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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자영업 위기의 시대···장사!아무나하나

긴급진단 자영업 위기의 시대···장사!아무나하나

자영업 위기의 시대다. 줄어드는 일자리 때문에 온실 밖으로 밀려나온 사람들이 너도나도 창업을 모색하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해 생존 확률이 희박하다. 정부에서는 ‘자격증 제도’와 같은 진입 장벽을 통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보려 했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아마추어적 발상’이라는 핀잔만 들었다. 믿을 곳도 없고, 기댈 곳도 없는 수많은 자영업자들. 이들 앞에 가로놓인 창업의 함정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창업 전문가들의 지혜를 빌려본다. <편집자> 김선희(46·가명)씨는 우연한 기회에 장사를 시작, 7개의 점포를 거느린 성공한 사업가다. 김씨가 운영하고 있는 점포 중에는 200평이 넘는 호프집을 비롯해 순수익만 1000만원이 넘는 10평짜리 분식집까지 포함돼 있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는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는 바람에 전셋돈을 빼내 얼떨결에 생업에 뛰어들었다. 처음 시작한 사업이 호프집이었는데 그때부터 승승장구, 손대는 사업마다 지역 1등 점포로 키워낸 장사 천재다. 반면 박성국(42·가명)씨는 일류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입사한 엘리트 출신. 회사 내의 조직 역학 관계에 염증을 느끼고 박씨가 처음 손댄 사업은 무역업이었다. 경험이 없어 안정적인 사업을 모색했던 박씨는 무역업으로 큰돈을 번 친척에게서 사업 힌트를 얻었다. 오퍼상은 큰돈이 들지않는 데다 이전의 경험을 살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 하지만 박씨가 한국에서 대히트할 거라 예상했던 미용용품 수입은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두 번째로 손댄 사업은 안동찜닭전문점. 이전의 실패 때문에 먹는 장사가 그나마 안전하다고 생각하던 중 마침 인기를 얻고 있던 안동찜닭집을 몇 군데 벤치마킹해본 결과 실제로 손님이 많아 창업을 결정했다. 음식업 노하우가 없었지만 체인본사의 도움으로 창업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지만 처음 몇 달간 하루 50만원 정도 오르던 매출은 3개월, 6개월이 지나면서 급격히 꺾이기 시작해 결국 20만원대까지 추락했다. 설상가상으로 경기까지 나빠 들어올 때 5000만원이던 권리금조차 한푼도 회수하지 못하고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세 번째 손댄 사업은 친구와 공동투자해서 풀스방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신도시에 2억원 가까운 돈을 투자해 풀스방을 열었지만 아직 반응이 신통치 않아 고민 중이다.

성급하면 막차만 골라 탄다 창업에서 성공과 실패는 두부 자르듯이 분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패할 경우에도 마치 가세가 기울듯 서서히 결과가 나타나고, 초기에 매출이 낮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서 매출이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김씨의 경우 출발 당시 돈이 적었기 때문에 가장 흔한 호프집을 선택해야 했고, 투자비가 적다 보니 장사가 안 되는 점포를 인수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그녀는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 고객 입장에서 안주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 우선 품질을 올리는 데 최선을 다했다. 원래 음식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주방장에게 의지하기에는 운영자금이 빠듯해 직접 안주의 품질을 챙기고 요리책을 들여다보며 안주 장식법을 연구했다. 품질에 자신감이 생기자 손님을 모으기 위해 길거리로 나섰다. 인근 대형할인점 오픈행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저렴하게 입수한 휴지세트를 식당 주변에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온 동네 사람들이 한번쯤 휴지를 타기 위해 음식점을 들르도록 만들었다. 반면 박씨의 출발 조건은 김씨보다 훨씬 좋았지만 고객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유통방법이나 시장 반응을 제대로 조사해 보지도 않은 채 성공한 친척을 보면서 대박의 꿈만 안고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미용제품을 수입해 왔다. 두 번째 사업에서도 안동찜닭이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에만 의존했고, 음식업에 대한 특별한 전략이나 지식·고민도 없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해서 투자를 했다. 하지만 겉모양만 갖췄을 뿐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고객의 반응 변화에 따라 상품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며 고객이 줄어들 때는 어떤 판촉전략을 세워야 하는지 등 점포 운영에 대한 콘텐츠 관리는 빵점이었다. 특히 전체 시장 상황을 보지 않고 안동찜닭 인기 끝물에 막차를 타는 바람에 피해가 더 컸다. 풀스방 사업도 시장 상황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강남의 모 풀스방에 손님이 몰린다는 정보만 듣고 흥분해 친구와 공동투자를 했지만 리스크를 점검하지 않았고, 마케팅 전략에 대한 연구도 없었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라 김씨가 내부의 기본을 충실히 갖추고 외부로 진출하는 전략이었던 데 반해 박씨는 준비 없이 손 놓고 손님을 기다리기만 해온 것이다. 다양한 성공과 실패 사례를 분석해보면 성공을 위해서는 창업자 자질, 전문성, 자금이라는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성공한 사업자들의 경우 대부분 창업을 과정으로 보고 창업 이후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프로모션 전략으로 손님들을 끌어 모은다. 특히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사업자들은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고객들의 마음을 파고들어 충성도를 확보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둔다. 즉 상품과 서비스는 가장 중요한 성공요건이다. 반대로 실패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겉모습을 갖추지만 소프트웨어에 약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아이템을 정하고 점포를 얻고 인테리어를 하고 오픈을 하는 데는 신경을 쓰지만 정작 상품·서비스·직원관리 등 무형의 관리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얼마나 창의적이냐 하는 부분도 실패와 성공을 가르는 중요한 잣대다. 놀라운 매출을 올리는 사업자들은 늘 다르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새로운 방법을 연구해낸다. 이에 반해 실패하는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행동하고, 새로운 방법이나 접근에는 둔하다. 서비스 품질을 좌우하는 종업원 관리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작은 점포지만 교육 훈련에 최선을 다하는 사업자가 있는가 하면 대충 뽑아서 뜻대로 안 되면 잔소리만 하는 사업자도 있다. 브랜드나 자금 등 모든 면에서 열악한 조건에 있는 소규모 사업자들은 대형점의 과학적인 영업 활동을 강 건너 불 보듯이 하고, 손님을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오도록 기다리는 데 문제가 있다. 공급 과잉으로 경쟁이 치열한데도 불구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창업하고, 전혀 차별화되지 않은 인테리어나 상품으로 베끼기 창업을 하며 아무런 노력 없이 손님이 자발적으로 점포를 찾아주기를 기다리는 사업자들이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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