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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서 ‘해고의 금전해결 제도’ 2008년께 도입 … ‘해고무효’승소해도 복직 못하는 시대 오나?

日서 ‘해고의 금전해결 제도’ 2008년께 도입 … ‘해고무효’승소해도 복직 못하는 시대 오나?

“재판에서 이겼는데 이런 법이 어딨나?” 2011년 5월 도쿄도에 거주하는 아이카와 마사시(46)는 전에 근무하던 기업의 인사부장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아이카와는 1988년 입사한 후 줄곧 영업 일만 해왔다. 그러나 경영자가 바뀐 직후인 2006년 7월 실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갑자기 해고당했다. 납득할 수 없었던 아이카와는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 소송을 냈다. 5년 가까이 끈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해고는 무효’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아이카와는 승소 판결문을 내밀며 직장 복귀를 강력히 희망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해결금을 지불하는 대가로 고용계약을 해제한다’고 통고했다. 이상은 어디까지나 픽션이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후생노동성이 법제화를 추진하는 ‘노동계약법(이하 노계법)’ 속에 ‘해고의 금전해결 제도’ 도입이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계법은 노동자와 사용자(기업)가 맺는 개별 고용계약에 대해 노동기준법(이하 노기법)에 명문화되지 않았던 노사의 권리·의무를 정하는 새로운 법률이다. 채용이나 배치전환 등 노동기준의 결정·변경, 해고, 퇴직 등에 관한 기본 룰이나 절차를 명확히 한다. 후생성은 노계법 제정을 위해 지난해 4월 연구회를 발족해 9월 12일 최종 보고서가 만들어졌다. 앞으로는 노사 대표자를 넣은 심의회에서 상세한 안을 검토한다. 2007년 정기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어서 이르면 2008년 시행될 가능성도 있다. 최저 노동조건을 정하는 노기법 등 현행법은 개별 노사문제에 모두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노기법에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 할 경우 원칙적으로 30일 전에 이를 예고해야 하며, 해고에는 ‘합리적인 이유와 사회적 상당성’이 필요하다고 돼 있다. 이에 비해 노계법은 노사 분쟁의 해결을 위해 명확한 민사적 룰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종 보고서에서 드러난 노계법안에 대해 노동조합이나 변호사·지식인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이하 연합) 고용제도대책국의 하세가와 히로코 국장은 “이대로라면 도입하는 데 단호히 반대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유는 “기업 측을 너무 배려한 나머지 ‘해고의 금전해결’을 비롯해 힘이 약한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새로운 제도가 많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87년 자회사 전출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징계해고된 이시가와지마하리마중공업(IHI)의 전 사원 도요타 노부오는 그 해 IHI를 제소해 98년 화해로 해고가 철회됐다. 그러나 그는 “직장엔 복귀했지만 사실 자택 대기 2주일 만에 퇴직했다”고 본지에 털어놨다. 이처럼 해고를 둘러싼 재판에서는 “노동자 측이 이겨도 현실적으로 직장에 돌아가지 못하고 퇴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후생노동성 노동기준국) 일본노동변호사단의 오가와 변호사는 “법률에서 무효가 결정된 해고도 결국 금전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노계법의 원안에 포함된 ‘고용계속형 계약변경제도’라 불리는 새로운 룰도 문제를 안고 있다. 경리직에 종사하는 우와바라 아키오는 어느 날 갑자기 영업직으로 이동하라는 인사명령을 받았다. 게다가 급여는 지금까지의 고정급에서 실적급으로 바뀌었다. 회사 측은 “납득할 수 없다면 재판에서 싸워보자”며 강하게 나왔다. 우와바라는 회사에 적을 둔 상태에서 회사를 제소할 수 있지만 ‘노동조건의 변경은 부당’하다는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는 한 인사이동과 임금 변경은 일시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이것도 픽션이지만 이러한 일이 조만간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다. 후생성은 “노동자는 자리를 잃지 않은 상태에서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며 이 제도의 이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연합의 하세가와 국장은 “해고의 금전해결 제도와 병용한다면 기업은 노동자를 해고하는 데 상당한 힘을 갖게 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해고의 금전해결 제도란?

해고를 둘러싼 재판에서 ‘해고무효’ 판결이 내려진 경우, 노동자나 사용자 중 어느 한쪽에서 원할 경우 해결금을 지불함으로써 노동계약을 해제하고 분쟁을 종결하는 제도. 지금까지 별개였던 해고무효 소송과 해결금 지불을 요구하는 재판을 사실상 일체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돈을 무기로 노동자를 쫓아내는 제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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