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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보더라도 해약하는 게 낫다?

손해 보더라도 해약하는 게 낫다?

확정이율로 가입한 보험은 최후의 순간까지 해약을 미루는 것이 유리하다. 보험가입 이후 금리가 계속 떨어져도 보험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확정금리를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IMF 위기 시절에도 이렇게까지는 어렵지 않았다’고 푸념해 오던 김이수씨는 최근 종신보험을 해지했다. 외환위기 직후 가입해 6년여 동안 애지중지하며 불입해 왔지만 거래처에 대한 결제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최근 경기침체로 가계소득이 줄어들면서 적금에 가입하는 고객은 지난해에 비해 20∼30% 이상 줄어든 반면 중도에 해지하는 고객은 20% 이상 늘었다. 보험도 예외가 아니다. 보험 가입을 했지만 두달 이상 보험료를 넣지 못해 효력이 상실됐거나 중도에 해약하는 보험이 1∼2년 전에 비해 크게 늘고 있다. 신규 가입은 줄고 중도해지 고객이 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3∼4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던 점도 보험과 금융상품에 대한 매력을 감소시키고 있으며, 사상 최저 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저축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신용카드사에서 잠재 불량고객까지 현금서비스 한도를 줄이자 적금을 중도해지해 신용카드 사용금액을 갚는 고객도 상당수 있다.

실효된 보험 2년 내 부활 가능 보험을 중도에 해지하면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이자는 고사하고 그동안 불입했던 보험료조차 다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험을 해지하고 난 이후에 사고나 질병이라도 발생한다면 경제적 어려움은 훨씬 커질 것이다.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보험 효력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보험계약자가 8월 초에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데 납부하지 못했다면 9월 말일까지만 납부하면 된다. 9월 말까지도 납부하지 않을 경우에 10월1일자로 계약실효(효력상실)가 되며, 이때부터 발생한 보험사고는 보장을 받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효력상실이 됐다고 해서 보험계약이 완전히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2년 안에 연체된 보험료와 연체이자를 납부하면 실효된 보험을 부활시킬 수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건강진단을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당장 보험료를 내지 못할 상황이라고 해서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 보험료를 내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대출납입제도’이다. 보험료를 낼 수 없을 경우 지금까지 낸 보험료를 담보로 약관대출을 받아 이 대출금으로 보험료와 함께 대출이자를 납부하는 것이다. 약관대출은 자신이 낸 보험료 한도 내에서 연 7∼11%의 금리로 빌릴 수 있다. 하지만 약관대출금과 약관대출이자를 합한 금액이 해약환급금보다 많으면 자동대출납입이 이뤄지지 않으며, 자동대출납입은 최대 1년까지 가능하지만 1년 단위로 연장이 가능하다. 보험료를 더 이상 낼 수 있는 형편이 못 된다면 ‘감액완납제도’나 ‘연장정기보험’으로 바꾸자. 감액완납제도란 보험사고가 났을 때 보장받는 금액을 줄이는 조건으로 보험료 불입을 면제받는 것을 말한다. 감액완납은 보험료를 3년 이상(월납 기준으로 36회 이상) 납입한 고객만 신청할 수 있고, 사고로 이미 보험금을 지급받았다면 신청할 수 없다. 연장정기보험은 보험금의 지급조건이나 보장금액은 그대로 놔두고 보장기간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정상적으로 보험료를 납입했을 경우 65세까지 보장받는 계약이었다면 이후 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하지 않는 조건으로 보장기간을 60세나 55세로 줄이는 것이다. 대신 사고가 났을 때 보장금액은 줄어들지 않는다. 당장 보험료를 낼 수 없지만 차차 사정이 좋아져 보험료를 낼 수 있다면 자동대출납입제도가 적당하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보험료 납입이 힘들다면 감액완납제도나 연장정기보험으로 전환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쩔수 없이 가입한 보험을 중도에 해지해야 한다면 확정이율로 가입한 보험은 최후의 순간까지 미루는 것이 유리하다. 은행 예금금리가 떨어졌듯이 보험회사에서 지급하는 이율(보험사에서는 예정이율이라고 함)도 은행 금리 못지않게 떨어졌다. 하지만 확정이율로 가입한 보험은 가입 이후에 금리가 계속해서 떨어졌어도 보험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확정금리를 지급받는다. 이러한 보험으로는 장수연금보험·개인연금보험·으뜸저축보험·듬뿍저축보험 등이 있다. 암보험이나 상해보험과 같은 필수 생계보장형 상품도 중도해지를 가급적 피해야 한다. 이들 보험은 중도에 해지하면 원금조차 찾지 못하지만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저렴한 보험료로 상당한 보장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이유 있으면 불이익 안 받아 은행상품도 중도에 해지하면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예금이나 적금금리가 반 토막에서 심지어는 다섯 토막까지 떨어지는 것은 기본이고, 소득공제를 받았다면 감면받은 세금을 토해 내야 한다. 급여생활자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장기주택마련저축을 가입 후 5년 이내 중도해지한다면 저축액의 8%(연간 60만원 한도)에 해당하는 금액을 우선 제하고 나머지만 지급받는다. 은행의 연금신탁이나 보험사의 소득공제가 가능한 연금보험도 중도에 해지하면 기타 소득세(22%)가 부과되며, 5년 이내 중도해지 시에는 납입금액(연간 240만원 한도)의 2.2%에 이르는 해지가산세까지 추가로 물어야 한다. 따라서 금융상품에 가입해 소득공제를 받았다면 가급적 5년이 지난 상품부터 해지하는 게 손해를 줄이는 길이다. 중도해지를 하더라도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불이익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2000년 12월 말까지 판매한 은행의 개인연금신탁이나 보험사의 개인연금보험은 가입자의 회사 퇴직이나 다니던 회사의 폐업, 3개월 이상 장기간 입원치료 또는 요양이 필요한 경우에 중도해지를 하면 전혀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소득공제를 받았던 금액에 대해 추징하지 않으며, 이자소득에 대해서도 비과세 혜택을 그대로 받는다. 하지만 2001년부터 금융기관에서 판매한 연금저축은 특별중도해지의 경우에도 해지금액(연간 240만원 초과 납입금액은 제외)에 대해 기타 소득세 22.0%(주민세 포함)를 물린다. 가입한 비과세 상품을 해지할 때도 생계형저축부터 해지를 하는 게 유리하다. 생계형저축은 다른 비과세나 세금우대상품과는 달리 언제 해지하더라도 비과세 혜택은 유효하기 때문이다.

■ 금융상품 해약할 때는 이렇게… 1. 소득공제 받은 상품은 5년 내 해약하지 말라
2. 생계형 보장성 보험은 감액완납제도 등을 이용해 유지
3. 목돈이 필요하면 생계형저축부터 해약하라
4. 효력 상실된 보험은 부활 제도로 되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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