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지원으로 신뢰 쌓기… '재해 特需'기회로도 활용
인도적 지원으로 신뢰 쌓기… '재해 特需'기회로도 활용
삼성·LG·현대건설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남아시아 쓰나미 피해 구호에 적극 나섰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복구 사업에서의 실속 챙기기라는 두 마리 토끼 몰이를 했다.
국내외 유수 기업들이 지진해일(쓰나미)이 휩쓴 남아시아 지역에 회사별로 사상 최대의 구호성금을 내놓고 자원봉사도 열심이다.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가 엇비슷한 요즘 브랜드와 이미지가 기업의 흥망을 가르는 중요한 잣대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같은 값이면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좋은 인상을 주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손이 먼저 가게 마련이다.
아니나다를까, 복구 작업이 진행되면서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이들 기업에 돈벌이 기회가 생기고 있다. 피해국가들이 대략 계산한 긴급 공사비만 40억 달러에 이른다. 피해국가들은 1월 6일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담에서 의약품이 아니라 시설 복구가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현금과 중장비 등을 전달하며 얼굴을 알린 국내 건설업계는 내심 ‘재해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건설을 비롯한 삼성물산·대우건설 등은 1970~90년대에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등에서 대규모 건설공사를 한 경험이 있다. 10만 달러의 현금과 중장비 16대 등을 지원한 현대건설은 현지 업체와 연계한 사업을 모색 중이다. 스리랑카에 진출한 경남기업은 5만 달러를 낸 데 이어 현지 사업장의 건설 중장비 350여 대와 200여 명의 인력을 피해지역에 급파했다.
아울러 스리랑카 도로건설 경험을 살려 현지 인맥 재구축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들은 드러내놓고 움직이진 않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참사를 사업 기회로 보고 달려드는 인상을 주면 돈벌이는 커녕 기업 이미지에 먹칠만 하는 꼴이 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피해국가에서 구체적인 복구 계획도 아직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남아시아가 주요 생산기지이자 시장인 삼성·LG·현대자동차 등은 좀더 멀리 본다는 포석이다. 이 지역의 피해 복구에 적극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을 글로벌 무대로 넓히는 동시에 기업 이미지를 높이자는 전략이다. 스리랑카를 제외한 4개 피해국(인도·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에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 등이 진출한 삼성의 경우 그룹 차원으론 처음으로 지원금을 모았다. 지원금액도 사상 최고인 300만 달러다. 애초 500만 달러를 책정했다가 정부와 다른 기업의 사정에 맞췄다.
인도적 차원에서 돕는다는 원칙이지만 사업장과 이해관계 등에 따라 지원 정도를 달리했다. 우용호 삼성사회봉사단 차장은 “삼성네트웍스가 스리랑카 정부의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사업을 따낸 단계지만 스리랑카에는 사업장이 없어 구호금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와는 달리 태국과 인도에는 의료진을 직접 파견하거나 현지에서 의사를 고용했다. 요란하게 떠벌리진 않지만 지원 사실을 우회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삼성전자 인도네시아법인은 지난해 12월 28일 전 직원이 참여해 모금활동을 벌이고, 현지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민영방송 메트로TV에 10억 루피아를 전달했다. 태국법인에서도 지원금을 태국 총리에게 직접 전달해 관심을 끌었다.
89년 사회복지재단 출범을 계기로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한 삼성은 94년 사회봉사단을 만들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공익 마케팅을 펼쳤다. 95년 일본 고베(神戶) 지진 때는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의료진을 파견했다. 99년 대만 지진과 2003년 알제리·이란 지진 때도 물품과 인력을 지원했다.
LG는 LG전자를 중심으로 남아시아 지원에 나섰다. 태국·인도·인도네시아의 현지법인이 20만 달러씩 모두 60만 달러의 구호기금을 전달했다. 의약품을 비롯한 물품도 보내고 무상 서비스팀을 주축으로 자원봉사 활동도 벌였다. LG는 2000년 인도 지진을 제외하곤 해외에서 발생한 재난 구호에 적극 나서지 않았는데 ‘1등 LG’를 외치는 지금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LG는 국내에서 문화·복지·교육·환경·언론 등 5개의 특화된 공익재단을 두고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에 10개의 조립생산 거점을 둔 현대차 그룹도 150만 달러가 넘는 현금과 구호물품을 쓰나미 피해국가에 전달했다. 특히 베르나와 EF쏘나타 등 연 20만 대를 생산하는 인도법인은 구호성금과 정비·부품 할인 등을 더해 70만 달러를 지원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가 장악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에서 현대차의 이미지를 높이는 한편 내수도 크고 유럽과 서남아 수출의 전진기지인 인도에서 브랜드를 적극 알리자는 전략이다.
50만 달러의 성금을 낸 SK도 20만 달러는 화학제품 생산 공장이 있는 인도네시아에 지정해 기탁하기로 했다. 이 회사 제훈호 사회공헌팀장은 “SK와 관련을 맺은 모든 사람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경영이념과 글로벌 시민기업으로 역할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지원에 나섰다”고 말했다. SK는 SK텔레콤과 SK(주)를 주축으로 유·무선 통신 등 자사의 IT 인프라를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국내 간판 기업들을 중심으로 공익 마케팅이 활발하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도 많다는 지적이다. 우용호 차장과 제훈호 팀장은 이구동성으로 “외국과 달리 사회공헌 활동을 펼친 뒤 기업 이미지가 좋아졌는지, 브랜드 가치가 올랐는지 등에 대한 조사와 평가 기능이 부족하다”고 털어놓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남 기업이 스리랑카 남부의 함반토다에서 폐허가 된 마을을 복구 중이다. (오른쪽) LG전자 태국법인 직원들이 구호품을 운반하고 있다. |
아니나다를까, 복구 작업이 진행되면서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이들 기업에 돈벌이 기회가 생기고 있다. 피해국가들이 대략 계산한 긴급 공사비만 40억 달러에 이른다. 피해국가들은 1월 6일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담에서 의약품이 아니라 시설 복구가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현금과 중장비 등을 전달하며 얼굴을 알린 국내 건설업계는 내심 ‘재해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건설을 비롯한 삼성물산·대우건설 등은 1970~90년대에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등에서 대규모 건설공사를 한 경험이 있다. 10만 달러의 현금과 중장비 16대 등을 지원한 현대건설은 현지 업체와 연계한 사업을 모색 중이다. 스리랑카에 진출한 경남기업은 5만 달러를 낸 데 이어 현지 사업장의 건설 중장비 350여 대와 200여 명의 인력을 피해지역에 급파했다.
아울러 스리랑카 도로건설 경험을 살려 현지 인맥 재구축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들은 드러내놓고 움직이진 않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참사를 사업 기회로 보고 달려드는 인상을 주면 돈벌이는 커녕 기업 이미지에 먹칠만 하는 꼴이 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피해국가에서 구체적인 복구 계획도 아직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남아시아가 주요 생산기지이자 시장인 삼성·LG·현대자동차 등은 좀더 멀리 본다는 포석이다. 이 지역의 피해 복구에 적극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을 글로벌 무대로 넓히는 동시에 기업 이미지를 높이자는 전략이다. 스리랑카를 제외한 4개 피해국(인도·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에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 등이 진출한 삼성의 경우 그룹 차원으론 처음으로 지원금을 모았다. 지원금액도 사상 최고인 300만 달러다. 애초 500만 달러를 책정했다가 정부와 다른 기업의 사정에 맞췄다.
인도적 차원에서 돕는다는 원칙이지만 사업장과 이해관계 등에 따라 지원 정도를 달리했다. 우용호 삼성사회봉사단 차장은 “삼성네트웍스가 스리랑카 정부의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사업을 따낸 단계지만 스리랑카에는 사업장이 없어 구호금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와는 달리 태국과 인도에는 의료진을 직접 파견하거나 현지에서 의사를 고용했다. 요란하게 떠벌리진 않지만 지원 사실을 우회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삼성전자 인도네시아법인은 지난해 12월 28일 전 직원이 참여해 모금활동을 벌이고, 현지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민영방송 메트로TV에 10억 루피아를 전달했다. 태국법인에서도 지원금을 태국 총리에게 직접 전달해 관심을 끌었다.
89년 사회복지재단 출범을 계기로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한 삼성은 94년 사회봉사단을 만들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공익 마케팅을 펼쳤다. 95년 일본 고베(神戶) 지진 때는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의료진을 파견했다. 99년 대만 지진과 2003년 알제리·이란 지진 때도 물품과 인력을 지원했다.
LG는 LG전자를 중심으로 남아시아 지원에 나섰다. 태국·인도·인도네시아의 현지법인이 20만 달러씩 모두 60만 달러의 구호기금을 전달했다. 의약품을 비롯한 물품도 보내고 무상 서비스팀을 주축으로 자원봉사 활동도 벌였다. LG는 2000년 인도 지진을 제외하곤 해외에서 발생한 재난 구호에 적극 나서지 않았는데 ‘1등 LG’를 외치는 지금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LG는 국내에서 문화·복지·교육·환경·언론 등 5개의 특화된 공익재단을 두고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에 10개의 조립생산 거점을 둔 현대차 그룹도 150만 달러가 넘는 현금과 구호물품을 쓰나미 피해국가에 전달했다. 특히 베르나와 EF쏘나타 등 연 20만 대를 생산하는 인도법인은 구호성금과 정비·부품 할인 등을 더해 70만 달러를 지원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가 장악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에서 현대차의 이미지를 높이는 한편 내수도 크고 유럽과 서남아 수출의 전진기지인 인도에서 브랜드를 적극 알리자는 전략이다.
50만 달러의 성금을 낸 SK도 20만 달러는 화학제품 생산 공장이 있는 인도네시아에 지정해 기탁하기로 했다. 이 회사 제훈호 사회공헌팀장은 “SK와 관련을 맺은 모든 사람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경영이념과 글로벌 시민기업으로 역할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지원에 나섰다”고 말했다. SK는 SK텔레콤과 SK(주)를 주축으로 유·무선 통신 등 자사의 IT 인프라를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국내 간판 기업들을 중심으로 공익 마케팅이 활발하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도 많다는 지적이다. 우용호 차장과 제훈호 팀장은 이구동성으로 “외국과 달리 사회공헌 활동을 펼친 뒤 기업 이미지가 좋아졌는지, 브랜드 가치가 올랐는지 등에 대한 조사와 평가 기능이 부족하다”고 털어놓았다.
외국기업은 홍보는 ‘No’…주특기 살린 지원도 |
미국 파이저 현금 1,000만 달러(의약품 2,500만 달러), 코카콜라 1,000만 달러, BP 300만 달러, 미셰린 280만 달러, 도요타(豊田) 100만 달러…. 세계 유수의 기업들도 남아시아 지원에 적극 나섰다. 특히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은 미국 정부와 달리 미국 기업들의 손은 컸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대부분 재앙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애썼다. 진정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 마음에서 비롯된 지원이라는 인식을 고객에게 심기 위해서다. 기업이 재난을 상술로 이용한다는 식으로 비칠 경우 장기적으론 이미지와 매출 등에서 손실을 입는다는 게 광고업계의 분석이다. 알트리아그룹에 인수된 필립모리스는 2000년부터 여성과 재난구호 활동을 벌인다는 점을 홍보하는 데 1억 달러를 써서 눈총을 받았다. 이와는 달리 알트리아그룹은 이번에 100만 달러를 구호기금으로 내놓으면서 자사 웹사이트에만 살짝 공개했다. 코카콜라도 구호금으로 1,000만 달러를 쾌척했지만 이를 알리는 홍보나 광고는 전혀 계획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기업의 주특기를 살린 지원활동으로 자연스레 홍보 효과를 거둔 기업도 많다. 유럽에서 가장 큰 제약업체인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100만 회 복용 분량의 항생제를 보냈으며 추가 지원을 검토 중이다. 독일의 해외 운송업체인 DHL은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에 구호물품 보관 창고를 제공하고 원조물자 수송에 필요한 비행기를 보냈다. 브리티시텔레콤과 케이블&와이어리스 등은 기술진을 보내 통신망과 장비를 복구했고, 이동통신업체인 프랑스텔레콤과 보다폰그룹은 휴대전화 등 긴급 통신수단을 제공해 좋은 인상을 심었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검은 반도체’ 김 수출 역대 최고기록 달성…10억달러 수출 청신호
2이복현 "상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합리적"
3롯데, 해외 부실면세점 철수 검토…케미칼, 자산매각 추진
411월 기록적 폭설에 車사고 60% 급증…보험료 인상 조짐
5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4년만에 승인…통합 LCC도 출범
6이재명 “‘국장’ 떠나는 현실...PER 개선하면 ‘코스피 4000’ 무난”
7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 2년 만 수장 교체…신임 대표는 아직
8상법 개정 되지 않는다면 “국장 탈출·내수 침체 악순환 반복될 것”
9열매컴퍼니, 미술품 최초 투자계약증권 합산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