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관객 100만 시대 흥행사들

관객 100만 시대 흥행사들

뮤지컬 시장은 기획 · 제작자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기획·제작자가 작품 선정, 투자자금 모집, 출연 배우 결정, 제작,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총지휘한다.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박명성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국내 뮤지컬이 산업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한다. 또 해외 시장 진출 등 도약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본다.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
뮤지컬 대형화 첫발


2001년 12월부터 공연된 <오페라의 유령> 은 국내에 뮤지컬 붐을 일으킨 작품이다. 이 작품을 기획한 설도윤(46) 설앤컴퍼니 대표는 “당시 ‘시장이 20억~30억원 수준인데 제작비 100억원짜리 뮤지컬은 시기상조’라는 분위기였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오페라의 유령> 은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며 기록을 쏟아냈다. 사상 최장인 7개월간 공연됐다. 관객이 24만 명이었고, 유료 관객의 객석 점유율은 평균 94%를 기록했다.

그로부터 3년 반이 지난 2005년 6월. 설 대표는 브로드웨이 배우들로 구성된 공연팀으로 <오페라의 유령> 을 한국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3개월간 19만5,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오페라의 유령> 은 <캐츠> · <레미제라블> · <미스 사이공> 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힌다. 세계 무대에서 작품성과 흥행성이 확인된 작품이기에 성공하지 않았을까. 이런 시각에 대해 설 대표는 손사래를 친다.

“좋은 작품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아요. 적절한 마케팅 전략과 그에 따른 홍보 거리를 계속 개발해야 합니다.”
그는 2001년 4월 <오페라의 유령> 제작발표회에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금액인 1억원을 들였다. 이어 석 달 동안 오디션을 거치며 배역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또 100회 공연을 맞아서는 유령으로 분장한 배우들이 거리를 활보하게 하는 등 행사를 벌였다.

영남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는 안무가 겸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다 제작에 나섰다. 1996년 <브로드웨이 42번가> 에 이어 97년에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를 수입해 선진국 뮤지컬 프로덕션의 노하우를 익혔다. 이런 경험을 인정받아 <오페라의 유령> 저작권을 갖고 있는 영국의 RUG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지난해 기획한 작품이 28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설앤컴퍼니의 인원은 8명밖에 안 된다. 설앤컴퍼니는 기획만 하고 제작겦뗑쳄?외주를 준다. 매출도 많은 부분이 다른 회사에 돌아간다.

뮤지컬이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한 조건으로 그는 전용극장을 들었다. “전용극장 없이 뮤지컬이 산업화되기를 바라는 것은 토대 없이 건물을 지으려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장기 임대할 수 있는 뮤지컬 전용극장이 생기면 제작비 회수 기간이 길어져 입장권 값을 낮출 수 있습니다.”

설 대표와 박명성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등 세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무대에서 출발했다는 것. 박 대표도 연극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다. 설 대표와 박 대표는 84년 뮤지컬 <님의 침묵> 무대에 함께 서기도 했다. 신 대표는 97년부터 3년 동안 설 대표 회사에서 뮤지컬을 기획한 뒤 2001년에 오디뮤지컬컴퍼니를 설립해 독립했다. 설 대표는 “우리는 무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배우와 스태프의 입장을 이해하고 조율해 나가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박명성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
“창작 뮤지컬로 해외 간다”


<아이다> 가 지난 8월 27일 화려한 막을 올리며 <오페라의 유령> 에 도전장을 던졌다. 우선 제작비가 130억원으로 3년 반 전 <오페라의 유령> 보다 30억원이 많다. 공연 기간은 8개월로 1개월 더 길다.
박명성(42)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는 “10월 13일까지 두 달이 채 안 돼 매출 50억원을 넘어섰다”며 “애초 목표로 한 200억원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출 200억원에서 부가세 10%와 예매처 수수료 5%를 제하면 170억원이 되고, 제작비 130억원을 빼면 40억원이 순이익으로 남는다. 순이익은 신시와 투자사인 하나은행 ·CJ엔터테인먼트 등이 나눈다.

<아이다> 의 대규모 투자로 주목받고 있지만 박 대표는 돈보다 작품의 완성도를 중시해야 한다고 믿는 제작자다. “뮤지컬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면 절대 성공하지 못합니다. 반면 작품의 완성도가 높고 최선을 다해 공연하면 흥행에 실패하지 않아요.” 그는 “요즘 뮤지컬이 돈이 된다니까 제작 노하우도 없는 쪽에서 진출해 질을 떨어뜨리고 제작 ·공연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여러 투자자가 해외 뮤지컬을 수입하기 위해 경쟁하다 보니 로열티가 높아지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예술전문대학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박 대표는 87년 극단 신시에 창립 단원으로 들어왔다. 극단 신시는 처음에는 뮤지컬 전문이 아니었다.

그는 98년 무렵부터 뮤지컬에 관심을 갖고 해외 작품을 들여왔고, 99년에 대표로 취임하면서 신시를 뮤지컬전문 기획 ·제작자로 바꾼다. 이름을 변경하고 회사 형태도 개인회사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현재 인원은 단원 50명 등 78명.
그가 수입한 뮤지컬 중 최대 흥행작은 <맘마미아> . 지난해 1월부터 석 달 동안 서울에서 20만 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박 대표는 “올해 1월에 시작된 <맘마미아> 대구 공연이 7주 동안 계속됐다”고 자랑했다. “이전에는 지방에서 뮤지컬을 1주 넘게 공연한 적이 없었어요. 품질만 보장되면 지방이라도 객석을 다 채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미스 사이공> 을 빼고는 모두 수입됐다. 그는 “들어올 것은 다 들어왔다”며 “앞으로 2~3년 뒤에는 소재를 개발해 독자적인 레퍼토리로 가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신시는 2000년부터 극작가 차범석의 희곡 <산불> 을 바탕으로 한 창작뮤지컬 <그림자와 춤을> (Dancing with Shadows)을 제작해 왔다. 창작 뮤지컬일 뿐 아니라 해외 시장을 겨냥해 영어로도 만든 작품이다. 박 대표는 “런던에서 현지 배우들을 뽑아 지난 9월 2주간 프로듀서와 연출가 등을 초청해 작품을 소개했는데 호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내년 말 우리 배우들의 일본 공연에 이어 2007년 초에는 런던에서 공연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브로드웨이 진출해 제작”


뮤지컬에서도 한류가 나타날까. 오디뮤지컬컴퍼니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와 <그리스> 해외 공연에 나섰다. 해외에서 들여온 작품을 다시 ‘수출’하는 셈이다. <지킬 앤 하이드> 는 일본에서 내년 3월 중순부터 열흘간 공연된 뒤 5월에는 중국에서 막을 올린다. <그리스> 는 5월에 일본에서 공연한다.

신춘수(35)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우리 배우들의 실력이 뛰어나고 에너지가 있어 해외에서도 호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일본 관광객이 한국에서 우리 작품을 보고 갔다”고 덧붙였다.
신 대표는 설도윤 대표의 회사에서 뮤지컬 기획을 배운 뒤 2001년에 개인회사로 오디를 차렸다. 2003년에 법인으로 전환했다. 그동안 <그리스> · <지킬 앤 하이드> · <아가씨와 건달들> · <킹 앤 아이> 등을 기획 ·제작 했다.관객이 가장 많이 든 작품은 <그리스> . 지난 5월부터 9월 말까지 8만1,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오디는 인원의 규모와 조직 구성 면에서 볼 때 신시와 설앤컴퍼니 사이에 있다. 현재 기획 ·제작 ·마케팅 ·경영지원 등 부문에서 20명이 일한다. 오디는 신시처럼 단원은 없지만 올해부터 전속배우 제도를 통해 신인을 키우고 있다. 현재 15명의 신인이 오디의 연출팀에서 배운다.

기획 ·재작자 세 사람 중 가장 젊은 신 대표는 “더 좋은 환경에서 개념이 정리된 뒤에 일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꿈도 야무지다. 그는 “오디의 비전은 디즈니가 되는 것”이라며 “내년에 브로드웨이에 사무실을 내고 2007~2008년부터는 다국적 스태프를 참여시켜 작품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기획 ·제작사처럼 새로운 작품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아이다> 를 만든 디즈니는 <오페라의 유령> 의 RUG와 <미스 사이공> 을 제작한 매킨토시 등과 함께 세계 뮤지컬 제작을 주도한다.

언어 ·문화를 비롯해 진입장벽이 높지 않을까. “브로드웨이에서 자리 잡기가 어렵다는 건 분명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은 96년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뮤지컬 공연 작품 수에서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에 이어 세계 5위권에 올라섰습니다. 일단 시작하고 부족한 부분을 추스르면서 추진하는 우리만의 방식이 뮤지컬에서도 통한 셈이죠. 오디도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브로드웨이에 빠르게 정착할 것입니다.”



문화산업의 ‘유망주’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업계는 2001년에 50만 명이었던 뮤지컬 관객 수가 올해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본다. 관객 수가 4년 사이 두 배로 증가한 것.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뮤지컬 시장은 매년 17~18% 성장한다”며 “문화산업 중 성장 폭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올해 1,100억원대인 뮤지컬 시장이 2008년이면 2,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수석연구원은 “현재 뮤지컬은 수입 작품 위주이지만 창작 뮤지컬이 많이 만들어지면 공연에서도 한류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뮤지컬이 인기를 끌면서 투자 대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와 KTB네트워크를 비롯한 창투사 등 기존 투자자 외에 최근에는 공모 펀드도 나왔다. CJ자산운용이 뮤지컬 등 공연에 투자하는 공모 펀드를 출시한 것. 또한 하나은행이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아이다> 에 투자했다.

CJ엔터테인먼트가 그동안 가장 적극적으로 뮤지컬 제작에 참여했다. 2003년 9월부터 지금까지 34편을 공동제작했다. 이 회사 김병석 공연사업팀장은 “제작비 대비 수익률이 높으면 40~50%까지 나온다”며 <맘마미아> 와 <지킬 앤 하이드> 를 예로 들었다.

<맘마미아> 는 제작비 80억원에 4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지킬 앤 하이드> 는 20억원에 10억원이 남았다. 그는 그러나 “뮤지컬의 전반적인 투자수익률이 다른 문화상품에 비해 높지는 않다”며 “수익률이 10~15%면 성공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영화에 비해 관객을 수용하는 공간에 제약이 있고 수입 뮤지컬에는 로열티 부담도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2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

3아이폰 더 얇아질까..."프로맥스보다 비쌀 수도"

4 걸그룹 '뉴진스', 모든 멤버 법원에 탄원서 제출

5 尹 "대한민국은 광주의 피·눈물 위 서 있어"

6성심당 월세 '4억' 논란...코레일 "월세 무리하게 안 올려"

7 尹,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유가족과 입장

8심상치 않은 친환경차 부진...“그래도 대안은 있다”

9잠실구장에 뜬 신동빈 회장…선수단에 '통 큰' 선물

실시간 뉴스

1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2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

3아이폰 더 얇아질까..."프로맥스보다 비쌀 수도"

4 걸그룹 '뉴진스', 모든 멤버 법원에 탄원서 제출

5 尹 "대한민국은 광주의 피·눈물 위 서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