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흑인 사로잡는 DJ 광고맨

흑인 사로잡는 DJ 광고맨

DJ 톰 조이너는 흑인들에게 특정 상품을 광고하고 비방하기도 한다. 그가 언제까지 기업의 친구이자 적으로 남을 수 있을까.
지난해 라디오 디스크 자키(DJ) 톰 조이너(Tom Joyner ·54)는 건축자재 전문 유통 체인 홈데포(Home Depot) 본사를 방문했다. 평소 말쑥하게 차려 입고 다니던 그가 홈데포를 상징하는 밝은 오렌지색의 헐렁한 캐주얼 차림으로 나타났다. 홈데포에 추파를 던진 셈이다. 조이너는 흑인을 상대로 한 미국 최대 신디케이트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다.

그 후 조이너는 홈데포로부터 200만 달러의 광고계약을 따냈다. 광고는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그의 미디어업체 리치 미디어(Reach Media)를 통해 이뤄진다. 홈데포로서는 영향력 있는 광고맨을 확보한 셈이다. 조이너는 〈톰 조이너 모닝쇼〉(Tom Joyner Morning Show), 그의 홈 페이지인 블랙아메리카웹닷컴(blackamericaweb. com) 그리고 여러 생방송에서 노골적으로 홈데포를 광고한다. 조이너가 장악한 시장인 흑인들 사이에서 홈데포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리치 미디어는 흑인사회로 파고들기 위해 애쓰는 거대 광고주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프록터 앤 갬블 (P&G) ·글락소스미스클라인 (GlaxoSmithKline) ·엑슨모빌을 들 수 있다. 이들 기업 덕에 리치 미디어는 올해 광고매출이 50% 늘어 4,000만 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4시간 동안 진행되는 〈톰 조이너 모닝쇼〉는 115개 지역에서 160만 청취자를 확보하고 있다.

기업들이 눈독 들일 만도 하다. 기업들은 조이너의 눈치를 안 볼 수도 없다. 그는 흑인을 홀대하는 기업이라고 생각되면 부정적인 이미지까지 심어놓을 수 있다. 최근 그는 건설용 중장비 생산업체 존 디어(John Deere)를 비난하고 나섰다. 1,400개나 되는 존 디어 대리점 가운데 흑인 점장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1999년 조이너는 팬들에게 컴퓨터 ·소프트웨어 소매업체 컴프USA(CompUSA)에서 쇼핑을 한 뒤 영수증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컴프USA에 소수 인종이 소유한 신문사에도 광고를 주도록 설득했다.
조이너가 DJ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69년의 일이다. 고향인 앨라배마주 터스키기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흑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내보내지 않는다고 비난한 뒤부터다. 방송국은 당시 19세였던 조이너에게 쇼 프로를 하나 맡겼다.

조이너는 기업과 한통속이 될 수밖에 없다. 비상장기업 리치 미디어를 확장 중이기 때문이다. 그는 리치 미디어 지분 69%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쇼는 ABC 소유였다. 조이너는 미국 전역을 망라하는 ABC와 재계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ABC는 여전히 그에게 광고 시간대를 허용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흑인 소비자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조이너는 가능한 한 많은 광고를 많은 프로에 유치할 계획이다. 그는 TV 버라이어티 쇼와 영화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톰 조이너 모닝쇼〉의 33%가 광고라고 불평하는 광고주도 있다. 베테랑 DJ 조이너는 자신의 중년 팬들이 백인 소유 기업에 호의적이라며 “아프리카계 소비자들은 광고주가 진정 원하면 한 가족으로 받아들인다”고 주장했다.

조이너는 건강교육을 중시한다. 그러나 패스트푸드 체인 롱 존 실버(Long John Silver)에서 판매하는 튀긴 음식에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도록 허락했다. 이에 대해 조이너는 모순된 행동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리치 미디어의 매출에 대한 야망을 ‘1BV’로 표현했다. ‘5년 안에 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1 billion in five years)’는 뜻이다. 그러나 ‘1BV’가 그렇게 호소력을 발휘할 것 같지는 않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넷마블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총세력장 결정하는 첫 선거 예고

2“트랙스 공짜로 드립니다”...쉐보레, 특별한 행사 연다

3거래소, 미래에셋·신한·KB자산운용 등 ETF 4종목 21일 상장

4진에어, 임직원 가족 본사로 초청했다

5케이뱅크, 아파트담보대출 등 금리 인하…대환대출 최저 연 3.43%

6HLB 간암 신약 美 승인 불발…"中 항서제약 문제"

7 합참 “북, 동해상으로 미상 탄도미사일 발사”

8'필라이트 후레쉬 점액질' 논란...하이트진로 '세척·소독' 미흡 '행정처분'

9국민은행, 캄보디아 중앙은행과 QR코드 기반 지급결제시스템 구축

실시간 뉴스

1넷마블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총세력장 결정하는 첫 선거 예고

2“트랙스 공짜로 드립니다”...쉐보레, 특별한 행사 연다

3거래소, 미래에셋·신한·KB자산운용 등 ETF 4종목 21일 상장

4진에어, 임직원 가족 본사로 초청했다

5케이뱅크, 아파트담보대출 등 금리 인하…대환대출 최저 연 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