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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중인 ‘온라인 재산권’

분쟁중인 ‘온라인 재산권’

Gray Market

K씨(27)는 하루 12~15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온라인 게임을 한다. 그것이 그의 직업이다. 그는 정교하게 꾸며진 가상세계에서 20만명의 게이머들이 참여해 건설을 하거나 싸움을 하는 온라인 게임들을 주로 한다. 그의 특기는 중세 팬터지 게임인 ‘리니지’다. 그는 동시에 네대의 컴퓨터로 7개의 캐릭터를 관리하면서 전리품을 획득하기 위해 애쓴다. 전리품을 많이 따낼수록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K씨는 대학 졸업 후 직장을 못 구해 온라인 게임을 직업으로 삼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가상 전리품을 획득하고 다른 게이머들에게 팔아 한달에 약 4백60만원의 소득을 올린다.

한국에서 그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리니지 같은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대규모 온라인 게임’에서는 모두 반칙이다. 일부 대형 게임 메이커는 친구들간의 가상 품목 거래를 권장하기도 하고 가상 품목 판매로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K씨 같은 외부인이 자신들의 가상세계에서 돈을 벌도록 허용하는 업체는 없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이같은 분쟁이 앞으로 어떻게 해결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K씨가 익명을 요구한 것도 그 때문이다.

게임 매니어들의 세계에서조차 가상품목의 거래에 관해 의견이 엇갈린다. 구매자들은 게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돈을 들이는데, 그것을 비겁하거나 멍청한 행위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현금을 주고 가상 통화(通貨)를 사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인 김민호씨는 “사람들이 왜 그런 미친 짓에 돈을 낭비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27세의 직장인 김기운씨는 “그것은 게임의 인센티브”라고 말한다. “취미생활을 하면서 약간의 돈도 벌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한국은 세계에서 온라인 네트워크가 가장 앞선 사회다. 온라인 게임 열풍의 중심지로 상업적인 사이버공간의 주도권을 둘러싼 분쟁도 있다. 2001년 한국 정부는 온라인 품목의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에서 리니지 메이커인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줬다. 엔씨소프트는 그후 게이머들의 가상 품목 매매를 금지했지만 그런 관행은 여전하다. 현재 가상품목의 매매를 주선하는 업체는 2백곳이 넘으며 공식 추산된 총 연간매출은 9백50억~4천7백70억원에 이른다. 최대 업체인 아이템베이는 1백50만명의 고객을 갖고 한달에 무려 2백억원의 수입을 올린다. 아이템베이의 정상원씨는 “우리는 사람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라고 말한다.

대다수 국가의 정부 당국자들은 아직도 온라인 상의 재산권을 어떻게 규정할지 고심하고 있으며 현재는 한국처럼 가상세계에서 게임 메이커의 상거래 통제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연세대의 게임 전문가 황상민씨는 말한다. 그는 “온라인 게임 세계가 현실세계를 닮아가고 있으며 각국이 나름대로 온라인 세계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게임에 시간을 투자한 게이머들에게 전리품의 소유권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의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이같은 골칫거리를 자초한 셈이다. 1998년 그들은 가상세계에 통화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현금을 받고 그것을 팔았다. 곧 온라인 게임상의 모든 것에 가격이 매겨졌으며 구매자들은 재산권을 가진 것으로 여겼다. 최근 온라인소비자협회는 피해가 발생할 경우(가령 정전으로 전리품이 날아갈 때)의 보상청구권을 요구하며 엔씨소프트를 고소했다.

분명 현실세계에서는 그밖의 여러가지 분쟁이 뒤따를 것이다. 한국 정부는 가상품목의 암거래에 범죄조직이 가담했다는 풍문을 조사하고 있다. 시러큐스대 정보학과의 이언 매키네스 교수는 온라인 통화가 확산되면 게임 메이커들은 인플레·투기, 그리고 가상세계간, 더 나아가 언젠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 간의 환율을 통제하기 위해 경제전문가들을 고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일례로 볼리비아의 중앙은행이 발행한 통화가 안전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온라인 통화는 나쁜 것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매키네스는 묻는다. 듣고 보니 그것도 그럴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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