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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철의 부자 이야기… 부자는 금요일 오후가 외롭다

한동철의 부자 이야기… 부자는 금요일 오후가 외롭다

부자는 외롭다. “돈 많은 부자가 외로워?”하고 비웃는 사람은 생전에 부자가 되기 힘들다. 화려한 실크 드레스에 싸여 있는 40대 강남 부잣집 사모님의 마음은 허전하다. 오늘도 늦게 들어오면서 가끔 분 냄새가 풍기는 와이셔츠를 벗는 남편에게 함부로 짜증을 내기도 힘들다. 부잣집 사모님의 허전한 마음(?)을 돈 없는 일반인은 모른다. 1억5000만원짜리 벤츠 뒷좌석에 몸을 싣고가면서 자신에게서 몇백만원 월급을 받는 기사를 부자는 부러워한다. 걸려오는 기사 부인의 다정스러운 목소리를 휴대전화 너머로 듣는 부자 회장님은 외로운 인생이다. 내가 가르치는 서울여대 학생들에게 “부자가 되는 대신에 하염없이 찾아오는 외로움을 견딜 만하면 부자가 되어라”고 필자는 이야기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단 한 명도 새겨듣지 않는다. 실제로 외로운 부자를 만난 어느 학생의 현장 사례를 듣고는 그냥 놀랄 뿐이다. 어느 여학생이 5000억원 정도의 부자 남자를 인터뷰했던 사례다. 그 부자는 항상 자동차 트렁크에 4000만~5000만원을 넣고 다닌다고 했다. “왜 그러냐?”는 학생의 질문에 “과거에 부자 되느라 상처를 준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이 나를 찾아와 해코지하려 하면 바로 돈가방을 내준다”고 답했다고 한다. 은행 가다가 칼에 찔릴까봐 돈을 항상 미리 준비한다는 것이다. 설렁탕 집을 하면서 하룻밤에 수백 장의 1000원짜리와 1만원짜리 지폐를 다리미로 곱게 다려 이불 밑에 깔고 자는 부자 아저씨. 그는 방문이 급박하게 열리는 가족의 발걸음에 화들짝 놀란다. “내 돈을 혹시 마누라가…아들놈이 … 내일 아침에 당장 은행에 갔다 맡겨야지”하는 생각 때문이다. 맡긴 돈으로 전국에 오피스텔·상가·아파트를 사두었다가 막상 교통사고를 당해 죽게 되면 가족들은 그 재산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 집세를 달라는 독촉이 상당 기간 없으면 부동산 업자들이 나서서 가짜 인감으로 등기 이전을 하게 된다. 저 세상에서 날아가는 돈을 쳐다보는 부자의 눈에는 눈물이 고일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여배우들은 ‘금요일 저녁’이면 한없이 외로워진다. 여배우들은 유명해지면서 돈이 바로 따라와 몇백억원 이상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전화가 빗발친다. 그런데 막상 금요일 저녁에는 데이트 신청이 들어오지 않아 외로워진다는 것이다. 이유는 사람들이 “저 여성은 워낙 유명하니까 금요일은 약속이 대여섯 개가 넘을 거야”라는 지레짐작 때문이다. 그런 금요일 오후에 보험회사 세일즈맨이 전화를 하면 반갑게 약속을 잡을 수 있다. 그는 보험회사 세일즈맨과 한두 시간 재미있게 시간을 보낸다. 여배우는 자신에게 잘해준 세일즈맨에게 보답으로 비싼 보험에 가입도 해 준다. 돈은 미모를 무릎 꿇게 하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돈이 필요한 미인에게 상당한 액수를 제시하면 대부분은 무릎을 꿇는다. 그 여성들이 나쁜 것이 아니라 돈의 파워가 강할 뿐이다. 그러나 막강한 돈의 힘을 발휘하는 대가로 이 세상의 대부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적인 빈곤을 느끼게 한다. 서울여대생들에게 “행복한 부자가 되고 싶으면 돈 앞에 당당하라”고 필자는 가끔 이야기한다. 실제로 일어난 다음의 사건은 수천 명의 학생이 잊지 못하고 있다. 어느 서울여대 학생이 남학생과 몇 년 연애를 했고, 4학년이 되어서 그 남자와 결혼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평범한 집의 딸인 이 학생은 남학생의 집도 그저 그럴 것이라고만 추측했다. 결혼 인사를 부모에게 드리자는 남학생의 제의에 편안히 그의 집에 갔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집 3세인 것을 여학생은 알게 됐다. 이 여학생은 몇 달을 한없는 고민에 빠졌다. 내가 좋아했던 남학생이 막상 ‘재벌집 손자’라는 것에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다. 그 여학생은 존경하는 어느 교수를 찾아가 상의한 뒤 그냥 독하게 마음먹고 재벌집에 시집갔다. 그 학생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필자는 수많은 여대생에게 부의 화려함 뒷면에는 외로움이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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