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식품도 안되면 접겠다”
“웅진식품도 안되면 접겠다”
최근 잡지사업부를 매각한 윤석금 회장이 웅진식품 등 기대만큼의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업을 정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우건설을 포함한 대형 건설사 인수작업에 착수한 야망가 윤 회장의 사업 판단은 냉정할 만큼 단호하다. 그는 GE의 경영모델로 회사를 어디까지 키울 생각일까.
윤석금(60) 웅진 회장은 1년에 두 번만 인터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바쁘기도 하지만 한 번을 만나도 남김없이 얘기하므로 다른 기자에게 더 할 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10월 5일 만났을 때도 그는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민감한 사안인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수년 전부터 적자가 나는 사업은 접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처음 시작해 적자가 나는 것이야 이해하지만, 3년이 지나도 적자를 면치 못한다면 다 접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잡지사업부를 디자인하우스에 매각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서로 합병한 두 계열사 플래티늄미디어와 웅진에스티도 안 되면 떼어 팔 것임을 시사했다. 심지어 “웅진식품도 1등을 못할 바에는 접으라고 했다”며 사장(조운호 현 웅진식품 부회장)을 교체한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2등도 2등 나름이며 1등을 하든지, 1등과 격차를 줄이든지 하지 않으면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웅진식품은 1위(롯데칠성)와 아직 상당한 격차가 있는 3위다. 지난해 출시한 ‘황동밥솥’이나 ‘시스템키친’ 등 신규사업도 2년 후 계속 적자라면 접을 생각이다. 그러나 경쟁력만 확실하다면 5등이라도 괜찮다. 그는 사장들에게 회장을 위해 일하지 말고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라고 주문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당장 그만두라고 지시할 정도다. “사업이 안 돼 직원들이 월급은 제대로 나올까, 구조조정을 당할까 걱정하고 있으면 일이 잘 되겠습니까. 안 되는 사업은 절대 안 봐줄 겁니다. ” 그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의 경영방식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그런 경영이 GE의 직원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웅진도 GE처럼 키우고 싶다”고 했다.
백과사전 세일즈맨으로 출발해 조그만 출판사를 토대로 연매출 2조원대 그룹으로 키운 윤 회장은 올해 포브스코리아가 발표한 한국 부자 순위에서 1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무려 31계단이나 올랐다. 그가 거느린 웅진의 계열사는 웅진코웨이 ·웅진씽크빅 ·웅진식품 ·웅진해피올 ·웅진쿠첸 ·북센 ·렉스필드컨트리클럽 ·웅진미디어 ·플래티늄미디어 ·웅진건설 등 10곳. 그는 2010년 매출 10조원을 목표로 기존 사업의 재정비와 신사업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한창 준비 중인 대형 건설사 인수를 통한 건설업 진출은 그의 목표를 현실화하는 가장 빠른 방법일지 모른다.
10월 중 대우건설 인수 여부 결정
윤 회장은 최근 이슈로 떠오른 건설사 인수계획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현재의 수백억, 1,000억~2,000억원대 사업들로는 회사를 더 키울 수 없다고 판단, 건설 ·금융 쪽으로 눈을 돌리다 건설업 진출을 결정했다고 했다. 이미 정수기 ·비데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사수템키친 등 집 안에 들어가는 것들을 만들고 있으니 집만 지으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건설분야에 전문성이 없다는 주변의 지적을 일축했다.
“그동안 벌여온 사업 가운데 전문성을 가지고 한 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영문판 백과사전(브리태니커)을 팔았을 뿐 책을 만들어본 경험도 없이 출판업을 시작했고, 화장품(코리아나화장품·99년 매각) ·음료(웅진식품) ·정수기(웅진코웨이)도 모두 전문성 없이 도전했다는 것이다. 전문성이 없어도 전문적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오너가 전문성이 없으면 전문가를 쓰면 됩니다. 인수를 통해 건설업을 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죠.”
그는 인수할 건설사 선택에서 인력구조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본다. 대우건설을 인수 검토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인력구조가 맘에 들어서다. “솔직히 대우건설이 가장 맘에 들지만, 막판에 자금이 달릴 것에 대비해 다른 한 곳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검토가 끝나면 인수 ·합병(M&A) 전문기관을 선정해 올해 안에는 인수를 결정지을 생각이다. “대우건설은 검토가 꽤 진행된 상태니까 10월 내로 인수할지 결정낼 것”이라며 “이후에도 우리의 움직임이 없으면 대우건설은 인수하지 않는 것으로 알아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대우건설 인수를 목표로 다각도의 해법을 찾고 있다. 우선 웅진코웨이 주식을 팔아 1,2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그러나 수조원대 규모의 대형 건설사 인수에 필요한 최소 자금 1조원을 만들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웅진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 문제가 아니라 상장계열사 주주들의 반대라는 것이 그의 얘기다. “인수자금보다는 웅진이 건설과는 무관한 업종이란 점이 걸림돌이죠.” 실제로 비건설 업종인 웅진코웨이나 웅진씽크빅이 건설사 인수에 참여할 경우 경영악화를 우려해 이들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는 등 주주들의 반발 조짐이 나타났다. 그가 최근 계열사 중 상장사는 건설사 인수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공시한 것도 이런 반발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새우가 고래 잡는 법도 있다”
그는 비상장 회사를 통해 투자할 생각이며, 모자라는 돈은 다른 곳에서 끌어올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동안 신뢰를 쌓아와서인지 우리가 건설사를 인수하는 데 투자하겠다는 곳이 꽤 있다”며 “긍정적으로 보면 우리가 인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웅진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하이트맥주가 3조4,000억원짜리 진로를 인수하는 것을 보며 힘을 얻었다. “재무구조가 상당히 양호한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우가 고래를 잡는 법도 있으니까요.”
현재 대우건설 인수의 경우 경쟁자가 20군데 정도. 그 가운데는 웅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유명 건설그룹도 네댓 군데나 된다. 그러나 그는 걸림돌이 지렛대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건설 직원들은 우리가 인수하기를 원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다른 건설사에 팔리는 것보다 비전문 업체인 웅진이 인수하면 기존 인력을 그대로 두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그는 대우건설을 인수해도 점령군을 보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대우건설은 오너가 없어도 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거기에서 인재를 발굴하면 됩니다. 우리 쪽 사람이 간다고 차별화가 되겠습니까.”
그의 자신감은 꺾일 줄 몰랐다. “우리의 건설업 진출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훨씬 많다”며 웅진의 건설업 진출을 과거 현대가 자동차 ·조선업에 뛰어들고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것에 비유했다. “그때도 누가 될 거라고 했나요. GE는 수천 종류의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전문성으로 하는 것이 아니죠. 안 되면 팔고, 되는 것은 합치고 그러면서 회사를 키우는 것 아닙니까.”
대우건설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건설사를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미 건설사업의 밑그림을 그려놓았다며 건설업에 뛰어든 것처럼 자신있게 설명했다. 전략은 한마디로 ‘차별화’다. “국내 아파트의 모양은 천편일률적이죠. 우리가 만드는 아파트는 전혀 새로울 것입니다.” 예컨대 지방의 특색을 살려 작가가 작품활동을 하듯 특징 있는 건물을 짓겠다는 것이다. 그는 곡물음료 ·렌탈정수기 ·황동밥솥 등도 모두 차별화 전략이었다고 소개했다. 건축물의 품질관리도 강조했다. “건물을 지어놓고 20년 후에도 아주 좋다는 소리가 나와야 살아남는다”며 “벽돌 한 장, 마룻바닥 한 칸이라도 변색되거나 하자가 있으면 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년 후쯤 건설경기가 내려갈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건설사 인수를 고집하고 있다. “경기가 좋으나 나쁘나 상위 1%에 들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며 “부동산 정책 등으로 건설 경기가 나빠진다고 해도 되는 기업은 된다”고 말했다. 경쟁력을 갖춰야지 시간을 기다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신사업에 뛰어들 때 그 업종이 안 되는 시점에 시작하는 게 그의 특기다. 안 될 때가 찬스라는 독특한 생각에서다. “코리아나화장품도, 웅진식품도 시장이 가장 안 좋을 때 시작해 각각 2위 ·3위로 끌어올렸죠. 출판도 가장 안 좋을 때 시작해 10년 만에 1위로 만들었습니다.”
‘웅진’이란 상호는 충남 공주의 옛 이름이다. 공주는 그의 고향이다. 이 때문에 신행정수도권에 포함돼 공주가 급부상하면 생길 건설 특수를 노리고 연고가 있는 그가 건설업 진출을 서두른다는 추측도 있다. 그는 이를 부정했다. “우리는 10여 년 전부터 건설업에 뛰어들려고 했는데 그 당시 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건설 비즈니스가 (공정하지 않고) 불투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고향을 기반으로 해 건설업에 뛰어드는 건 승산이 없다고 말했다. “무대가 세계인데 고향이 행정중심도시가 된다고 그 쪽에 가서 몇 개 더 지어보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한심한 생각입니까.” 그는 심지어 “고향에 책을 많이 보내줘서 공주에서는 우리 책이 가장 안 팔릴 정도”라고 했다. “요즘 인수 문제로 건설사 사장들과 얘기를 나눠 보니 건설업도 많이 투명해졌다고 하더군요. 요즘은 장관도, 국회의원도, 도지사도 그런 일에 관여할 수 없고, 몇 억원 규모만 돼도 다 공정한 입찰로 이뤄진답니다.”
내 꿈은 삼성전자를 이기는 것
그는 회사를 키울 때까지 키운다는 생각이다. 일등제품을 만들기 위해 인재를 키우려고 세계 각지에서 박사급 인력을 스카우트하고 있다. 올해 엔지니어 등 20여 명의 고급인력을 스카우트하고 내년엔 50명을 더 영입할 계획이다. 서울대에 매년 50억원씩 5년간 기부해 R&D센터를 짓는 것도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처럼 회사를 키우는 것이 그의 꿈이다. “삼성이 소니를 이긴다는 것은 5년 전만 해도 꿈도 꾸기 힘든 일이었지요. 이것이 가능해진 것은 다름아닌 삼성이 인재를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내수뿐 아니라 수출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웅진코웨이는 일본과 태국에 진출해 있다. 그는 현지에서 반응이 좋은 만큼 각국의 가정마다 무슨 물건이든 팔 수 있다는 생각이다. 렌털시스템이 우선 일본에서 성공한다면 동남아는 물론 중국 ·미국에서도 폭발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일즈의 귀재’로 불리는 윤 회장은 1974년 브리태니커에 입사해 1년 만에 전세계 54개 국 세일즈맨 중 최고 실적자에게 주는 ‘벤튼상 ’을 받았다. 그는 그 비결을 이렇게 밝혔다. “어느 빌딩에 책을 팔러 가든지 그 회사 직원들이 다니는 정문으로 들어갔죠. 다른 세일즈맨들은 방문객이 다니는 문으로 들어가다 출입을 차단당하기 일쑤였거든요.” 핵심사업 중심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고 건설업 진출을 서두르는 그의 정면돌파가 이번에도 성공할까.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석금(60) 웅진 회장은 1년에 두 번만 인터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바쁘기도 하지만 한 번을 만나도 남김없이 얘기하므로 다른 기자에게 더 할 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10월 5일 만났을 때도 그는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민감한 사안인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수년 전부터 적자가 나는 사업은 접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처음 시작해 적자가 나는 것이야 이해하지만, 3년이 지나도 적자를 면치 못한다면 다 접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잡지사업부를 디자인하우스에 매각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서로 합병한 두 계열사 플래티늄미디어와 웅진에스티도 안 되면 떼어 팔 것임을 시사했다. 심지어 “웅진식품도 1등을 못할 바에는 접으라고 했다”며 사장(조운호 현 웅진식품 부회장)을 교체한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2등도 2등 나름이며 1등을 하든지, 1등과 격차를 줄이든지 하지 않으면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웅진식품은 1위(롯데칠성)와 아직 상당한 격차가 있는 3위다. 지난해 출시한 ‘황동밥솥’이나 ‘시스템키친’ 등 신규사업도 2년 후 계속 적자라면 접을 생각이다. 그러나 경쟁력만 확실하다면 5등이라도 괜찮다. 그는 사장들에게 회장을 위해 일하지 말고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라고 주문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당장 그만두라고 지시할 정도다. “사업이 안 돼 직원들이 월급은 제대로 나올까, 구조조정을 당할까 걱정하고 있으면 일이 잘 되겠습니까. 안 되는 사업은 절대 안 봐줄 겁니다. ” 그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의 경영방식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그런 경영이 GE의 직원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웅진도 GE처럼 키우고 싶다”고 했다.
백과사전 세일즈맨으로 출발해 조그만 출판사를 토대로 연매출 2조원대 그룹으로 키운 윤 회장은 올해 포브스코리아가 발표한 한국 부자 순위에서 1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무려 31계단이나 올랐다. 그가 거느린 웅진의 계열사는 웅진코웨이 ·웅진씽크빅 ·웅진식품 ·웅진해피올 ·웅진쿠첸 ·북센 ·렉스필드컨트리클럽 ·웅진미디어 ·플래티늄미디어 ·웅진건설 등 10곳. 그는 2010년 매출 10조원을 목표로 기존 사업의 재정비와 신사업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한창 준비 중인 대형 건설사 인수를 통한 건설업 진출은 그의 목표를 현실화하는 가장 빠른 방법일지 모른다.
10월 중 대우건설 인수 여부 결정
윤 회장은 최근 이슈로 떠오른 건설사 인수계획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현재의 수백억, 1,000억~2,000억원대 사업들로는 회사를 더 키울 수 없다고 판단, 건설 ·금융 쪽으로 눈을 돌리다 건설업 진출을 결정했다고 했다. 이미 정수기 ·비데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사수템키친 등 집 안에 들어가는 것들을 만들고 있으니 집만 지으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건설분야에 전문성이 없다는 주변의 지적을 일축했다.
“그동안 벌여온 사업 가운데 전문성을 가지고 한 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영문판 백과사전(브리태니커)을 팔았을 뿐 책을 만들어본 경험도 없이 출판업을 시작했고, 화장품(코리아나화장품·99년 매각) ·음료(웅진식품) ·정수기(웅진코웨이)도 모두 전문성 없이 도전했다는 것이다. 전문성이 없어도 전문적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오너가 전문성이 없으면 전문가를 쓰면 됩니다. 인수를 통해 건설업을 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죠.”
그는 인수할 건설사 선택에서 인력구조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본다. 대우건설을 인수 검토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인력구조가 맘에 들어서다. “솔직히 대우건설이 가장 맘에 들지만, 막판에 자금이 달릴 것에 대비해 다른 한 곳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검토가 끝나면 인수 ·합병(M&A) 전문기관을 선정해 올해 안에는 인수를 결정지을 생각이다. “대우건설은 검토가 꽤 진행된 상태니까 10월 내로 인수할지 결정낼 것”이라며 “이후에도 우리의 움직임이 없으면 대우건설은 인수하지 않는 것으로 알아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대우건설 인수를 목표로 다각도의 해법을 찾고 있다. 우선 웅진코웨이 주식을 팔아 1,2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그러나 수조원대 규모의 대형 건설사 인수에 필요한 최소 자금 1조원을 만들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웅진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 문제가 아니라 상장계열사 주주들의 반대라는 것이 그의 얘기다. “인수자금보다는 웅진이 건설과는 무관한 업종이란 점이 걸림돌이죠.” 실제로 비건설 업종인 웅진코웨이나 웅진씽크빅이 건설사 인수에 참여할 경우 경영악화를 우려해 이들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는 등 주주들의 반발 조짐이 나타났다. 그가 최근 계열사 중 상장사는 건설사 인수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공시한 것도 이런 반발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새우가 고래 잡는 법도 있다”
그는 비상장 회사를 통해 투자할 생각이며, 모자라는 돈은 다른 곳에서 끌어올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동안 신뢰를 쌓아와서인지 우리가 건설사를 인수하는 데 투자하겠다는 곳이 꽤 있다”며 “긍정적으로 보면 우리가 인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웅진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하이트맥주가 3조4,000억원짜리 진로를 인수하는 것을 보며 힘을 얻었다. “재무구조가 상당히 양호한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우가 고래를 잡는 법도 있으니까요.”
현재 대우건설 인수의 경우 경쟁자가 20군데 정도. 그 가운데는 웅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유명 건설그룹도 네댓 군데나 된다. 그러나 그는 걸림돌이 지렛대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건설 직원들은 우리가 인수하기를 원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다른 건설사에 팔리는 것보다 비전문 업체인 웅진이 인수하면 기존 인력을 그대로 두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그는 대우건설을 인수해도 점령군을 보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대우건설은 오너가 없어도 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거기에서 인재를 발굴하면 됩니다. 우리 쪽 사람이 간다고 차별화가 되겠습니까.”
그의 자신감은 꺾일 줄 몰랐다. “우리의 건설업 진출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훨씬 많다”며 웅진의 건설업 진출을 과거 현대가 자동차 ·조선업에 뛰어들고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것에 비유했다. “그때도 누가 될 거라고 했나요. GE는 수천 종류의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전문성으로 하는 것이 아니죠. 안 되면 팔고, 되는 것은 합치고 그러면서 회사를 키우는 것 아닙니까.”
대우건설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건설사를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미 건설사업의 밑그림을 그려놓았다며 건설업에 뛰어든 것처럼 자신있게 설명했다. 전략은 한마디로 ‘차별화’다. “국내 아파트의 모양은 천편일률적이죠. 우리가 만드는 아파트는 전혀 새로울 것입니다.” 예컨대 지방의 특색을 살려 작가가 작품활동을 하듯 특징 있는 건물을 짓겠다는 것이다. 그는 곡물음료 ·렌탈정수기 ·황동밥솥 등도 모두 차별화 전략이었다고 소개했다. 건축물의 품질관리도 강조했다. “건물을 지어놓고 20년 후에도 아주 좋다는 소리가 나와야 살아남는다”며 “벽돌 한 장, 마룻바닥 한 칸이라도 변색되거나 하자가 있으면 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년 후쯤 건설경기가 내려갈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건설사 인수를 고집하고 있다. “경기가 좋으나 나쁘나 상위 1%에 들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며 “부동산 정책 등으로 건설 경기가 나빠진다고 해도 되는 기업은 된다”고 말했다. 경쟁력을 갖춰야지 시간을 기다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신사업에 뛰어들 때 그 업종이 안 되는 시점에 시작하는 게 그의 특기다. 안 될 때가 찬스라는 독특한 생각에서다. “코리아나화장품도, 웅진식품도 시장이 가장 안 좋을 때 시작해 각각 2위 ·3위로 끌어올렸죠. 출판도 가장 안 좋을 때 시작해 10년 만에 1위로 만들었습니다.”
‘웅진’이란 상호는 충남 공주의 옛 이름이다. 공주는 그의 고향이다. 이 때문에 신행정수도권에 포함돼 공주가 급부상하면 생길 건설 특수를 노리고 연고가 있는 그가 건설업 진출을 서두른다는 추측도 있다. 그는 이를 부정했다. “우리는 10여 년 전부터 건설업에 뛰어들려고 했는데 그 당시 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건설 비즈니스가 (공정하지 않고) 불투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고향을 기반으로 해 건설업에 뛰어드는 건 승산이 없다고 말했다. “무대가 세계인데 고향이 행정중심도시가 된다고 그 쪽에 가서 몇 개 더 지어보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한심한 생각입니까.” 그는 심지어 “고향에 책을 많이 보내줘서 공주에서는 우리 책이 가장 안 팔릴 정도”라고 했다. “요즘 인수 문제로 건설사 사장들과 얘기를 나눠 보니 건설업도 많이 투명해졌다고 하더군요. 요즘은 장관도, 국회의원도, 도지사도 그런 일에 관여할 수 없고, 몇 억원 규모만 돼도 다 공정한 입찰로 이뤄진답니다.”
내 꿈은 삼성전자를 이기는 것
그는 회사를 키울 때까지 키운다는 생각이다. 일등제품을 만들기 위해 인재를 키우려고 세계 각지에서 박사급 인력을 스카우트하고 있다. 올해 엔지니어 등 20여 명의 고급인력을 스카우트하고 내년엔 50명을 더 영입할 계획이다. 서울대에 매년 50억원씩 5년간 기부해 R&D센터를 짓는 것도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처럼 회사를 키우는 것이 그의 꿈이다. “삼성이 소니를 이긴다는 것은 5년 전만 해도 꿈도 꾸기 힘든 일이었지요. 이것이 가능해진 것은 다름아닌 삼성이 인재를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내수뿐 아니라 수출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웅진코웨이는 일본과 태국에 진출해 있다. 그는 현지에서 반응이 좋은 만큼 각국의 가정마다 무슨 물건이든 팔 수 있다는 생각이다. 렌털시스템이 우선 일본에서 성공한다면 동남아는 물론 중국 ·미국에서도 폭발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일즈의 귀재’로 불리는 윤 회장은 1974년 브리태니커에 입사해 1년 만에 전세계 54개 국 세일즈맨 중 최고 실적자에게 주는 ‘벤튼상 ’을 받았다. 그는 그 비결을 이렇게 밝혔다. “어느 빌딩에 책을 팔러 가든지 그 회사 직원들이 다니는 정문으로 들어갔죠. 다른 세일즈맨들은 방문객이 다니는 문으로 들어가다 출입을 차단당하기 일쑤였거든요.” 핵심사업 중심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고 건설업 진출을 서두르는 그의 정면돌파가 이번에도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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