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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다가온 RFID 시대 RFID 순식간에‘계산 끝’ 유통혁명 시작됐다.

눈앞에 다가온 RFID 시대 RFID 순식간에‘계산 끝’ 유통혁명 시작됐다.

독일 최대의 소매 체인인 ‘메트로’. 이곳에서 소비자들은 무선 컴퓨터가 장착된 쇼핑 카트를 통해 원하는 상품의 정보와 매장 내 위치를 알 수 있다.
국내의 한대형 쇼핑몰 계산대. RFID가 본격 도입되면 계산대 앞에서 줄 서는 모습이 사라지게 된다.
2008년 3월 어느 날 오전 6시30분. 경기도 구리에 사는 회사원 김정수(가명)씨는 일어나자마자 냉장고를 열고 단말기를 갖다댄다. 그러자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물들의 유통기한·칼로리·조리법 정보 등이 단말기에 표시된다. 지난달 건강검진에서 비만 판정을 받은 그는 모닝빵(218Kcal)과 물 한 잔(30Kcal)으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한다. 회사에 입고 갈 옷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오늘은 영업전략 회의가 있는 날. 단말기에 ‘회의’라고 입력하자 김씨가 가지고 있는 옷 가운데 얼마 전 세탁해 놓은 감색 수트와 체크무늬 넥타이를 추천해 준다. 김씨는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서울 강남 서초동으로 출근한다. 톨게이트를 지나갈 때 통행료를 내기 위해 차를 세울 필요가 없다. 톨게이트에 설치된 판독기가 김씨의 차를 인지하고 김씨 계좌로 비용을 자동 청구하기 때문이다. 퇴근길에는 오랜만에 할인점에 들러 장을 본다. 회원제로 등록한 할인점에 들러 쇼핑카트에 부착된 단말기에 자신의 ID를 입력한다. 단말기는 김씨의 과거 쇼핑 기록을 토대로 쇼핑 품목을 추천한다. 김씨가 오늘 사야 할 품목을 별도로 입력하자 매장 내 상품 위치·가격·정보 등이 화면에 뜬다. 쇼핑을 마친 그는 이번에도 계산대 앞에서 줄 설 필요 없이 무인 판매대를 유유히 지나간다. 물건 값은 김씨의 계좌로 추후 자동 청구된다.

지루하게 줄 서는 판매대는 가라 이르면 3∼4년 안에 현실화될 우리 생활의 모습이다. 바로 무선인식태그(RFID) 기술 도입을 통해서다. 차세대 정보기술(IT)의 성장 동력으로 여겨지는 RFID는 유통 프로세스를 혁신시키고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컴퓨터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세상에 한 발짝 다가서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RFID라는 개념이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실생활에서는 널리 사용되고 있다. 초보적이기는 하지만 교통카드가 대표적인 예다. 카드에 내장된 칩이 버스나 지하철역에 설치된 인식기와 무선으로 통신하므로, 인식기에 가까이 대기만 하면 바로 결제가 이뤄진다. 교통카드는 10㎝ 이내에서 칩을 인식하지만 주파수 출력을 900MHz, 2.45GHz 등으로 올리면 최대 27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무선 통신이 가능하다. <용어설명 참조> 현재 미국·유럽·일본 등에서는 RFID에 대한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곧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특히 유통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독일 최대 소매업체인 메트로는 2200여개 점포의 공급망·재고관리·판매대에 이르는 유통 전 단계에 RFID를 도입했다. 손잡이 부분에 ‘PSA(Personal Shopping Assistant·쇼핑 도우미)’라고 불리는 무선 컴퓨터가 장착된 쇼핑카트를 통해 소비자들은 PSA 화면에서 원하는 상품에 관한 다양한 정보 및 매장 내 상품 위치를 얻을 수 있다. 쇼핑카트에 물건을 담고 매장을 나가면 신용카드로 쇼핑목록에 대한 청구가 자동적으로 이뤄지며, 재고 내역 역시 실시간으로 갱신된다. RFID 기술 덕분에 대형 쇼핑센터에서는 ‘장사진(長蛇陣)’이라는 말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입장권에도 RFID 기술이 도입된다. 3월 25일부터 9월 25일까지 일본 아이치(愛知)현에서 개최되는 만국박람회에서는 입장권에 ‘뮤칩(M-chip)’을 넣고, 5만명의 방문자에게 개별 ID를 지급해 어느 곳에서든 정체 없이 출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RFID는 마약도 잡는다. 올해부터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주요 제약업체들은 약병에 소형 RFID 칩을 부착할 예정이다. 우선 마약으로 남용되는 약품에 RFID 칩을 부착해 유통 전 과정을 추적 가능토록 한다는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마약류나 가짜 의약품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가 RFID에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이 무한대라는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인 ‘AMR 리서치’는 RFID 시장이 올해 1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50% 이상 성장한 수치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ID 테크EX’는 시스템과 솔루션을 포함하는 RFID 시장이 매년 연평균 30% 이상 성장해 2010년께에는 1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만큼 ‘먹을 것’이 많다는 얘기다. 자체 시장도 크지만 향후 활용 범위나 용도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기 때문에 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RFID는 유통업체는 물론 조달·물류·국방·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품의 생산-유통-보관-소비 등 전 과정에 도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재고관리의 경우 창고원이 단말기를 이용해 상품의 위치와 재고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경영컨설팅 회사 AT커니는 RFID를 도입할 경우 유통업체의 재고관리 비용이 회당 5% 줄어들고, 연간 약 7.5%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은 걱정거리 정부를 비롯해 많은 기업이 RFID 기술투자 및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RFID 기술은 전파를 이용해 소리 없이 개인의 모든 정보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정보가 쉽게 노출되고, 업체의 영업활동에 활용되는 등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2003년 필립스는 의류업체인 베네통의 모든 의류에 반도체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 라벨 프로젝트’를 발표했지만 1개월 뒤 ‘유보’로 돌아섰다. 소비자 단체들이 “개인 사생활이 침해된다”며 거세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RFID 태그가 내장된 옷을 사 입을 때 리더만 읽으면 그 사람의 브랜드 취향과 사이즈는 물론 구매시기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개인 입장에서는 ‘재앙’인 셈이다. 비슷한 이유로 소매점에서 분실률이 높은 면도기 브랜드 질레트가 마이크로칩을 장착한 ‘스마트 선반’을 도입하기로 했다가 6개월 만에 사업을 중단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RFID에 개인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적 보안장치를 도입하는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일반인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마케팅과 홍보활동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제도적으로는 정보통신부 또는 독립적인 개인정보 보호기관이 RFID 칩 사용 업체를 대상으로 사전 동의 없이 개인의 정보를 수집·가공하는 것을 금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RFID를 도입하는 업체들도 이 칩이 내장된 물품에 그 존재를 표시하고, 칩에 내장된 정보를 읽는 판독기의 위치를 공개해 누가 어떤 정보를 추적하고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알려 추후 제기될 수 있는 심각한 사생활 침해 논란을 방지해야 한다.


용어설명:무선인식태그(RFID)는…

반도체 칩을 내장한 태그·판독기·안테나로 구성된 무선주파수 시스템.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Tag’의 약자다. 생산에서 배송·소비·폐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특정 제품의 물체 추적이 가능하다. 현재 대형 유통업체에서 취급되는 대부분의 상품에 부착돼 있는 바코드(Bar-Code)를 한 단계 발전시킨 형태로 생각하면 된다.

RFID와 바코드는 자동으로 자료를 입력하거나 읽을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RFID는 바코드에 비해 원거리에서 더 많은 정보를 짧은 시간 안에 읽을 수 있고, 다양한 부문에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RFID 기술이 바꿔가는 세상들

의류 : 의류 및 상품에 부착된 RFID 칩은 도난 및 불법 유통을 방지하며, 무인 판매대를 가능케 한다. 손님들이 자유롭게 입어보거나 시험해본 뒤 물건을 가지고 바로 매장을 나가도 자동 계산된다.

제약 : RFID 칩이 부착된 약품 용기는 시각장애가 있는 사용자들이 판독기를 대면 음성으로 약품에 관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으며, 제약업체들은 약품의 유통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레스토랑 :
그릇에 부착된 RFID 칩은 음식의 종류 및 가격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어,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먹고 나가면 자동으로 계산이 되고 레스토랑 운영자에게는 식자재 재고 관리에 대한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

음식물 : RFID 칩을 부착한 음식 재료에 단말기를 갖다 대면 유통 과정은 물론, 적당한 요리법이나 부패 여부에 대한 정보가 화면에 나타난다.

병원 : 이름·혈액형·의료기록 등의 정보를 담고 있는 칩을 몸에 삽입하거나 팔찌 형태로 부착하고 다닐 수 있어, 진료를 받을 때 바코드처럼 스캔된다. 환자를 치료하고 약을 투여할 때 실수를 줄여주고, 어느 병원에서나 환자의 의료기록 정보 공유가 가능해져 진찰이 쉬워진다.

톨게이트 : 톨게이트에 설치된 판독기가 차량에 부착된 칩을 읽을 수 있어 운전자들은 차량을 멈추지 않고 지나갈 수 있으며, 판독기를 통해 차량 식별 및 사후 요금 징수가 가능해진다.

놀이공원 : 팔찌에 부착된 칩을 통해 입장객들이 번거롭게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이용하지 않고도 놀이 공원 내 레스토랑 이용 및 기념품 구입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어린아이들의 위치 추적이 가능해 미아를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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