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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집 경영 “작다고 깔보지마!”

분식집 경영 “작다고 깔보지마!”

실내 인테리어와 음식맛에 조금만 신경쓰면 식당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안겨준다. 사진은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행복분식.
‘작지만 알찬 가게.’ 본가·원조쌈밥·한신포차·열탄일번지 등 다양한 종류의 식당 10여곳을 운영하는 외식경영 전문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사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매장 중 하나인 조그만 분식집 ‘행복분식’을 이렇게 표현한다. 15평짜리 조그만 분식집에 하루종일 손님이 붐비기 때문이다. 그가 아줌마 두명을 고용해 분식집 문을 연 것은 지난 1999년. 그런데 외식 경영의 대가인 백사장은 분식집을 몇 달 해본 뒤 놀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조그만 분식집이 너무나 짭짤한 수익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인건비·재료비 등 이것저것 제하고 남은 한달 순이익이 무려 500만~600만원에 이르렀다.

분식집 순이익이 600만원 백사장은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선술집·고깃집·쌈밥집 등 다양한 종류의 식당을 70여곳 이상 운영해 본 베테랑 식당 경영자다. 그 경험을 살려 최근 「돈 버는 식당, 비법은 있다」라는 책까지 냈다. 그런데 우연히 시작한 서민형 창업 아이템 분식집에서 뜻밖에도 외식산업의 틈새를 발견했다. “제가 경영하는 여러 식당 인근에 15평짜리 가게 자리가 나서 인수를 했는데, 워낙 좁아서 분식집밖에 할 게 없더군요. 김밥·라면·떡볶이·만두 등 평범한 분식집 메뉴에 매장만 좀 깔끔하게 꾸며서 문을 열었죠.” 다른 식당들이 충분히 잘되고 있는 상황이었고, 어차피 있는 점포 활용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한 분식집이었다. 그러나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분식집을 꼼꼼히 뜯어본 결과, 입이 딱 벌어졌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분식집 사업의 매력이 기가 막혔던 것이다. 백사장이 꼽는 분식집의 경쟁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손님 한 사람이 사 먹는 액수인 객단가가 일반 식당과 비슷하다. “보통 분식집에 오면 라면에 김밥이나 떡볶이를 함께 시킵니다. 음식 하나의 값은 저렴하지만 보통 두세 가지를 시키기 때문에 매출이 결코 작지 않아요.” 둘째, 투자 대비 수익이 일반 식당보다 높다. “일반 식당은 점심·저녁 식사시간에만 손님이 옵니다. 그러나 분식은 한끼 식사가 될 뿐 아니라, 간식으로도 먹기 때문에 일반 식당에서는 죽은 시간인 오후 2~5시에도 꾸준히 손님이 들어오지요.” 백사장이 운영하는 행복분식의 경우, 매출의 50%가 오후 2~5시에 일어난다고 한다. 일반 식당에서는 그냥 공치는 시간에도 분식집에는 손님이 들어오기 때문에 같은 크기의 매장일 경우 식당보다 분식집 매출이 두 배가량 많다는 것이다. 셋째, 불황에 강하다. “분식은 일상적인 식사이면서 간식인데다, 불황에는 1인분 가격이 식당 음식의 반값이라 오히려 손님들이 더 몰리는 경향이 있더군요.” 넷째,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분식집은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게 빠듯한 사람들이 많이 운영합니다. 그런 분식집 주인들 가운데 경영마인드에 입각해 운영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따라서 경영마인드를 갖추고 분식집을 시작하면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다섯째, 운영비가 적게 든다. “밑반찬은 단무지 하나만 준비해도 되고, 식재료도 라면·김·야채 정도로 간단해 음식 제조단가도 낮습니다. 게다가 1~2명이면 충분히 음식 만들고 서빙까지 할 수 있어 인건비도 적게 들지요.” 백사장은 분식집 경영에 날개를 달기 위해 올해 초 평범하던 행복분식 매장의 인테리어를 단아하고 고급스러운 밤색 톤으로 바꿨다. 인테리어를 바꾼 뒤 고객이 전보다 더 늘어난 것은 물론이다. 분식집의 사업성을 꿰뚫어 본 사람은 백사장만이 아니다. 서울 명동에서 6년간 모 패밀리 레스토랑 주방장을 지낸 한기성씨도 분식집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지난해 9월 서울 장안동에 ‘소솜’이라는 분식 체인점을 오픈했다. 한사장의 분식집도 만만치 않았다. “15평 매장에서 월평균 3,000만원(하루 매출 최대 120만원)의 매출이 났지요. 각종 재료비·인건비·전기세·수도세 등을 제외한 순이익이 600여만원 정도였고요.”

매출 두 배 업그레이드 분식집 주택가 점포를 열었던 한사장은 특히 인근에 8곳이나 있던 분식집과 경쟁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했다. 내부 인테리어를 깔끔하게 꾸몄고, 고객이 주문한 뒤 음식이 나올 때까지 20분이 넘으면 음식값을 안 받았다. 손님이 주문을 하고 기다려야 할 때 지루하지 않도록 사다리타기 게임판을 나눠주고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손님 이탈률을 줄였다. 또 몇 번 이상 오면 특정 메뉴를 무료로 먹을 수 있는 고객카드도 발급했다. 한사장을 포함한 3명의 주방 인력이 모두 조리사 자격증 소지자로 음식 맛의 품질을 높여 인근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매장 분위기를 개선하고, 음식과 고객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등 분식집 수준을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그 결과 후발 주자였던 한사장의 분식집은 창업 1년도 안 돼 인근 분식집의 하루 매출이 50만~60만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그 두배인 100만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서비스와 매장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외에 판매 방식의 변화로 분식집 매출을 높이는 사례도 있다.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표방한 만두 전문 분식 체인 명인만두가 대표적이다. 명인만두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포장 판매를 주력으로 매장을 출점, 매장 크기가 작아도 매출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렇게 매력 만점인 분식집 사업이지만 아직 분식집으로 돈 번 사람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먹는 장사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식집은 아예 후보로 떠올려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또 분식점을 준비하더라도 생계형 창업이 많고, 라면이나 김밥을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쉽게 시작했다가 쓴맛을 본 실패담도 많다. 몇 년 전에 분식집을 창업했다가 문 닫은 경험이 있는 40대 샐러리맨 서모씨는 “작은 분식집이라 넉넉잡고 투자비로 1억원을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3천만~4천만원이 더 들었다. 또 다양한 고객 입맛을 모두 맞출 수 없었다”며 분식집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식당보다 수월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분식집도 엄연한 음식점이라 일반 식당과 비슷한 투자비와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사장은 “고급스러운 분식집과 평범한 분식집의 매장 꾸미는 비용은 10%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난다”며 “진입 장벽이 낮고 경쟁력 없는 분식집이 많은 만큼, 분위기·맛·서비스 등에 조금만 신경 쓰면 분식집은 비교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 외식 업종”이라고 말했다.

분식집의 경쟁력 5가지 1. 객단가가 일반 식당과 비슷하다.
2. 식당보다 투자 대비 수익이 높다.
3. 불황일수록 장사가 잘 된다.
4.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5. 운영비가 적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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