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의 골프이야기] “싱글은 일본식 말… ‘드라이싱’알아”
[JP의 골프이야기] “싱글은 일본식 말… ‘드라이싱’알아”
JP의 건강은 타고난 것 같다. 팔순이 다 된 지금도 주 2~3회 골프를 치는 것은 물론 젊은 사람들에게도 힘든 36홀 라운딩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그가 건강하게 생활하는 데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카인 박영옥 여사의 내조가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생전에 먼저 죽은 자신의 형 박상희씨 딸 박영옥을 무척 아꼈다고 한다. JP와 연애결혼을 한 박 여사는 40년이 넘는 정치인생의 든든한 동반자였으며, 건강을 책임지는 영양사이기도 했다. 박 여사는 언젠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일 때문에 바쁜 남편을 위해 모든 신문을 미리 읽고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그어 놓는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기자가 청구동 자택에서 JP를 만나는 날에는 박 여사가 손수 콩떡·시루떡과 함께 인삼차·메밀차 같은 마실 것을 내왔다. JP는 2000년 10월 6일 서서울CC에서 기록한 2언더가 생애 최고의 골프 스코어다. 74세에 2언더라면 ‘에이지 슈트(age shoot)’를 훨씬 뛰어넘는 놀라운 스코어다. 에이지 슈트는 시니어 골퍼가 자신의 나이 또는 그 이하의 타수를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남자는 18홀 6000야드, 여자는 5400야드 이상의 코스에서 쳐야 한다는 거리 제한이 있다. “여자들은 빨간색 레이디 티에서 치고, 노인들은 그 뒤에 있는 실버 티에서 치지. 하지만 나는 일반 골퍼들이 치는 화이트 티에서 쳐요.” JP가 골프를 좋아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실력이 그 정도인지는 몰랐다. 못 미더워 하는 기자에게 JP는 2언더를 쳤다는 증거를 보여줬다. JP가 서서울CC에서 2언더를 기록했을 때 동반자는 이태섭 전 과기처 장관 일행들이었다. 동반자들은 이날 생애 최저타를 기록한 JP에게 축하의 의미로 은색 트로피를 만들어 선물했다. JP가 꺼내온 이 트로피에는 그날의 스코어카드가 새겨져 있었다. JP는 전·후반 홀 모두 35타를 쳤으며, 특히 후반 홀에서는 12, 13, 14홀 연속 버디를 잡기도 했다. “그날은 정말 신들린 듯 공이 들어가더구먼. 롱 퍼팅도 쳤다 하면 쑥 들어가는 거여. 놀란 동반자들도 다시는 그런 스코어는 기록할 수 없다며 기념으로 트로피를 만들어 줬지.” JP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200야드 정도. 잘 맞으면 220야드까지 날아가는 때도 있다고 한다. 한창 때는 250야드 정도는 너끈히 넘겼지만 지금은 정교한 ‘똑딱이 골프’로 스코어를 유지하고 있다. “드라이버만 멀리 날리면 뭐해. 정확도가 있어야지. ‘싱글’이란 말은 일본 사람들이 만든 일본식 영어지. 미국에서 ‘아 유 싱글’ 하면 ‘너 홀아비냐’ 하는 뜻이야. 일본 사람들은 자기네식 영어를 잘 만들어. ‘드라싱’이란 말 들어봤어요. 드라이버만 싱글처럼 치는 사람을 그렇게 부른대. ‘쪼루’ 같은 말도 그들이 만든 말이야. 요즘엔 절대 무리 안 해. 미들 홀에서는 3온 원 퍼터. 롱 홀에서는 4온 원 퍼터를 노리지. 짧게 하프 스윙해서 검도 할 때처럼 옆으로 후려갈겨. 원래 내 폼이 그래요. 프로들이 하지 말하는 짓은 다 하지.” (하하) 골프는 국위 선양에 큰 역할 JP라고 해서 정치인이 골프 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경제력이 있어야 민주주의가 살고, 또 그런 민주주의 하에서는 골프를 치든 뭘 하든 다양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골프 치는 데 돈이 많이 든다는 게 아쉬워요. 골프장 비용 내야지, 장비 사야지, 캐디 수고비 줘야지. 다른 운동보다 비싼 건 사실이야. 하지만 운동 자체는 좋아. 잔디를 밟고 다니니 건강에는 그만이지,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운동이 골프 말고 어딨나.” 군사혁명 직후 최고회의에서 골프장 갈아 콩밭 만들기로 한 결정까지 번복하게 한 JP는 과거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금강CC를 만들 때 ‘유사시 콩을 심을 수 있도록 편평하게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일화에 대해서도 허허하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말이 그렇지 골프장 갈아 콩밭 만들어 봤자 국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나. 골프장 하나 있으면 그 인근 부락민들에게 부수입이 생겨요. 풀 뽑고, 유지·관리하는 데 와서 노역을 제공하면 돈벌이가 돼. 클럽 하우스에서 일하는 종업원들도 많지, 매일 수백 명의 골퍼가 음식을 먹으니 그곳에 납품하고 서비스하는 사람도 살아. 주변에 상당한 기여도가 있어요. 골프장의 기여도를 프로야구가 못 따라와. 프로야구 구단 하나 관리하는 데 수십억원의 돈이 들지만 그 돈은 거의 그냥 없어지는 것이지. 하지만 골퍼들이 내는 돈은 세금으로 회수되기도 하지만 크든 작든 그 일대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줍니다. 제조업체들도 샤프트 또는 공이나 골프웨어 등을 만들어 수출에 기여하고, 골퍼들이 자꾸 소비하니까 생산도 늘고…. 아무튼 골프가 사회에 경제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커요. 잡관목으로 덮여 있는 야산을 골프장으로 가꾸어 미관에도 훨씬 좋은 환경이 제공되지요. 골프는 비난받을 이유가 없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JP의 골프 예찬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골프가 경제적인 이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 단합과 국위 선양에도 엄청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박세리 같은 여성들이 국제 무대에 나가서 한국인의 우수성을 얼마나 보여줬습니까. 우승 장면을 지켜보는 국민은 TV 앞에서 손뼉치면서 성원을 보내고…. 국민 단합에도 큰 기여를 했지요. 요즘 여러 국제 경기에서 한국 여성들이 10위 이내에 수명씩 자리를 차지하여 미국 여성들을 압도적으로 제압하기 때문에 미국 주부들이 골프 경기 TV 중계를 잘 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미국 장관과 5달러 걸고 내기 JP가 워낙 골프를 좋아하니까 ‘어떤 골프장엔 JP 전용 목욕탕이 있다더라’ ‘JP는 대중목욕탕에서는 목욕을 안 해’라는 둥 이런저런 소문도 많이 나돌았다. 넌지시 본인에게 진위를 물어봤더니 “그렇게 대우해주는 곳도 있지요”라고 대답했다. “골프장에는 대통령이나 고위층이 오면 모시는 VIP룸이 있어요. 경호상의 문제도 있고 해서…. 몇몇 골프장에서 내게 정치 원로 대접을 해 그런 곳을 이용하라고 권하기도 해요. 어떤 골프장은 카트를 타고 페어웨이까지 들어가게끔 배려하는 곳도 있지. 일반인들과 어울려 목욕할 때도 있어요. 같은 남자들인데 뭐 어때.” 세간의 이러저러한 과장된 소문을 듣고서도 태연하게 ‘골프 마이웨이’를 달리는 JP야말로 ‘매니어’라 불릴 만하다. 골프를 정말 사랑하는 JP는 사람 사귀는 데도 골프가 등산보다 훨씬 낫다고 말한다. “산에 올라가는 사람들은 앞뒤로 걷기 때문에 대화가 안 돼요. 하지만 골프는 동반자들이 옆으로 나란히 걸으면서 대화하는 기회가 많지. 우스갯소리도 하고…. 나는 골프를 치면서 꼭 상대방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나보다 잘 치는 사람을 보면 배우려고 해. 골프를 치면 사람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지.” JP는 골프 칠 때 가끔 내기도 한다. 게임에 약간의 긴장을 갖기 위해 홀당 1만원 정도 거는 수준이다. “내기를 하면 서로 반칙을 하는지 안 하는지 감시를 하지. 그걸 안 할 때는 한번 더 치라고도 해요. 우리 나이쯤 되면 엄격하게 룰을 따지는 것보다 유쾌하게 치는 것이 중요해. 가끔 내기를 할 땐 홀당 1만원 정도 걸어요. 그것도 파 3홀에서만 내기를 하지. 긴 홀에서는 비거리가 짧아 확실히 불리하기 때문에 내기를 안 해요. 전·후반 딱 4홀에서만 내기를 하는데 돈 따면 캐디에게 줘. 미국 장관들과 골프 칠 때는 게임당 5달러 정도 걸곤 했지. 하지만 옛날 박 대통령은 내기 골프 같은 것은 절대 하지 않았어요. 그 양반 화투도 안 치시는 분인데 뭐.” <다음호 계속> 다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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