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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式 M&A “지켜봐 달라”

두산式 M&A “지켜봐 달라”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함으로써 두산은 ‘중공업 그룹’으로 완전 변신하게 된다. 사진은 지난 4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BAUMA 2004’ 건설중장비 전시회의 대우기계 부스.
“그날 아침 한국중공업 주가가 3,850원이었는데 우리는 8,150원을 적어 냈어요. 특혜 시비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지난 2000년 말 한국중공업 특혜 인수 시비에 대해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중공업은 자산 3조6,000억원대의 거대 기업. 두산은 이 ‘공룡’을 3,057억원(지분 36.6%)이라는 ‘헐값’에 사들였다. 이 과정에 특혜 의혹이 없지 않느냐는 시각에 대해 박회장은 ‘주가’로 반박했다. 이번에 박회장은 헐값 인수 시비에 마침표를 찍을 생각인 듯싶다. 두산은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最大魚)로 꼽히는 대우종합기계 인수전에서 1조8,000억원(주당 2만2,000원 수준)을 제시했다. 최근 대우기계 주가가 9,000원대를 맴돌던 것을 고려하면 시가의 약 2.5배를 주고라도 대우기계를 ‘새 식구’로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경쟁자였던 효성(1조3,000억원)이나 팬택 컨소시엄(8,000억원)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이다. 아직 최종 협상을 남겨두고 있지만 매각을 주관한 자산관리공사(KAMCO)와 산업은행으로선 1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 회수 실적을 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강영일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산업은행과 KAMCO는 각각 5,000원, 9,400원에 대우기계 채권을 출자전환한 바 있어 장부상으로 아주 괜찮은 장사가 됐다”고 말했다. 그만큼 두산의 베팅이 과감했다는 것이다. 전용범 대신증권 수석연구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30% 정도로 감안하면 두산 측이 제시한 가격이 비쌀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대우기계의 가능성을 높게 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어쨌든 이번 대우기계 M&A는 ‘된다 싶으면 과감하게 지른다’는 ‘두산식(式) M&A 웨이’로 기억될 것이다.

“과감히 지른다”… 두산式 M&A ‘구조조정 모범생’으로 불리던 두산이 M&A ‘큰손’으로 나선 것은 2000년부터. 한발 앞선 구조조정 덕분이었다. 1990년대 중반 수익성 부진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던 두산은 보유 부동산을 처분하고 투자회사를 매각하는 등 대수술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박용성 회장은 “나에게 걸레는 남에게도 걸레”라는 특유의 ‘걸레론’을 내세우면서 알짜 계열사를 시장에 내놓았다. 코카콜라·네슬레·3M 등 합작회사 지분을 팔았고, 나중에는 그룹의 간판이던 OB맥주를 벨기에 인터브루에 넘겼다. 결국 23개에 이르던 계열사는 ㈜두산·두산건설·오리콤 등 4개로 줄었다. 이런 대수술을 하면서 두산은 체질개선에 나섰다. 2000년 한국중공업 인수를 통해 ‘100년 소비재 기업’에서 산업재 기업으로 그룹의 ‘얼굴’을 바꿨다. 박용오 그룹 회장은 사석에서 “음료회사 회장이라 ‘그룹 회장’ 대우도 받지 못했는데 이제야 그 설움을 풀게 됐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M&A 행진은 이어졌다. 두산중공업·건설 컨소시엄은 지난해 3월 고려산업개발(현 두산산업개발)을 인수했다. 연초에는 두산중공업 자회사인 HSD엔진을 통해 ㈜STX 지분 12.81%를 인수해 적대적 M&A에 나서는 것 아니냐며 화제가 됐다. 여기에다 소주 기업의 대명사인 ㈜진로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으니 두산의 ‘M&A 전열’은 계속 정비 중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대우기계를 최종 인수하게 되면 두산은 완전히 중공업 그룹으로 변신하게 된다. 두산 측은 “연매출 2조3,000억원대의 대우기계를 인수하면 두산그룹의 중공업 부문 매출 비중이 78.8%에서 84.3%로 높아진다”고 밝혔다. 반면 소주·양주 등 소비재 부문은 11.5%로 줄어든다. 불과 4년여 만에 그룹이 완전히 변신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두산의 전략에 대한 평가는 일단은 긍정적이다. 송재학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중공업의 경우 인수 초기에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2000년 말에 비해 종업원을 37%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3,000억원대 순익을 올리는 턴어라운드(실적개선) 기업으로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두산 측은 “구매·설계·생산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운영 개선을 추진해 현재까지 3,500억원의 원가절감 잠재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동 순풍’을 만난 것이 호재였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중동지역에서 발주된 대형 담수 프로젝트를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 두산중공업 측은 “쿠웨이트·리비아·오만 등지에서 올해 수주한 담수 플랜트 사업만 10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며 “연말까지 총수주실적이 4조7,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잘 나갈 때 위기에 대비한다고 했던가. 두산은 한편으론 고민도 컸다. 전용범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인수한 고려산업개발은 아직 뚜렷한 실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발전·담수 플랜트 수주를 독점하고 있지만 2008년께 중동 특수가 지나면 성장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면서 “그룹 차원에서 새로운 성장 엔진이 필요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노조 문제 잠재우는 것이 1차 과제 이런 면에서 대우기계는 아주 매력적인 회사다. 송재학 애널리스트는 “상반기에 중국 쇼크를 받았다고 하지만 대우기계는 여전히 중국 굴착기 시장 1위 회사다. 최근엔 공작기계 수출도 늘고 있다. 여기에다 구미 수출도 호조세”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께 대우기계는 매출 3조1,000억원, 영업이익 3,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며 “매각 가격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대우기계 인수로 두산은 몰라보게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두 회사의 특화된 영업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악재도 있다. 두산으로선 노조의 거센 반발을 잠재우는 것이 1차 과제다. 대우기계 노조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금속연맹은 지난 10월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반(反)노조 성향이 강하고 고용 승계가 불확실한 두산중공업의 대우기계 인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두산 측은 100% 고용보장과 대화채널 구축 등을 약속했지만 노조 측은 “최종 입찰 안내서를 확인해 본 결과 이 조건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래서 과감한 베팅으로 ‘M&A 산’을 넘어온 두산의 다음 ‘산’은 인화 경영이 될 듯하다. 한편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단기적으로 M&A 효과가 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경영에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두산그룹 역시 보다 긴 시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996년 이후 두산그룹은…

“구조조정 모범생에서 M&A 기린아로”
1996년 8월 한국네슬레 지분 매각 (235억원)
1996년 11월 한국3M 지분 매각 (900억원)
1996년 12월 한국코닥 지분 매각 (500억원)
1997년 10월 음료 부문 매각 (4,322억원)

1998년 6월 두산씨그램 매각 (1,275억원)
1998년 9월 ㈜두산 출범 (9개 계열사를 1개사로 통합)
2000년 12월 한국중공업 인수 (3,057억원)
2001년 6월 OB맥주 매각 (총 9,100억원)
2003년 3월 고려산업개발 인수 (3,520억원)
2004년 2월 ㈜STX 지분 12.81% 확보
2004년 10월 대우기계 우선인수협상대상 선정(1조8,000억원)
연말까지 대우종합기계 인수하면…
매출 9조원·자산 12조원대로 재계 9위권 진입
중공업 부문 매출 비중 84.3%로 증가
㈜진로 인수 추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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