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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개 상품 난립, 판매액 2조 넘어…부동산 펀드 ‘안전핀’ 확인이 우선

90개 상품 난립, 판매액 2조 넘어…부동산 펀드 ‘안전핀’ 확인이 우선

일러스트:조경보·siren71@hitel.net
최근 한 자산운용사의 부동산 펀드가 사업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조기 청산됐다. 이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그동안 인기를 모았던 부동산 펀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여타 부동산 펀드들도 안전한지를 따지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마침 새 ‘간접투자 자산운용업법’ 시행에 따라 처음 등장한 지 1년 된 시기여서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부동산 펀드는 지난해 5월 첫 상품이 나온 이래 총 90개가 등장했다. 총판매액은 지난해 말 8610억원에서 5개월 만에 2조11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부동산 펀드는 대출용 펀드를 비롯해 임대용 펀드, 경매펀드 등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부동산 펀드는 오피스텔·상가·아파트 등을 짓는 데 필요한 자금을 펀드에서 대출 형식으로 빌려주고 미리 정한 대출금리를 받아 다시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형태가 주류다. 이를 개발대출형(Project Financing·PF)이라고 한다. 그 밖에도 펀드는 다양하다. 사무용 빌딩 등을 직접 사 임대 수익을 얻거나 되팔아 시세차익을 올려 배당하는 ‘수익성 부동산 펀드’가 있는가 하면 법원경매나 공매에 참가해 우량한 부동산을 낙찰받은 후 매각차익이나 임대 수익을 올리는 ‘경매 펀드’가 있다. 해외부동산에 직접 투자하거나 해외 부동산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펀드 오브 펀드 형식의 ‘해외투자형 부동산 펀드’도 있다. 부동산 펀드의 운용은 자산운용사가 시행하고, 판매는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이뤄진다. 가입액은 보통 100만원 이상으로 운용기간은 3개월에서부터 10년이 대부분이다. 목표수익률은 연 7% 안팎으로 펀드로 모은 자금은 부동산 건설자금으로 대출되거나 빌딩 임대수익, 경매물 매매차익, 해외부동산 매입 사업 등에 투자된다. 투자자는 부동산 취득세 및 등록세를 50% 감면받고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대신 배당소득세(15.4%)만 내면 된다. 중도 환매는 불가능하지만 투자금 회수가 필요하면 주식시장에서 시가로 매매할 수도 있다.

원금보장 위한 안전장치 필요 이처럼 부동산 펀드는 지식이나 자금이 부족해 부동산에 투자하기 어려운 투자자들이 손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연 7~8%대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어 고수익 상품으로 크게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무턱대고 투자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대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자산운용회사가 과연 통제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가장 먼저 은행을 찾아가 저리의 대출자금을 조달받기 위해 애쓸 것이다. 은행 역시 우량 대출처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업성만 괜찮다면 대출을 못해줄 이유가 없다. 그러나 부동산 펀드를 통해 보다 많은 부담을 안고 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은행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제2 금융권을 이용할 만큼 사업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뜻도 된다. 부동산 펀드가 고수익률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은 그만큼 위험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자산운용회사에 있는 부동산 펀드 관련 운용 인력들이 아직은 장기간 운용성과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중요하다. 객관적인 펀드 실적으로 운용인력들의 전문성을 평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자산운용회사가 잘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투자하거나 아니면 부동산 펀드의 사업안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투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높은 위험을 감안했을 때 부동산 펀드로 기대하는 수익률은 결코 높지 않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연간 7~8%대에 달하는 수익률은 현 시점에서 예상할 수 없는 각종 구조적인 위험과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유동성 리스크를 감안한다면 높은 수익률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부동산 펀드는 원금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안전장치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반드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긴 운용기간 중 중도환매가 금지되므로 충분한 여윳돈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 특히 빌딩이나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을 구입해 임대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해 주는 부동산 펀드는 최소 5년 이상의 중장기 상품이므로 장기 투자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은 취급하지 않아 결국 아무리 안정적인 상품처럼 포장돼 있는 부동산 펀드라도 투자실적에 따라 성과를 배분하는 간접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자금이 장기간 묶이거나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 펀드에 가입하기 전에 점검해 봐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자산운용사가 부동산 펀드를 운용하고 관리할 전문인력을 충분히 갖췄는지 따져야 한다. 그리고 운용사에서 밝힌 전문인력들이 부동산 펀드와 관련해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도 체크 포인트다. 부동산 펀드는 무엇보다도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업분석과 진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요인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펀드 매니저의 운용역량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제아무리 각종 안전장치를 설계해 놓았다고 하더라도 사업 자체가 부진하다면 결국 부동산 펀드의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동산 펀드가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사업성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시공사가 보증하거나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해놓았다 하더라도 분양이 안 되거나 사업허가가 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부동산 펀드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양호한지 나름대로 따져봐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부동산 사업의 주체인 시행사나 보증기관인 시공회사가 튼튼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주택분양이 안 될 경우 시공회사가 인수하는 것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해도 다른 사업으로 시공회사가 어려운 지경에 빠진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행사의 경우도 부동산 대출의 상대회사인 데다 법률행위의 주체인 점에서 신용도가 있는 곳인지 살펴야 한다. 끝으로 고수익을 줄 것이라는 등의 막연한 기대보다는 자산배분 차원에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능한 한 주식이나 채권펀드 중심으로 투자자산을 장기간 운용하고 부동산 펀드 투자는 많은 투자대안 중 하나로 고려해야 한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대형 자산운용회사들이 부동산 펀드를 거의 취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동산 펀드의 규모도 약 3000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8조 달러에 달하는 뮤추얼펀드의 4%에 못 미치는 규모다. 특히 우리나라와 달리 부동산 펀드의 90%는 임대사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대출용 부동산 펀드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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