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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스톤 칼럼 : “아파트 거품 걱정할 필요 없다”

브라운 스톤 칼럼 : “아파트 거품 걱정할 필요 없다”

국내 최고급 아파트로 꼽히는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한국 아파트는 미국 맨해튼 아파트보다 비싸다. 한국의 아파트에는 거품이 끼어 있다. 한국 아파트는 앞으로 폭락할 것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주장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듣다 보면 최근에 빚 얻어서 아파트 장만한 서민은 밤잠을 설치기 십상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주장은 진실일까? 아파트 가격 거품론을 둘러싼 논리상 오류를 들여다 보자. “아파트에 사는 게 알려질까 봐 일부러 집에서 먼 곳에서 차를 내려서 걸어와요. 학교 친구들이 내가 아파트에 사는 걸 알면 무시할까봐 걱정돼요.”(미국의 한국유학생) 이 학생은 한국에서 서울 도곡동의 68평 타워팰리스에서 살다 미국에 왔다. 학교 근처 아파트(방 3개에 월 2,500달러)를 빌려서 산다. “글쎄 서양 아이 부모가 우리집이 아파트란 걸 알고는 얼굴색이 변하지 뭐예요. 우리가 아파트에 사는 걸 알고 난 뒤로는 친구를 초대해도 부모가 허락하지 않는다고 놀러오지 않아요. 미국 애랑 친구를 해야 영어가 느는데. 무리해서라도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가야 할 것 같아요.” (미국에 유학한 아이를 따라온 엄마) 아파트에 사는 게 부끄럽다? 아파트에 살아서 서양 친구가 놀러오지 않는다? 이게 무슨 말일까? 북미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고급 주거 형태는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주거지로서 아파트의 지위와 인기 또한 마찬가지다. 대체로 북미에서 인기 있는 주거지는 단독주택>콘도미니엄>타운하우스>아파트순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인기 있는 아파트가 북미에선 가장 못사는 사람들의 주거 형태다. 통상 아파트는 서민들이 주로 사는 곳으로 지하철역 근처에 짓는다. 쾌적한 주거환경이 아니며 안전하지도 않다. 또 구식 아파트는 실내에 세탁기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경우엔 공동 세탁기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위생관념이 철저한 한국 교민들은 공동 세탁기를 사용해야 하는 아파트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미국인들은 공동주택인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을 선호한다. 북미에서 아파트의 인기와 지위는 한국의 연립주택과 가장 비슷하다. 한국의 아파트는 형태나 주거 수단으로서의 지위를 볼 때 북미에선 고급 콘도미니엄이라고 불리는 주거 형태와 가장 비슷하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인도 단독주택을 가장 선호한다. 일본에서도 맨션아파트란 잘 사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곳이 결코 아니다. 일본의 맨션아파트는 지진 우려 때문에 대개 저층으로 지으며 초고층으로 짓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의 아파트를 우리나라 연립주택과 비교하기도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강남의 13평 아파트값이 일본 도쿄 아파트보다 비싸다”고 주장하며 거품론을 운운하는 보도가 있었다. 강남의 최고 요지에 자리잡아 땅 지분이 40평 아파트 정도 되는 재건축 아파트와 주거지로 인기 없는 일본의 같은 평형 아파트와 평면 비교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러나 사정을 모르는 한국인에겐 버젓이 진실로 통한다. 한국의 최고 인기 주거지인 서울 강남의 아파트와 외국의 주거지로서 가장 인기가 낮은 아파트를 단순 비교하며 거품을 논하기엔 상당한 논리상 오류가 있다. 필자도 앞으로 한국 아파트의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한국의 아파트가 세계 최고로 비싸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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