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자 문제 대안은 없나 “맞춤형 회생 시스템 가동하라”
신불자 문제 대안은 없나 “맞춤형 회생 시스템 가동하라”
신용불량자 문제가 여전히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불자 수는 362만명에 달해 경제활동인구의 2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네 명 중 한 명은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신불자 문제의 해답은 어디에 있을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무리한 빚을 지지 않도록 스스로 소득 수준에 맞는 소비를 하는 것이다. 금융기관 역시 잘못된 대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돼 버린 신불자 문제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현재로서는 더 시급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현재 신불자 문제가 내수경기 회복을 겨냥한 정부의 정책적 오류가 낳은 부작용이 강한 만큼 이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과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을 구분해 채무자별로 ‘몸에 맞는’ 회생 시스템을 가동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덕성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신용불량자가 급속히 늘어난 것은 개인적인 책임보다 정부 정책에 기인한 바 크다”며 “금융기관 역시 부실한 신용평가 시스템을 기반으로 마구잡이식 대출을 해 줬다는 점에서 정부·금융기관·신불자 모두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사례에서 배울 점은 하루빨리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더 이상 도덕적 해이만을 탓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파산법에 채무자의 갱생을 목적으로 하는 채무재조정 제도가 도입돼 있어 각종 정부 기구와 공공기관·비영리단체 등이 파산 이전 단계에서 다양한 구제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특히 구제활동에는 채무로 인한 문제뿐 아니라 도박·음주·마약 등 가정문제를 동반하고 있는 경우까지 범위가 확대돼 있는 실정이다. NFCC와 CCCS·AICCCA·CCCA·BBB·NVFS와 같은 기구들은 광범위한 지역에서 24시간 전문 상담사를 통해 부채 문제는 물론 부채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다양한 문제까지 처리해 준다. 채무자 입장에서 채권금융기관과 협상해 효과적인 변제 방법을 이끌어 내는 부채 관리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실업·이혼·과소비·부도 등의 이유로 부채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대표적 상담기구인 CAB·NDL·DAB 등과 연계한 신용상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와는 다르게 영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장려하기도 한다. 특히 CAB는 부채 문제뿐 아니라 세금에서부터 전기세 등 생활에 필요한 각종 부대 비용까지 조정하는 종합적인 신용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석승억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 대표는 “다양한 변제 방법과 채무자 회생 방안이 필요하지만 그런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탕감정책만으로 신불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선 안 된다”며 “부채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신용교육을 하고, 보증제도를 폐지하는 등 신불자 양산 방지 측면도 활발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동현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부장은 “대부분의 사람이 워크아웃이나 배드뱅크가 국가 제도인 것으로 착각하지만 이는 엄연히 채권기관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부채를 회수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채무자에게 합법적으로 추심할 수 있는 법적 제도를 마련하고, 개인회생·개인파산도 절차를 간소화해 비용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영세 자영업자·청년층·극빈층에 대한 구제책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대출은 처음부터 돈을 받을 수 없는 사람에게 빌려 준 ‘약탈적 대출 행위’인 만큼 채권자인 금융기관 스스로 고통분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는… | | 지난해 35만 명의 신불자 구제 아직까지 어떻게 부채를 갚아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빚 문제는 시간을 오래 끌수록 심각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신용회복위원회는 개인 워크아웃 상담 외에 워크아웃을 신청하러 온 채무자가 자격이 되지 않을 경우 개인회생·개인파산과 관련된 안내를 해 주고 실무적인 서류 작성 방법도 도와주고 있다. 지난해 대책 발표 당시 신불자 문제를 방치할 경우 45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었다. 신불자가 360만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100만 명 정도의 신불자 감소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난해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구제받은 신불자는 약 35만 명에 달한다. 현재까지 개인 워크아웃의 경우 실효율이 7%대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워크아웃을 신청하는 신불자의 경우 상환 금액과 기간을 조금 여유있게 짜 주고 있다. 조금이라도 여유 자금을 마련해 워크아웃 이후의 대책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각 금융기관과 새로운 채무조정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소득으로 부채를 갚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이자를 받지 않고 원금만 받거나 상환 기간을 늘려주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워크아웃을 받고 있는 사람 중 여러 가지 사정으로 상환 일정에 따라 변제하기 힘들 경우 무리하게 또 다른 빚을 얻지 말고 상담을 통해 채무재조정을 받는 방법을 권유하고 싶다. 앞으로 법원의 개인회생·개인파산 제도가 활성화되면 금융기관들은 조금이라도 더 부채를 돌려받기 위해 양보의 폭을 늘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힘으로 빚을 갚겠다는 의지가 아닐까 한다. 한복환 신용회복위원회 사무국장 gatehan@ccrs.or.kr |
신불자 구제 대안 ‘노동은행’ | | “돈 없으면 노동력으로 갚게 하자” 노동은행을 통한 ‘노동 마일리지 시스템’은 채권회수와 채무변제를 위해 실물화폐가 아닌 노동 자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대안화폐 개념이다. 신용카드나 신용대출 등을 비롯한 모든 대출이 미래의 소득을 현재의 시점에서 현금화해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시점의 노동 능력도 미래의 소득으로 환산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일자리만 제공할 수 있다면 채무변제와 채권회수에 별 무리가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노동은행에 가입하고 노동은행에서 제시한 근로를 충실히 이행할 경우 생계에 필요한 만큼의 대가는 현금으로 지급하고 남은 미지급분은 노동은행을 통해 채무변제를 대신하는 방식이다. 채무가 없는 경우에도 노동은행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데 이때는 노동 마일리지를 축적해 서비스나 물품을 공급받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고 타인(제3자)의 채무변제를 위해 양도할 수도 있다.특히 채권금융기관은 부실 채권을 보유하는 과정에서 이를 관리·추심하는 비용 때문에 채권 추심 대행업체에 부실 채권을 매각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상당한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동은행이 운영될 경우 채권금융기관은 부실 채권을 노동은행에 투자하고 그에 상응하는 전환사채를 받거나 일정 권한을 부여받아 투자한 부실 채권만큼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미래의 특정 시점에서 빚을 진다 하더라도 잉여 노동력을 마일리지로 미리 적립해 뒀다면 이를 채무변제에 사용할 수도 있다. 마일리지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상담을 통해 부채·지출 규모, 가용소득의 범위는 물론 노동능력까지 평가받아야 한다. 이를 근거로 노동은행은 채무자의 새로운 채권자로서 채무자 위주의 회수 정책에 따라 채무자와 그 가족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며 취업과 연계해 변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석승억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 대표·hokma7@paran.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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