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1위, 이젠 유럽서 승부
아시아 1위, 이젠 유럽서 승부
공무원에서 민간회사 CEO로 변신한 박종원 사장. 그는 1978년 민영화가 됐지만 공기업이나 다름없는 기업문화를 보였던 대한재보험에 98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2002년 6월엔 회사 이름도 코리안리(Korean Re)로 바꿨다. 그가 지난 7년간 기업문화를 혁신하며 거둔 괄목할 만한 성과로 코리안리는 이제 진정한 민영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 회사는 6월에 이제 세 돌을 맞습니다. 새롭게 태어나 막 출발한 회사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려면 아직도 할 일이 많습니다.” 코리안리 박종원 사장이 요즘 임직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박 사장의 경영 키워드 중 맨 앞을 차지하는 것이 변화다. 그는 늘 변하지 않으면 정체되고 뒤떨어지게 된다고 강조한다. 3년 전에 회사 이름을 바꾼 것도 변신하겠다는 의지를 안팎에 알리고 다지기 위한 작업이었다.
코리안리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이는 무엇보다 경영실적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코리안리가 탈바꿈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박 사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외환위기로 기업이 잇따라 쓰러지자 코리안리는 회사채 지급보증보험 종목의 재보험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당시 많은 대형 금융회사는 문을 닫거나 공적자금을 받아 살아남았지만, 98년 7월 중순에 취임한 박 사장은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회기 말에 오히려 37억원의 이익을 냈다. 박 사장은 이어 공격적인 경영에 돌입한다.
우선 수입보험료를 97년 1조541억원에서 지난해 2조5,470억원으로 약 2.4배로 키웠다. 7년 동안 연평균 13.4% 성장한 것. 보험사의 외형은 대개 영업수익보다는 수입보험료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순이익도 98년 흑자전환(37억원 흑자)한 뒤 99년부터 2004년까지 흑자행진을 이어왔다. 2001년에 창사 이래 최대인 68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5월 9일 서울 수송동 코리안리 사옥의 대회의실에서 박 사장을 만났다.
“9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이 3,027억원으로 이전 36년간 누계 827억원의 3.7배입니다.” 박 사장은 “코리안리의 생산성이 국내 최상위 수준”이라며 말을 이었다. “수입보험료를 코리안리의 임직원 수인 223명으로 나누면 1인당 114억원의 수입보험료를 올린 셈이죠. 비상위험준비금을 포함한 수정당기순이익은 1인당 3억7,000만원을 거뒀어요.” 비상위험준비금은 큰 화재나 홍수와 같이 발생확률이 불규칙한 재해에 대비해 적립하는 준비금을 말한다.
주가는 또 어떤가. 98년 7월 초에 6,500원대였던 코리안리의 주식은 지난해 7월에 액면가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된 뒤 최근에는 5,5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가가 약 8.5배로 뛴 셈이다. 이에 따라 대주주인 원혁희(79) 명예회장 일가의 지분 평가액도 급증했다. 원 명예회장은 박 사장을 전적으로 신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파선에 비유되던 회사를 쾌속정으로 개조한 비결이 뭘까. 박 사장은 창의성과 적극성, 그리고 고객지향적인 영업을 들었다. “임원배상책임보험을 코리안리가 98년에 개발했어요.” 코리안리는 해외 보험상품 정보자료를 조사 ·참고해 국내 실정에 맞는 임원배상책임보험 약관과 요율 매뉴얼을 개발했다.
그런 뒤 보험사 임직원들을 상대로 세미나를 열고 적극 홍보했다. 그리곤 보험사가 판 임원배상책임보험의 일부를 재보험으로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덕에 임원배상책임보험의 수입보험료는 98년 19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560억원으로 늘었다. 아울러 재보험에서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던 각종 직능단체의 내부부조를 위한 공제회에도 손길을 뻗쳤다. 농협 등의 공제회를 적극 공략해 재공제, 즉 재보험을 받은 것이다. 재보험의 사각지대였던 분야에서 새 시장을 개척한 셈이다.
해외시장에서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해외에서 받아온 재보험이 98년 4,400만 달러에서 지난해엔 1억6,5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코리안리는 싱가포르에 지점을, 런던 ·도쿄(東京) ·뉴욕 ·베이징(北京)에는 주재사무소를 두고 있다. 박 사장은 취임하면서부터 “해외영업이 없는 재보험사는 반쪽짜리”라며 해외영업을 적극 독려했다.
“그동안 이익률이 좋은 틈새시장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면서 주력 시장인 아시아에서는 지역밀착형 마케팅을 벌여 왔어요. 앞으로 해외 재보험을 연평균 15%씩 더 늘려 2010년에는 회사 전체 수입보험료의 20%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코리안리가 해외 시장 가운데 가장 주력하는 곳은 중국. 성장률 40% 이상을 목표로 잡고 있다. “중국 보험시장은 원보험시장이 연평균 20%대의 고성장을 보이고 있고 자동차 등 각 부문에서 재보험 수요도 늘고 있어요. 더구나 내년에 국영재보험사인 차이나리(China Re)에 대한 보호장벽이 완전 폐지됩니다.” 유럽에서는 항공 ·선박등 신규 영역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세계 항공보험 시장은 2001년 9 ·11테러 이후 요율이 200~300% 인상된 반면 대형 사고는 감소하고 있는 고수익 시장이다.
외형을 키우고도 실속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박 사장은 내실도 다져나갔다. “영업 전반에 수지 개념을 도입해 과학적인 리스크 관리로 손해율을 최소화하도록 했어요. 투자부문에서는 국공채 위주의 안정적 투자를 원칙화했죠. 경영관리 측면에서는 고강도 구조조정 이후 소수정예의 생산성 높은 조직을 유지해 사업비를 최소화했습니다.”
성과에 따른 보상 시스템도 갖췄다. 2001년에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도입했다. 또한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순이익 등 실적에 연동하는 성과급 인센티브제도 시행하고 있다.
“구성원들이 과거 공기업 때부터 내려온 무사안일에서 벗어나 수익을 추구하도록 하는 데 힘을 많이 기울였어요.” 그가 취임할 때 반응은 대부분 ‘예전 사장들처럼 잠시 왔다 가겠거니’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취임 후 업무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부터 박 사장은 그런 ‘기대’를 저버렸다.
“한 부서장이 ‘상황이 좋지 않아 지난해 수준만 달성하겠다’고 합디다. 나는 ‘내가 보기에 그렇지 않다. 노력해 봤느냐’고 물었어요.”
박 사장은 취임 2개월 만인 98년 9월에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조직을 바짝 조였다. 임직원 282명 가운데 30%인 85명이 회사를 떠났다. 과장급 이상이 45%이던 타원형 조직이 피라미드형으로 바뀌었다. 과장급 이상의 비율이 35%로 낮아졌다. 그는 외부의 어떤 연줄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과거 7년간의 인사고과에 상향 ·하향 동료평가 등을 적용해 선정된 대상자는 단 한 명도 예외없이 회사를 떠났다. “아울러 승진과 보직 등 모든 인사를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했어요. 사람들이 차츰 신뢰를 보이더군요.”
박종원 사장 자신도 재정경제부 공무원에서 CEO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무원보다는 여기가 내 자리였던 것 같아요. 조직 속에 갇혀 지내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일을 성취하는 자리가 내 적성에 맞는 듯해요.”
해병대로 군복무한 박 사장은 “진정한 인재는 실력과 체력, 정신력,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매일 아침 1시간20분 동안 운동을 한 뒤에 출근한다. 겨울에는 젊은 직원들과 스키장을 자주 찾는다. 임직원에게도 실력은 물론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한다. 지난해엔 2박3일 일정으로 지리산을 종주했다. 물론 훈련마다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을 자랑하는 박 사장이 앞장섰다.
코리안리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실외면접’을 통해 체력을 눈여겨본다. 만점에 가까운 토익 점수와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은 지원자도 실외면접에서 운동장 한 바퀴를 채 달리지 못해 떨어졌다. “실외면접에서는 체력 외에도 적극성, 팀워크를 평가합니다. 또 회식을 하면서 태도도 살펴보죠. 2003년부터 기존 면접에 실외면접을 추가하면서부터 ‘채용 오차’가 거의 사라졌어요. ‘겪어보니 첫인상과 다르더라’는 경우가 없어진 것이죠.”
코리안리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지난해 11월에 신입사원 15명을 뽑았는데 삼성전자나 SK텔레콤 ·신한은행 등에 중복합격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한 명도 가지 않더군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와 취업설명에 공을 들인 결과이기도 하지만 회사가 그만큼 좋아졌기 때문이죠.”
박 사장은 요즘 젊은 직원들과 자주 어울린다. 2020년에 세계 10대 재보험사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달성할 주역들인 이들에게 끝없이 도전하는 자세를 당부하고 싶어서다. 아시아 1위는 이미 차지했다. 코리안리는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지난해 3월 말 보유보험료 기준 집계에서 일본의 Toa Re(東亞재보험사)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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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는 6월에 이제 세 돌을 맞습니다. 새롭게 태어나 막 출발한 회사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려면 아직도 할 일이 많습니다.” 코리안리 박종원 사장이 요즘 임직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박 사장의 경영 키워드 중 맨 앞을 차지하는 것이 변화다. 그는 늘 변하지 않으면 정체되고 뒤떨어지게 된다고 강조한다. 3년 전에 회사 이름을 바꾼 것도 변신하겠다는 의지를 안팎에 알리고 다지기 위한 작업이었다.
코리안리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이는 무엇보다 경영실적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코리안리가 탈바꿈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박 사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외환위기로 기업이 잇따라 쓰러지자 코리안리는 회사채 지급보증보험 종목의 재보험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당시 많은 대형 금융회사는 문을 닫거나 공적자금을 받아 살아남았지만, 98년 7월 중순에 취임한 박 사장은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회기 말에 오히려 37억원의 이익을 냈다. 박 사장은 이어 공격적인 경영에 돌입한다.
우선 수입보험료를 97년 1조541억원에서 지난해 2조5,470억원으로 약 2.4배로 키웠다. 7년 동안 연평균 13.4% 성장한 것. 보험사의 외형은 대개 영업수익보다는 수입보험료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순이익도 98년 흑자전환(37억원 흑자)한 뒤 99년부터 2004년까지 흑자행진을 이어왔다. 2001년에 창사 이래 최대인 68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5월 9일 서울 수송동 코리안리 사옥의 대회의실에서 박 사장을 만났다.
“9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이 3,027억원으로 이전 36년간 누계 827억원의 3.7배입니다.” 박 사장은 “코리안리의 생산성이 국내 최상위 수준”이라며 말을 이었다. “수입보험료를 코리안리의 임직원 수인 223명으로 나누면 1인당 114억원의 수입보험료를 올린 셈이죠. 비상위험준비금을 포함한 수정당기순이익은 1인당 3억7,000만원을 거뒀어요.” 비상위험준비금은 큰 화재나 홍수와 같이 발생확률이 불규칙한 재해에 대비해 적립하는 준비금을 말한다.
주가는 또 어떤가. 98년 7월 초에 6,500원대였던 코리안리의 주식은 지난해 7월에 액면가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된 뒤 최근에는 5,5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가가 약 8.5배로 뛴 셈이다. 이에 따라 대주주인 원혁희(79) 명예회장 일가의 지분 평가액도 급증했다. 원 명예회장은 박 사장을 전적으로 신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파선에 비유되던 회사를 쾌속정으로 개조한 비결이 뭘까. 박 사장은 창의성과 적극성, 그리고 고객지향적인 영업을 들었다. “임원배상책임보험을 코리안리가 98년에 개발했어요.” 코리안리는 해외 보험상품 정보자료를 조사 ·참고해 국내 실정에 맞는 임원배상책임보험 약관과 요율 매뉴얼을 개발했다.
그런 뒤 보험사 임직원들을 상대로 세미나를 열고 적극 홍보했다. 그리곤 보험사가 판 임원배상책임보험의 일부를 재보험으로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덕에 임원배상책임보험의 수입보험료는 98년 19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560억원으로 늘었다. 아울러 재보험에서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던 각종 직능단체의 내부부조를 위한 공제회에도 손길을 뻗쳤다. 농협 등의 공제회를 적극 공략해 재공제, 즉 재보험을 받은 것이다. 재보험의 사각지대였던 분야에서 새 시장을 개척한 셈이다.
해외시장에서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해외에서 받아온 재보험이 98년 4,400만 달러에서 지난해엔 1억6,5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코리안리는 싱가포르에 지점을, 런던 ·도쿄(東京) ·뉴욕 ·베이징(北京)에는 주재사무소를 두고 있다. 박 사장은 취임하면서부터 “해외영업이 없는 재보험사는 반쪽짜리”라며 해외영업을 적극 독려했다.
“그동안 이익률이 좋은 틈새시장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면서 주력 시장인 아시아에서는 지역밀착형 마케팅을 벌여 왔어요. 앞으로 해외 재보험을 연평균 15%씩 더 늘려 2010년에는 회사 전체 수입보험료의 20%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코리안리가 해외 시장 가운데 가장 주력하는 곳은 중국. 성장률 40% 이상을 목표로 잡고 있다. “중국 보험시장은 원보험시장이 연평균 20%대의 고성장을 보이고 있고 자동차 등 각 부문에서 재보험 수요도 늘고 있어요. 더구나 내년에 국영재보험사인 차이나리(China Re)에 대한 보호장벽이 완전 폐지됩니다.” 유럽에서는 항공 ·선박등 신규 영역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세계 항공보험 시장은 2001년 9 ·11테러 이후 요율이 200~300% 인상된 반면 대형 사고는 감소하고 있는 고수익 시장이다.
외형을 키우고도 실속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박 사장은 내실도 다져나갔다. “영업 전반에 수지 개념을 도입해 과학적인 리스크 관리로 손해율을 최소화하도록 했어요. 투자부문에서는 국공채 위주의 안정적 투자를 원칙화했죠. 경영관리 측면에서는 고강도 구조조정 이후 소수정예의 생산성 높은 조직을 유지해 사업비를 최소화했습니다.”
성과에 따른 보상 시스템도 갖췄다. 2001년에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도입했다. 또한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순이익 등 실적에 연동하는 성과급 인센티브제도 시행하고 있다.
“구성원들이 과거 공기업 때부터 내려온 무사안일에서 벗어나 수익을 추구하도록 하는 데 힘을 많이 기울였어요.” 그가 취임할 때 반응은 대부분 ‘예전 사장들처럼 잠시 왔다 가겠거니’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취임 후 업무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부터 박 사장은 그런 ‘기대’를 저버렸다.
보험사의 보험사 코리안리 |
개인과 기업처럼 보험회사도 보험에 든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도 보험금을 감당할 수 없는 대형 사고를 맞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 보험회사가 인수한 계약의 일부를 다른 보험회사에 넘기는 것을 재보험이라고 한다. 재보험은 ‘보험을 위한 보험’인 셈이다. 보험회사가 재보험에 들고, 그 재보험회사도 다시 다른 재보험에 가입하기 때문에 큰 사고에는 대개 100여 개 보험회사가 얽혀 있다. 국내에서 개인과 기업이 가입한 손해보험은 기업성 보험 위주로 약 12%가 재보험에 넘겨진다. 생명보험 중에서는 3% 정도가 재보험으로 출재된다. 코리안리는 2002년 6월 대한재보험에서 바뀐 이름이다. 재보험사는 코리안리(Korean Re) ·스위스리(Swiss Re) ·차이나리(China Re) 등처럼 나라 이름에 재보험(reinsurance)을 뜻하는 ‘리’를 붙인 이름이 많다. |
박 사장은 취임 2개월 만인 98년 9월에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조직을 바짝 조였다. 임직원 282명 가운데 30%인 85명이 회사를 떠났다. 과장급 이상이 45%이던 타원형 조직이 피라미드형으로 바뀌었다. 과장급 이상의 비율이 35%로 낮아졌다. 그는 외부의 어떤 연줄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과거 7년간의 인사고과에 상향 ·하향 동료평가 등을 적용해 선정된 대상자는 단 한 명도 예외없이 회사를 떠났다. “아울러 승진과 보직 등 모든 인사를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했어요. 사람들이 차츰 신뢰를 보이더군요.”
박종원 사장 자신도 재정경제부 공무원에서 CEO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무원보다는 여기가 내 자리였던 것 같아요. 조직 속에 갇혀 지내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일을 성취하는 자리가 내 적성에 맞는 듯해요.”
해병대로 군복무한 박 사장은 “진정한 인재는 실력과 체력, 정신력,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매일 아침 1시간20분 동안 운동을 한 뒤에 출근한다. 겨울에는 젊은 직원들과 스키장을 자주 찾는다. 임직원에게도 실력은 물론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한다. 지난해엔 2박3일 일정으로 지리산을 종주했다. 물론 훈련마다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을 자랑하는 박 사장이 앞장섰다.
코리안리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실외면접’을 통해 체력을 눈여겨본다. 만점에 가까운 토익 점수와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은 지원자도 실외면접에서 운동장 한 바퀴를 채 달리지 못해 떨어졌다. “실외면접에서는 체력 외에도 적극성, 팀워크를 평가합니다. 또 회식을 하면서 태도도 살펴보죠. 2003년부터 기존 면접에 실외면접을 추가하면서부터 ‘채용 오차’가 거의 사라졌어요. ‘겪어보니 첫인상과 다르더라’는 경우가 없어진 것이죠.”
코리안리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지난해 11월에 신입사원 15명을 뽑았는데 삼성전자나 SK텔레콤 ·신한은행 등에 중복합격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한 명도 가지 않더군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와 취업설명에 공을 들인 결과이기도 하지만 회사가 그만큼 좋아졌기 때문이죠.”
박 사장은 요즘 젊은 직원들과 자주 어울린다. 2020년에 세계 10대 재보험사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달성할 주역들인 이들에게 끝없이 도전하는 자세를 당부하고 싶어서다. 아시아 1위는 이미 차지했다. 코리안리는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지난해 3월 말 보유보험료 기준 집계에서 일본의 Toa Re(東亞재보험사)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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