내식이나 고급 서비스보다는 당장 ‘주머니돈’을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 ‘서비스’를 내걸고 있는 항공사들이 적응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대형 항공사들은 체면 불구하고 소규모·저비용 항공사들과 가격경쟁에 나서거나 아니면 죽음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21세기 항공업계 화두를 ‘저비용 항공사’(Low Cost Airline)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전 세계 여행산업에서 가장 큰 박람회 중 하나로 꼽히는 월드 트래블 마켓(WTM:World Travel Market)에서도 저비용 항공사의 등장을 하나의 시대적 흐름으로 꼽았다. “저비용 항공의 출현과 성장은 항공뿐 아니라 여행시장 전체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초대형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경기침체 “싼 게 좋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2시간도 걸리지 않는 런던-파리 구간을, 운만 좋으면, 몇 유로에 갈 수 있는 데 굳이 몇백 유로를 내고 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도착 후 곧바로 비즈니스 미팅에 들어가야 하는 출장 여행이 아니라면 요금이 대형 항공사 정가의 4분의 1, 또는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저비용 항공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저비용 항공사의 역사는 오래 됐다. 1970년대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들이 여행산업의 ‘주류’로 등장할 것으로 예측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확산되던 과정에서 터진 2001년 9월의 테러가 이들을 마침내 ‘주류’로 바꿔놓았다. 사회는 불안하고, 고용은 불안정하고, 생활비 벌기는 어렵고…. 저비용 항공사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민심’을 얻은 것이다. 이들 덕에 항공료는 기차 값이나 뱃삯과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의 가격인하 전략은 뻔하다. 직원을 최소화시켜 인건비를 절감하는 전략은 기본이다. 그다지 깨끗하지 않은 객실에 기내식도 없다. 심지어 지정좌석이나 종이티켓까지 없앴다. 별 서비스 없이 그저 ‘수송’이라는 항공기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에 충실할 뿐이다. 이 같은 저비용 항공사들은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안에 호주에서는 호주-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장거리 저비용 항공사 백패커스 익스프레스(Backpackers Xpress)가 등장할 전망이다. 호주 멜버른을 기점으로 아시아의 방콕과 델리를 거쳐 영국의 맨체스터, 독일의 뮌헨을 연결할 것이라는 이 항공사는 배낭여행이나 개별 여행객을 겨냥한 최초의 장거리 저비용 항공사가 될 전망이다. 저비용 항공 경쟁이 단거리에서 장거리로 넘어가는 지점이 될 것으로 보여 세계 여행산업이 주목하고 있다. 저비용 항공의 확장은 여행사들에게는 재앙이다. 개인고객을 위주로 판매하고 대리점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잘 활용하면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더없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저렴한 비용뿐 아니라 잦은 운항 스케줄도 장점이다. 서비스 부재와 불안한 운행 등으로 아직은 이용을 꺼리는 소비자들도 많지만 점차 이들의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 저비용 항공사란… 저비용 항공사들은 기내 서비스 등 부대 서비스가 없다는 점에서 ‘노 프릴스(No Frills) 항공’, 요금이 낮다는 점에서 ‘저가(Low Fare) 항공’, 운영 비용을 낮췄다는 점에서는 ‘저비용(Low Cost) 항공’으로 부른다. 운영 비용 절감을 통해 저렴한 요금이 제공되는 만큼 이 기사에서는 ‘저비용 항공’이라는 용어를 썼다.

주요 저비용 항공사들

|아시아|


에어아시아
(Air Asia)말레이시아의 제2 민항. 2001년 말 저비용 항공사로 전환한 이래 월 평균 470만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는 등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성공적인 운영 사례.(www.airasia.com)

오리엔트타이항공
(Orient Thai Airlines)국내선 여객으로 시작해 화물 수송이나 국제선 전세기 운항 등의 사업을 펼치던 오리엔트타이항공은 태국 최초의 저비용 항공사가 됐다.(www.orient-thai.com)

PB에어
(PBair)1990년 출범했으며 ‘태국의 위대한 작은 항공’(Thailand’s Great Little Airline)을 지향하고 있다. (www.pbair.com)

방콕에어웨이
(Bangkok Airways) 1968년 에어택시 서비스를 시작으로 출범한 항공사로 태국·싱가포르·중국·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 등 14곳을 취항하고 있다.(www.bangkokair.com)

녹에어 (Nok Air)
타이항공이 대주주로 있는 합작회사 스카이아시아(Sky Asia)가 만든 저가 항공사로 녹(Nok)은 ‘새’를 뜻한다.(www.nokair. com)

|유럽|
하파크로이드 익스프레스
(Hapag Lloyd Express, HLX)독일 최대여행사 투이(TUI)가 설립한 항공사. 퀼른 출발을 기준으로 독일 국내선 요금을 한화로 1만2,000원 정도에 판매하는 등 공격적으로 런칭한 저가 항공사다.(www.hlx.com)

이지제트 (Easyjet)
2002년 8월 고(GO)항공과 합병을 이룬 이지젯은 이후 홈페이지·노선 등을 차례로 합병하며 유럽 최대의 저비용 항공사로 성장. 예약만 빠르면 1만원 정도에 유럽 내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 에어프랑스(Air France)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www.EasyJet.com)

라이언항공 (Ryanair)
아일랜드의 라이언항공은 유럽 초저가 항공의 선두 주자격이다. 저비용 항공사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이미 시가총액 기준으로 유럽에서 루프트한자나 에어프랑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력 항공사다.(www.Ryanair.com)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
1971년 설립된 미국의 대표적인 저비용 항공사. 달라스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피닉스·포틀랜드·솔트레이크시티·세인트루이스·샌안토니오·산조세 등 미국 내 30개주 59개 공항을 연결하고 있다.(www.southwest.com)

제트블루 (JetBlue Airways)
저요금·저비용 항공사이면서 고품질 서비스 제공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뉴욕 JFK공항을 허브로 미국 내 27개 목적지와 푸에르토리코·도미니카공화국 등에 하루 252편씩 운항.(www.jetblue.com)

프런티어항공(Frontier Airlines)
덴버를 허브로 미국 23개주 42개 목적지와 멕시코 5개 도시에 취항. 홈페이지(www.frontierairlines.com)를 통한 온라인 예약과 체크인·이티켓팅·사전 좌석 배정·상용고객 우대 프로그램 등의 서비스를 제공.

인디펜던스항공 (Independence Airline)
인디펜던스항공은 올해 6월 중순부터 운항을 시작한 미국의 저비용 항공사로 모회사는 아틀란틱코스트항공(Atlantic Coast Airlines)다.(www.fly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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