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동계 올림픽 어디서 열린다고?
내년 동계 올림픽 어디서 열린다고?
Who Cares About Turin? 올림픽에는 드라마가 많다. 심지어 개막식 행사가 열리기 전에도 종종 그렇다. 2002년 세계는 9·11 사태 후 몇 달 만에 미국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는 사실에 긴장해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을 숨죽여 기다렸다. 2004년 아테네가 시시각각 총력을 기울였지만 과연 그리스인들이 성화 도착 전 올림픽 주경기장의 지붕공사를 완공할 수 있을지 모두가 주목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열기도 이미 달아올랐다.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이 세계무대에 발전상을 과시하는 기회이며 필연적으로 기업들의 홍보잔치가 될 판이다. 그러나 토리노에서 열리는 2006년 동계 올림픽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이탈리아 국내외를 막론하고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느낌이다. 솔트레이크가 ‘안보’ 게임이고, 아테네가 ‘과연 치를 수 있을까’ 게임이라면, 토리노는 레이더 밑에서 신속하게 움직이는 ‘스텔스’ 게임이다. 이탈리아는 내년 2월 10일 개막하는 이 잔치를 무사히 치르려고 15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이번 기회를 빌려 자국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 토리노(1970년대 초 130만 명이던 인구가 꾸준히 줄어 현재는 90만 명이다)를 칙칙한 사양길의 자동차 공업 중심지에서 스포츠와 관광의 명소로 바꿀 생각이다. 안타깝게도 예산을 줄이는 바람에 토리노 올림픽의 마케팅 캠페인이 불가능해지면서 국내외적으로 홍보를 거의 못했다. 로마의 아무 커피점이나 들어가 이번 올림픽이 어디서 열리는지 물으면 커피점 주인 마리오 초피의 다음과 같은 대답을 듣기 십상이다. “프랑스 아닌가요?” 그럴 만도 하다. 입장권의 절반 가까이가 아직 팔리지 않았으며, 이탈리아인들은 거의 사지 않았다. “이탈리아 문화는 눈앞에 직접 닥칠 가능성이 있어야 흥분하기 시작한다. 2월에는 이탈리아가 올림픽 열기에 휩싸일 것”이라고 현역에서 은퇴한 이탈리아의 전설적 스키선수 알베르토 톰바는 내다봤다. 지난주 올림픽 성화가 로마에 도착하면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 성화는 교황의 축복을 받은 다음 전국을 돌아 토리노로 가게 된다. 지금까지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토리노 올림픽 조직위가 현대 올림픽을 괴롭히는 골칫거리에서 해방되지는 못했다. 정부가 미국의 이라크 정책을 꾸준히 지지해왔기 때문에 이탈리아는 테러범들의 주요 표적으로 꼽힌다. 내무부는 선수단 2500명, 언론인 1만 명, 관객 100만 명이 몰려오리라 예상되는 이번 올림픽의 보안을 올해 초 타계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올림픽 예산 5000만 달러가 추가로 삭감됐지만 토리노 올림픽 조직위 대변인 주세페 가티노는 “보안은 예산 삭감의 희생자가 되지 않는다”고 뉴스위크에 다짐했다. 보안 관계자들을 긴장시키는 문제는 테러만이 아니다. 테러는 오히려 발발 가능성이 가장 높지도 않다. 정부는 이탈리아가 주최한 최근의 국제 행사인 2001년 제노바 G8 정상회담 때 폭력시위를 주도했던 무정부주의자 세력과 반세계화 시위대가 올림픽을 훼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주 경찰은 토리노에서 그런 시위대 100명 이상을 체포했다. 시위대 입장에 동조하는 이탈리아의 웹사이트들은 올림픽 관객들의 관심을 모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행동에 돌입하라고 촉구했다. 이탈리아의 마약법도 골칫거리다. 법대로라면 운동선수의 약물 복용은 형사범죄로 취급하며 유죄로 판명될 경우 반드시 징역형을 살아야 한다. 올림픽 관계자들은 이탈리아가 올림픽 경기 기간에는 그 법의 집행을 유보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자체 처리토록 한다는 약속을 어겼다면서 흥분했다. 마리오 페스칸테 유럽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모종의 해결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종의 해결책”이야말로 토리노 시민들의 공통적 염원인 듯하다. 토리노 시내 곳곳에서 눈에 띄는 “토리노 2006, 열정이 숨쉬는 곳”이라는 구호는 건설공사에 열정적인 사람한테나 어울릴 법하다. 성당 돔들 사이의 고층 건물들 위로 거대한 크레인이 솟아 있고, 거리에는 착암기와 전기톱의 소음이 요란하다. 역사 유물이 밀집된 구역의 중심지 산카를로 광장에는 공사에 쓰려고 자갈을 높이 쌓아두었다. 그런데도 조직위는 본격적으로 공사에 돌입하면 제시간에 맞춰 준비를 끝낼 수 있다고 낙관한다. “파티장에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넥타이를 손보는 일과 마찬가지”라고 이탈리아 올림픽위원회의 발렌티노 카스텔라니 위원장은 별일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미국인들에게는 오로지 승리만이 관심사다. 미셸 콴, 보드 밀러, 아폴로 오노 등 쟁쟁한 스타들이 또다시 출전하는 미국팀은 메달 34개라는 역대 최고 기록을 수립한 솔트레이크 때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미국인들은 토리노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리라. With BARBIE NADEAU in Turin 최한림 parasol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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