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과 합자 통해 기술 습득…세계로 진출하는 중국 자동차
외국기업과 합자 통해 기술 습득…세계로 진출하는 중국 자동차
외자기업 협력만으로는 한계 혼다 관계자는 “중국시장의 잠재력과 우수한 노동력을 보고 중국시장에 투자하게 됐다. 또 광저우 혼다와 둥펑 혼다의 생산 경험을 활용할 수 있어 생산원가를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연 생산량은 5만 대로 정했다. 하루 50대를 생산해 최단기간 내 이익을 내겠다는 게 CHAC의 목표였다. 회사의 발표에 따르면 수출용 JAZZ와 내수용 페이두(飛度)의 구조는 거의 유사하다. 설계를 약간 변경했을 뿐이다. 생산원가를 줄이기 위해 혼다는 JAZZ를 광저우 혼다가 생산하는 페이두 라인에서 같이 생산토록 했다. 물론 대량생산 목적도 있었다. 새로운 생산 라인을 만들려면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었다. 혼다가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중국에서 자동차를 수출한다는 것은 중국 자동차 업계로선 꿈이다. 따라서 혼다는 단기간 내 대량생산으로 중국 생산 자동차가 수출되는 꿈을 실현시켜 주고 동시에 중국 정부로부터 여러 혜택을 보장받으려 했던 것이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수출업체에 여러 가지 혜택을 주고 있다. 실제로 혼다는 이 같은 경영전략을 밝혀 중국 정부로부터 65% 지분 보유를 승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과학원 거시경제연구소 위안강밍(袁鋼明) 연구원은 “외국 자동차 기업이 중국에 들어온 것은 중국시장을 점유하기 위해서다. 결코 중국 자동차 수출을 늘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소량으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것은 국내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이거나, 향후 중국에서의 전략을 가늠해 보려는 술책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혼다 경영진도 인정한다. 그들은 “혼다의 전략은 수요가 있는 곳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2001년 말 상하이(上海)GM은 필리핀 GM으로부터 상용차 5000대 주문을 받았다. 그리고 필리핀에 승용차 1000대를 수출했다. 당시 GM은 산둥(山東)대우와 진베이(金杯)GM을 상대로 상하이GM이 만드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합자회사를 설립하려던 참이었다. GM은 보다 효율적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방법에 주력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 발전에는 관심이 없었다. 사실 수출을 하느냐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연구개발이나 판매, 구매권 등이 모두 외자기업 손아귀에 있다는 것이다. 합자기업 내에서 중국 측이 내놓은 수출계획이 외자 측 이익과 상충되면 항상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지난해 말 베이징현대(北京現代)는 러시아에 1만9000대의 쏘나타를 수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국 측과 러시아 측의 수출 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성사되지 않았다. 중국 측이 아무리 수출을 원해도 외자 측 이익과 대치되면 안 된다는 얘기다. 청전뱌오 회장은 “외자기업들은 이미 해외시장에서 현지공장을 세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만약 중국 기업들이 이들 판매망을 이용해 국제시장에 진입하려 하면 외자기업들은 위협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외자기업과의 협력은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충칭(重慶)의 창안자동차(長安汽車)그룹의 인자쉬(尹家緖) 최고경영자는 수출 문제에 대해 이런 의견을 제시했다. “외자기업은 결코 중국 자동차 수출의 구세주가 될 수 없다. 그들은 중국뿐 아니라 해외 어디에도 수요가 있으면 공장을 짓는다. 그들은 또 똑같은 제품의 기술이전료를 여기저기서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은 수출 문제에서 발언권을 가질 수 없다.” “중국 기업들은 지금 깨어나야 한다. 부단히 연구개발 능력을 높여야 하고 독자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 수출의 전도가 밝다.” 그의 경고는 이어진다. “다른 사람들이 구축한 기초 위에서 성공할 것을 기대해선 안 된다. 만약 중국 기업들이 저렴한 생산원가라는 경쟁력을 잃는다면 라틴아메리카처럼 외자기업들로부터 버림받을 수도 있다.” 저가 자동차 시장에 주력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 외자기업 브랜드를 빼고 순 국산을 들라면 ‘지리(吉利)’와 ‘치루이(奇瑞)’ 정도다. 이들은 미래에 중국 자동차 수출의 기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들의 수출 앞길은 그리 쉽지 않다. 물론 최근 들어 이들 두 브랜드 자동차의 수출 전망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치루이 인퉁야오(尹同耀) 사장은 “전 세계 92.5%의 시장이 모두 개방돼 있다. 2007년이면 미국에 25만 대를 수출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또 지리 경영진도 “앞으로 생산 자동차의 90%를 외국에 수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로 보면 국산 브랜드가 수출 주력군임은 분명하다. 올 1분기 중국 자동차 수출액은 21억 달러에 달했다. 이 중 지리와 치루이·중화(中華)자동차가 3분의 2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 앞에는 거대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생존을 위한 도전이다. 최근 2년간 국내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 자동차 가격은 급속히 내려가고 있다. 반면 강판 등 원자재 가격은 급등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지난해 치루이와 지리·중화·훙치(紅旗) 등은 판매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중국 토종 자동차의 경우 연구개발 능력과 생산 효율성이 떨어져 국내에서는 외자기업 자동차를 이길 수 없다. 그 때문에 아직 가격경쟁력이 있는 수출로 활로를 개척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것도 만만치 않다. 최대 저가 자동차 시장인 동남아도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지난해 35만1000대의 자동차가 판매됐다. 이 중 60%가 말레이시아 토종 브랜드 자동차다. 완성차 수입관세가 140%에 달하기 때문이다. 현지 업체와의 합자도 어렵다. 일본의 미쓰비시 자동차가 가장 성공한 경우인데 현지 합자회사 지분의 8%만을 승인받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중국 자동차 산업의 활로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외시장을 개척하되 품질과 서비스에 문제가 없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또 해외로 나가기 전 국내시장에서 살아남는 훈련도 필요하다. 해외시장에서 인정받기 전 일본 혼다는 30년을, 한국의 현대차는 20년의 혹독한 시련을 국내외에서 모두 이겨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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