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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거꾸로 본 통계 ⑪ 김치가 ‘금(金)치’ 된 이유 … 중국산 파동·해거리 여파

양재찬의 거꾸로 본 통계 ⑪ 김치가 ‘금(金)치’ 된 이유 … 중국산 파동·해거리 여파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편집위원.
가락시장 배추 경매가격 5t 트럭 당 10월 13일 662만원→14일 678만원→15일 733만원→17일 688만원→18일 706만원.” 고공행진을 하는 게 국제유가만은 아니다. 상승률로 보면 배추값이 훨씬 높다. 가장 비쌌던 15일 가격을 1년 전 10월 중순 평균 도매가(152만원)와 비교하면 상승률이 382.2%다. 평년(최근 5년 평균) 가격(195만원) 대비로도 상승률이 275.9%요, 10월 상순(평균 583만원)과 비교하면 25.7%나 올랐다. 소매로는 한 포기에 5000원씩 하기도 했다. 배추값 폭등은 9월 25일 국정감사장에서 중국산 배추김치의 납 함유량이 국산에 비해 최고 5배라는 조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시작됐다. 음식점에선 중국산 김치를 쓰지 않는다고 써붙였고, 직접 담가 먹겠다는 가정이 늘어났다. 수요가 급증하면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다. 더구나 배추란 상품은 주문에 맞춰 공산품처럼 철야작업이라도 해서 공급을 늘릴 수도 없는 구조라 그 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배추는 봄배추→여름 고랭지 배추→가을 김장 배추→겨울 월동 배추로 이어진다. 그중 1년 양식이라는 김장 배추의 수요가 가장 많고, 11월 20일께부터 한 달 사이에 집중된다. 배추로 보면 10월은 단경기(端境期)다. 준고랭지 배추의 끝물이 시장에 나오며, 가을 노지 배추가 본격 출하되긴 이르다. 그래서 통상 10월에는 수요가 적고 배추값도 비싸지 않았는데 올해는 중국산 김치 파동이 특수의 불을 댕겼다. 무값도 덩달아 올랐다. 대형 할인점 등 유통업체에선 전국을 돌면서 밭떼기에 나섰다. 국산 배추를 쓴다는 포장김치 가격도 올랐는데, 주재료인 배추값 상승폭을 전부 반영하진 못해 ‘팔수록 손해’라며 냉가슴을 앓기도 했다. 중국산 김치 파동이 없었더라도 올해 배추값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농산물 가격이 거의 해를 바꿔 가며 큰 폭의 등락을 되풀이하는 ‘해거리 현상’ 때문이다. 전년도에 가격이 좋으면 올해 많이 심어 공급이 넘쳐 값이 떨어지고, 그래서 이듬해 덜 심으면 물량 부족으로 값이 오르는 것이다. 한 해는 폭락해서 파동이요, 이듬해는 폭등해서 파동이다. 지난해 김장철에 배추 도매가는 132만원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낮았다. 재배면적이 평년보다 넓었고 작황도 좋아 생산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정부와 농협이 나서 산지 배추밭을 갈아엎는 것(444㏊ 4만5341t)을 목격한 농민들이 올해는 배추를 덜 심었다. 그러잖아도 배추 재배면적은 값싼 중국산 김치가 수입되면서 줄어드는 추세다. 중국산 김치는 9월까지 8만3000t이 들어왔다. 그래도 11월 들어 김장용 노지 배추가 본격 출하되면 배추값 폭등세는 어느 정도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또다른 변수가 생겼다. 이번에는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이 발견돼 10월 21일 중국산 김치의 통관이 전면 보류됐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19.5% 줄어든 판에 중국산 김치에서 납 성분에 이어 기생충까지 발견돼 김장철에도 배추값은 강세를 띨 전망이다. 다른 물가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정부는 농협이 계약재배한 배추·무의 출하를 예년보다 한 달 이른 10월 하순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또 농협과의 계약을 어긴 채 다른 데 비싸게 파는 농민에게는 위약금을 물리고 3년 동안 계약재배 참여를 제한키로 했다. 올 가을이야 배추가 없어서 못 판다며 웃지만, 농민들로선 재미 볼 때보다 한숨짓는 적이 더 많다. 정부로선 적정 수요를 예측한 뒤 이에 맞춰 재배면적을 조절하고 출하 시점도 적절히 배분하도록 농가를 지도하고 계약재배도 한다지만, 배추·무·고추·마늘·양파·대파·당근 등 특히 채소·양념류의 해거리 현상이 여전하다. 작황보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일어나는 파동이 더 무섭다. 더구나 그전에는 국내 수급만 보고 대책을 세워도 무방했지만, 이젠 수입 농산물이 밀려오는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국제화 시대, 농사와 농정(農政)도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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