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의 컨버전스 특강 ⑧ | 싸이월드·옥션 등… “고객과 함께 만들어라”
김용태의 컨버전스 특강 ⑧ | 싸이월드·옥션 등… “고객과 함께 만들어라”
싸이질 하세요?” 지난해부터 싸이월드가 붐을 이루고 있다. 개인들의 미니 홈피로 시작된 싸이월드에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치인도 싸이월드에 미니 홈피를 만들지 않고서는 국민과 커뮤니케이션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 싸이질·파도 타기·도토리 같은 신조어를 모르고서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싸이월드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옥션도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지 않는다. 대신 고객들이 직접 참여해 운영하게 하는 방식으로 가치를 만들고 있다. 회사는 단지 고객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소프트웨어만 제공해 주고, 실제 운영은 개인들이 하고 있다. 소비자가 가치를 만든다? 이것은 지금까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판매함으로써 단계별로 가치를 부가해 나가는 방식과는 다르다. 고객을 끌어들이고 고객에게 주도권을 줌으로써 가치를 융합하는 방식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고객이 참여하면서 새로운 가치방정식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온라인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이것이 과연 오프라인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 가능하겠는가”라고 묻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은 ‘예스(Yes)’다. 젊은 층을 겨냥하는 제품의 경우 출시에 앞서 관련 커뮤니티들과 대화하는 사례는 많았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소비자들을 참여시키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네덜란드 필립스 NV의 사례를 보자. “필립스는 산업 설계자, 능력 있는 심리학자·인류학자·사회학자를 이동 밴에 실어 이탈리아·프랑스·네덜란드에 있는 커뮤니티로 보냈다. 그들은 전문가와 고객이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는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 필립스는 모든 아이디어를 살펴보고, 그 범위를 좁혀 어린이를 위한 하나의 새로운 쌍방향적 온라인 제품으로 만들었다.”(레지스 메케카 지음, 『실시간 마케팅』에서) 화장품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미샤’는 소비자들이 직접 만든 브랜드다. 여성 포털 사이트인 뷰티넷 회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제품에 반영하고 시제품을 직접 써본 뒤 출시했다. 고객을 참여시켜 주도권을 주는 것은 상상치 못하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예측한 ‘프로슈머(prosumer =producer+ consumer)’, 즉 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의 출현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고객을 단순히 마케팅의 대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가지고 있던 힘이 빠른 속도로 소비자에게 이동하고 있다. 앞을 내다보는 기업들은 고객을 마케팅 과정에 참여시키고, 공동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고객관계관리(CRM)의 요체도 고객 참여에 있다. 고객을 감동시켜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치를 만들어 가는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고객에 대한 인식의 전환 없이는 CRM에 투자한 많은 비용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고객을 참여시키고,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함께 가치를 융합해 가는 컨버전스 문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은 고객들과 대화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고객과 대화하는 기업이 미래를 경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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