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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심리 안정에 호재 작용
문제는 실물경기 회복 여부

투자심리 안정에 호재 작용
문제는 실물경기 회복 여부

‘유쾌한 서프라이즈(A pleasant surprise)’가 될까. 한국 경제에 부정적이었던 앤디 시에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 발표가 뜻밖의 결과라며 ‘반가운 소식(a pleasant news)’이라고 평했다. 한국 정부가 경기침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는 설명이다. 리먼브러더스도 노무현 정부가 분배를 중시하는 개혁성향의 관료들에 힘을 실어왔지만 이번 콜금리 인하는 ‘현저한 변화’라고 분석했다.

다만 부양책의 장기적 효과를 두곤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인 데다 국내 기업이 돈이 없어 투자를 망설이는 것도 아니란 분석에서다. 또 부동산 시장에서도 중심축이랄 수 있는 서울과 수도권의 규제완화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재정 확대와 서민 ·중산층 생활안정 대책으로 서민들의 생활이 당장 나아질 것도 아니다. 그러나 어차피 어떤 부양책도 부작용을 남기게 마련이고, 효과 또한 제한적이기 때문에 시장에 ‘경제 살리기 신호(Sign)’를 보낸 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는 긍정론이 많다. 어쩌면 지금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경기 부양이라기보다 경제 마인드의 안정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편집자>

꿈틀대는 주식시장
바닥 확인 효과…유가 ·외국인 매수가 관건


8월 폭염 끝에 주식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콜금리 인하를 신호탄으로 쏘아올린 정부의 내수 부양 총력전이 증시를 뜨겁게 달궜기 때문이다. 부양 카드는 주사를 맞는 즉시 고통을 잊게 해주는 ‘모르핀’ 효과를 냈다. 한국은행이 8월 12일 콜금리를 내린 지 이틀 만에 주가가 30포인트나 뛰어오를 정도로 시장의 반응은 빨랐다.

정부의 내수부양 주사가 과연 일시적인 진통제로 그칠까, 아니면 1분기처럼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게 할 수 있는 근본 치료제가 될까. 일단 종합주가지수가 700선을 바닥으로 삼아 800선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관측이 많아졌다. 하지만 증시가 힘차게 상승 흐름을 탈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해외 여건이 나빠지고 있는데다, 그동안 국내 경기를 홀로 떠받쳐온 수출 증가세의 둔화를 내수가 메울 수 있을 만큼 부양책이 먹혀들지도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릴린치증권의 이원기 전무는 상황을 낙관했다. 그는 “내수가 바닥 탈출의 기미를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의 부양정책이 나와 내수회복이 가속화할 것이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도 생각만큼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증시는 상승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LG투자증권의 박윤수 리서치센터장은 “금리인하가 기업 이익이나 개인들의 주머니 사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세계 경기의 후퇴 조짐이 있는데다 국제 유가 급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분석했다.

낙관론이든 비관론이든 공통점이 있다. 경기가 풀린다는 확신이 서야 투자자들이 지갑을 풀고, 증시에 돈이 돌기 시작할 것이란 점이다. 또 한국 증시를 쥐락펴락 하는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계속 사들일 것인가도 주시해야 한다. 4월 말 중국쇼크 ·미국 금리인상 ·국제 유가 급등이란 3대 악재 발생 이후 한국 주식에 시들했던 외국인들은 7월 하순부터 다시 맹렬한 기세로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자금기반인 신흥시장 펀드에 예전만큼 돈이 들어오지 않고 있는 점으로 봐서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종목별로는 내수 회복 여부와 직결되어 있는 은행주와 건설주 등 내수 관련주의 추가 상승 여부가 관심거리다. 7월 이후 외국계 증권사들의 추천이 줄을 잇고, 외국인들이 공격적으로 사들였던 이들 종목의 상승 속도는 눈부셨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은 “외국인 매수가 집중된 내수 관련주의 저평가 이점이 점차 희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수 관련주들이 이미 많이 오른 터라 앞으로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얘기다. 분명한 것은 콜금리 인하로 배당 관련주의 매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금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3%대로 떨어진 상황이고 보면 배당금만으로 5%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고배당 우량 종목 추천이 꽤 설득력 있어 보인다.

- 이상렬 중앙일보 경제부 기자


한숨 돌린 부동산시장
정책 기조의 변화 폭 따라 향배 좌우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에 온기가 돌 것인가. 정부가 콜금리를 낮추고, 규제 일변도인 부동산 대책의 수위를 조절하고 나서면서 부동산시장이 되살아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론 침체 기조를 바꿀 만한 큰 호재는 아니어서 투자심리를 진정시키는 효과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의 김선덕 소장은 “금리는 부동산 가격과 반비례 관계라는 점에서 호재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금리 부담을 이기지 못한 급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김 소장은 그러나 “요즘의 집값 약세는 금리보다 정책의 약발이 더 셌기 때문”이라며“지금으로선 금리보다 정부 정책을 더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정부의 정책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정부는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가 맡았던 부동산 정책의 총괄 조정 기능을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신설된 부동산정책회의로 넘기기로 했다. 이 조직은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시장론자로 꼽히는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총괄한다.

부동산업계에선 콜금리 인하보단 이헌재 부총리가 부동산 정책의 사령탑에 앉았다는 사실 자체에 더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내수 경기가 침몰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경실련을 포함한 시민단체들은 부동산 정책의 후퇴를 비난하고 있지만 정부로선 그만큼 다급해졌다는 얘기다.

정부는 주택거래 신고지역 가운데 가격상승 우려가 없는 시겚틒 구 내의 일부 동(洞) 지역은 신고지역 대상에서 해제할 방침이다. 내년 중개업자의 부동산 가격 신고 의무화 조치 시행에 맞춰 취득세와 등록세율을 현행 5.6∼5.8%에서 2%대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내년 시행할 종합부동산세율을 낮추고 지방의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도 곧 재조정할 예정이다. 실제로 이해찬 국무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수도권과 충청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부동산 규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의 이런 대책도 서울과 수도권의 규제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아 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건설산업연구원의 김현아 책임연구원은 “서울과 수도권 규제는 시장이 최악의 상황으로 빠지지 않으면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령 서울 강남 아파트 시장이 타깃인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 재건축 조합원 전매금지, 주택거래 신고제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주택거래신고제 대상지역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송파구 풍납동 ·강동구 암사동 등 특정 지역만 한정될 것”이라며 “강남권 시장의 마비를 불러온 주택거래신고제 완화 조치에 큰 기대를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 남도공인의 이창훈 사장은 “워낙 가격이 많이 빠져 재건축을 중심으로 하락세를 멈출 듯하지만 매수대기자들이 취득세와 등록세율 인하 이후로 매수 타이밍을 늦추겠다는 반응이어서 당분간 거래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RE멤버스의 고종완 사장은 “실수요자들은 내년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중과조치 시행을 앞두고 10∼11월쯤 나올 공산이 큰 아파트 급매물에 관심을 갖는 게 좋다”면서도 “투자자라면 내년쯤 바닥을 확인한 뒤 매입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레피드코리아의 권대중 사장은 “투자자의 경우 주택보다는 동탄신도시 등 택지개발지구 내 상가나 인근 토지에 눈을 돌려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 박원갑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


곤두박질치는 금리
연내 더 내릴 듯… 상호저축은행 인기


기업이 내수부진의 여파로 투자를 자제하면서 시중에 돈이 넘치고 떠도는 자금은 결국 국고채와 우량 회사채 등 안전자산으로 흘러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고채 발행 물량은 극도로 제한돼 있고 돈이 넘치는 우량기업들은 회사채를 발행할 일이 없어졌다. 더구나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들은 주식투자에 제한을 받으면서 자금이 쌓이는 대로 채권을 싹쓸이해가고 있다.
우량 채권의 공급은 제한돼 있는데 이를 찾는 금융회사는 넘쳐나면서 채권 가격은 뛰고 금리는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시중 실세금리의 기준 지표가 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한은의 콜금리 인하 조치 직후 4% 밑으로 떨어져 꾸준히 3.5%대로 하향 이동하고 있다. 채권전문가들은 만성적인 우량채권의 공급 부족으로 금리의 하락 압력은 더욱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가 하락하자 바빠진 곳은 금융회사들이다. 특히 고심이 많은 곳은 은행이다. 금리 하락 추세에 따라 예금 금리를 일단 내렸지만 상호저축은행으로의 고객 이탈이 걱정이다. 시중은행이 골목 금고에 불과한 상호저축은행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금리는 1%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면서도 5,000만원까지 예금이 보장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점 때문이다.

이런 특성을 잘 활용하는 고소득층은 상호저축은행 여러 곳에 5,000만원 미만씩 분산예치하는 것에서 재테크의 출발점을 삼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선도은행인 국민은행의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은 1억원을 맡기면 이자가 연 2.9%에 불과하다. 지난 7월 중 소비자물가상승률 4.4%를 감안하면 돈을 맡길수록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은행권은 국민은행이 금리인하에 나서자 하나은행이 최고 0.25%포인트를 내리는 등 일단 예금 금리를 낮추고 있다.

반면 대출금리 인하에는 여전히 인색하다. 은행권 가계 대출의 80%는 담보대출로 이는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에 연동해 있어 자동으로 금리가 변동한다. 하지만 신용대출은 여전히 높다. 국민은행이 0.05%포인트를 낮췄지만 너무 미약하다. 따라서 금리는 내렸지만 개인이나 기업이 은행 돈을 쓰는 비용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다만 주택금융공사의 장기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금리가 떨어진 것은 주택 실수요자들에게 희소식이다. 모기지론 금리는 종전 6.7%에서 6.45%로 조정됐다. 20년 만기로 1억원을 빌린다면 연간 이자부담액이 25만원 가량 줄게 된다. 연말 정산 때 소득공제를 통해 연 1%포인트 가량의 세금을 경감받는 근로소득자는 실제 부담하는 금리가 5.25∼5.45% 수준으로 떨어진다.
교과서대로라면 금리가 내리면 주식과 부동산은 반등한다. 하지만 금리 인하 폭이 작아 효과는 미지수다. 시장 전문가들은 효과가 미미하면 올해 중 추가로 금리인하 조치가 나올 것으로 점치고 있다.

- 김동호 중앙일보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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