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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은 대형 1채로 몰아야
연말께 아파트 경매 주목할만

주택은 대형 1채로 몰아야
연말께 아파트 경매 주목할만

하락장에선 새로운 투자보단 이미 투자한 부동산의 위험 관리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 또 차별화가 심해질 것에 대비, 입지가 좋은 곳으로 옮겨 타거나 투자 대상을 바꾸는 등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필요도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사는 자영업자 김모(55)씨는 1999년께부터 오름세를 보인 부동산시장에서 돈을 꽤 벌었다. 현재 그가 갖고 있는 부동산은 3년 전 매입해 직접 살고 있는 개포동 34평형 아파트(시가 6억원)와 서초구 잠원동 25평형 아파트(3억9,000만원), 광명시 철산동 13평형 아파트(재건축 대상 ·1억4,000만원) 등이다.
하지만 평가이익만 많을 뿐이다. 양도소득세를 내고 난 뒤 그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많이 줄어든다.

김씨가 갖고 있는 아파트는 모두 주택투기지역에 있어 직접 살고 있는 집을 빼고는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내야 한다. 만약 김씨가 강남권에 50평형대 아파트 한 채만 샀다면 사정은 달랐을 것이다. 1가구 1주택자일 경우 6억원 초과의 고가주택이라도 ‘3년 보유+2년 거주’라는 요건을 충족하면 6억원 초과분만 양도세로 내면 되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압축 투자’를 = 내년 1월부터 1가구 3주택자는 아파트 등을 처분할 때 60%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탄력세율(15%포인트 이내)이 부과될 경우 양도차익의 82.5%(주민세 포함)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또 내년엔 국세로 부유세 성격이 강한 종합부동산세도 신설된다.

김씨의 경우 올해 양도나 증여 등을 통해 실거주용 아파트를 제외하곤 보유 주택 수를 줄이는 게 좋다. 김종필 세무사는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규제 완화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므로 올해 안에 처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 양지공인의 이덕원 사장은 “주식시장에선 위험관리 차원에서 분산투자를 해야 하지만 아파트의 경우 압축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씨와 같은 다주택 소유자라면 수도권 외곽 지역의 아파트부터 빨리 처분하는 게 좋다. 침체기에는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지역의 타격이 크게 마련이다. 벌써 이들 지역은 분양가 이하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대개 서울 강남권은 30∼50평형대,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은 30평형대의 수요층이 두텁기 때문에 이를 뺀 다른 주택은 먼저 처분하는 게 좋다.

대형 아파트와 소형 아파트 간의 차별화 현상에도 주목해야 한다. 강철수 부동산컨설팅 대표는 “서울 강남권에선 40평형대 이상 대형 아파트값은 거의 내리지 않고 있지만 20평형대(재건축 대상 포함)는 지난해 고점 대비 20% 가량 떨어졌다”고 말했다. 보유 ·양도세가 강화되면서 투자용으로 매입한 소형 아파트를 매물로 많이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의 투기억제책이 재건축에 쏠려 투자심리가 당분간 회복되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반면 아파트 평수가 넓을수록 매물이 드물고 하락 폭도 작다. 강남권에서 50평형대 이상은 지난해 10?9대책 때보다 호가가 더 오른 곳도 수두룩하다.

새로 투자를 하려면 거주와 투자를 겸할 수 있는 ‘블루칩 지역’을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 양도세 부담이 크지 않다면 보유 주택을 처분한 뒤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인 강남권 중대형 아파트로 옮겨볼 만하다. 다만 문제는 매수 시점이다. 조흥은행 서춘수 재테크 팀장은 “내년 말까지 가격 또는 기간 조정을 거칠 전망이므로 좀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충청권에 묻어두는 투자는 위험
새 수도가 충남 연기 ·공주 일대로 사실상 결정되면서 충청권 부동산시장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많다. 하지만 새 수도 이전은 정치적인 변수 등 투자위험이 너무 커 섣불리 나섰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새 수도 이전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대박을 터뜨릴 수 있지만, 지연되거나 무산되면 쪽박을 찰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지역에는 기획부동산(전화로 땅을 파는 업자) 등이 기승을 부리면서 거품이 잔뜩 끼여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새 수도 이전 재료를 믿고 충청권에 묻어두기식 투자를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새 수도의 후광 효과가 예상되는 연기군 조치원읍과 공주시 정안면 ·청원군 현도면 일대 땅값은 껑충 뛰었다. 현도면 일대 대로변 관리지역(옛 준농림지)은 두 달 전보다 배 이상으로 오른 평당 30만~5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으나 매물이 귀하다. 투자자들이 새 수도에서 제법 떨어진 청양 ·서천 ·부여까지 이동하면서 이 일대 땅값이 한 달 사이 배 이상 오른 곳도 수두룩하다.

기존 아파트도 투자자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조치원읍 번암리 주공 1차 13평형의 경우 5,000만원선으로 석 달 전의 배에 이른다. 주로 전세를 안고 투자를 하려는 외지인들이 몰리고 있다.
시간과 공간 한광호 대표는 “새 수도 이전을 둘러싸고 논란이 심하기 때문인지 3~6개월 안에 치고 빠지려는 단타족들이 많다”고 말했다. 알파오에스 곽창석 상무도 “과열 분위기에 휩쓸리면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투기 규제 강도가 갈수록 세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주택을 수용당하는 사람에게 지급하는 이주자 택지(단독택지) 공급 기준일을 예정지구 지정 공람 공고일(오는 10∼11월) 1년 이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이 바람에 최근 이주자 택지를 노리고 투자했던 상당수 사람이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지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전 분양한 조치원읍 대우 푸르지오 아파트의 분양권을 매입했다가 손절매한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상가 ·오피스텔은 조심 또 조심 = 요즘 ‘큰손’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상가에도 거품이 많이 끼여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저금리 영향에다 아파트 투기억제책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몰린 결과다. 강남권에선 상가건물의 수익률이 연 4∼5%에 불과한 데도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상가투자 바람은 지방까지 번지고 있다. 최근 대전 노은지구에 상가 1층 분양가가 강남권을 뺨치는 수준인 평당 3,000만원을 웃도는 데도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쳤다. 지하철역이 들어선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상가의 수익률은 고작 연 3% 수준. 시간과 공간 한광호 대표는 “상가는 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2배 이상(연 8%)은 돼야 한다”며 “그 이하일 경우 고평가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대수익률을 감안하지 않은 채 ‘옆 건물이 얼마니까 이 건물이 얼마 정도 될 것’이라는 단순한 계산으로 덜컥 샀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더욱이 2002년 11월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상가 임대료가 껑충 뛰었으나 경기 침체로 임대료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상가 매출액은 감소하는데 상가 시세는 오히려 뛰는 이상현상이 빚어졌지만 오래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키라에셋 김원겸 이사는 “요즘 상가 매출액이 2년 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세입자들이 임대료를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주5일근무제가 본격 실시되면서 외곽 상권이 뜰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고유가로 나들이 인구가 확연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수도권 외곽의 상당수 음식점 ·카페들이 개점휴업 상태다. 외곽 상권은 경기 침체의 영향을 가장 심하게 받게 마련이어서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관심을 갖지 않는 게 낫다.

주5일근무제의 직격탄을 맞는 도심권의 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텔 상가는 투자대상에서 빼는 게 좋다. 이들 상가는 입주를 마쳤는 데도 텅텅 빈 곳이 수두룩하다. 다만 부도심 지역으로 유동 인구가 많은 대형 아파트 단지 부근의 근린상가나 중소형 아파트 단지 내 상가 그리고 민자역사 상가는 눈여겨볼 필요는 있다.
오피스텔의 경우 공급 과잉의 후유증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부동산투자상담연구소 김명규 소장은 “오피스텔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깊은 수렁에 빠졌다”며 “발 빠른 투자자들은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빠지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 강남구 역삼 ·대치 ·삼성동, 서초구 서초동 등 테헤란로 주변 오피스텔 입주 예정 물량은 1만397실로 지난해보다 6.2배 늘었다. 경기도 일산 신도시도 이미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인 오피스텔만 2만5,000실에 이른다. 이러다 보니 테헤란로 일대에서도 분양가보다 2,000만원을 낮춰 내놓아도 찾는 사람들이 드물다. 올해 오피스텔 분양물량이 지난해보다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후유증은 2∼3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오피스텔을 소유한 사람이라면 매수자가 나타날 때 미련 없이 처분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공급이 많은 10평형대 원룸형 오피스텔은 분양가 이하라도 과감하게 손절매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흔히 신문에 오르내리는 유명 단지를 제외하곤 투자 대상에서 빼놓는 게 상책이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값이 비싸더라도 300가구 이상의 대단지를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시장은 끝물? = 부동산 사이클로 볼 때 토지시장은 가장 늦게 활황을 맞는다. 대개 아파트시장이 뜬 뒤 1∼2년 뒤다. 토지시장의 경우 올 하반기에도 개발재료가 많아 호조는 유지될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과연 언제까지 이런 호황이 이어질 것이냐다. JMK플래닝 진명기 사장은 “땅값이 오를 대로 오른 데다 정부의 규제 강도가 세지고 있어 내년 이후엔 투자 열기가 주춤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토지에 투자를 하더라도 재료가 있는 곳에만 한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건설 중인 경춘고속도로 나들목, 인천공항철도나 중앙선 ·경춘선 복선전철 역사 주변 등 개발 재료가 있는 곳을 선별하는 것이 좋다.
정부가 농업개방에 대비해 내년부터 농지규제를 대폭 완화할 예정이므로 농업진흥지역(우량농지)에서 풀리는 곳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LBA부동산경제연구소 김점수 소장은 “대도시에서 40㎞ 이내 주거지역 주변이나 경리정리가 되지 않은 농지가 규제완화 수혜 지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평야지역에서 농업진흥지역 안의 논은 값이 되레 빠질 수 있으므로 시장조사를 충분히 해야 한다.

◇경매 ·공매에 눈 돌릴만 = 부동산시장이 침체하면 경매 쪽이 각광을 받게 마련이다. 요즘 경매로 투자할 만한 게 60평형 이상의 고급 빌라다. 종전까지 아파트에 밀려 뒷전이었지만 최근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에는 응찰자가 많이 몰리고 있다. 디지털태인 이영진 차장은 “10억~15억원선의 빌라가 시세보다 2억∼3억원 이상 싸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생기자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파트는 지난해 시세가 높을 때 감정한 게 많아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진 않고 있다. 한빛부동산문화원 안종현 원장은 “아파트의 경우 지금 시세가 반영된 물건은 연말쯤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뉴타운 ·재개발지구 등 재료 있는 지역은 연립 ·다세대 주택 등도 주목할 만하다. 경매에 나온 토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묻지마’ 입찰이 많아 시세보다 더 높게 낙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조심해야 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공매물건도 주목 대상이다. 국가기관(세무서 및 자치단체)이 국세나 지방세 체납세액을 회수하기 위해 세금 체납자의 재산을 압류한 뒤 한국자산관리공사에 공매를 의뢰한 것이다. 서울 역삼동 공사 공매장뿐만 아니라 인터넷 온비드(www.onbid.co.kr)를 통한 온라인 입찰도 병행한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압류재산 공매는 법률상 행정처분의 성격을 띠고 있어 임대차 현황 등 권리관계 분석에 유의해야 하고, 명도책임은 매수자에게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에 기업 매물 쏟아진다
기업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올 상반기부터 부동산을 앞다퉈 팔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 악화라는 부득이한 이유도 있지만 대개 장기 침체를 예상하고 미리 손실을 줄이려는 차원에서다. 이미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 주변 빌딩 값은 지난해보다 10% 가량 떨어졌다. 강남에는 지난해와 올해 10층 이상의 오피스빌딩 수가 10% 가량 늘어났고, 오는 10월까지 새로 들어서는 빌딩도 40~50개에 이르러 공급초과 현상이 계속될 전망이다.
가장 많은 매물을 내놓은 곳은 삼성생명이다.

전국적으로 100여 개, 4조원 가량(2004년 3월 말 기준)의 부동산을 보유한 삼성생명은 지난 5월 4개의 건물을 내다판 데 이어 6월에는 17개의 빌딩을 한꺼번에 공개입찰로 내놨다. 이 가운데 2,000억원어치는 도이체방크가 거둬갔다. 삼성생명의 고준호 부장은 “이미 1~2년 전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임대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부동산 매각 방침을 세웠다”며 “나중에 다시 사들이더라도 당분간 계속 팔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의 지표 격인 삼성생명이 빌딩 매각에 나서자 다른 금융기관들도 앞다퉈 뒤를 따르고 있다. 올해 들어 이미 주인이 바뀐 서울 시내 대형 빌딩이 수십 개에 이른다. 하나은행 본점 건물과 중앙종금 건물은 지난 5월 토투개발에 모두 1,300억원에 팔렸다. 지난 4월에 팔린 우리종금 역삼동빌딩은 790억원에 대륭건설에 넘어갔다. 나라종금 역삼동 빌딩은 영국계 펀드인 PPIM이, 브릿지증권 여의도 사옥과 을지로 지점 빌딩은 GE캐피탈이 매입했다. 이밖에 500억원대가 넘는 30여 개의 빌딩이 매물로 대기 중이다.

국민은행도 얼마 전 보유 빌딩의 20%에 가까운 84개를 연내에 처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오는 9월 말까지 부산사옥을 비롯한 30여 개의 빌딩을 팔고, 나머지도 연말까지는 매각할 계획이다. 여기에 서울 여의도의 한국투자증권 ·대한투자증권 ·서울증권도 매물로 나와 있다. 여의도 증권가의 대표적 건물인 이들은 시세가 1,000억원을 넘는 대형 매물들이다.

- 정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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