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이순신에게 배우는 창업 성공비결··· “장사에도 兵法이 있다”

이순신에게 배우는 창업 성공비결··· “장사에도 兵法이 있다”

임진년 전쟁 발발 이후 전승을 거둔 이순신 장군에게는 다섯 형태의 적이 있었다. 가장 큰 적은 100여 년의 전국시대를 거치는 동안 전쟁기계가 되다시피한 왜적들이었다. 왜적은 20일 만에 서울까지 치고 올라오는 엄청난 전투능력으로 순식간에 국토를 유린해 버렸다. 두 번째 적은 정권 유지에 급급한 선조와 집권세력이었다.선조실록과 선조수정실록을 보면 이들이 모여 앉아 장군의 목숨을 어찌할 것인가를 쟁론하는 일로 날밤을 지새우고 있다. 세 번째 적은 장군의 승리를 시기하고 끊임없이 음해하는 내부의 적이었다. 네 번째 적은 좀 생경하다. 장군은 왜적보다 무서운 것은 때마다 돌아오는 끼니라고 했다. 1만6000명에 이르는 수군을 먹여살릴 수 있는 양식을 마련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다섯 번째 적은 병마(病魔)다. 장군을 둘러싸고 있는 5적들은 오늘날 창업자들을 둘러싸고 있는 그것들과 중첩되고 있다. 전쟁과 창업의 속성이 같은 탓이다. 오늘 창업자들은 전쟁터로 향하는 장군의 모습 그대로다. 창업자=이순신이다. 장군은 전쟁에서 이겼다. 23전 23승했다. 장군의 불패 신화가 그립다. 장군이라면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기적과 같은 성과를 이루어낼 것이라고 믿는다. 장군이 온갖 악조건 속에서 불패의 신화를 남긴 것처럼 오늘날 창업자들도 장군을 위기 속으로 빠뜨렸던 함정들을 요령있게 피해 나가면서 불패의 신화를 창조해야 한다. 창업시장의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환란 이후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떠났지만, 진정으로 이들의 미래를 걱정한 사람은 없었다. 창업자들은 심각한 상황에 빠져 있지만, 드러내놓고 말하진 않았다. 그러다가 한차례 의사표명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2일 있었던 이른바 ‘솥뚜껑 시위’는 정부당국에 큰 충격을 준 듯하다. 그동안의 민주화 시위와는 전혀 성격이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솥뚜껑 시위에 화들짝 놀란 정부는 이때부터 허둥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면서 그 원인을 솥뚜껑을 집어던진 사람들에게 돌려 버린다. 그 후속 조치로 함부로 창업을 하지 못하도록 진입장벽을 쌓고, 경쟁력이 없는 자영업자들을 퇴출시키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내놓기에 이른다. 하지만 창업자들은 이런 조치가 낯설다. 어떤 이는 “외계인이라고 하더라도 이처럼 황당한 얘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전쟁터에서 무수한 병사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정부나 집권세력이 장군을 잡아족칠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은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승리의 확신을 가져라 창업자들은 갑자기 엄청난 도전에 직면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들과 정면승부를 하게 된 것이다. 맥도널드, 스타벅스, 도미노 피자 등 최고 품질의 제품과 운영시스템을 갖춘 기업들과 지역상권에서 맞붙게 되었다. 하지만 창업자들에게는 이들과 싸울 수 있는 진법과 무기체계가 없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직전 조선정부는 통신사를 보내 적정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200여 명의 관리들이 일본으로 가서 1년 동안 체류하면서 알아온 내용은 전쟁이 일어날지 그냥 지나갈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떠난 지 4개월 후에 일본 군부세력은 전쟁준비를 결의하고, 각 지역 성주들을 독려하여 전쟁물자를 조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1년 후 15만8000명의 일본군을 태운 적선이 부산 앞바다를 뒤덮었다. 그러나 장군은 적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일본이 당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조총을 보유하고 있는 군사대국이었지만, 그들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 전투인 옥포해전에 나선 군사들이 눈앞에 적을 두고 흥분하는 것을 보고, 장군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산처럼 장중하게 움직여라(輕擧妄動 靜重如山)’라고 말했다. 장군은 명량해전을 앞두고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능히 천 사람을 두렵게 한다고 말했다. 전투를 앞두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휘하 장수와 병졸들의 전투의지를 불태우기 위한 말이다. 장군은 불과 13척의 배로 200여 척의 일본 함대 중 무려 133척을 쳐부쉈다.

새로운 무기와 전법을 써라 변화하는 시대에는 어제의 성공이 내일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새로운 전쟁에 나서는 장군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과거의 전쟁에서 사용했던 무기와 전법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미 노출된 무기와 전법은 패전을 예고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장군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바로 하루 전에 세계 최초의 철갑선인 거북선을 완성했다. 그리고 사천포 해전에서 그 위용을 선보였다. 적들은 거북선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눈먼 배(盲船)’라고 했다. 창업전쟁에서도 거북선급 신무기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한산대첩 때 장군에게 맞선 왜장은 용인전투에서 단지 1500명의 군사로 조선 육군 5만 명을 패퇴시킨 장본인이었다. 장군은 전공에 눈이 먼 적장을 넓은 바다 한가운데로 이끌어내 전멸시키는 인출전포지계(引出全捕之計)를 썼다. 한산도 앞바다로 이끌려 나온 적은 학익진으로 공격하는 조선 수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임진년 한 해 동안 장군은 17번의 크고 작은 해전에서 392척의 적선을 격파, 3만4000명의 적을 몰살시켰다. 반면 조선함대는 한 척의 배도 잃지 않았고, 전사자와 부상자를 합해 약 240명의 피해에 그쳤다. 세계 해전 사상 불가사의한 이런 전과는 어떻게 이뤄낸 것일까? 장군은 손자병법에 있는 선승이후구전(先勝而後求戰), 즉 이겨놓고 나가 싸운다는 병법에 충실했던 것이다.

조직 속에서 영웅을 찾아라 앞서 말했듯이 장군은 적보다 무서운 것이 끼니라고 말했다. 1만6000명을 먹여살려야 전쟁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중일기를 보면 무기를 만들고 군사를 조련하는 일보다도 고을의 원을 불러 끼니를 대는 일에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시도때도 없이 사리사욕을 채운 아전들을 잡아들여 장을 치고 있다. 창업자뿐만 아니라 창업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창업자처럼 행동해야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그래서 창업자는 영웅처럼 행동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 중에서 영웅을 만들어낼 줄도 알아야 한다. 창업자는 다른 선수를 잘 다독거려 팀을 승리로 이끌어가는 주장 선수와 같다. 골을 넣어 승리를 거두려고 하지만, 경기를 지배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강건한 정신력과 체력을 갖춰라 창업자는 늘 모순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어떤 경우에는 역동적이고 열정적으로 행동해야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신중하고 사려 깊게 생각해야 한다. 두 가지 모순적인 상황이 별개로 움직이는 경우는 없다. 일정한 시차를 두고 중심을 향해 나아가는 시계추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면서도 조화와 균형을 이뤄내야 한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극한 상황에 처해 있는 창업자의 체력은 항상 바닥나 있다. 난중일기 곳곳에 장군의 몸이 아팠다는 내용이 나온다. 특히 정유재란 이후 명량해전까지의 기간 중에는 나라의 앞일과 적과 싸울 일을 생각하는 사이 새벽이 밝아왔다는 내용이 자주 나온다. 그러나 창업자들은 있는 힘을 다해 전력 투구한다. 변화하는 고객의 마음을 따라가야 하고, 경쟁자들의 출현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창업자는 강건해야 한다. 강한 체력이 기반이 돼야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하다는 일을 해낼 수 있다. “이 원수를 무찌른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장군은 최후의 결전을 앞둔 1598년 11월 18일 밤 함상에서 손을 씻고 향불을 피우면서 하늘에 빌었다. 장군은 19일 새벽 마지막 싸움터에서 죽음을 맞았다. 장군과 위대한 조선 수군의 장수들은 한 척의 배도 돌려보낼 수 없다는 오직 한 생각으로 죽음을 불사했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창업을 해서 성공을 거둘 일만 생각하고 정진한다면 세상에 이루지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싸움에 있어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必生卽死 必死卽生)고 하지 않았던가.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레녹스 합작법인’ 세우는 삼성전자가 노리는 것

2고령화에 日 기업 결단...줄줄이 '직책 정년' 폐지

3여름 아직인데 벌써 덥다...덩달아 바빠진 유통업계

4 민주유공자법 등 4개 법안 본회의 통과…野 단독처리

5SM엔터 ‘고점’ 왔나…하이브, 223억원 손해에도 ‘블록딜’

6"월세 1억 넘기면 나간다"...성심당, 코레일에 최후통첩

7대구참여연대, "홍준표만 불송치" 공수처 수사의뢰... 홍준표 "시민단체가 밤낮없이 무고"

8'짚 코스터 갖춘 휴게소' 추풍령테마파크 개장

9달성군, 오는 30일 대규모 취업박람회 "400여 명 채용 목표"

실시간 뉴스

1‘레녹스 합작법인’ 세우는 삼성전자가 노리는 것

2고령화에 日 기업 결단...줄줄이 '직책 정년' 폐지

3여름 아직인데 벌써 덥다...덩달아 바빠진 유통업계

4 민주유공자법 등 4개 법안 본회의 통과…野 단독처리

5SM엔터 ‘고점’ 왔나…하이브, 223억원 손해에도 ‘블록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