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이 다시 웃는 그날까지 뛴다
소란스럽고 에너지가 넘치는 코미디 프로의 연출자가 조용히 명상에 잠겨 있는 모습은 특이하다. 하지만 이PD의 생각은 분명하다. “웃찾사는 우리 사회에서 숲 속의 작은 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PD는 “사람들은 고속도로나 도시의 복잡한 길을 걸으며 경쟁하고 있다. 이들에게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숲길을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걸으며 휴식을 취하는 일조차 힘든 현대인들에게 ‘대한민국이 다시 웃는 그날까지’ 그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는 존재가 되겠다는 것이다.
웃찾사가 방영된 지난 2년간의 평균 시청률은 10%였다. 신설 프로란 약점도 있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담지 못해 성적이 저조했다. 하지만 ‘스님’이 꿈이었던 이PD가 연출을 맡고 시간대를 지난 10월 14일부터 일요일 오후에서 목요일 밤 11시로 바꾼 이후 매주 2~3%포인트씩 시청률이 상승했다. 지난 한달 반 사이 무려 10%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이미 20.1%의 시청률을 기록, 목요일 밤 부동의 1위 ‘해피투게더’(17.2%)를 넘어섰고, 코미디 프로의 제왕 ‘개그콘서트’의 아성에도 불과 1%포인트대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SBS 예능국의 한 담당자는 “코미디 프로는 폭발력이 강하다”며 가속이 붙은 웃찾사의 시청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PD는 25%의 시청률을 목표로 삼고 있다.
조연출을 맡고 있는 안철호 PD의 최근 고민은 인간 관계를 상하지 않고 방청권 청탁을 거절하는 일이다. “걸려오는 전화가 너무 많아 반나절이면 휴대폰 배터리가 닳아버릴 정도”라는 안PD는 친인척, 학교 선후배, SBS 관계자, 친구들의 연락이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무심코 방청권을 나눠주다 지방에서 올라온 연기자의 친척에게 자리를 제공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안PD는 과거 텅 빈 방청석을 보며 기죽던 연기자들이 지금은 신이 나서 연기를 하고 있다며 즐거워했다.
웃찾사의 가파른 상승세에는 새롭고 신선한 웃음을 찾아나가는 출연진의 끊임없는 노력이 자리잡고 있다. 매주 2~3개의 새 코너를 소개하며 프로그램 전체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또한 기존 코너들도 신선도가 떨어지면 가차없이 내려졌다. 이PD가 웃찾사를 맡은지 4주만에 80%의 코너가 바뀌었다. 안PD는 “매주 새 코너를 소개한 것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새 코너가 재미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음은 물론이다. 새 코너들은 짧은 시간에 놀라울 정도로 많은 새로운 스타 개그맨들과 유행어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웃찾사 팀 최고참인 컬투의 개그 듀오 정찬우·김태균은 영어를 기가 막힐 정도로 황당하게 한국말로 재해석하며 ‘생뚱맞죠’와 ‘그때그때 달라요’란 유행어를 히트시켰다. ‘택아’와 ‘뭐야’ 코너로 인기를 얻고 있는 김형인과 윤택 콤비의 유행어는 ‘뭐야’와 ‘내돈 내돈 내돈’, 병영 개그로 뭇 남성들의 군대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는 김형인·권성호·최영수 트리오의 ‘그런거야’, 기억상실증에 가까운 건망증을 지닌 조영빈·이재형·한현민 트리오가 펼치는 ‘희한하네’, 그리고 더듬이 춤과 느끼한 행동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리마리오 등 수많은 스타 개그맨과 유행어가 불과 한달 반 사이에 만들어졌다.
느끼한 이탈리아 혈통의 ‘마가린 버터 3세’ 리마리오를 연기하는 이상훈(33)은 요즘 가장 잘 나가는 개그맨이다. 인터넷 개그맨 검색 순위 1위, 개설 한달만에 5만명에 육박하는 인터넷 팬클럽, 그리고 그의 리마리오 댄스를 배우기 위해 열광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 그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무명 연기자였던 이씨가 인기 연예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매회 신선한 코너를 소개하는 웃찾사 특유의 시스템에서 비롯했다. 이씨는 자신이 구상한 ‘리마리오’라는 캐릭터와 더듬이춤을 이PD에게 설명하며 “단 한번만 무대에 올려달라. 그곳에서 한번만 평가받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평소 이씨를 아끼던 컬투의 정찬우도 이씨의 리마리오 캐릭터를 보조하는 ‘랭보’역을 자청하고 나섰다. 관객의 커다란 호응을 얻은 이씨는 지금 웃찾사의 간판 스타로 자리잡고 있다. 재치있는 아이디어와 후배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선배, 그리고 이들을 중용할 줄 아는 연출자의 3박자가 어우러져 이씨는 스타가 됐고 웃찾사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에게도 딜레마는 있다. 제작진은 당분간 가장 웃기는 프로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겠지만 조만간 시청자들이 다음 대사까지 간파해버리는 시간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매회 반복되는 프로그램이지만 정교하게 연출을 변화시켜가며 사람들이 식상해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연기자들도 끊임없이 새로운 코너에 대해 생각하며 자신을 개발하고 있다. 웃찾사 첫회 때부터 작가로 일해온 이화선씨는 연기자들의 노력에 대해 “일주일에 최소한 2~3일은 밤을 새우며 아이디어를 개발한다”고 설명한다. ‘희한하네’팀의 최고참 조영빈(31)은 “7년 전 데뷔 당시에 비해 사람들의 유머 수준이 크게 높아져 있다”고 지적하며 “술집만 가도 주위에 웃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웃찾사 제작진은 “웃찾사를 본다고 해서 세상은 전혀 바뀌지 않겠지만 적어도 마음은 가벼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이 다시 웃는 날까지’라는 거창한 모토를 이들이 언제까지 지켜나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웃음을 찾는 노력은 경기 불황과 각종 사회 문제로 우울해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시 한가운데 숨어 있는 작은 오솔길은 돼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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