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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유지·보수 업체 ㈜모스테크… “형광등 교체까지 원격으로 척척”

건물 유지·보수 업체 ㈜모스테크… “형광등 교체까지 원격으로 척척”

모스테크 페트롤들이 서울 방이동에 있는 관제센터에서 고객사 건물을 원격 관리하고 있다.
“지금은 휴대전화 한 대만 있으면 커피 자동판매기 사업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커피 재고가 떨어질 때쯤 되면 자동 센서가 휴대전화로 알려줍니다. 인터넷과 통신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지요. 모스테크는 이런 원리를 빌딩 관리에까지 확장한 회사입니다.” 모스테크는 인터넷과 통신기술을 바탕으로 빌딩이나 공장·산업설비를 원격 관리해 주는 회사다. 13년째 이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오정현(46) 사장은 “무인경비업체들이 도둑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해 준다면 모스테크는 건물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기계 고장이나 재해를 미리 진단해 주는 ‘건물 보안관’”이라고 소개했다. “보통 자동차 엔진오일은 5,000㎞ 주행마다 한 번씩 갈아줍니다. 그러나 강원도 산길을 달린 차와 서울에서만 얌전히 운행한 차는 교체 주기가 다를 수밖에 없지요. 어떤 때는 1만8,000㎞를 주행한 뒤에 엔진오일을 교환해도 상관없다고 합니다. 모스테크는 ‘똑똑한 AS센터’라고 생각하면 돼요. 회사에서 어느날 ‘자동차 엔진이 이상하니 점검을 받으세요’라고 미리 연락을 해 주는 거지요.”

단순용역 아니라 ‘노하우’ 산업 이 회사에 빌딩 관리를 맡기면 전기와 전화시설은 물론 급수·배수·경비·주차 등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대신 서울 방이동에 있는 모스테크 관제센터에서 이 많은 정보를 통합 관리해 준다. 혹시라도 건물에 이상이 생기면 80여명의 전문 인력(패트롤)이 급파돼 긴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엘리베이터 보수나 자동주차 시스템 같은 기본적인 건물 관리는 물론 형광등 교체 같은 ‘잡일’도 척척 챙겨준다. 현재 250여개 회사가 모스테크가 자체 개발한 ‘MOS 시스템’의 ‘관리’를 받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200억원대. 오사장은 “빌딩 관리 시장이 연간 14조원대에 이르는 만큼 앞으로 시장 개척이 더 활발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1989년 서울 방학동에 있는 ㈜대상 열병합발전소 자동제어팀에 근무하던 오정현 사장은 독일 유학을 떠난다. 엔지니어로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해야겠다고 결심한 것. 곧바로 평소 회사와 거래 관계가 있었던 ‘클락컴 멜러’ 연구소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여기서 그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배웠다. “클락컴 멜러 공장은 모두 7동이 있었는데, 수십만 평에 이르는 넓은 공장 관리를 1개 팀에서 전담하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하면서 열심히 곁눈질을 했지요.” 결론은 건물 이력이 정확하고 전문가 그룹에 의해 공장이 관리되니까 사람과 장비는 적게 들어도 효율은 오히려 높아지더라는 것. 91년 귀국한 그는 ‘대양제어’라는 회사를 세웠다. 처음에는 주차관리 시스템을 대기업에 납품했지만 서서히 건물·공장 관리 쪽으로 주력 사업을 옮겨갔다. 모스테크가 관리하고 있는 건물이나 공장·생산설비는 대략 250개. SK텔레콤의 중앙관제센터, 서울 서초동의 주상복합건물 ‘아크로비스타’ 등이다. 이 가운데 서울 강남역 인근의 고급 주상복합 ‘성우 오르시떼’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2년 모스테크 MOS 시스템을 도입한 이 건물에는 경비와 청소 업무 담당자만 상근한다. 그러나 입주자들은 컴퓨터를 이용해 시설물이나 근린시설 사용 예약, 불편사항 신고 등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오사장은 “오르시떼는 MOS 시스템 도입 이후 평당 8,000원 하던 관리비용을 7,000원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건물 관리뿐만이 아니다. 전력회사 변압기나 통신회사 케이블 같은 주요 기기에 사전 경보장치가 있다면 그만큼 시설물 유지관리가 편리해진다. 이렇게 보면 모스테크는 일종의 시설물 관리 용역업체라고 할 수 있다. 사업 초창기에는 모스테크를 청소 대행업체로 혼동하는 건물주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공교롭게도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사건이 터지면서 ‘시설물 종합진단’이 각광받게 된 것. 그런데 어지간한 인텔리전트빌딩이라면 이 정도 설비는 당연히 구비돼 있다. 건물 자체적으로 중앙통제센터를 운영하면서 엘리베이터·주차·냉난방 시설을 체크해 준다. 그러나 오사장은 사업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건물을 관리해 주는 회사는 많지만 건물을 진단하고 관리해 주는 회사는 모스테크가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강조한다.

KT와 제휴 ‘비즈메카 모스’ 선보여 “시설물에 이상이 생겼을 때 관리자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은 많지만 ‘어디에 어떤 이상이 있다’고 위험 여부를 미리 알려주는 시스템은 국내에 유일합니다. 이런 기술 노하우가 없다보니 굵직한 경비업체들이 관심을 가졌다가도 이내 포기하는 것입니다.” 기술 노하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이 회사의 주차 시스템이다. 초창기에는 자동주차 시스템 100개를 유지·보수하는 데 63명이 필요했지만 300개로 늘어난 지금은 오히려 관리 인력이 23명으로 줄어들었다. 최근 KT와 제휴를 맺으면서 ‘비즈메카 모스’ 서비스를 선보인 것도 이런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 비즈메카 모스는 인터넷과 첨단 원격관리 솔루션을 이용해 빌딩과 빌딩 내 전기시설·냉난방 설비·공조시설 등을 KT 관제센터에서 24시간 원격으로 모니터링해 주는 서비스다. 오사장은 “이를 통해 연간 수십억원대의 추가 매출이 발생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오정현 모스테크 사장

"뺨 맞으며 품질 경영 배웠다"

1991년 독일 유학에서 돌아온 오정현 사장은 자동 주차관리 시스템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아 ‘대양제어’라는 회사를 세웠다. 이를 기반으로 건물 유지·보수 사업에 나섰다. 사업 초기에는 건물주를 상대로 “관리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으니 MOS 시스템을 도입해 달라”고 설득했지만 그래도 모스테크를 믿지 못하겠다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때마다 그는 주저없이 회사 통장을 보여줬다. 고객에게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100% 품질 아니면 시장에 내놓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은 ‘뺨 사건’이 있고 나서다.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한 나이트클럽에 주차 시스템을 납품했는데, 이 시스템에서 경보가 울려 뛰어나가 봤더니 BMW 자동차 한대가 다 부서져 있는 것이었다. 그 일로 지배인에게 뺨을 맞았다. 그는 “이때부터 품질 경영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오사장이 개인 호적만큼 중요시하는 것이 ‘건물 호적’이다. 이력이 꼼꼼해야 관리가 꼼꼼하고, 이런 ‘관리 문화’가 300년, 400년이 가도 튼튼한 명(名)건축물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는 해마다 유지·보수 비용으로 20억원 정도를 쓴다고 합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페인트칠 하라고 예비비가 잡혀 있는 정도였습니다. 건물 유지·보수는 ‘화장’이 아니라 ‘호적초본 관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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