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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집단소송에 도사린 검은 ‘유착’

美 집단소송에 도사린 검은 ‘유착’

1995년 미 의회는 ‘집단소송 잔치’에 제동을 걸고자 했다. 그러나 오늘날 주주들의 집단소송은 변호사, 노조, 공무원 연금기금이 은밀히 유착하면서 과거보다 더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결국 손해를 보는 쪽은 다름 아닌 주주다.
3년 전 잘 알려지지 않은 두 법률회사인 뉴욕의 번스타인 리토위츠 버거 앤 그로스만(Bernstein Litowitz Berger & Grossmann)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배럭 로도스 앤 배신(Barrack Rodos & Bacine)은 비리로 얼룩진 호텔 ·여행 업체 센던트(Cendant)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합의금으로 32억 달러나 받아냈다. 두 법률회사는 수임료로 시간당 1만861달러, 다시 말해 총 2억6,200만 달러를 챙기려 들었다.

이때 레슬리 코너슨(Leslie Conason)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뉴욕시 측 변호사 코너슨은 엄청난 수임료에 분개했다. 뉴욕시 연금기금은 센던트 소송의 원고 가운데 하나였다. 코너슨은 번스타인과 배럭 로도스에 수임료가 과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하지만 그들 법률회사는 막무가내였다. 코너슨은 재판장에게 수임료 삭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녀는 수임료 문제를 연방 제3순회 항소법원으로 끌고 갔다.

항소법원은 수임료가 ‘터무니없다’며 소송 당사자들에게 더 낮은 수준에서 합의하라고 명령했다. 번스타인과 배럭 로도스는 의뢰인 코너슨이 합의사항을 어겼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녀가 속한 뉴욕시 당국을 제소했다. 코너슨은 “한 마디로 끔찍한 경험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코너슨 편이었다. 번스타인과 배럭 로도스는 수임료를 5,500만 달러로 깎았다. 나머지 2억700만 달러는 뉴욕시 연금기금과 주주 수천 명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코너슨이 법정투쟁을 홀로 진행해야 했다는 점이다. 또 다른 두 원고 측 대표인 뉴욕주 은퇴연금과 캘리포니아주 공무원 은퇴연금은 그녀의 노력을 못 본 체했다. 그녀가 승소할 경우 더 많은 돈을 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었다.

코너슨은 “연기금 피신탁인인 뉴욕시 공무원들은 뉴욕주 은퇴연금과 캘리포니아주 공무원 은퇴연금이 2억6,200만 달러의 수임료에 왜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발끈했다.
당시 뉴욕주 감사관이자 뉴욕주 은퇴연금(자산 1,160억 달러)의 유일한 피신탁인이었던 칼 매콜(Carl McCall)은 뉴욕시 당국이 알아서 잘하고 있었기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것이 시간당 1만861달러나 되는 수임료에 침묵한 유일한 이유였을까. 번스타인, 배럭 로도스, 매콜은 서로 가까운 관계에 있다. 매콜은 번스타인과 배럭 로도스가 센던트뿐 아니라 월드콤(WorldCom) 파산 이후 월드콤 ·시티그룹을 상대로 한 소송 등 몇몇 사건까지 수임하는 데 일조했다. 시티그룹은 합의금으로 26억5,000만 달러를 지급한다는 데 동의했다. 배럭 로도스와 번스타인은 법원이 반대하지 않을 경우 수임료로 1억4,400만 달러나 챙기게 된다.

매콜은 1998~2002년 배럭 로도스와 번스타인으로부터 선거운동 자금으로 14만 달러를 받았다. 그러나 매콜은 기부금과 사건 수임이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지원한 배럭 로도스와 번스타인이 민주당의 주요 후원단체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매콜의 후임자인 앨런 헤베시(Alan Hevesi)도 2002년 두 법률회사와 여러 정치활동위원회로부터 5만5,000달러를 받았다.

봇물을 이루는 집단소송은 이런 유착관계로 연결돼 있다. 원고 측 변호인은 자신을 고용한 정치인에게 기부한다. 법률회사는 연금기금 출신 인사를 고용해 연금기금에 잘 보인다. 의뢰인을 호화 회의에 초대해 향응도 제공한다. 연금기금 관련 사건에서 새로운 원고를 물어오는 브로커에게는 소개 수수료가 지급된다. 모든 것이 자체로 놓고 보면 불법은 아니다. 기존 법윤리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관행에 대해 변호사 사회 일각에서조차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뉴욕주의 집단소송 전문 변호사 하워드 시로타(Howard Sirota)는 이런 관행을 ‘엄청난 부패행위’라고 못박았다. 그는 다른 변호사들이 고객에게 뒷돈까지 주면 자신은 깡통을 차게 될지도 모른다고 불평했다. 시로타는 감독 당국자인 공무원에게 돈을 주는 것은 ‘불법’이라며 “미 변호사협회가 금지하고 있고 한 대배심에서 조사 중인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아무 변화가 없다”고 개탄했다.

투자자문 기관인 기관투자가서비스협회(ISS)는 지난해 원고 측 주주가 자신들이 주주로 있는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30억 달러나 받아냈다고 밝혔다. 돈은 수백만 명의 주주들 사이에 푼돈으로 분배됐다. 하지만 그 중 8억 달러는 운 좋은 극소수에게 돌아갔다. 증권소송 전문 변호사가 바로 그들이다.
원고 측 변호사가 8억 달러나 챙길 수 있었던 것은 연금기금 피신탁인들이 수수방관하기 때문이다. 피고 측 변호사는 원고 측 변호사의 수임료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 원고 측에서 더 많은 합의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보험사는 소송비가 올라가면 보험료를 더 높게 책정하기 때문이다.

95년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는 증권민사소송개혁법(PSLRA)으로 집단소송의 폐해를 없애고자 했다. PSLRA는 무의미한 집단소송과 불합리한 수임료에 종언을 고하는 것으로 홍보됐다. 과거 밀버그 웨이스 버섀드 하인스 앤 리러치(Milberg Weiss Bershad Hynes & Lerach) 같은 법률회사들은 어떤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아무개 이름으로 곧바로 제소해 쉽게 돈을 벌었다. 밀버그 웨이스의 파트너 윌리엄 리러치(William Lerach)는 집단소송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일거리”라며 다른 사건이나 “의뢰인은 필요없다”고 말한 바 있다.

법률 개정으로 주도권은 대규모 기관투자가에 넘어갔다. ‘반(反) 밀버그 웨이스 법’이라는 별명이 붙은 개정법에 따라 원고 측 대표는 가장 큰 손실을 입은 투자자여야 한다. 의회는 대규모 투자자가 무의미한 집단소송을 피하고 변호사 수임료도 삭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반 밀버그 웨이스 법은 또 다른 강탈행위를 초래했다. 변호사들은 새 파트너를 찾아냈다. 공무원 ·노조 연금기금 이사회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 이사회에는 거리낌없이 고용주를 제소하는 베테랑 노조원이 있게 마련이다. 이사회는 소송 ·수임료를 줄이기는커녕 변호사와 한패가 돼버렸다.

번스타인과 배럭 로도스는 새로운 시장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ISS에 따르면 변호사 36명이 속해 있는 번스타인은 지난해 합의로 종결한 소송 9건에서 손해배상금 9억5,000만 달러를 받아냈다. 밀버그 웨이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번스타인에 비해 변호사 수가 절반인 배럭 로도스는 지난해 합의한 5건의 소송에서 3억9,000만 달러를 받아냈다. 순위로 치면 5위다.

번스타인은 뉴욕주 ·플로리다주 ·루이지애나주에서 공무원 연금기금을 대리해 소송에 나선다. 번스타인은 83년 설립 이래 주로 대규모 기관들에 공을 들였다. 번스타인을 경영하는 수석 파트너 맥스 버거(Max Berger)는 집단소송에 남다른 애착이 있다. 그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데다 자신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 일찍부터 집단소송 분야로 진출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버거는 센던트와 3콤(3Com) 사건에서 원고 측 손해금액 1달러당 각각 40센트 ·50센트를 되찾았다며 이는 업계 평균 5센트와 엄청난 차이가 나는 액수라고 자랑했다.



주머닛돈이 쌈짓돈
집단소송 전문 변호사들은 의뢰인에게 많은 배상금을 돌려준다고 자랑하지만 사실 보상금 대부분이 의뢰인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한 사람의 돈을 훔쳐 다시 그에게 돌려주는 꼴이다. 배상금이 기업에서 나오든, 보험사로부터 나오든 그 돈은 결국 투자자의 것이다. 위스콘신주 투자위원회의 수석 변호사 키스 존슨(Keith Johnson)은 “한쪽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 다른 쪽 주머니에 넣어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월드콤 투자자들이 거래은행인 시티그룹, 기관투자가, 대형 인덱스 펀드를 보유한 개인 투자자 등 제3자로부터 보상받을 때도 제 살만 깎는 꼴이었다. 물론 변호사들의 말은 다르다. 번스타인 리토위츠 버거 앤 그로스만의 수석 파트너 맥스 버거는 이렇게 주장했다. “고객 대다수가 부정행위 탓에 손해를 봤다. 이는 당연히 구제받아야 한다. 현 주주들이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은 유감이지만 그렇다고 피고 측 회사가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법무시장 조사업체 코너스톤 리서치(Cornerstone Research)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기 관련 합의금은 건당 평균 2,100만 달러, 전체 합의 사건 중 절반의 합의금이 600만 달러 미만이었다. 대기업이 고위 관리들을 대상으로 4,000만 달러 이상의 보험에 드는 것은 보통이다. 보험금으로 합의금을 충당할 수 있다. 그러나 공기업의 경우 소송이 발생할 경우 고스란히 사업비로 처리해야 한다. 비용은 늘고 있다. 고위 관리들을 대상으로 한 평균 보험료가 지난 3년 사이 61% 증가해 지난해 5만 달러에 이르렀다. 집단소송은 보험사와 법률회사의 성장엔진인 셈이다.

건강보험업체 옥스퍼드 헬스(Oxford Health)는 지난해 한 소송에서 3억 달러에 합의했다. 3억 달러 가운데 7,500만 달러가 자사에서 빠져나갔다. 보험 대상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1억8,200만 달러를 세전 비용으로 처리했다. 현 주주들이 전 주주들에게 합의금을 지급한 셈이다. 주식을 끝까지 쥐고 있던 주주들만 원고측 변호사 수임료로 8,400만 달러나 지급해야 했다.

위스콘신주가 통신장비 부품 판매업체 애니콤(Anicom)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매우 보기 드문 경우다. 합의금 4,000만 달러 중 1,240만 달러를 애니콤의 앨런 애닉스터(Alan Anixter) 전 회장과 아들 스콧 애닉스터(Scott Anixter)가 부담한 것이다. 위스콘신주 당국이 기존 법률회사에 의뢰하지 않은데다 제3의 당사자로부터 받아내는 금액 중 5%를 ‘별도 수수료’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결과다.

레너드 배럭(Leonard Barrack)은 템플 로스쿨 출신의 입심 센 변호사다. 그는 76년 필라델피아에 배럭 로도스를 세워 이름있는 집단소송 전문 법률회사로 키웠다. 배럭 로도스는 뉴욕주 ·플로리다주 공무원 연금기금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대형 노조 연금기금을 대리해 송사를 벌인다. 연방 대배심에서 중점적으로 조사한 것은 배럭 로도스가 어떻게 소송 대리인이 됐는가 하는 점이다. 배럭은 98년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주요 자금 조달인을 맡았으며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연간 최고 10만 달러를 기부해 왔다.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ricewaterhouse Coopers)는 지난해 투자자들의 집단소송 가운데 공무원 ·노조 연금기금이 원고 측 대표로 나선 경우가 28%였다고 말했다. 96년의 경우 3%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 연금기금이 주주의 손해를 만회하고 변호사 수임료를 크게 낮추려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애리조나대학의 법학과 교수 엘리엇 웨이스는 “법률회사가 도깨비 같은 존재들을 대신해 제소할 수 있도록 법원이 계속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변호사가 쇼를 연출한다는 뜻이다. 핵심을 찌르는 비판이다. 웨이스는 집단소송 합의에 관한 연구로 개혁법을 탄생시키는 데 한몫한 인물이다.

연금기금 관리자들 가운데에 집단소송의 주체는 연금기금이 아니라 변호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 8개 소송에서 번스타인 측 원고로 등재된 루이지애나주 교사 퇴직연금의 고문변호사 윌리엄 리브스는 “번스타인이 먼저 접근해 온다”며 “오로지 원고 대표만 찾는다”고 말했다.

어떤 연금기금은 탐욕 때문에, 또 어떤 연금기금은 이념 때문에 제소한다. 지난 10년 동안 제소 건이 매우 많았던 연금기금 가운데 하나인 플로리다주 공무원연금의 콜먼 스티파노비치(Coleman Stipanovich) 이사는 “흔히들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2002년 플로리다주 공무원 연금 이사직을 맡은 그는 이제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뭔가 생긴다?보험료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보험료는 정확히 말해 기업이 낸다. 따라서 결국 소송의 수혜자라는 주주들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이다.

번스타인의 고객인 플로리다주 잭슨빌 경찰 ·공무원 연금기금은 대기업을 사기혐의로 제소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잭슨빌 연금기금 9억 달러를 관리하는 전직 경찰 존 킨(John Keane)은 “절도범이나 강도를 교도소로 보내는 게 잭슨빌 연금기금 회원들인 경찰의 임무”라며 “기업 임원 가운데 강탈 행위자를 혼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들려줬다.

잭슨빌 연금기금은 대출손실을 적게 신고한 혐의로 신용카드업체 넥스트카드(Nextcard)에 대해 제기한 집단소송, 에너지업체 엘패소 코프(El Paso Corp.)에 대한 소송에서도 원고 대표로 나섰다. 킨은 전 뉴욕주 감사관 매콜, 월스트리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뉴욕주 검찰총장 엘리엇 스피처(Eliot Spitzer)가 참석하는 번스타인 투자자 포럼에서 소송들과 관련해 보고했다.

연금기금 관리인들 가운데 자신의 연금기금이 소송을 하는지 마는지 잘 모르거나 변호사가 얼마나 챙기는지 관심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루이지애나주 교직원 퇴직연금의 피신탁인 얼 리처드(Earl Richard)는 “어떤 소송이 진행 중인지 잘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116억 달러를 운용하는 루이지애나 교직원 퇴직연금이 최근 번스타인을 통해 벌인 5개 소송 가운데에는 루슨트 테크놀로지스(Lucent Technologies), 3콤, 금융그룹 피노바(Finova)에 대한 것도 있다. 별도 기구인 루이지애나주 교사 퇴직 기금의 어느 피신탁인은 법원이 정한 배상금 가운데 얼마나 변호사에게 돌아가는지 물어볼 생각조차 못한다고 들려줬다. 의회가 법 개정 당시 의도했던 바와 상황이 다른 것이다.

번스타인은 뉴욕에 자리잡고 있으나 루이지애나주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루이지애나주 공무원 연금기금들은 적어도 집단소송 15건에서 번스타인의 법률 서비스를 받았다. 번스타인은 96년 이래 루이지애나주 정치인들에게 9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번스타인과 루이지애나주 정계의 유착관계는 7년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번스타인의 신사업 부문을 담당한 더글러스 매케이지(Douglas McKeige)는 튤레인 로스쿨 재학 시절 친구인 앤서니 젤더먼 3세(Anthony Gelderman III)에게 루이지애나주 공무원 연금기금의 소송을 수임할 수 있도록 힘 써달라고 부탁했다. 젤더먼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토박이였다. 그는 개정된 법을 잘 모르지만 발이 넓으니 아는 사람을 소개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젤더먼은 루이지애나주 전 재무장관 메리 랜드류(Mary Landrieu)의 수석 보좌관과 법률고문을 역임한 바 있다. 랜드류는 현재 연방 상원의원(민주루이지애나)으로 활동하고 있다.

뉴올리언스에서 번스타인의 고문으로 일하는 젤더먼은 8개 루이지애나주 연금기금을 알선해줬다. 그는 수임계약으로 벌어들이는 모든 수익의 일정 부분을 받는다. 번스타인의 또 다른 연줄이 현 루이지애나주 재무장관 존 케네디(John Neely Kennedy)다. 케네디는 번스타인이 소송을 맡은 3개 공무원 연금기금의 피신탁인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상원의원 출마를 위해 준비 중이다. 지난해 젤더먼은 번스타인의 변호사들이 뉴욕주에서 케네디를 위해 열린 모금회에 참석하도록 주선했다.

번스타인은 물론 번스타인과 손잡은 변호사들도 지난 2년 동안 케네디에게 2만4,000달러를 후원했다. 그리고 랜드류, 루이지애나주 검찰총장이자 한 연금기금의 피신탁인이기도 한 찰스 포티 2세(Charles Foti Jr), 루이지애나주 상원의원으로 4개 연금기금의 이사인 램버트 보이시어(Lambert Boissierre)에게도 수천 달러를 기부했다. 버거는 젤더먼에 대한 호의의 표시로 케네디를 후원했으며 케네디가 고객 연금기금의 책임자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젤더먼은 번스타인이 자사에 도움이 되는 루이지애나주 정치인을 후원한다고 도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용 있는 마당발”로 자처하며 “더 중요한 것은 번스타인이 집단소송 분야의 최고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집단소송에 관여하는 다른 법률회사들처럼 번스타인도 연금기금 고객에게 무료로 이른바 ‘포트폴리오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컴퓨터로 분석하고 소송 가능성을 경고해주는 것이다.
플로리다주에서 연금기금을 위해 일하는 한 변호사에게 매주 집단소송 전문 법률회사들로부터 e메일이 날아든다. 고객을 물색하는 내용이다. 새 집단소송이 개시되면 e메일은 몇 분 간격으로 배달된다. 그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변호사들은 소개 수수료로 최고 18%를 받는다. 수수료는 순수한 소개료가 아닌 ‘현지 연락 업무에 대한 보상금’으로 표현하는 게 보통이다. 수임 소개는 대다수 주에서 법윤리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잭슨빌 경찰 ·소방 공무원 연금기금의 사외 고문인 로버트 클라우스너(Robert Klausner)는 집단소송 전문 법률회사에 일감을 소개해주고 보상도 받고 있다. 연금기금 피신탁인들은 클라우스너의 소개 업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잭슨빌 연금기금의 피신탁인으로 와쵸비아증권(Wachovia Securities) 고문이기도 한 바버라 재프(Barbara Jaffe)는 “클라우스너가 많은 일에 관여하고 있으니 잭슨빌 연금기금도 많은 소송과 관련돼 있을 것”으로만 추정했다.

잭슨빌 경찰서장보이자 잭슨빌 연금기금의 피신탁인인 보비 딜은 클라우스너를 ‘피고용인’이라고 전제한 뒤 “다른 보상을 받고 있다 해도 연금기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클라우스너는 자신의 급여가 공개돼 있으며 피신탁인에게 보고해야 하는 쪽은 연금기금 관재인이라고 지적했다.
번스타인도 클라우스너에게 일정액을 지급한다. 이에 대해 클라우스너가 함구로 일관하고 있지만 버거는 최고 3만 달러라고 밝혔다.

대신 클라우스너가 주관하는 연금기금 관리들의 연례 모임에 집단소송 법률회사로 번스타인만 참석하는 조건이다. 번스타인은 9월 열린 미 기관투자가협의회(CII) 모임에서 칵테일 파티에 3만 달러 정도를 썼다. 10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되는 경찰 ·소방 공무원 연금기금의 연례회의도 공동 후원한다.
듀크 로스쿨의 제임스 콕스 교수는 “연금기금 관리자들이 특정 법률회사와 결탁해 어떤 금전적 이득을 챙기는지 알 수 없다”며 “노골적인 부정일 수도, 아니면 단지 이야기를 듣기 위해 불러주니 우쭐하는 자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 의회에서 개혁법이 통과됐을 당시 민주당 소속 펜실베이니아주 재무장관인 캐서린 놀(Catherine Baker Knoll)은 배럭 로도스를 고용했다. 놀은 96년 배럭 로도스에 펜실베이니아주 연금기금들의 변호 업무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이후 배럭 로도스로부터 3만6,500달러를 받았다. 그러나 2000년 공화당 소속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톰 리지(Tom Ridge)는 놀의 행위를 월권으로 규정했다. 이후 펜실베이니아주 연금기금들은 법적 구제를 자제해 왔다.

하지만 놀의 대변인은 배럭 로도스가 경쟁입찰을 통해 수임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배럭 로도스는 필라델피아 연금기금 위원회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배럭 로도스는 몇 년 전 위원회가 보안업체 네트워크 어소시에츠(Network Associates)를 제소할 때 원고 측 대리인으로 나서고 싶었다. 담당 연방 판사는 위원회가 굳이 배럭 로도스를 고용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필라델피아시 법무관은 배럭 로도스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은 일이 없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담당 판사는 원고에게 사건수임을 경쟁입찰에 부치도록 명령했다. 이에 위원회는 소송에서 아예 손을 뗐다. 소송은 결국 입찰에 부쳐졌다. 그 결과 수수료로 배상금의 7%만 받겠다는 한 법률회사에 낙찰됐다. 이는 보통 30%에 달하는 수수료율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배럭 로도스와 필라델피아시의 유착 여부에 대해서는 연방 당국이 수사 중이다.

배럭 로도스는 조셉 바이든(Joseph Biden) 상원의원(민주 ·델라웨어)의 제수인 사라 바이든(Sara Biden)을 고용했으나 양측 계약관계가 법정 소송으로 비화하고 말았다. 사라 바이든은 97년 배럭 로도스에 합류해 시 ·노조 연금기금들을 고객으로 끌어왔다. 그녀는 배럭 로도스의 전용 비행기와 헬기를 타고다니며 활동했다. 지난해 말 현재 25개 펀드를 관리하고 있는 플로리다주 행정위원회(SBA), 전미 통신노조(CWA), 기타 몇몇 연금기금까지 고객으로 유치했다. 그녀는 배럭 로도스가 수임료를 9,600만 달러나 챙기고 자신이 5%인 480만 달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사라 바이든은 다른 중개인들이 자신보다 두 배나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상황은 추악해졌다. 배럭 로도스는 사라 바이든이 이미 받은 200만 달러에 대한 목표를 채우지 못한 데다 가족까지 대동해가며 엄청난 여행비도 지출했다고 맞섰다. 사건은 지난 8월 베일에 가려진 양측의 합의 아래 해결됐다.
올해 초반 배럭 로도스는 전 뉴욕시 연금기금 변호사이자 당시 뉴욕시 감사관 헤베시의 수석 로비스트였던 리자이나 캘커테라(Regina Calcaterra)를 고용했다. 9년 전 의회가 집단소송 관행을 개혁하고자 애썼을 때 캘커테라 같은 전문가들이 앞장섰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캘커테라 같은 이가 배럭 로도스와 손잡는 일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안 가져가는 배상금은 어디로…
소송에서 승자는 변호사뿐이다. 주주들의 집단소송 합의금 가운데 변호사가 챙기는 비율은 평균 28%다. 1995년 미 의회가 증권민사소송개혁법(PSLRA)으로 줄여보려던 당시의 30%보다 약간 낮아졌을 뿐이다. 코너스톤 리서치는 법 개혁 전 투자자가 손해액 1달러당 겨우 7센트를 돌려받았으나 현재 5센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큰손들이 노력하면 변호사 수임료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뉴욕시 당국이 센던트 사건에서 엄청난 변호사 수임료에 대해 제소했을 때 항소법원은 뉴욕시 손을 들어줬다.

그 결과 수임료는 배상금 32억 달러의 1.7%로 줄었다. 그러나 소송이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필라델피아의 집단소송 전문 법률회사인 시프린 앤 배로웨이(Schiffrin & Barroway)는 군수업체 핼리버턴(Halliburton)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합의금으로 600만 달러를 따냈다. 2002년 5월까지 주식을 보유했던 투자자들 대신 승소한 것이다. 그러나 시프린 앤 배로웨이가 요구한 수임료, 다시 말해 600만 달러의 33%인 200만 달러를 제하면 원고 대표 프라이빗 애셋 매니지먼트(Private Asset Management)는 손실액 80만 달러 중 40달러도 못 받는 셈이다.

소송비용으로 수백만 달러가 더 들어갈 수 있다. 파산한 에너지업체 엔론(Enron)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밀버그 웨이스는 소송비용의 ‘일부’에 해당하는 청구서까지 제출했다. 내역은 복사비 150만 달러, 식비 ·숙박비 · 교통비 86만6,000달러였다. 증권 관련 소송 정보 및 서비스 제공업체 버테리스(Verteris)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집단소송 전문 법률회사의 비용은 주주가 받은 총 배상금 중 3.8%를 차지했다.

집단소송에서 배상금을 받아야 하는 투자자 대다수는 땡전 한 푼 안 가져간다. 듀크 로스쿨과 밴더빌트 로스쿨에 각각 재직 중인 제임스 콕스 교수, 랜들 토머스 교수는 대규모 기관투자가 가운데 3분의 1만 돈을 찾아간다고 들려줬다. 이는 일반 투자자들의 소송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찾아가지 않은 돈은 어떻게 될까. 찾아가는 투자자들 사이에 배분되는 경우가 있다. 몇몇 판사는 자선단체에 보낼 것을 명령한다. 물론 변호사들은 자기 몫을 꼬박꼬박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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