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소비자 신고가 제기된 하이트진로의 주류 생산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발포주 제조과정에서 세척·소독이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하이트진로에 과태료와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식약처는 응고물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필라이트 후레쉬’ 제품과 관련해 하이트진로 강원 공장 등을 조사한 결과 술을 용기(캔)에 넣어 밀봉하는 주입기에 대한 세척·소독 관리가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식품위생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고 17일 밝혔다.

원래 주입기를 세척·소독할 때는 세척제와 살균제를 함께 사용해야 하는데 지난 3월 13일, 3월 25일, 4월 3일, 4월 17일 등 4개 날에는 살균제가 소진돼 세척제로만 주입기를 관리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주류 주입기가 젖산균에 오염됐고 젖산균이 제품에 옮겨지며 유통 과정 중 탄수화물, 단백질과 결합해 제품 내 응고물이 생성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젖산균은 위생지표균, 식중독균 등이 아닌 비병원성균으로 응고물 생성 등 주류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균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문제가 된 제품에 대한 리콜을 진행해 16일 기준 전체 200만캔 중 118만캔(420톤)이 회수됐다. 품질 이상 제품이 추가 신고된 사례는 없다.

식약처는 세척·소독 관리에 소홀했던 하이트진로 강원 공장에 대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시정명령 및 과태료 부과 등 행정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앞서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필라이트 후레쉬’ 제품 일부에서 찐득한 점액질이 발견되며 355㎖ 캔 제품이 리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이트진로는 문제가 된 제품을 전량 자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이 점액질과 관련해선 “공정 과정에서 젖산균(유산균)이 발포주에 유입된 것”이라며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맥주나 발포주 같은 제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필러의 파이프 라인 내부는 소독하고 세척하기가 쉽지 않아 오염 가능성이 높다”며 “제조 과정에는 다양한 균들이 생기는 데 살균이 덜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염이 돼도 살균 처리가 됐어야 하는데, 살균 과정에서 오염이 된 것이면 더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해당 공장에서 생산되는 다른 제품들 또한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식약처의 조사 결과와 관련해선 “젖산균이 독을 생성하는 균은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닐 것”이라면서 “그러나 단백질을 응고시키거나 변질·부패를 시킬 수 있는 균으로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어 늘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약처는 경유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된 ‘참이슬 후레쉬’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경유 등 다른 물질이 제조 과정 중 들어갔을 개연성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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