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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신용등급 A 회복… 대우증권 “1등 신화 되살린다”

5년 만에 신용등급 A 회복… 대우증권 “1등 신화 되살린다”

올해 대우증권 부활이 증권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파이팅을 외치는 대우증권 서울 도곡동 지점 직원들.
최근 대우증권은 5년 만에 내년 증시를 전망하는 대우증시포럼을 재개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대우증권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트리플B에서 A-로 올렸다. 신용등급이 불과 한단계 올랐지만 일간 매체들은 ‘대우증권 5년 만에 A등급 회복’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같은 날 굿모닝신한증권 회사채는 A등급에서 A+로 올라 대우증권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도 대우증권의 신용등급 격상 소식이 훨씬 크게 보도된 것은 증권업계에서 갖는 대우증권의 위상과 그동안의 파란만장한 역사 때문일 것이다. 한때 부동의 증권업계 1위 자리를 지켰던 대우증권은 지난 1999년 대우그룹이 무너질 때 보유하고 있던 수익증권이 휴지가 되면서 무려 2조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신용등급 A의 우량 증권회사가 어느 날 갑자기 신용등급이 엉망인 트리플C 회사로 전락한 것이다. 83년 업계 1·2위였던 동양증권과 삼보증권이 합병해 탄생한 초우량 증권사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당시 대우증권은 싱크탱크 대우경제연구소를 기반으로 리서치 센터까지 운영해 시장점유율은 물론 실력 면에서도 업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대우 계열사 중 유일한 업계 1위이기도 했다.

패배의식에서 분위기 반전 대우증권이 신용등급 트리플C에서 A-가 됐다는 것은 원리금 지급 능력이 모자라 부도 위험이 높은 상태에서 체력을 완전히 회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우증권과 같은 A- 등급의 기업으로는 CJ홈쇼핑·대웅제약·한진해운·동원F&B 등이 있다. 대우 사태로 위기를 맞았던 대우증권은 99년 10월 대우그룹에서 분리했다. 이듬해 5월 주채권 은행이던 한국산업은행이 대주주가 됐다. 이후 대우증권은 인력구조조정·비주력분야 매각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2000년 3월 무렵 3,400명이던 인력은 현재 2,300명 수준으로 줄었다. 대우경제연구소와 대우증권 제우스 농구단과 탁구단·대우증권 본사 사옥도 매각했다. 게다가 싱가포르 법인·대우 헝가리 투신·대우 헝가리 은행 등 해외사업도 대부분 청산 또는 매각했다. 그러는 사이 대우증권은 증권업계 4~5위권으로 밀려났다. 지점 숫자도 줄었다. 대우 사태 이전 대우증권의 지점 수는 123개로 업계에서 가장 많았으나 지금은 LG·현대 등 경쟁사보다 적다. 인재들도 명예퇴직하거나 다른 증권사로 빠져나갔다. 남은 사람들은 1등에서 밀려났다는 허탈함에 패배의식에 빠져 있었다. 침체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손복조 사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대우증권 출신으로 LG선물 사장을 지낸 손사장은 친정에 복귀한 지 1주일 만에 전국의 지점장들을 경기도 과천의 대우증권 연수원에 불러 모았다. 손사장은 지점장들에게 “과거 1위 증권사의 영광을 되찾자”고 호소했다. 1위를 빼앗기고 패배의식에 싸여 있던 임직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한 것이다.김종태 대우증권 서울 도곡동지점장은 “처음에는 다들 새로운 CEO가 오시면 으레 하는 얘기겠거니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까 그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영업 제일주의’ 표방해 실적 관리 손사장은 전국의 영업본부를 누비며 직원들을 만나는 등 솔선수범했다.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으로 ‘쪼는’ 대신 일선 지점장들에게 “지점에 앉아 직원들에게 지시만 하지 말고 영업 일선에서 함께 뛰자”고 호소했다. 손사장이 지점 영업을 독려한 이유는 그동안 증권사들의 주 수입원이던 주식 매매 수수료 수입이 줄며 수익구조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미래형 아이템인 자산관리 서비스에 치중한 결과였다. 그러나 자산관리 서비스의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손사장은 직원들에게 “앞으로의 방향은 자산관리 서비스가 맞지만 당장 현금 창출을 못하면 회사가 쓰러진다”고 강조했다. 손사장은 또 말단사원부터 간부·임원들에 이르기까지 전 직원에게 장·단기 목표를 세우게 했다. 금연·영업실적 향상·살 빼기 등 목표의 주제는 자유였다. 서은화 서현지점 고객지원팀장은 “단기 목표를 세운 뒤 전에는 그냥 지나치던 주변의 잘 되는 금융기관과 가게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역전지점의 김정윤 영업 담당사원은 “목표를 이루겠다는 각오로 한 노래방 사장을 8개월 간 꾸준히 찾아갔다. 그래서 그가 다른 증권사에 들었던 4,000만원가량의 계좌를 우리 지점으로 옮긴 일이 있다”고 말했다.

“점유율 상승 후유증 올 것” 지적도 대우증권은 이 같은 변화가 회사 전체로 확산될 수 있도록 목표 달성 여부를 인사고과에도 반영하고, 우수 사원에게는 포상을 했다. 또 전 직원들의 장·단기 목표를 책자로 만들어 배포했다. 누가 어떤 목표를 세웠는지를 공개한 것이다. 매월 소식지를 발간해 좋은 노하우를 전사적으로 공유했다. ‘영업 제일주의’를 표방하면서 뛰는 분위기는 곧 실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위탁매매 수수료를 기준으로 하는 시장점유율이 손사장이 취임한 지난 6월에는 6.35% 수준이었다. 여기서 7월에 6.72%, 9월에는 6.81%, 10월에는 7.85%로 꾸준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증권사들의 위탁매매 비중은 보통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시장 판도를 들여다보는 척도가 된다. 대외적인 여건도 좋아졌다. 대주주 산업은행은 올 들어 대우증권을 관계사로 육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영철 삼성증권 기업금융부 과장은 “전과 달리 대우증권에서 산업은행과 함께 영업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매각 대신 협력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최근에는 5년 만에 대우증시포럼을 다시 열었다. 이런 행사에 신경쓸 만큼 경제적·정신적 여유가 생긴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우증권이 과거 1등 신화를 재현할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고 한다. 이철호 동원증권 연구원은 “기업신용등급이 오른 것은 유사시 모회사인 산업은행이 빚을 대신 갚아준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다. 지점 영업 강화는 한동안 수수료 경쟁을 자제하던 업계에 출혈경쟁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병문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대우증권은 10월 주식 중개시장점유율이 7.9%로 증권사 가운데 1위였지만 10월 말 고객예수금은 1조18억원으로 9월 말 9,765억원보다 2.6% 늘었을 뿐이다. 이는 시장점유율 상승이 고객자산 확대보다 매매회전율 상승 때문이라는 뜻으로 후유증을 수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용건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대우증권은 그동안 다른 회사에 빌려줬던 채권은 거의 받았고, 갚아야 할 빚도 대부분 정리 단계다. 바닥을 찼기 때문에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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