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흑자전환 ‘저력’
불황에도 흑자전환 ‘저력’
국내뿐 아니다. 로커스 테크놀로지스는 태국 콜센터 시스템 통합(SI) 시장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에 이어 태국 자회사에서도 흑자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매출은 늘어나지 않았다.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줄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로커스 테크놀로지스는 지난 상반기에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 205억원에 12억원의 영업이익, 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244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약 8억원 손실을 봤다.
로커스 테크놀로지스의 김용수 사장은 “수주한 여러 건의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수행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다수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각각의 납기를 맞추다 보면 외주업체 인력을 쓰게 되는데, 올해 들어서는 아웃소싱을 대폭 줄였어요.”
김 사장은 “높아진 업무강도에도 잘 따라온 임직원들이 고맙다”며 흑자전환의 공을 임직원들에게 돌렸다. 로커스 테크놀로지스는 지난해 12월에 로커스에서 분할됐다. 그는 분할 이후 의식변화를 강조했다. “3분기 연속 흑자를 내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외면받을 것”이라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로커스 테크놀로지스가 떨어져 나온 뒤 로커스엔 투자 등 부문이 남았다. 로커스가 ‘본업’을 분가한 셈이다. 김형순 사장은 로커스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싸이더스 사장으로 남고, 분할한 로커스 테크놀로지스 경영은 김용수 사장에게 맡겼다.
불황이다 보니 다들 정보기술(IT) 분야 투자를 미룬다. 자연히 시스템 통합(SI) 시장도 위축됐다. 로커스 테크놀로지스의 주요 영역인 콜센터 관련 소프트웨어 솔루션 시장도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우리 회사는 올해 들어 100석 이상 콜센터 프로젝트는 한 건도 놓치지 않고 수주했다”고 김 사장은 밝혔다. 그는 “그동안 차질없이 프로젝트를 구축하고 유지보수해온 경력이 신뢰를 주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로커스 테크놀로지스는 1993년에 국내 처음으로 콜센터 솔루션을 발표한 이래 10년 동안 경험을 축적했다.
SI 업계에서는 기술인력이 가장 큰 자산이다. 루슨트 테크놀로지스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말 이 회사에 합류한 최고기술책임자(CTO) 김재수 상무는 “기술력이 해외 동종 업체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자평했다. 기술력과 관련해 이 회사가 내세우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근속연수. 대부분의 기술인력이 노하우를 넘겨받고 또 넘겨주기에 충분히 긴 기간 일한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온라인 취업사이트 잡코리아의 지난 6월 조사에서 근속연수가 4년으로 인터넷 ·벤처업계 가운데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밴처업계 평균은 2.2년.
이 회사는 지난 7월에 다시금 시장선두업체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설리반이 로커스 테크놀로지스를 한국의 양방향고객관리시장 1위 업체로 선정했다. 프로스트&설리반은 시장분석 보고서에서 “로커스 테크놀로지스는 지난해에 금융권 ·통신서비스회사 ·아웃소싱콜센터 등 시장에서 모두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금융권 콜센터시장에서는 21%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통신서비스회사는 15%, 아웃소싱콜센터는 17%를 차지했다. 상품별 시장에서도 13∼54%의 점유율로 모두 1위에 올랐다. 양방향고객관리란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하고 고객이 건 전화에 응대하는 것을 말한다. 양방향고객관리 솔루션에는 컴퓨터통신통합(CTI), 지능형교환기, 아웃바운드 시스템 등이 있다. 대부분의 콜 센터는 이들 솔루션을 함께 갖추고 있다.
CTI는 예를 들어 홈쇼핑 회사 전화가 걸려오면 고객의 정보를 상담원의 개인 컴퓨터에 띄워준다. 지능형교환기는 고객이 전화를 걸어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면 담당 상담원에게 연결한다. 아웃바운드 시스템은 예컨대 신용카드 연체고객을 등급별로 나눠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준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시장 리더십과 서비스 수준, 구현 능력 등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프로스트&설리반의 평가다. 뛰어난 성과를 거둔 해외 시장은 태국. 로커스 테크놀로지스가 2000년에 100% 투자해 설립한 태국지사(LTI)도 올해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LTI의 임성현 법인장은 “올해 매출 300억원과 영업이익 20억원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LTI는 2002년에 태국 크룽타이(Krung Thai)은행과 태국생명의 콜센터 프로젝트를 수주한 데 이어 지난해엔 태국 제1 통신사업자인 TOT의 콜센터를 구축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TOT 콜센터는 300석 규모로 278억원에 수주했으며 올해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임 법인장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엑센추어 ·노텔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합해 성능테스트를 포함한 모든 경쟁분야에서 최우수 성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LTI가 태국 콜센터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자체분석했다.
해외 시장 가운데 태국을 점찍어 집중공략한 까닭이 뭘까. 임 법인장은 “경제규모와 수도권 집중도 등을 고려해 태국 콜센터 시장이 유망하다고 김형순 사장이 판단했다”고 말했다. 태국은 인구의 약 17%가 방콕에 집중돼 있다. 기업도 방콕에 몰려 있다. 콜센터는 대부분 고객 데이터베이스가 있는 본부에 둔다. 따라서 경제집중도가 높은 시장은 기업이 전국적으로 분산돼 있는 곳에 비해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구축하기가 유리하다.
김형순 사장과 김용수 사장, 그리고 임 법인장의 인연이 각별하다. 임 법인장은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재정학을 전공했다. 세계은행(WB)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96년부터 태국전력청의 수석고문으로 일했다. 김용수 사장과는 하버드 케네디 스쿨 동기. 임 법인장은 김형순 사장과는 경성고 동기. 김형순 사장이 태국에 진출하기로 했다며 함께 일하자고 제안해 2000년에 합류했다.
김용수 사장과 김형순 사장은 보스턴에서 룸메이트로 지냈다. 김 사장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슬로언 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김용수 사장은 케네디 스쿨을 마친 뒤 삼성물산을 거쳐 삼성자동차로 옮겼다. 99년까지 3년 동안 삼성자동차의 삼성디자인아메리카 CFO로 일했다. 법인이 정리된 뒤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에서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돌아가지 않았다.
“모두 떠나보내고 법인의 간판을 떼어낸 아픔이 가셔지지 않았다”고 김 사장은 털어놓았다. 마침 김형순 사장이 함께 일하자며 그를 설득했다. 김 사장은 관리본부장을 맡았다. 지난해 분할하면서 CEO로 선임됐다. 김용수 사장은 분할하면서 받은 퇴직금으로 회사 주식 2만5,000주를 사들였다. 그는 “주가가 20% 넘게 빠졌다”면서도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국내 콜센터 시장을 열고 키워온 기술력과 불황을 견뎌낸 저력이 뒷받침하는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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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은 늘어나지 않았다.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줄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로커스 테크놀로지스는 지난 상반기에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 205억원에 12억원의 영업이익, 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244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약 8억원 손실을 봤다.
로커스 테크놀로지스의 김용수 사장은 “수주한 여러 건의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수행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다수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각각의 납기를 맞추다 보면 외주업체 인력을 쓰게 되는데, 올해 들어서는 아웃소싱을 대폭 줄였어요.”
김 사장은 “높아진 업무강도에도 잘 따라온 임직원들이 고맙다”며 흑자전환의 공을 임직원들에게 돌렸다. 로커스 테크놀로지스는 지난해 12월에 로커스에서 분할됐다. 그는 분할 이후 의식변화를 강조했다. “3분기 연속 흑자를 내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외면받을 것”이라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로커스 테크놀로지스가 떨어져 나온 뒤 로커스엔 투자 등 부문이 남았다. 로커스가 ‘본업’을 분가한 셈이다. 김형순 사장은 로커스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싸이더스 사장으로 남고, 분할한 로커스 테크놀로지스 경영은 김용수 사장에게 맡겼다.
불황이다 보니 다들 정보기술(IT) 분야 투자를 미룬다. 자연히 시스템 통합(SI) 시장도 위축됐다. 로커스 테크놀로지스의 주요 영역인 콜센터 관련 소프트웨어 솔루션 시장도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우리 회사는 올해 들어 100석 이상 콜센터 프로젝트는 한 건도 놓치지 않고 수주했다”고 김 사장은 밝혔다. 그는 “그동안 차질없이 프로젝트를 구축하고 유지보수해온 경력이 신뢰를 주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로커스 테크놀로지스는 1993년에 국내 처음으로 콜센터 솔루션을 발표한 이래 10년 동안 경험을 축적했다.
SI 업계에서는 기술인력이 가장 큰 자산이다. 루슨트 테크놀로지스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말 이 회사에 합류한 최고기술책임자(CTO) 김재수 상무는 “기술력이 해외 동종 업체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자평했다. 기술력과 관련해 이 회사가 내세우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근속연수. 대부분의 기술인력이 노하우를 넘겨받고 또 넘겨주기에 충분히 긴 기간 일한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온라인 취업사이트 잡코리아의 지난 6월 조사에서 근속연수가 4년으로 인터넷 ·벤처업계 가운데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밴처업계 평균은 2.2년.
이 회사는 지난 7월에 다시금 시장선두업체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설리반이 로커스 테크놀로지스를 한국의 양방향고객관리시장 1위 업체로 선정했다. 프로스트&설리반은 시장분석 보고서에서 “로커스 테크놀로지스는 지난해에 금융권 ·통신서비스회사 ·아웃소싱콜센터 등 시장에서 모두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금융권 콜센터시장에서는 21%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통신서비스회사는 15%, 아웃소싱콜센터는 17%를 차지했다. 상품별 시장에서도 13∼54%의 점유율로 모두 1위에 올랐다. 양방향고객관리란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하고 고객이 건 전화에 응대하는 것을 말한다. 양방향고객관리 솔루션에는 컴퓨터통신통합(CTI), 지능형교환기, 아웃바운드 시스템 등이 있다. 대부분의 콜 센터는 이들 솔루션을 함께 갖추고 있다.
CTI는 예를 들어 홈쇼핑 회사 전화가 걸려오면 고객의 정보를 상담원의 개인 컴퓨터에 띄워준다. 지능형교환기는 고객이 전화를 걸어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면 담당 상담원에게 연결한다. 아웃바운드 시스템은 예컨대 신용카드 연체고객을 등급별로 나눠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준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시장 리더십과 서비스 수준, 구현 능력 등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프로스트&설리반의 평가다. 뛰어난 성과를 거둔 해외 시장은 태국. 로커스 테크놀로지스가 2000년에 100% 투자해 설립한 태국지사(LTI)도 올해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LTI의 임성현 법인장은 “올해 매출 300억원과 영업이익 20억원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LTI는 2002년에 태국 크룽타이(Krung Thai)은행과 태국생명의 콜센터 프로젝트를 수주한 데 이어 지난해엔 태국 제1 통신사업자인 TOT의 콜센터를 구축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TOT 콜센터는 300석 규모로 278억원에 수주했으며 올해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임 법인장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엑센추어 ·노텔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합해 성능테스트를 포함한 모든 경쟁분야에서 최우수 성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LTI가 태국 콜센터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자체분석했다.
해외 시장 가운데 태국을 점찍어 집중공략한 까닭이 뭘까. 임 법인장은 “경제규모와 수도권 집중도 등을 고려해 태국 콜센터 시장이 유망하다고 김형순 사장이 판단했다”고 말했다. 태국은 인구의 약 17%가 방콕에 집중돼 있다. 기업도 방콕에 몰려 있다. 콜센터는 대부분 고객 데이터베이스가 있는 본부에 둔다. 따라서 경제집중도가 높은 시장은 기업이 전국적으로 분산돼 있는 곳에 비해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구축하기가 유리하다.
김형순 사장과 김용수 사장, 그리고 임 법인장의 인연이 각별하다. 임 법인장은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재정학을 전공했다. 세계은행(WB)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96년부터 태국전력청의 수석고문으로 일했다. 김용수 사장과는 하버드 케네디 스쿨 동기. 임 법인장은 김형순 사장과는 경성고 동기. 김형순 사장이 태국에 진출하기로 했다며 함께 일하자고 제안해 2000년에 합류했다.
김용수 사장과 김형순 사장은 보스턴에서 룸메이트로 지냈다. 김 사장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슬로언 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김용수 사장은 케네디 스쿨을 마친 뒤 삼성물산을 거쳐 삼성자동차로 옮겼다. 99년까지 3년 동안 삼성자동차의 삼성디자인아메리카 CFO로 일했다. 법인이 정리된 뒤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에서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돌아가지 않았다.
“모두 떠나보내고 법인의 간판을 떼어낸 아픔이 가셔지지 않았다”고 김 사장은 털어놓았다. 마침 김형순 사장이 함께 일하자며 그를 설득했다. 김 사장은 관리본부장을 맡았다. 지난해 분할하면서 CEO로 선임됐다. 김용수 사장은 분할하면서 받은 퇴직금으로 회사 주식 2만5,000주를 사들였다. 그는 “주가가 20% 넘게 빠졌다”면서도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국내 콜센터 시장을 열고 키워온 기술력과 불황을 견뎌낸 저력이 뒷받침하는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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