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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시장 거품 꺼지고 부자물가 상승률 둔화

명품시장 거품 꺼지고 부자물가 상승률 둔화

포브스코리아가 2001년을 기준 연도로 집계해 온 부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처음으로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을 밑돌았다. 지난해 7.8% 올랐던 부자물가지수가 올해는 2.3% 상승에 그친 것. 이에 반해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해(3.3%)보다 둔화됐지만 올해도 2.5% 상승했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연평균 부자물가지수 상승률은 7.3%로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 3.4%의 두 배가 넘어왔었다.
11월 7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명품 수선 전문점 ‘명동사’. 점심시간이 되자 2평 남짓한 좁은 대기실이 금세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두를 구입했다가 사이즈가 안 맞아 찾아온 직장인 남성, 홍콩에서 사온 핸드백의 이음새 올이 풀려 찾아온 여대생 등. 명동사의 이향미 씨는 “인터넷을 통해 명품을 구입한 사람들이 ‘진품이냐’고 묻는 사례가 늘었다”며 “고객층도 기존 ‘아줌마’에서 지금은 20?0대로 다양해졌다”고 밝혔다. 국내 한 명품 홍보 담당자는 “우리의 경쟁 상대는 다른 회사의 브랜드가 아니라 우리 제품을 국내보다 싼 가격에 제공하는 해외 백화점과 인터넷 쇼핑몰”이라며 “해외 여행이 늘고, 인터넷으로 직접 명품 구입이 가능해지면서 국내 명품 가격의 거품이 꺼지고 있다”고 밝혔다. 명품 가격의 거품이 빠지는 데에는 달러화와 유로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진 탓도 크다. 달러당 원화 환율은 2004년 10월 말 1,116원에서 지난 10월 말 1,055원을 기록했다. 유로화 가치는 더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말 1유로를 1,448원에 살 수 있었지만, 올해는 1,239원이면 살 수 있었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명품은 원화 강세를 반영해 올해 가격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했고, 일부는 가격을 내렸다”며 “불가리 넥타이·루이뷔통 가방·페라가모 구두 등 일부 가격이 오른 명품들은 그나마 가격 단가가 낮고, 부자들뿐 아니라 젊은층에도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는 품목들”이라고 말했다. 포브스코리아의 조사에서도 부자물가 품목 중 명품 부문만 볼 때 가격이 오히려 1.1% 하락했다. 레저 요금도 달러화 가치 하락의 영향이 크다. 실버시 크루즈의 지중해 일주 12박 요금은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가격이 10% 이상 떨어졌다. 크루즈인터내셔날의 유인태 사장은 “최근 부자들 사이에서 크루즈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000만원이 넘는 고가에도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재구매율이 80%가 넘을 정도로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108일 동안 크루즈로 세계를 일주하는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11월 6일 롯데백화점의 명품관 애 비뉴엘. 일요일이지만 매장을 찾은 고객의 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나마 고객들의 눈길은 잘 알려진 브랜드의 세일 상품코너나 가격할인 상품에 쏠려 있었다. 애비뉴엘 명품 매장의 한 직원은 “최근 명품 가격의 하락은 환율보다는 명품업계 불황이 더 큰 것 같다”며 “명품시장에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계업체의 한 홍보 담당자는 “최근 본사에서 300만원대에 책정된 신제품을 국내에는 200만원대로 낮춰서 들여왔다”며 “앞으로 명품 업체들은 가격을 낮춰 일반 소비자를 겨냥하거나, 아니면 아예 초고가의 제품을 들여와 승부해야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자들의 소비행태가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현상은 비단 명품 업계뿐만 아니라 호텔 업계에도 퍼지고 있었다. 11월 10일 서울 신라호텔 1층에 위치한 연회 상담실. 목요일 오후지만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대부분 결혼식을 앞둔 ‘모녀’들이었다. 결혼식이 열리는 식장 내 조명시설부터 식장을 수놓을 꽃 색깔까지 각양각색의 상담들이 진행되고 있다. 신라호텔의 연회담당 이애리 차장은 “최근 결혼식 상담을 오는 고객을 보면 소비 양극화 현상을 실감할 수 있다”며 “식장에 25인 오케스트라단을 준비해달라는 고객부터 학생 3중주단을 이용하는 실속파까지 극과 극으로 나눠진다”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하듯 신라호텔의 주문연회의 경우 지난해에는 중간대 가격인 1인당 13만원대가 잘나갔지만, 올해는 최고급 메뉴인 18만원대가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34층에 있는 양식당 ‘컨티넨탈’의 만찬 가격은 지난해 18만2,000원에서 올해 14만5,200원으로 내렸다. 신라호텔의 김보균 대리는 “지난해 코스 요리에 포함됐던 전복 샐러드와 거위간 등이 메뉴에서 빠졌기 때문”이라며 “최고급 요리지만 고객들이 잘 찾지 않는 것은 제외시켜 가격 거품을 없앴고, 원하는 고객들은 일품 요리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외식업계에도 고급화 바람은 거세다. 11월 초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내 피트니스 센터 ‘반트’ 1층에 위치한 한식당 벽제갈비. 평일 저녁이지만 식당 내에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갈비 코스 1인분 가격은 10만8,900원으로 특1급 호텔 못지않게 비싼 곳. 하지만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여겨질 만큼 세련된 분위기로 개업 1년 만에 강남 인근에서 부자들의 외식 코스로 자리 잡았다. 얼마 전 테니스 선수 마리아 샤라포바가 방문해 2인분 이상을 먹어 화제가 됐다.


명품


품위 유지비


식음료


레저
2004년 5.7% 2005년 -1.1% 원화 강세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불황에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둔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2004년 9.6% 2005년 1.4% 맞춤 서비스가 늘고.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제인패커 꽃다발·박준 원장으로부터 머리 손질·신라호텔 주문 연회 가격들은 지난해와 동일했다. 2004년 8.4% 2005년 9.3% 예년과 마찬가지로 물가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돔페리뇽 샴페인·자연산 송이 가격이 소폭 올랐다. 한우 가격이 크게 올라 물가 상승을 견인햇다. 2004년 9% 2005년 5.1% 골프·피트니스 회원권 시세가 크게 올랏다. 피아노·오디오 가격, 워커힐 공연 입장료와 스위트룸, 스파 요금은 지난해와 동일햇다. 항공권은 유류할증제로 11.4% 뛰었다.
이처럼 명품가격의 거품이 빠지고 명품 소비의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포브스코리아가 2001년부터 집계해 온 부자물가지수의 상승률(2.3%)이 처음으로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2.5%)을 밑돌았다. 그나마 매년 10%가량 오르던 골프·피트니스 회원권 가격이 올해는 각각 47%, 20% 폭등하면서 부자물가지수 하락세를 진정시켰다. 에이스회원권 거래소의 송용권 실장은 “지난 2~3년 동안은 경기침체로 인해 회원들이 회원권을 사고파는 시기를 저울질하는 탐색 기간이었다”며 “올해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여파와 함께, 주식이나 예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높은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고 밝혔다. 이 밖에 매년 10~30%씩 큰 폭으로 상승해 온 제주도산 경주마 서러브레드종 1년생의 경매 평균가는 올해 주춤했다. 성형에 대한 인기는 여전했다. 강남 BK성형외과에서 사각턱과 광대뼈를 함께 성형수술할 경우 900만원으로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 50억원에 대한 상속세 대행 요금은 1,500만원으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김인석 세무사는 “최근 공인회계사와 세무사들이 시장에 많이 쏟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단순한 세무서비스보다는 절세를 위한 컨설팅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수임료도 마찬가지. 법무법인 광장에서 10년차 로펌 파트너와 유산 상속 상담을 1시간 받을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40만원을 유지했다. 타워팰리스 101평형은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 확인한 결과, 최근 42억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전년도에 비해 15% 이상 상승하면서 부자물가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부자물가지수 장바구니
포브스코리아는 2003년부터 매년 부자물가지수를 조사했다. 부자물가지수는 ‘부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다르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각기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할인마트에서 파는 생필품 가격이 올랐다고 물가가 뛰었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고, 서민들 역시 명품 업체들이 가격을 할인한다고 해서 물가가 내렸다고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조사 방법은 미국 포브스가 매년 발표하는 ‘부유한 생활 유지비용지수(CLEWI갅ost of Living Extremely Well Index)’를 국내 실정에 맞게 변형했다. CLEWI의 조사 대상 42개 품목을 국내 현실에 맞춰 50개를 선정했다. 품목 선정(박스기사 참조)은 삼성경제연구소의 마케팅 포럼인 귀족마케팅연구회의 도움을 받았다. 소비자 물가지수 산정방식과 달리 품목별로 가중치를 두지는 않았다. 포브스도 이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 포브스의 조사 품목 가운데 올림픽 코스를 갖춘 수영장·테니스코트 설치 비용 등 일부는 국내 실정에 맞지 않다고 보고 제외했다. 대신 국내 부자들의 소비수준을 가늠케 하는 골프장·피트니스센터 회원권 가격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샴페인·피아노 등은 미국 포브스 선정 품목을 그대로 사용했고, 식음료와 명품 브랜드들은 국내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로 바꿨다. 올해는 경비행기 값과 스키복, 집안 꽃 장식 비용 등 현실성이 떨어지는 항목들은 배제하고, 휴대전화와 애완견 비용·여성정장 등 부자들의 실생활을 반영할 수 있는 품목들을 추가했다. 휴대전화는 해당연도 최고가 모델의 출고가를 기준으로 했다. 세무대행 서비스 요금의 경우 전국 평균가격보다는 강남 지역으로 한정했고, 일부 명품 품목 중 없어진 라인들은 새로운 라인으로 대체, 지난해 가격과 올해 가격을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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