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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하얀 치아의 유혹

참을 수 없는 하얀 치아의 유혹

A Smile So Bright You Gotta Wear Shades

나는 치아 미백 중독에서 회복 중이다. 대부분의 중독증처럼 내 증세도 정말 대수롭지 않게 시작됐다. 몇 년 전 치과의사에게 지나가는 말로 “그런데, 저 미백틀은 값이 얼마죠?”라고 물어보았다.
중년이 된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나는 커피와 홍차를 습관적으로 심하게 마셔댔고, 빛을 잃은 내 미소 때문에 스스로 얼굴 보기가 민망스러울 정도가 됐다. 어느 날 아침 거울을 보다가 이렇게 생각했다. 이 대로는 도저히 안되겠어.

치과의사가 약 400달러인 소매 가격을 고집했다면, 나는 두말 없이 그냥 지나쳤으리라.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의사는 아주 싼값을 제시했다. 고객을 구슬려서 사양품목을 모두 장착한 허머(Hummer)차를 사게 만드는 노련한 자동차 판매상이 처음엔 무사양 제품을 권하듯이, 의사는 내가 구슬림에 잘 넘어가는 사람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의사는 내가 치실질을 너무 심하게 해서 잇몸에 낸 자국을 보고는, A형 성격대로 하는 내 치실법을 언급하기만 했다.

“반값으로 할인해 드리죠. 10년은 더 젊어보일걸요.”
나는 제대로 걸려들었다. 이렇게 해서 그 의사는 하야 치아를 향한 끝없는 갈구를 촉발시킨 씨앗을 내게 심었다. 미백틀은 2주 뒤에 도착했고 매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룻밤 사이에 끝내는 미백술이 없던 시절이라, 먹거나 마시지 않는 시간에서 두 시간씩 요령껏 떼냈다. 진주처럼 새하얀 젊은 시절의 치아를 되찾기 위해 하루하루의 일과를 재조정하느라 음식과 음료 중독은 묻혀 지나갔다.

며칠이 지나자 치아 색이 좋아졌음을 알게 됐다. 그때 통증이 시작됐다. 미백틀 설명서에는 조금이라도 불편한 점이 생기면 사용을 중단하라고 돼 있었지만 나는 계속하고 싶은 나머지 이부프로펜(진통제)을 삼켰다. 아침 커피와 오후에 마시는 차를 줄이고 싶지 않아 어금니를 꽉 깨물고 사흘을 더 계속했다. 진통제를 먹어도 잠자기 힘들 정도가 되자 마지못해 처치를 중단했다.

3개월쯤 뒤 치과의사를 찾아가자, 치과위생사(수전이라고 부르자)는 놀라서 한발 뒤로 물러나며 “어머나, 손님 치아가 정말 하얗게 됐네요. 희다 못해 푸른 빛이 나네요”라고 말했다.
내 눈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치아가 다시 약간 칙칙한 빛이 났다. 그래서 나는 신비의 젤을 미백틀에 집어넣기 위해 작은 주사기를 몇 개 더 구입해야 했다. 주사기 세트는 75달러나 했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는 중독이 돼서 식료품 살 돈조차 안중에 없었다.

하지만 수전은 팔려고 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이후 지금까지 2년 이상 내게 금지령을 내렸다. 지난번 치과에 갔을 때 내 진료 파일을 슬쩍 보았었다. 내가 미백틀을 구입한 날짜들을 적어두고는 여백에다 ‘1년에 두 차례 이상은 불가’라고 흘려 적어놓았다(수전이 방을 비운 사이 고개를 앞으로 내밀어 거꾸로 읽었다). 수전이 돌아오는 소리가 나자 얼른 몸을 눕히고는 틀어진 종이 턱받이를 제대로 정돈하고는 놀란 표시를 내지 않으려고 눈을 감았다. 이 여자가 내 치아 미백 처치를 끊게 하려는 건가? 이제 미백용품을 사려고 멕시코까지 가야 하나?

다행히 과학의 발달이 내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인류가 아직 암을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온갖 종류의 미백제는 약국에서 쉽게 구입 가능하다. 긴 줄 모양, 치약 모양, 펜 모양이 나와 있고 심지어 전에 수전에게 구입했던 주사용 패키지도 약국에서 본 적이 있다.

나는 용기가 없어 보톡스 수술은 생각하지 못할 듯하다. 그리고 원칙적으로 성형수술에는 반대다. 그러나 어쨌든 내 치아는 희지 않은가! 나는 최근 재혼을 했다. 피로연에 모인 하객들의 궁금증 중 하나가 “저 여자 어쩌면 치아가 저렇게 하얗게 됐지?”였다. 사람들은 그런 말이 나를 얼마나 미백에 집착하게 하는지 모르리라. 최근 머리를 염색했더니 남편이 칭찬을 했다.

“눈 색깔도 돋보이고, 치아도 더 희게 보이는데.” 맙소사. 이제 염색을 더 자주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것을 남편이 어찌 알겠는가?
욕실의 남편 물건 두는 쪽에서 미백틀 세트를 보고 나는 또 한번 내 치아의 미백에 집착하게 됐다. 나보다 더 하얀 미소로 나를 누르겠다는 건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남편은 그걸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자 내 집착도 누그러뜨려졌다.

나는 이제 치아 미백 중독증에서 거의 회복했다. 내 치아가 그런대로 괜찮다는 생각이 점점 더 오래갔다. 이제는 몇 달에 한 번씩 미백 처치를 할 뿐이다. 그리고 통증이 한번이라도 오면 곧바로 미백틀 통을 닫아 서랍에 집어넣어 버린다. 악몽 같은 중독을 체험했기 때문에 이제 다시는 빠지지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내가 이 싸움에서 이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요인은 식품점의 치아용품 코너에 절대로 혼자 가지 않은 덕이다. 친구와 가족들은 치약이나 치실 진열대로 나를 곧바로 데리고 간다. 그러면 나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각종 미백용품 쪽에는 애써 눈길을 주지 않는다.

물론 나는 내가 지금 이를 반짝거리게 해주는 전동칫솔에 푹 빠져 있고, 치석 방지용으로 꼬박 2분간 잇몸을 마사지한다는 사실을 아무한테도 털어놓지 않았다. 그리고 칫솔질 뒤에는 미백용 구강세척제로 입을 씻어낸다는 점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는 카트에 담은 식료품 아래에다 가글용제 병을 슬쩍 집어넣는다. 그들이야 알 턱이 없다.

(필자는 캘리포니아주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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