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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조 시장… "경비절감 해결사"

연 2조 시장… "경비절감 해결사"

대량구매와 박리다매를 앞세운 MRO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매출을 키우고 있다. 주요 MRO업체 5개사의 고객사는 올해 들어 500개가 넘게 증가했다. MRO시장은 매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업 간 전자상거래(B2B)를 새로 생겨난 영역인 MRO시장을 중심으로 들여다봤다. 철강 B2B에 새 모델을 도입한 이상네트웍스도 살펴본다.

현만영(52) 아이마켓코리아 사장. 삼성물산 출신인 현 사장은 2000년 5월 삼성그룹의 MRO 태스크포스를 맡아 그해 말에 아이마켓코리아를 출범시켰다

대구은행은 지난 2월부터 아이마켓코리아에서 아웃소싱을 시작했다. 대구은행 총무지원팀 조용호 차장은 “평균적으로 20~30% 정도 구매비용을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마켓코리아 측은 “자동입출금기(ATM)·CD기·무인공과금 처리 등 금융자동화기기는 이전보다 30%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무용가구의 절감률은 20%, 통신기기는 24%, 사무기기는 28%에 이른다.

“컴퓨터 등은 본점이 아이마켓코리아의 옥션사이트에서 경매방식으로 일괄구매하고, 복사용지·필기구·음료수 등 자주 구매해야 하는 물품은 각 영업점에서 그때그때 전자 카탈로그를 보고 주문한다”고 조 차장은 설명했다. 그는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각 점포가 개별적으로 물품을 구매하는 데 쓰는 시간을 절약하게 된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처럼 기업소모성자재(MRO갡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 구매를 아웃소싱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MRO란 자본재와 원부자재를 제외한 소모성 자재를 말한다.

MRO 구매를 대신해주는 기업은 MRO업체 또는 MRO e마켓플레이스업체로 불린다. 통계청은 MRO 시장에서 24개 업체가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요 업체로는 아이마켓코리아·LGMRO·엔투비·코리아이플랫폼·엠알오 코리아 등이 꼽힌다. 이들 5개 업체의 고객사는 지난해 말 1,415개에서 최근 1,932개로 500여 개가 증가했다.

외부 전문업체에 MRO를 맡기면 우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비용절감 폭은 차츰 줄어들게 되는데, 첫해에는 20~30%에 달한다. 게다가 업무가 투명해지고 효율도 높아진다. 고객사의 그룹웨어는 구매결정에서부터 대금정산과 세금계산서 발급까지 전 과정이 B2B업체의 시스템과 연동된다. 따라서 여러 단계의 서류작업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또 많으면 수백 개의 거래업체에서 한 장 한 장 영수증을 챙길 필요도 없어진다.

LG전자 창원공장은 “2000년에 LGMRO에서 MRO를 공급받으면서 18단계였던 복잡한 구매과정이 9단계로 줄었다”고 밝혔다. LG전자 창원공장에서는 첫해 11억원을 절감하는 등 2003년까지 약 32억원의 구매비용을 절감했다.

MRO e마켓플레이스 시장 규모는 매년 2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지난 1분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9% 많은 7,060억원어치가 거래됐다. 현만영 아이마켓코리아 사장은 “MRO 구매대행은 경기가 안 좋으면 오히려 잘 된다”고 말한다. 기업들이 구매비용을 한 푼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MRO업체들을 찾게 된다는 설명이다. 현 사장은 “기업들은 매출의 70% 이상을 구매에 쓰고, 이 가운데 30%를 MRO가 차지한다”며 “MRO 아웃소싱으로 10%만 비용을 줄여도 매출액순이익률이 2%포인트 이상 높아지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e마켓플레이스를 통해 2조1,820억원 규모의 MRO가 기업 간에 거래됐다고 집계했다. MRO e마켓플레이스업체들은 시장규모가 매년 30% 이상 성장해 수년 내에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시장이 자리를 잡은 만큼 성장세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MRO업체들은 2000년을 전후해 생겨났다. 삼성그룹은 2000년 5월에 e비즈니스 MRO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7개월의 준비작업을 거쳐 그 해 12월 아이마켓코리아를 설립했다. LGMRO는 2002년 1월에 LG유통에서 분할된 회사. LG유통은 1999년부터 전자상거래사업팀을 발족해 MRO B2B를 벌여왔다.

이들에게는 설립시기 외에 그룹사 또는 출자사를 기반으로 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계열사가 80.9%의 지분을 갖고 있다. LGMRO는 ㈜LG의 100% 자회사. 엔투비는 포스코·KT·한진·금강고려화학 등 4개 그룹이 25%씩 모두 26개사가 출자했다.

코리아이플랫폼은 삼보컴퓨터·코오롱건설·현대산업개발·SK(주)·이수세라믹이 주주다. 엠알오코리아는 SK네트웍스와 미국 W.W. 그레인저(W.W. Grainger)가 51%와 49%씩 출자해 세웠다. 그레인저는 77년의 전통을 가진 미국의 MRO업체로 외형이 40억 달러를 넘는다.

“한국의 그룹 구조 속에서 MRO업체들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MRO 구매대행은 믿을 수 있는 파트너에게 맡기게 마련이기 때문이죠.” 현 사장의 말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그룹 계열사가 아닌 회사에서는 구매부서의 벽을 뚫고 MRO를 대행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MRO를 외부에 맡기면서 많은 회사에서 구매부서의 권한은 물론 인력이 대거 줄었다.

설립 초기에 MRO업체들은 대부분의 매출을 주주 회사와 관계사들에 의존했다. 비용절감 효과가 알려지면서 비관계사 고객이 늘어났다. LGMRO 고객사 가운데 관계사와 비관계사의 비율은 3대 7. 매출 비중은 8대 2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숫자 비율이 2대 8이고, 매출 비중은 7대 3. 엔투비는 매출의 86.6%를 대한항공 등에서 올리고 있다. 엔투비의 고훈철 마케팅팀장은 “지난해부터 비관계사 쪽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코리아이플랫폼은 “주주 회사들에게서 올리는 매출이 20%밖에 안 된다”고 밝혔다.

‘대량구매·박리다매형' 사업이니 당연히 매출액영업이익률이 낮다. 아이마켓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영업이익률은 고작 1.4%. 엠알오코리아는 0.5%. 엔투비와 코리아이플랫폼은 아직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LGMRO는 상장사 평균 수준인 8.8%를 웃도는 10.9%의 매출액영업익률을 올렸다. MRO 구매대행 외에 빌딩관리 사업을 함께 벌이고 있는 덕분이다.

LGMRO는 56만 개의 품목을 취급하고 있고 아이마켓코리아는 40만 개를 중개하고 있다. 기업용품의 가짓수가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니라, 같은 연필이라도 연필심의 강도 등에 따라 여러 개의 품목으로 세분되기 때문이다.
아이마켓코리아의 전략기획그룹 오상화 대리는 “우리는 품목을 국제표준코드에 따라 정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외국과의 B2B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중국의 아이마켓차이나를 통해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실적은 2,150만 달러. 오 대리는 “종합상사에서 거래하지 못하는 직원이 5, 6명인 작은 회사의 제품도 중개한다”고 덧붙였다.



LGMRO, “2006년 중국에서 5,000억 매출”

구매대행으로 자주 조달하는 물품은 뭘까. 아이마켓코리아는 주문건수를 기준으로 할 때 필기구 등 사무용품이 가장 많다고 집계했다. 필기구를 포함한 사무용품의 주문건수는 최근 20개월간 월 평균 3만4,000여 건으로 전체의 37.2%를 차지했다. 이어 전산소모품 주문 비율이 7.5%였고, 청소·생활용품은 6.4%, 인쇄물은 2.3% 등이었다.

한 번 계약을 맺은 기업은 여간해서는 다른 업체로 MRO 구매대행을 돌리지 않는다. 업체를 바꾸면 구매물품 목록을 새 MRO업체 시스템의 분류에 따라 다시 정리해야 한다. 또 회계 등 시스템도 그 MRO업체와 연동되도록 새로 맞춰야 한다. 이 작업은 대개 3개월 정도 걸린다. 물론 최근 대림산업이 MRO업체를 바꾼 것처럼 예외는 있다.

김태오(52) LGMRO 사장. LG회장실 총무팀과 재무팀을 거쳐 LG상사 뉴욕지사장.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올해 1월 LGMRO 경영을 맡았다.

MRO업체들은 인지도가 높아진 만큼 앞으로 1~2년 안에 시장을 대폭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태오 LGMRO 사장은 “중국 난징(南京)에 내년 3월 현지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난징에는 LG전자·LG건설·LG상사 등 LG 계열사 10여 개가 진출해 있다. 김 사장은 “2006년이면 중국에서만 5,000억원 넘게 매출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과 정부 간 전자상거래(B2G) 시장도 공략 대상이다. 아이마켓코리아가 조폐공사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을 고객사로 확보한 데 이어 최근에는 엔투비가 철도청의 MRO 대행업체로 선정됐다.

MRO 시장의 다른 변수는 현대기아차그룹. 현대기아차그룹의 구매총괄본부는 전자경쟁입찰제도(Vaatz)를 통해 MRO 등을 구매하고 있다. 한 B2B업체의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그룹이 MRO자회사를 설립해 계열사 이외의 업체들에게도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시장을 급성장시키면서 판도도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이에 대해 “아직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B2B 새 축은 e마켓플레이스
기업 간 전자상거래(B2B)는 지난해에 235조250억원어치가 이뤄졌다. 1분기에는 61조여 원을 기록했다.

이 거래에 해당하는 B2B업체가 새로 생겨난 것은 아니다. 통계청은 B2B 중 구매자중심형과 판매자중심형은 기존 오프라인에서 장기적이고 고정적인 거래관계를 맺고 있던 대기업과 협력업체 등 간의 거래가 전자적으로 전환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구매자중심형이란 기업이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열어놓고 여러 업체로부터 자본재·원부자재·판매용상품 등을 사들이는 방식을 말한다. 판매자중심형은 기업이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해 여러 업체에 제품을 판매하는 유형.

B2B 중에 새로 등장한 업체들이 수행하는 거래는 중개자중심형. 중개자중심형이란 다수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해 거래하는 방식으로 e마켓플레이스라고도 불린다.

아이엠케이·LGMRO·엔투비·코리아이플랫폼·엠알오코리아 등 MRO 업체들이 여기에 속한다.

통계청은 3월 말 기준 e마켓플레이스 업체를 258개로 집계했다. 이들 업체를 통한 1분기 B2B는 2조4,34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2.1% 증가했다.

기업-소비자 간 전자상거래(B2C) 규모가 같은 기간 1조6,28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2%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B2C가 감소한 반면 e마켓플레이스를 통한 B2B가 는 것은 경기가 악화되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은 반면 기업들은 구매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e마켓플레이스를 더 많이 활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마켓플레이스의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7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MRO가 2조1,820억원으로 29.5%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건자재가 1조3,620억원 18.4%, 화학이 1조1,240억원 15.2%, 철강은 6,970억원 9.4%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구매회사가 MRO를 e마켓플레이스를 거치지 않고 직접 B2B로 조달하는 금액을 연간 10조원으로 잡고 있다. e마켓플레이스 업체들은 이를 포함한 국내 MRO시장 규모를 20조원으로 보고 있다. 거래금액 기준으로 8조원 정도의 시장을 더 개척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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