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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들의 중동 진출 현주소… “올 수주목표 상반기에 초과달성”

국내 업체들의 중동 진출 현주소… “올 수주목표 상반기에 초과달성”

지난 2001년 7월에 수주해 최근 준공한 두산중공업의 아랍에미리트 후자이라 발전 담수 플랜트 현장. 두산중공업은 현재 중동에서 8건의 플랜트를 진행 중이다.
제2의 중동 특수가 시작되면서 현대자동차의 중동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그동안 만성적인 자금 부족에 허덕이던 현대건설은 올 들어 아랍에미리트의 발전소(7억 달러)와 바닷모래 준설 매립 공장(5000만 달러), 쿠웨이트의 에탄올 회수 처리공장(4억 달러) 등 올 상반기에만 약 21억 달러어치의 공사를 수주하는 개가를 올렸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2005년 수주 목표를 20억 달러로 정했는데 상반기에 목표치를 모두 달성한 것. 1년 장사가 끝났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 회사의 올 상반기 해외 수주 공사는 모두 중동에서 나왔다. 현대건설은 이에 따라 올해 수십 명의 신입·경력직을 채용할 예정이다. 현지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지사도 보강하고 있다. 권오식 현대건설 해외사업 총괄 부장은 “현재 중동지역 6개 국가에 현지 지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6월 초 요르단에 지사를 새로 설립해 2명의 직원을 급히 내보냈다”고 말했다. 이라크 재건사업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이다. 이 회사는 요즘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진출 업체들 벌써 인력난 원유 가격 급등으로 ‘곳간’이 두둑해진 중동 산유국들이 오일 달러를 풀면서 각종 산업 인프라 공사가 활발하다. 중동 국가들은 자체 건설업체가 없기 때문에 모든 공사를 해외 업체에 발주하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 건설업체들도 상당한 혜택을 보고 있다. 두산중공업도 콧노래를 부르기는 마찬가지다. 발전·담수 플랜트 분야에 강한 두산중공업은 카타르의 발전소(2억7000만 달러)와 쿠웨이트의 담수 처리 공사(2억6000만 달러) 등을 따내면서 올해 예상 수주액을 11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매년 중동에서 10억 달러가량의 일감을 수주하고 있다. 구기욱 두산중공업 발전·담수 사업 담당 상무는 “요즘 중동 국가들은 원유를 가공하는 석유화학 공장을 많이 짓고 있다”며 “이런 공장을 돌리려면 전기와 물을 공급하는 발전·담수 설비가 필수적이라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또 “경제 수준이 높아질수록 주민들이 생활용수나 TV·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많이 사용해 전기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시장 전망이 좋다”고 말했다. 1970년대 ‘오일 쇼크’ 때도 중동 국가들은 넉넉해진 오일 달러를 풀며 지금처럼 각종 공사를 했다. 그때는 도로·항만 등 국가 인프라 공사와 주택·빌딩 건설이 주를 이뤘고 기술력보다 몸으로 때우는 공사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공장을 설계하고 내부 기계시설까지 모두 공급하다 보니 높은 기술력이 필요해졌다. 단순히 빌딩만 지어 올리는 수준이 아닌 것이다. 그러다 보니 건설의 부가가치가 높아 공사 단가도 훌쩍 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규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큰 빌딩 공사가 2억~3억 달러 선인 데 비해 플랜트 공사는 보통 10억 달러 전후인 경우가 많다. 차원이 다른 셈이다. 두산중공업 역시 현대건설처럼 인력난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구기욱 상무는 “단순 노동자는 현지에서 조달하지만 플랜트 건설 현장을 지휘·관리하고 기술적인 부분에 관여할 고급 엔지니어들이 부족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활황 덕에 해외건설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45% 선이었지만 올해는 60% 선을 넘어섰다. 2001년 22억 달러, 2003년 22억 달러에 이어 올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48억 달러어치를 확보했다(해외건설협회 자료). 업계는 이런 추세라면 8년 만에 해외건설 수주액 ‘100억 달러’ 고지에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는 앞으로 3년 동안 중동에서 300억 달러가 넘는 일감이 추가로 생겨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전·자동차도 중동 특수 중동의 산업 기반시설 투자로 건설업이 수혜를 보고 있다면 오일 달러 덕분에 생활이 풍족해진 중동 소비자 때문에 혜택을 보는 곳은 가전·자동차업계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은 대형 PDP TV, 양문형 냉장고, 고급 휴대전화 등 고가의 가전제품 판매에 탄력이 붙었다. 삼성전자의 올 중동시장 예상 매출은 35억 달러. 매년 30%가량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LG전자 두바이지사의 이종열 차장은 “유가 급등이 소비로 이어지는 데 대략 2년가량 걸리는데, 2000년 들어 시작된 고유가 현상이 1~2년 전부터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올해 중동시장에서 25억 달러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중동시장에서 클릭 등 소형차가 잘 팔리다가 올 들어 아반떼·쏘나타·에쿠스 등 중대형차로 인기 차종이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아프리카·중동팀 관계자는 “중동 지역의 매출은 현대차 전체 매출의 6% 선으로 그리 비중 있는 시장은 아니다”며 “그러나 성장률은 최근 몇 년 새 200%에 이를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다.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4만9100대를 팔았던 현대차는 올 들어 같은 기간에 8만2200대를 팔아, 판매량을 두 배로 늘렸다.

물론 이 같은 중동발 특수는 거저 얻은 게 아니다. “우리 건설업계는 지난 20~30년 동안 충분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울산 같은 공업단지를 만들 때 다양한 플랜트 설계·시공을 했던 경험이 있고, 선진국 건설업체의 하청을 받아 해외 플랜트 건설을 부분적으로 해보면서 경험과 기술력을 축적했습니다. 여기에 설계부터 시공·관리까지 한번에 끝내는 원스톱 서비스도 경쟁력입니다.” 권오식 현대건설 부장은 “유럽·일본 등 선진국 건설사들은 보통 설계와 건설·현장 관리만 하고 시공은 인도·중국 등 후진국 건설사에 맡긴다”며 “그러다 보니 관리와 현장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우리 건설사들만큼 원활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종열 LG전자 차장도 ‘실력’을 언급했다. 이 차장은 “중동시장만을 위한 산소 에어컨, 메카폰(이슬람 성지 메카의 방향을 알려주는 휴대전화) 같은 지역 특화 상품을 내놓고 있는데 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면서 품질과 디자인이 좋다는 평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우 삼성전자 중동·아프리카 총괄 상무는 “일본 전자업체들은 제품만 팔지만 우리는 사회 공헌, 대외 봉사활동을 강화해 지역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든 게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현대차 품질이 좋아지기도 했지만 판매 전략도 달랐다”며 “일본이나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연식이 지난 이전 모델을 투입하지만 우리는 국내에서 막 출시한 NF쏘나타 같은 최신 모델을 수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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