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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한계 도달했다 포기 않고 주부까지 고객 개발 … ‘내세울 게’ 없는데도 성공한 ‘난타’의 교훈

관객 한계 도달했다 포기 않고 주부까지 고객 개발 … ‘내세울 게’ 없는데도 성공한 ‘난타’의 교훈

난타는 친근한 부엌을 소재 삼아 즐거움을 선사했다.
김경묵 덕성여대 경영학과 교수·문화산업포럼 회원.
국내 공연시장은 1995년 500억원 남짓했으나 이제는 2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런 급성장의 와중에 특히 주목받은 것은 ‘난타’다. 송승환씨가 이끄는 ㈜PMC가 내놓은 ‘난타’는 국내외 공연 창작물을 통틀어 최고의 관객 동원과 수익 창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공연시장에서 ‘난타’의 이런 성공은 1990년 후반기 이후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국내 창작물 시대의 신기원을 이룩한 것이다. 이미 한국 문화상품의 대표로 부상한 ‘난타’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97년 10월 서울 서소문동 호암아트홀에서 ‘난타’ 공연을 할 당시엔 관객이 몰려 출입구 유리문이 깨지는 소동이 일어났었다. 이처럼 ‘난타’는 시작과 동시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난타’는 곧바로 동숭아트센터에서 연장 공연됐고, 지방 순회공연으로 이어졌다. 또 PMC는 서울 정동과 강남에 ‘난타’ 전용극장을 열었고 공연팀도 7개로 확대했다. 대다수 평론가는 ‘‘난타’’가 ‘두드림’에 바탕을 두고 있어 인간의 원초적인 에너지를 분출시키도록 유도했다는 데 성공 요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면 ‘난타’에는 별로 내세울 것이 없다. 우선 대본이 뛰어나지 않다. 또 ‘난타’ 안에는 유명한 배우도 없다. 그리고 대사가 거의 없는 연극이라는 점, 사물놀이에 기반을 두었다는 점도 거꾸로 약점일 수 있다. 그렇다면 ‘난타’의 진짜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PMC의 전략적인 마케팅을 지적한다. 전용극장 체제와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난타’에 적극 반영한 것이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었다. 브로드웨이 아시아와 손 잡고 ‘난타’를 외국인 정서에 맞게 고쳤다. 그리고 이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연극제에 참가했고, 해외 순회공연과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장기 공연을 감행했다. 이러한 전략적인 해외활동 덕분에 ‘난타’는 해외시장에서는 물론 국내시장에서도 지명도를 높일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난타=최초의 문화 전문 공연기업’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다는 얘기다. 서울 인구 1200만 명 중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연극을 보는 사람은 20만 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PMC가 ‘난타’ 전용극장을 개설할 당시인 2000년 7월에 이미 서울의 관람 연인원은 20만 명을 넘어섰다. 보통 제작자라면 이쯤 되면 손님 모으는 일을 그만두었을 것이다. 그러나 PMC는 다른 계산을 했다. 먼저 생활고에 찌들어 문화생활과 담을 쌓고 사는 주부를 새 손님으로 끌어들일 생각을 했다. 또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로 찌든 남성들도 새 ‘먹잇감’으로 골랐다. ‘난타’는 국내 공연 창작물도 전략적인 시스템을 갖추면 국내외 손님들을 계속 더 빨아들이면서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었다. 그런데 정부 정책은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며, 정부 지원으로 연명할 수밖에 없는 공연업체들’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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