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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카지노업계 서울·부산 3곳 신규 허가로 울상… ‘잭팟’의 꿈 뭍으로 날아가나

제주 카지노업계 서울·부산 3곳 신규 허가로 울상… ‘잭팟’의 꿈 뭍으로 날아가나

지난 8월 말 제주도 카지노업계가 술렁거렸다. 서울에서 증권회사를 경영하던 L씨가 제주시의 P 카지노업체를 인수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업체는 지난해 매출 57억원에 24억원의 손실을 낸 업계 ‘꼴찌회사’였다.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놓여 있으며, 지난 5년 간의 누적 적자가 122억원이 넘었다. 이런 회사를 덥석 인수했으니 이슈가 될 수밖에…. “무슨 묘수를 내놓을 것인가”하는 수군거림이 있었다. 그런데 ‘날벼락’은 그 다음에 떨어졌다. L씨가 P사를 인수한 지 불과 사흘 뒤 ‘서울 2곳, 부산 1곳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영업장을 신규 허가할 예정’이라는 문화관광부의 발표가 나온 것이다. L사장은 고민에 빠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때 50명까지 줄였던 직원을 70명으로 늘려가며 영업을 재개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P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서귀포의 하얏트카지노는 아예 영업장을 닫아버렸다.

1,018억 매출에 188억 적자 사면초가(四面楚歌). 최근 제주도 카지노업계의 현주소다. 가뜩이나 손님이 떨어지는 판에 관할 부처는 경쟁 도시에 ‘판’을 더 만들어주니 죽을 맛이라는 얘기다. 11월 현재 우리나라에서 영업 중인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모두 13개. 이 가운데 8개가 제주도에 몰려 있다. 노태우 정권 때 제주지역 6개 업체에 한꺼번에 허가를 내준 결과다. 2002년 현재 제주지역 카지노는 평균가동률 3.6%에 7개 업체가 적자 상태다. 업계는 이에 대해 ‘전형적인 공급과잉 상태’라고 말한다. 지난해에는 1,018억원 매출에 188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도 롯데카지노를 빼고는 모두 적자가 예상된다. 국내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 불황’은 5~6년째 계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서울과 부산의 파라다이스를 제외하고는 수지를 맞추는 곳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당장 수요가 늘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카지노 이용객은 99년 69만명으로 정점에 이른 뒤 매년 62만∼64만명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만간 서울 2곳, 부산 1곳에 카지노 영업장이 문을 연다. 서울에서는 한무컨벤션(강남)과 밀레니엄힐튼호텔(강북), 부산에서는 부산롯데호텔이 영업장을 유치했고, 운영은 한국관광공사가 맡게 된다. ‘기존 업계가 고사한다’는 불만도 나왔고 ‘특혜 시비설’이 일기도 했지만 ‘신규 시장을 창출해 파이를 키워야 한다’ ‘파라다이스 독점 구조를 깨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은 것이다. 심각해지는 곳은 제주지역이다. 권영기 카지노관광협회 차장은 “카지노 영업장 총매출의 80% 이상은 ‘하이 롤러’(전문 도박사)들에게서 나온다. 그런데 이들은 대개 서울·부산을 찾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서울·부산에 카지노가 추가로 생기면 제주지역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악재는 또 있다. 경쟁 도시의 성장세가 무섭기 때문이다. 마카오가 대형 카지노를 중심으로 위락단지 조성에 나섰고, 일본도 카지노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두고 서천범 레저산업연구소장은 “외국의 경쟁도시가 ‘롯데’ 같은 대형 백화점이라면 한국은 구멍가게 13개가 난립하는 수준인데, 손님이 어디로 가겠느냐”고 꼬집었다.한편에선 카지노감독위원회를 두는 등 규제 강화도 추진 중이다. 이경숙 열린우리당 의원은 문화관광부 장관 아래 카지노감독위원회를 설치하고, 사무국을 별도로 두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이 안에는 3년 연속 적자가 나면 카지노 영업장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5년째 적자 행진을 하는 제주지역 업체들은 ‘줄폐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면초가에서 제주도 카지노업계가 빼낸 칼이 바로 ‘내국인 입장 허용’이다. 업계는 ‘제주지역 카지노 생존권 확보를 위한 투쟁 위원회’(위원장 최규선 신라카지노 고문, 이하 카생투)를 조직해 문화관광부·관광공사 앞에서 상경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생투 측은 내국인이 카지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거나, 영업장 이관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상우 기획위원장은 “전 세계 120개 나라에 있는 카지노 가운데 내국인 출입이 금지된 곳은 네팔·베트남과 우리나라뿐”이라며 “연 4회·회당 300달러에 한한다는 엄격한 조건을 전제로 ‘내국인 면세점’ 같은 수준의 카지노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업계 측으로선 ‘맥시멈 벳’(Maximum Bet:카지노 용어로 베팅할 수 있는 최대 한도)을 날린 것이다. 이에 대해 ‘뱅크’(Bank:칩이나 카드 등을 보관하는 사무실)는 전혀 뜻이 없어 보인다. 문화관광부의 송덕종 관광산업과 사무관은 “카생투 측의 요구사항은 들어줄 수 없는 조건”이라고 못 박았다. 내국인 입장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설사 내국인 입장을 검토하더라도 이미 내국인에게 개방된 강원랜드와의 관계까지 고려해야 하는 등 해법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 역시 자체 구조조정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국민 정서가 아직까지 ‘도박=레저’가 아니라 일확천금· 재산증식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런 의식이 변하지 않는 한 내국인 카지노 허용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대신 그는 “현실적인 방안은 업체 간 자율적 인수합병으로 대형 카지노를 만들거나 자체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살 궁리’를 먼저 내놓으라는 것이다.

“자체 구조조정부터 하라” 업계 측은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김기획위원장은 “대다수 회사 임원들이 자진해서 봉급을 삭감했다. 제주 칼은 230명이던 직원을 140명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또 제주에 5개, 서귀포 중문단지에 3개 있던 카지노를 각각 1개씩 통합해 법인은 따로 두되 마케팅을 통합하기로 제안하는 등 자구안을 찾던 중에 카지노 신규 허가가 발표됐다는 것이다. 김상우 기획위원장은 “대규모 자본을 앞세우는 라스베이거스나, 자율 경쟁을 강조하는 서울의 잣대가 아니라 ‘제주도의 잣대’로 제주 카지노를 이해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제주지역에서는 직접적으로 업체에서 근무하는 인력이 1,600명, 숙박업 등 관련업소 종사자까지 포함하면 9,000명이 카지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는 이 지역 경제활동 인구 가운데 8분의 1에 해당한다”며 “이들의 줄파산을 지켜만 볼 것이냐”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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