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응전의 연속”
“도전과 응전의 연속”
과거를 모르고는 올바른 미래를 열어 갈 수 없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면 한 번은 꼭 읽어야 할 현대 한국경제사의 ‘체험적 경제교과서’라 여겨진다. 저자의 28년 경제관료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현장 기록과 치열한 도전정신을 통해 우리는 과거에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 어떤 점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외환보유액 허위보고라니. 나라를 망친 사람들이라니…. 과연 누가 불을 냈고, 누가 불길에 기름을 부었고, 누가 불길을 잡았는가.
강만수 전 재정경제부 차관은 자신의 저서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의 후반부에서 외환위기 직후의 심정을 이렇게 토로하고 있다. 1998년 1월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그는 97년 경제위기의 경과를 보고하며 난생 처음 목구멍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 통탄한다. “그들은 잔치에 쓸 돼지를 잡는 사람 같았다”며. 인수위가 진실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할 때마다 그는 “이제 정권을 잡았으니 직접 확인하라”고 되받아쳤다.
저자는 이 책에서 97년 경제위기가 환란이었다면 당시 강경식 재경부 장관과 미셸 캉드쉬 총재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에 합의함으로써 위기는 끝났을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위기를 초래한 가장 중요한 원인인 한국경제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 탓에 외환위기가 오랫동안 우리 경제를 짓눌렀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나라는 1만 달러 소득에서 9년 만에 2만 달러로 갔는데 우리는 9년을 게걸음하고 있는 것이 그것을 입증한다”고 썼다. 저자는 그래서 “외환위기는 한국경제가 체질개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축복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한국이 당시 협상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오히려 ‘IMF에 쇄국정책을 고집하는 흥선대원군’처럼 비춰졌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 때문에 한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었다고 주장한다. 이와 동시에 저자는 당시의 책임론은 ‘IMF의 늪’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라고 말하면서도 ‘불을 내고 불길에 기름을 부은 사람들’과 ‘전투가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총을 쏜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누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따지고 있다.
‘부가세에서 IMF사태까지’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28년 경제관료로서의 공무를 실록처럼 총정리한 한 권의 현장경제사다. 저자가 부가가치세(VAT) 도입의 산파 역할을 하면서 부딪쳤던 문제들과 금융실명제에서 부동산실명제까지, 금융자율화에서 금융시장 개방까지 경제관료 생활을 하며 겪은 온갖 역정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본…’보다는 ‘현장에서 겪은…’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저자는 경제관료로서의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예컨대 대기업들이 어느 순간 수출 주역에서 수입 주역으로 변질돼 국가 내수산업의 악화와 중소기업의 약화를 초래했음을 신랄하게 비판한 부분이나 경제정책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표류했음을 꼬집은 대목을 들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빗나간 정책들이 결국 외환위기를 몰고 왔다는 논지를 일관되게 펴고 있다.
저자는 경주세무서 총무과장으로 시작해 재경부 차관을 끝으로 마무리한 28년의 공직생활을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600쪽에 달하는 이 책을 쓰는 데 저자는 6년을 투자했다. 탈고하기까지 본문보다 주석에 더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자신의 책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음을 우려해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외환보유액 허위보고라니. 나라를 망친 사람들이라니…. 과연 누가 불을 냈고, 누가 불길에 기름을 부었고, 누가 불길을 잡았는가.
강만수 전 재정경제부 차관은 자신의 저서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의 후반부에서 외환위기 직후의 심정을 이렇게 토로하고 있다. 1998년 1월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그는 97년 경제위기의 경과를 보고하며 난생 처음 목구멍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 통탄한다. “그들은 잔치에 쓸 돼지를 잡는 사람 같았다”며. 인수위가 진실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할 때마다 그는 “이제 정권을 잡았으니 직접 확인하라”고 되받아쳤다.
저자는 이 책에서 97년 경제위기가 환란이었다면 당시 강경식 재경부 장관과 미셸 캉드쉬 총재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에 합의함으로써 위기는 끝났을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위기를 초래한 가장 중요한 원인인 한국경제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 탓에 외환위기가 오랫동안 우리 경제를 짓눌렀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나라는 1만 달러 소득에서 9년 만에 2만 달러로 갔는데 우리는 9년을 게걸음하고 있는 것이 그것을 입증한다”고 썼다. 저자는 그래서 “외환위기는 한국경제가 체질개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축복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한국이 당시 협상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오히려 ‘IMF에 쇄국정책을 고집하는 흥선대원군’처럼 비춰졌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 때문에 한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었다고 주장한다. 이와 동시에 저자는 당시의 책임론은 ‘IMF의 늪’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라고 말하면서도 ‘불을 내고 불길에 기름을 부은 사람들’과 ‘전투가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총을 쏜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누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따지고 있다.
‘부가세에서 IMF사태까지’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28년 경제관료로서의 공무를 실록처럼 총정리한 한 권의 현장경제사다. 저자가 부가가치세(VAT) 도입의 산파 역할을 하면서 부딪쳤던 문제들과 금융실명제에서 부동산실명제까지, 금융자율화에서 금융시장 개방까지 경제관료 생활을 하며 겪은 온갖 역정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본…’보다는 ‘현장에서 겪은…’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저자는 경제관료로서의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예컨대 대기업들이 어느 순간 수출 주역에서 수입 주역으로 변질돼 국가 내수산업의 악화와 중소기업의 약화를 초래했음을 신랄하게 비판한 부분이나 경제정책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표류했음을 꼬집은 대목을 들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빗나간 정책들이 결국 외환위기를 몰고 왔다는 논지를 일관되게 펴고 있다.
저자는 경주세무서 총무과장으로 시작해 재경부 차관을 끝으로 마무리한 28년의 공직생활을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600쪽에 달하는 이 책을 쓰는 데 저자는 6년을 투자했다. 탈고하기까지 본문보다 주석에 더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자신의 책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음을 우려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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