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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 쇼크의 경제학

오일 쇼크의 경제학

주동주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우리에겐 1970년대와 80년대 초 두 차례의 오일 쇼크를 중동 진출이라는 획기적인 승부수로 극복하고 고도성장을 이어온 경험이 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오일 쇼크는 우리에게 ‘독’이 아니라 ‘약’이었던 것이다. 국제 유가가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면서 세계적으로 또 한 차례의 오일 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값도 배럴당 4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가격에 비해서는 50%, 올 연초 시세에 비해서는 40% 가까이 올랐다. 워낙 해외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여서 고유가에 따른 불안감은 그 어디보다 크다. 최근 내수부진과 투자위축 속에서 수출로 버텨온 우리 경제에 고유가는 더욱 어려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물가인상과 실질소득 감소로 불경기 속에서 지갑을 닫고 한껏 웅크려만 왔던 소비자들의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게 뻔하다. 또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수출시장의 경기둔화를 가속화시켜 수출을 유일한 버팀목으로 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같은 부정적 요인에만 매달려 있다. ‘제3차 오일 쇼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 것들이 불안감을 더욱 부추긴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역사를 돌아보면, 위기는 그것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이에게는 새로운 도약을 가져다주는 훌륭한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지금이 바로 그렇다. 과거를 돌아보자. 세계 경제는 이미 두 차례 오일 쇼크를 경험했다. 바로 그때 우리 경제는 어땠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거기에 답이 있다. 1973년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 간의 제4차 중동전쟁 이후 국제유가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석유무기화 전략으로 1년 사이에 무려 4배나 올랐다. 1979∼80년에는 이란의 팔레비 왕정 붕괴에 따른 석유시장 교란으로 다시 두 배 가까이 인상됐다. 당시 석유 수요의 100%를 중동 산유국에 의존하고 있던 우리나라가 이로 인해 받은 충격은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러나 우리는 이 상황을 중동 진출이라는 획기적인 승부수로 극복했다. 그 결과 전 세계가 스태그플레이션에 허덕일 때 우리 경제는 꿋꿋하게 고도성장을 이어왔다. ‘한강의 경제기적’은 알고 보면 이 오일 쇼크 덕에 달성한 것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오일 쇼크는 우리에게 ‘독’이 아니라 ‘약’이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은 우리의 경제 규모나 구조가 그때하고는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이 어두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어선 안 될 것이다. 최근 소득이 늘어난 중동 산유국들에서 제2의 붐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동시에 산업구조를 한층 에너지 절약형으로 고도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로도 삼아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지혜를 다시 한번 발휘해야 할 것이다. 70년대와 80년대 초 두 차례의 오일 쇼크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고도성장을 이어온 우리의 경험이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켜 줄 수 있는 빛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다시 신발 끈을 질끈 동여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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