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항공사 ‘골’의 고공비행
할인 항공사 ‘골’의 고공비행
A 'Tropical' Way to Fly
2000년 말 콘스타티노 데 올리베이라 2세가 브라질에서 할인 항공사를 세우겠다고 발표했을 때 경쟁사들은 비웃었다. 월스트리트의 거품이 꺼지고 세계경제가 침체되면서 일부 대형 항공사들마저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었다. 올리베이라는 부친의 버스 회사에서 경험을 쌓았고 아마추어 경주용 자동차 운전자였지만, 항공 운송 분야에는 경험이 없었다. 당시 32세에 대학 중퇴자였던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2세로 불렸다.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성공하지 못한다”고 얘기했다.
2세는 그 충고를 듣지 않았다. 2001년 처녀 비행을 시작한 이래 그의 회사 골 리냐스 아에레아스 인텔리겐테스(‘영리한 항공사 골’이란 의미·약칭 골)는 브라질, 혹은 세계에서 가장 공세적인 항공사 중 하나가 됐다. 국내 7개 공항을 운항하는 비행기 6대로 시작한 골은 이제 비행기 34대에 전국 40개 공항을 운항하며, 최근에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노선도 개설했다.
저렴한 항공료와 최신 보잉 737기들로 무장한 골은 경쟁사의 승객들을 빼앗으며, 지난 5월에는 바리그 항공을 추월해 중남미에서 둘째로 큰 항공사가 됐다. 약 80년 역사의 바리그는 현재 채권자들에게 시달리며 간신히 연명 중이다. 최근 골은 2006년 말까지 멕시코에 저비용 항공사를 설립하기 위한 합작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올리베이라의 계획대로라면 2010년 안에 남미 대부분 지역은 골의 날개 아래 들어간다.
올리베이라는 자신이 유럽의 라이언에어와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같은 할인 항공 선두업체들로부터 영감을 얻었음을 흔쾌히 인정한다. 이들 선두업체는 불필요한 서비스는 없애고 실비로 운항하는, 이제는 유명해진 사업 모델을 선보였다. 예컨대 온라인 항공권 판매, 버켓 시트(1인용 접좌석) 사용, 마일리지 혜택 철폐, 기내식 대신 땅콩 제공 등이다.
그러나 그는 그 사업 모델에 자칭 ‘열대풍’ 특징을 가미해 세계에서 규제가 가장 많으면서 개척이 안된 브라질 시장에 맞도록 변형시켰다. 그 결과 신생 회사인 골은 놀랍게도 벌써 업계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어떤 난해한 지표(하루 비행 시간, 좌석당 비용·수입 등)에서도 골은 업계 선두를 달린다. 최대 경쟁사 라이언에어의 두 배나 되는 투자 수익을 올리고, 비행기 한 대당 매출은 막강한 젯블루 항공보다 50%나 많다.
올해 이익은 58% 증가해 2억5500만 달러가 될 전망이다. 2004년 기업공개 이후 주가는 상파울루에서 36%, 뉴욕에서 73% 올랐다. 마이애미에서 출간되는 애브뉴스의 로버트 부스 편집인은 “2세는 만사를 옳게 처리했다. 저비용 항공사 모델을 선택해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 가운데 하나인 브라질에 적응시켰다. 그의 회사는 업계의 선두권을 달린다”고 평가했다.
중남미에서 골은 일종의 혁명을 시작했다. 그곳은 가까운 거리의 항공료가 월 최저임금보다 비싼 지역이다. 그런 만큼 골이 상파울루·브라질리아·리우 데 자네이루 같은 주요 노선의 심야 항공료를 20달러만 받자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산탄데르 은행의 항공산업 분석가 다니엘라 브레트하우어는 “많은 신규 탑승객들은 항공료가 저렴하자 어딜 가든 비행기를 탔다”고 말했다. 골 간부들에 따르면 탑승객의 11~15%는 비행기를 처음 타는 사람이다. 브라질에서는 이것을 골 효과라고 부른다.
올리베이라는 ‘열대화’(tropicalization)라고 부른다. 대다수 할인 항공사들은 한쌍으로 묶인 도시 노선들과 보조 공항들 사이를 오간다. 올리베이라는 대륙 크기의 브라질에서는 전국적인 연결망을 갖춘 복잡한 항공 일정표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승객과 수하물을 한 항공편에서 다른 항공편으로 환승시키기 위해서는 시계 같은 정확성과 복잡한 노선 배정도 요구됐다.
이 모든 일은 골이 최신 보잉 737기들(다수는 700·800 시리즈의 ‘차세대 기종’이다) 구입과 정교한 ‘동시 정비 계획’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동시 정비 계획’에서는 정밀검사를 위해 항공기를 며칠씩 격납고에 계류시키는 대신 지상 정비요원들이 비행 사이사이에 수시로 점검한다. 이로써 골은 항공기들을 하루 14시간씩(업계 표준보다 3시간 많다) 운항할 수 있게 되면서 가장 비싼 재산인 항공기의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항공산업 전문가들이 골의 수익성을 업계 최고로 평가한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운도 따랐다.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로 붕괴되면서 그 뒤 항공 여행을 여러 달 마비시켰을 때 골은 창업한 지 겨우 9개월째였다. 올리베이라는 어둠 속에서도 틈새시장을 발견하고는 리스업체들로부터 항공기들을 임차했다. 2001년 9월 ~ 2002년 1월 골의 보유 항공기는 10대에서 21대로 늘었다. 실직 조종사와 기술자들도 수십 명 채용했다. 그는 “우리는 당시에도 성장하는 극소수 항공사 중 하나였다”고 회상했다.
때를 만나기도 완벽했다. 브라질에서는 그때 막 텔레콤 시장의 규제가 철폐돼 수백만 명의 휴대전화·인터넷 접근이 가능해졌다. 골은 항공권 판매 대리점에 투자하는 대신 전자상거래에 투자했다. 이제 골 항공권의 80%는 인터넷을 통해 팔리며, 그중 3분의 1 이상은 소비자들에게 직판된다. 브라질에서는 자동차업계만이 인터넷을 통한 사업에서 골보다 앞설 뿐이다. 인터넷 예약이 새롭지는 않지만 골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예비 탑승객들이 직접 예약을 재조정하고 좌석을 선택하며, 심지어 전화기를 들 필요도 없이 온라인으로 탑승수속을 밟게 했다.
오늘날 항공업계에서는 싸야 아름답다. 골은 그 중요한 교훈을 뼛속까지 새겼다(골 홈페이지의 날으는 돼지저금통이 그 상징이다). 경쟁사들의 본사가 첨단 승강기와 멋진 전경을 갖춘 화려한 고층빌딩 속에 입주해 있지만, 골 본사는 상파울루 공항 인근의 허름한 건물에 들어있고 직원들은 4층까지 숨을 헐떡이며 오르내린다. 올리베이라는 애사심을 고취하기 위해 일련의 재훈련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전직원을 수익 공유 프로그램에 참여시켰다. 덕분에 지난해에는 직원 1인당 4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보너스가 지급됐다. 조종사들은 비행술뿐 아니라 항공업계 운영방식에 대해서도 배운다. 올리베이라는 “이제 직원들은 5분 연착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초래하는지를 안다”고 말했다.
가장 오래된 항공사 가운데 2개가 파산절차를 밟고 세 번째 회사가 격납고의 문을 잠근 나라에서 그 교훈의 중요성은 곧 입증될지도 모른다. 골의 성장 전망은 부분적으론 브라질의 장래에 달려 있다. 브라질에서는 혼란스런 정치와 냉혹한 경제정책 때문에 안정과 번영이 방해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업가들의 의욕이 꺾이지는 않는다. 올리베이라 덕에 보통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게 된 이후 중남미 전역에서 할인 항공사가 6개나 창업했다. 조만간 골은 자신을 본떠 만들어진 경쟁사들과 대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장병걸 cbg58@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00년 말 콘스타티노 데 올리베이라 2세가 브라질에서 할인 항공사를 세우겠다고 발표했을 때 경쟁사들은 비웃었다. 월스트리트의 거품이 꺼지고 세계경제가 침체되면서 일부 대형 항공사들마저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었다. 올리베이라는 부친의 버스 회사에서 경험을 쌓았고 아마추어 경주용 자동차 운전자였지만, 항공 운송 분야에는 경험이 없었다. 당시 32세에 대학 중퇴자였던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2세로 불렸다.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성공하지 못한다”고 얘기했다.
2세는 그 충고를 듣지 않았다. 2001년 처녀 비행을 시작한 이래 그의 회사 골 리냐스 아에레아스 인텔리겐테스(‘영리한 항공사 골’이란 의미·약칭 골)는 브라질, 혹은 세계에서 가장 공세적인 항공사 중 하나가 됐다. 국내 7개 공항을 운항하는 비행기 6대로 시작한 골은 이제 비행기 34대에 전국 40개 공항을 운항하며, 최근에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노선도 개설했다.
저렴한 항공료와 최신 보잉 737기들로 무장한 골은 경쟁사의 승객들을 빼앗으며, 지난 5월에는 바리그 항공을 추월해 중남미에서 둘째로 큰 항공사가 됐다. 약 80년 역사의 바리그는 현재 채권자들에게 시달리며 간신히 연명 중이다. 최근 골은 2006년 말까지 멕시코에 저비용 항공사를 설립하기 위한 합작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올리베이라의 계획대로라면 2010년 안에 남미 대부분 지역은 골의 날개 아래 들어간다.
올리베이라는 자신이 유럽의 라이언에어와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같은 할인 항공 선두업체들로부터 영감을 얻었음을 흔쾌히 인정한다. 이들 선두업체는 불필요한 서비스는 없애고 실비로 운항하는, 이제는 유명해진 사업 모델을 선보였다. 예컨대 온라인 항공권 판매, 버켓 시트(1인용 접좌석) 사용, 마일리지 혜택 철폐, 기내식 대신 땅콩 제공 등이다.
그러나 그는 그 사업 모델에 자칭 ‘열대풍’ 특징을 가미해 세계에서 규제가 가장 많으면서 개척이 안된 브라질 시장에 맞도록 변형시켰다. 그 결과 신생 회사인 골은 놀랍게도 벌써 업계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어떤 난해한 지표(하루 비행 시간, 좌석당 비용·수입 등)에서도 골은 업계 선두를 달린다. 최대 경쟁사 라이언에어의 두 배나 되는 투자 수익을 올리고, 비행기 한 대당 매출은 막강한 젯블루 항공보다 50%나 많다.
올해 이익은 58% 증가해 2억5500만 달러가 될 전망이다. 2004년 기업공개 이후 주가는 상파울루에서 36%, 뉴욕에서 73% 올랐다. 마이애미에서 출간되는 애브뉴스의 로버트 부스 편집인은 “2세는 만사를 옳게 처리했다. 저비용 항공사 모델을 선택해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 가운데 하나인 브라질에 적응시켰다. 그의 회사는 업계의 선두권을 달린다”고 평가했다.
중남미에서 골은 일종의 혁명을 시작했다. 그곳은 가까운 거리의 항공료가 월 최저임금보다 비싼 지역이다. 그런 만큼 골이 상파울루·브라질리아·리우 데 자네이루 같은 주요 노선의 심야 항공료를 20달러만 받자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산탄데르 은행의 항공산업 분석가 다니엘라 브레트하우어는 “많은 신규 탑승객들은 항공료가 저렴하자 어딜 가든 비행기를 탔다”고 말했다. 골 간부들에 따르면 탑승객의 11~15%는 비행기를 처음 타는 사람이다. 브라질에서는 이것을 골 효과라고 부른다.
올리베이라는 ‘열대화’(tropicalization)라고 부른다. 대다수 할인 항공사들은 한쌍으로 묶인 도시 노선들과 보조 공항들 사이를 오간다. 올리베이라는 대륙 크기의 브라질에서는 전국적인 연결망을 갖춘 복잡한 항공 일정표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승객과 수하물을 한 항공편에서 다른 항공편으로 환승시키기 위해서는 시계 같은 정확성과 복잡한 노선 배정도 요구됐다.
이 모든 일은 골이 최신 보잉 737기들(다수는 700·800 시리즈의 ‘차세대 기종’이다) 구입과 정교한 ‘동시 정비 계획’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동시 정비 계획’에서는 정밀검사를 위해 항공기를 며칠씩 격납고에 계류시키는 대신 지상 정비요원들이 비행 사이사이에 수시로 점검한다. 이로써 골은 항공기들을 하루 14시간씩(업계 표준보다 3시간 많다) 운항할 수 있게 되면서 가장 비싼 재산인 항공기의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항공산업 전문가들이 골의 수익성을 업계 최고로 평가한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운도 따랐다.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로 붕괴되면서 그 뒤 항공 여행을 여러 달 마비시켰을 때 골은 창업한 지 겨우 9개월째였다. 올리베이라는 어둠 속에서도 틈새시장을 발견하고는 리스업체들로부터 항공기들을 임차했다. 2001년 9월 ~ 2002년 1월 골의 보유 항공기는 10대에서 21대로 늘었다. 실직 조종사와 기술자들도 수십 명 채용했다. 그는 “우리는 당시에도 성장하는 극소수 항공사 중 하나였다”고 회상했다.
때를 만나기도 완벽했다. 브라질에서는 그때 막 텔레콤 시장의 규제가 철폐돼 수백만 명의 휴대전화·인터넷 접근이 가능해졌다. 골은 항공권 판매 대리점에 투자하는 대신 전자상거래에 투자했다. 이제 골 항공권의 80%는 인터넷을 통해 팔리며, 그중 3분의 1 이상은 소비자들에게 직판된다. 브라질에서는 자동차업계만이 인터넷을 통한 사업에서 골보다 앞설 뿐이다. 인터넷 예약이 새롭지는 않지만 골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예비 탑승객들이 직접 예약을 재조정하고 좌석을 선택하며, 심지어 전화기를 들 필요도 없이 온라인으로 탑승수속을 밟게 했다.
오늘날 항공업계에서는 싸야 아름답다. 골은 그 중요한 교훈을 뼛속까지 새겼다(골 홈페이지의 날으는 돼지저금통이 그 상징이다). 경쟁사들의 본사가 첨단 승강기와 멋진 전경을 갖춘 화려한 고층빌딩 속에 입주해 있지만, 골 본사는 상파울루 공항 인근의 허름한 건물에 들어있고 직원들은 4층까지 숨을 헐떡이며 오르내린다. 올리베이라는 애사심을 고취하기 위해 일련의 재훈련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전직원을 수익 공유 프로그램에 참여시켰다. 덕분에 지난해에는 직원 1인당 4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보너스가 지급됐다. 조종사들은 비행술뿐 아니라 항공업계 운영방식에 대해서도 배운다. 올리베이라는 “이제 직원들은 5분 연착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초래하는지를 안다”고 말했다.
가장 오래된 항공사 가운데 2개가 파산절차를 밟고 세 번째 회사가 격납고의 문을 잠근 나라에서 그 교훈의 중요성은 곧 입증될지도 모른다. 골의 성장 전망은 부분적으론 브라질의 장래에 달려 있다. 브라질에서는 혼란스런 정치와 냉혹한 경제정책 때문에 안정과 번영이 방해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업가들의 의욕이 꺾이지는 않는다. 올리베이라 덕에 보통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게 된 이후 중남미 전역에서 할인 항공사가 6개나 창업했다. 조만간 골은 자신을 본떠 만들어진 경쟁사들과 대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장병걸 cbg58@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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