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산업의 리더가 되려면… 표준화 작업을 선점하라[스페셜리스트뷰]
전 세계 금융결제 시스템 반드시 표준화가 되어야
국제표준 개발 5년여의 기간 필요…수많은 단계 거쳐야
[윤혜영 금융결제원 전문연구역] 금융 분야에서는 다양한 업무가 있다. 돈을 보내고 받는 일, 시기에 맞춰서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가게 선택하는 일, 안전하게 내가 원하는 계좌로 돈을 보내는 일까지 모두 금융 분야에 해당한다.
실무적으로 이러한 금융 거래는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횟수 및 엄청나게 많은 금액이 이뤄진다. 이 모든 금액을 몇백분의 일원까지도 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최첨단 컴퓨터공학이 총동원된 정교한 컴퓨터 시스템이 필요하다. 필자처럼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한 수많은 컴퓨터 과학기술자들이 금융시장에서 활약하고 있고, 계속해서 금융산업에 더 많은 컴퓨터 과학기술자들이 고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교한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일이 금융거래의 핵심이 되었다. 금융산업에서 컴퓨터 시스템과 소프트웨어가 조금이라도 오작동하거나 오류가 발생한다면 금융거래 자체가 마비되고 세계의 모든 시민들은 일상에서 돈이 오고 가는 그 어떠한 시장경제의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현 시대의 금융거래는 단순히 한 나라 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 세계가 사실상 하나의 경제권이 되어 물자가 오고 가고 돈이 여기저기로 흐른다. 이러한 거래 시스템에서 각 나라마다 금융결제 시스템 규격이 다르다면 금융거래가 제대로 완료가 되지 않고 미결제 상태가 지속되거나 심한 경우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전 세계의 금융결제 시스템은 반드시 표준화가 되어야 한다. 그 표준화란 금융결제에 사용되는 컴퓨터시스템과 소프트웨어의 표준화가 주요 내용이다.
필자는 지난 20년 동안 금융결제원에서 근무하며 전산시스템 개발 및 금융표준화 업무를 담당했다. 세계의 금융결제 표준화를 위해 미국·일본·독일·스위스·영국 등 선진각국의 금융 컴퓨터공학 전문가들과 함께 세계 금융결제의 국제표준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그리고 생체인식을 통한 금융거래표준인 biometrics 분야에서 국제 표준 개발의 리더가 되어 세계 20여개국의 대표 금융 컴퓨터공학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한 끝에 국제표준화기구(ISO) 19092라는 생체 정보에 대한 국제표준을 등록하게 되었다. 필자는 이 국제표준 개발에 있어서 리더가 되어 개발을 주도하고 완성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4년 2월 기술사의 날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필자가 속한 금융결제원 역시 지난 2024년 10월의 세계표준의 날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단체 분야 포상을 수상하였다. 국제표준을 만드는 과정과 금융 거래에 대한 표준을 만들면서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국제표준 만드는 과정은…
국제표준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보통 5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해당 표준을 개발하는 데 다양한 나라에서 여러 명의 전문가에게 긴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 된다. 표준은 긴 시간 동안 세계 각국에서 공유해야 할 인류 공통의 자산이기 때문에, 개발하는 기간도 오래 걸린다. 이렇게 긴 시간을 들여서 개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인지 결정하기 위해서 각 나라의 투표를 진행한다.
새로운 국제표준을 만들겠다고 제안하는 과정을 신규 제안(NP, New work item Proposal)이라고 한다. 해당 국제표준을 만들겠다고 제안이 올라오면 이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각 나라에서 12주간 투표를 진행한다. 국가별로 ▲ 각 나라의 상황에 맞는 표준인지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지 ▲자국 기업과 이해 충돌의 소지는 없는지 면밀하게 검토한 후 해당 국가를 대표하여 표준 개발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 표를 주게 된다.
새로운 국제표준의 개발은 투표에 참여한 정회원국의 2/3 이상이 찬성하고, 이와 더불어 해당 국제표준의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최소 5개의 나라에서 참여해야 승인된다. 특정한 나라의 입장만 반영하여 표준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표준화기구의 의미에 맞게 다양한 나라의 입장을 대변하여 개발하기 위함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투표 권한을 가진 ISO 정회원국은 39개국이며, 투표 권한은 없지만 회의 참관, 정보 공유 등의 지위를 가진 준회원국은 46개국이다.
이러한 두 개의 조건을 맞춰서 표준 개발이 승인되면 이후 단계는 표준을 만드는 작업이다. 초안(WD: Working Draft)을 만들고, 각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기술적인 사항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표준 개발 작업반에서 진행된다. 작업반에서 만든 초안은 작업반 내의 합의를 거쳐 표준 개발을 위한 위원회(Committee)에 제출하게 된다.
위원회에 제출된 안을 위원회안(CD: Committee Draft)라고 하며, 위원회안은 다시 한번 회원국에게 회람되어 기술적인 검토를 거치게 된다. 이렇게 위원회안에 대한 의견은 다시 한번 표준안에 반영되어, 상세한 토의를 거친다. 이후 위원회안에 대한 의견까지 반영되고 나면 해당 안은 ISO 중앙사무국에 제출한다.
이렇게 중앙사무국에 제출된 안을 국제표준안(DIS : Draft International Standard)이라고 한다. 국제표준안 단계에서도 역시 12주 동안 ISO 회원국가에게 회람을 돌리고 투표를 실시한다. 정회원국의 2/3 이상이 찬성하고, 또한 1/4 이상에 해당하는 반대표가 없는 경우 국제표준안 단계를 통과한다. 투표 결과 얻은 회원국의 의견 중 해당 국제표준안에 대한 기술적인 변경사항은 이 국제표준안 단계에서 최종 반영된다.
국제표준안 단계를 통과한 표준안은 마지막 투표 단계로서 최종국제표준안(FDIS: Final Draft International Standard) 단계를 거친다. 이 단계에서는 8주 동안의 투표를 거친다. 최종국제표준안의 투표 조건은 국제표준안과 동일하다. 최종국제표준안 투표 단계까지 마치고 나면, 편집 등의 일부 사항을 중앙사무국에서 교정한 이후에 드디어 국제표준(IS: International Standard)으로 발행된다.
국제표준은 한 번 발행되고 나면 5년 동안의 유효 기간을 갖는다. 5년 동안 세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널리 사용되며, 5년 이후에는 해당 표준의 개정 여부를 국제표준화기구에서 확인한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발행한 표준에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는 개정 작업이 있으며, 그대로 사용하기로 유지하거나 폐지하기도 한다.
금융 분야 국제표준을 개발하는 기술위원회
국제표준화기구는 각 산업별 표준 개발을 담당하는 기술위원회를 두고 있다. 금융 서비스 분야는 국제표준화기구의 68번 기술 위원회인 TC 68에서 국제 표준을 개발한다. 표준 개발은 공통의 요구사항이 금융기관의 전문가와 각 나라의 상황을 맞춰서 반영되어야 한다.
기술위원회는 다시 산업별 주제에 따라서 여러 개의 분과위원회(Sub-Committee)로 구분한다. 금융 거래에 있어서는 개인 정보, 신용 정보 등 보안이 가장 중요하기에 금융 거래의 보안(security)을 위해 가장 필요한 공통의 사항을 정하는 위원회가 있다. 이 보안과 관련된 금융 거래의 국제표준을 작성하는 위원회가 분과위원회 (Sub-Committee) 2번이다. 필자는 이 SC 2, ISO TC68/SC 2번 위원회에서 국제표준 2건을 개발하였다.
필자가 개발한 국제표준 중 하나는 생체인증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 19092이다. 이 표준은 생체인증을 대금 결제·금전 송금·대출·외환거래 등 금융거래에서 인증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필요한 요구사항과 기술을 수록한 표준이다. 다른 하나의 국제표준은 핀테크와 관련한 국제표준인 ISO/DIS 18960이다. 고객의 계좌를 보유한 은행이 아닌 기관으로서 고객의 요청에 따라 결제·송금 등을 수행하는 핀테크 기관에서 준수해야 할 보안 요구사항과 권고를 수록한 국제표준이다. 이 표준은 현재 앞서 소개한 단계 중 국제표준안(DIS) 단계의 표결이 진행 중으로 내년 발간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생체인증은 지문·음성·홍채·얼굴·손바닥(장문)·정맥 등 사람마다 개개인이 가진 다양한 종류의 생체 신호를 통해 본인을 확인하고 증명하는 기술을 뜻한다. 손바닥의 굴곡과 복잡한 형태의 선은 사람마다 형태가 매우 다양하여 본인임을 증명하는 인증 정확도도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정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신체 속에 숨겨진 형태의 생체 정보이기 때문에 지문·홍채 등의 다른 생체인증 수단에 비하여 위조가 어렵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소개한 금융 거래 시 공동으로 필요한 정보의 종류, 즉 정보를 교환할 때 필요한 데이터의 내용을 규정하는 것은 9번 분과위원회 (ISO TC 68/SC 9)에서 결정한다. 이 분과위원회는 국제 금융 거래 시의 기본 규격이 되는 정보 교환 문서인 ISO 8583을 개발한 분과위원회이기도 하다.
금융 분야 국제 표준을 만드는 데 있어서 마지막으로 소개할 중요 분과위원회는 8번 분과위원회(ISO TC68/SC 8)다. 예를 들어 사람의 이름을 만들 때 돌림자를 쓰는 집안이라면 영수, 명수 등 수 자 돌림으로 쓰겠다라는 등 일종의 규칙이 있을 것이다. 이 8번 분과위원회에서는 금융 거래에 필요한 이름을 짓는 데 있어서의 규칙을 만드는 위원회이다. 하나의 사례로, 국제적으로 은행의 이름을 구분할 때, 해당 국가의 국가 코드 (KR)이 들어가는 식으로 11자리 코드를 부여한다는 규칙을 정한다. 우리나라의 은행들은 각 은행에서 자유롭게 정한 4자리 알파벳 이후에는 항상 국가 코드 두 자리 KR이 들어간다.
국제표준 업무를 이끌어 나갈 때 경험하는 것들
국제표준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이해관계자 간의 합의의 연속이다. 종래의 전통적인 은행, 카드회사, 금융 거래에 포함되는 소비자, 그리고 새로 생겨나는 전자 상거래에 기반한 금융업은 아니지만 결제를 처리할 수 있는 기관 등 금융 거래에 있어서 다양한 이득을 대변하는 여러 기관이 있다. 세상 만사가 그러하듯, 금융 거래에 있어서도 한 기관의 이득이 다른 기관의 이득과는 상충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국제표준을 만들 때에는 이러한 이해 관계를 감안하여 모든 기관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각 기관의 합의가 중요하다. 한번 만들어진 표준은 국제 표준화 기구에서 폐지하기 전까지 계속 남아서 세계의 사람들에게 소개된다. 이 문서는 표준을 만들 당시의 최고의 전문가들이 공유한 각국의 지식을 집대성하였기 때문에 한번 만들 때 주의 깊게, 서로 간의 합의를 최 우선으로 하여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가 작업하는 국제 기구는 ISO(Internationl Standard Organization)이고, 국제표준을 만드는 기관은 ISO 외에도 국제전기기술위원회인 IEC(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ttee), 국제전기통신연합인 ITU-T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가 있다. 특히 ITU-T는 우리 나라가 정보통신 산업의 강국인만큼, 세계를 주도하는 우리나라의 전문가들이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표준을 만들 때 모든 나라가 해당 표준의 개발에 대해서 찬성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자국에서 이미 해당 산업을 선도해 나가는 입장인 경우 새로운 표준이 기존의 기술과 상충될 가능성도 있어 선뜻 찬성하지 않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한 나라의 의견만 계속 주장하더라도 각 투표 단계에서 다른 나라가 선뜻 지지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에, 투표에서 표준안이 부결되는 상황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표준 개발 과정마다 거치는 각종 투표에서 각 나라의 의견을 가급적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나라의 전문가와 함께 일하는 경험
필자가 작업하고 있는 작업반은 미국 국립표준협회(ANSI), 영국 표준협회(BSI), 프랑스 표준협회(AFNOR), 일본 산업표준위원회(JISC), 호주 표준원(SA), 중국 국가표준화관리위원회(SAC), 세계 유수의 글로벌 결제 기관 등이다. 다양한 나라, 다양한 기관에 속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필자가 개발한 2건의 표준 중 한 가지는 생체인증에 대한 표준이다. 생체인증 표준인 ISO 19092는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바이오인증을 사용하는 기관이 준수해야 할 보안 요구사항 및 기반 구조를 제시하고, 바이오인증 서비스 구축 및 운영에 필요한 조치사항을 총망라한 지침서이다. 현재 필자가 개발하고 있는 또다른 표준인 ISO/DIS 18960은 결제서비스 제공기관이 보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조직 전체 및 기능적 측면에서 구비해야 할 보안 요구사항과 지침을 기술한 표준이다.
한국에서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생체인증은 휴대폰에 지문 또는 얼굴을 가지고 인식하는 인증이다. 요즈음에는 아파트에 출입할 때에도 거주민의 얼굴을 통해 출입을 허가하는 시스템이 많이 사용되며, 가장 가까운 예로는 국내 공항에서 손바닥 인증을 통해 여권 대신 신원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
해외에서는 지문 정보를 금융 거래에 필요한 카드에 포함시켜 카드를 발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생체정보가 담긴 카드는 특히 보안이 중요하다. 필자가 국제표준을 개발할 때에는 글로벌 신용카드 사에 재직 중인 박사님들, 일본의 생체인증 분야를 전공한 교수님, 우리 나라의 생체인증 전공의 대가인 교수님, 프랑스의 지급결제기관 전문가, 호주의 지급결제기관 전문가와 보안 컨설턴트, 스위스의 양자 컴퓨팅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20년 이상 본인의 전문 실력을 쌓아온 전문가들과 함께 표준을 개발했다.
표준 개발 시 상호 간의 합의와 조정이 중요하다. 필자가 속한 표준 개발 작업반은 앞서 보안 분야에서 30년 이상 유지되어 온 역사가 깊은 표준 작업반이다. 이 표준 개발 작업반은 1년에 3차례 직접 만나서 회의를 진행한다. 올림픽처럼 각국에서 참여하다 보니, 각 나라의 공정한 작업 기회가 중요하다. 따라서 작업반 회의도 세 개의 대륙인 북미, 아시아태평양, 유럽에서 돌아가면서 개최한다.
각 나라의 업무 시간인 09시부터 17시까지 맞춰서 진행하다 보니 시간대가 다른 나라에서는 새벽 시간에 회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필자가 개발했던 국제표준은 코로나가 한창 창궐했던 2021년에 기술적인 주요 사항이 주로 정해지다 보니, 월 2회 미국 시각에 맞춰서 새벽 3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일을 하는 게 매우 힘들었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생업이 있지만 국제적으로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함께 일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였다.
필자가 개발한 생체인증 국제표준 역시 개발 과정에서 여러 차례의 투표를 거쳤다. 각 단계의 투표에서 영국·일본·미국·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해당국의 대표 전문가가 다양한 의견을 주었다. 표준 개발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본인 업권에서 20~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분들이기에 이 분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기술적인 상세 사항을 추가하면서 각 나라의 의견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각 나라의 의견을 반영하여 의견에 대해 프로젝트 리더로서 생각하는 처리 방안을 기술한 문서를 만들어서 의견을 준 국가 및 이 표준안을 개발하는 다른 국가까지 설득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생체인증이 각 나라에서 널리 다양하게 쓰이고 있었기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전문가가 보낸 의견이 75개 이상 발생하기도 하였다. 전문가가 보낸 의견이 개발 중인 표준안에 반영되어 널리 쓰일 수 있도록, 가급적 상세하게 의견을 반영했다.
특히 생체인증 정보는 다른 인증수단과 달리 한 번 유출되면 변경이 어렵기에, 생체인증 정보를 금융 기관이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안에 대하여 여러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내가 사용하는 휴대폰에 얼굴 또는 지문 정보를 등록하여 사용하는 것은 관리 주체가 개인이 되지만, 금융기관에서 소비자의 정보를 관리하는 경우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일종의 해결책으로서 고객이 금융기관에 제시한 생체인증 정보를 금융기관과 신뢰받는 제3의 기관이 분할하여 관리하는 방안을 표준에 수록하였다.
상대 국가의 의견을 그대로 표준안에 반영하기보다 수정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애플의 iOS 등 모바일 기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위협에 대해 수록하자는 해외 전문가의 요청이 있었다. 표준에 특정한 기업의 기술을 편향적으로 수록하지 않기 위해 모바일 기기에서 금융 서비스의 생체인증 환경을 구현할 때 검토해야 할 보안 요구사항을 표준의 부록에 포괄적으로 기술하였다. 특정한 나라 또는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고, 각 나라의 입장을 조화롭게 반영하도록 노력했다.
이와 같이 표준안의 개발에 있어서 투표 단계마다 회원국의 수많은 의견과 반영 과정을 거쳤으며, 기술적인 의견이 최종적으로 국가간 투표를 통하여 결정되는 과정인 국제표준안(DIS), 최종국제표준안(FDIS) 단계에서 투표에 참여한 정회원국가가 모두 찬성하는 쾌거를 얻을 수 있었다.
일방적으로 우리 나라의 의견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의 이해관계자, 산업별 현황이 다르다는 것을 반영하여 각 나라의 의견을 조화롭게 수용한 후 합의 일치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표준 개발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는 점이다. 올림픽 경기에서 스포츠 정신이 중요하듯이 국제표준 개발에서는 다른 나라의 의견을 프로젝트 리더로서 조화롭게 반영하여 투표 단계에서 합의를 이루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다양한 나라의 금융 IT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국제표준은 세계 금융 시장에서 생체인증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보안 기술을 수록한 지침서로서 활용될 것으로 본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국제표준 개발을 주도하여 수행하였기에, 향후 우리나라의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우리나라가 만든 금융 기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새로운 형태 금융 거래 시장에서 표준의 역할
한국에서는 오픈뱅킹 업무를 시작으로 혁신적인 여러 금융 서비스들이 생겨났다. 필자가 현재 개발하고 있는 표준은 중소 기업의 상생의 시대에 맞춰, 종래의 전통적인 금융기관처럼 크고 업무에 투입할 인력과 돈이 풍부한 기업이 아닌 중소 기업 (SME: Small and Medium Enterprise)에 대하여서도, 고객의 금융 거래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정보보호를 안전하게 하려면 어떠한 보안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보안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과 지침, 권고에 따라서 처리하면 되는지를 정의한 표준이다.
종래의 금융 시장은 고객의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 자본이 어느 정도 이상 되는 대규모의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기관이 새로운 금융 시장의 플레이어로서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 시대 이후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 산업을 마주치고 있다. 카드 거래가 일상적이지 않던 나라, 예를 들어 화장실을 사용하더라도 1유로짜리 동전을 주어야 쓸 수 있었던 해외에서, 이제는 신용카드를 가까이 대기만 해도 결제가 됨으로써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주치는 일이 최소화되고 있다.
카드 거래 망이 보급되지 않아서 카드 결제가 어려웠던 도심과 다른 시골에서도 이제는 휴대폰에 고객이 보유한 앱의 QR (Quick Response)을 통해 결제가 이루어지는 시대이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 거래가 진행되는 시기에,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도 각 금융 기관과 산업 종사자들 간의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QR 거래의 경우, 유니온페이,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중국에서 많이 사용하고 활성화되고 있기에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QR 거래를 국제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이미 두 건의 국제표준을 금융 분야에서 개발하였다. 한 나라 안에서만 사용되던 기술을 세계인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에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국제 표준의 개발을 금융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국가기술표준원이 표준 개발에 있어서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금융 거래뿐만 아니라 스마트시티, 인공지능, 첨단 양자기술 등 발전하는 분야의 국제표준을 주도하기 위해 분과위원회 설립, 이사회의 이사 진출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출몰하고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이 세계에서, 최소한 5년의 기간 동안 영속적으로 세계인에게 읽혀질 수 있는 표준을 개발하는 업무는 금융 산업에서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보람을 느끼는 업무이다. 더불어 국제 표준에 우리 나라의 발전한 국가 기술을 소개함으로써, 우리 나라가 이제는 금융 분야에서 빠르게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워가 아니라,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선도자로서 자리매김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방법이다.
이미 한국은 발전된 정보기술을 통해 금융과 IT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산업, 핀테크를 통해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활발한 표준 개발과 우리나라의 뛰어난 인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글로벌 금융 산업의 리더로 우리나라가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윤혜영 전문연구역/기술사/국제기술사는 한성과학고를 거쳐 KAIST 전산학과 학사, 석사 과정을 졸업한 후 금융결제원에서 국제표준, 국가표준, 단체표준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외환동시결제, 국가간 현금자동입출금기 연계 공동망 등 지급결제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생체인증 분야의 ISO 국제금융표준을 개발한 후, 현재 핀테크 분야의 국제금융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한국정보공학기술사회 및 한국기술사회 소속으로 정보기술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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