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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거꾸로 본 통계] 푸른 색만 보지 말고 노랑·빨강을 주시하라

[양재찬의 거꾸로 본 통계] 푸른 색만 보지 말고 노랑·빨강을 주시하라

2006년 새해 첫주가 지났다. 지구촌 경제시계는 쉬지 않고 돌아가며, 그 궤적은 시시각각 숫자로 나타난다. 특히 새해를 여는 수치들은 한 해의 흐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서 의미가 있다. 우선 주가 움직임은 고무적이다. 증시 개장 첫날부터 힘찬 뱃고동 소리를 내더니만 사흘 만인 4일 코스피지수는 전혀 가보지 않은 지수 1400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말 황우석 쇼크로 주춤하던 코스닥 시장도 함께 달아올랐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부동산 시장으로 쏠린 자금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단기 급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환율 움직임이 심상찮다. 첫날부터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더니만 4일 1000원선이 무너졌다. 수출대금으로 들어온 달러가 시장에 쏟아지고 미국이 추가 금리인상에 유보적 자세를 보이자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시장은 세 자릿수 환율을 대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결과적으로 수출업체의 채산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국제 유가도 지난해 말부터 출렁거린다. 정부는 우리가 주로 들여오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50달러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올해 경제운용 계획을 짰는데, 3일 55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곧 국내 석유류 가격에 반영될 테고, 다른 물가에도 부담을 줄 것이다. 저금리 시대는 지난해 이미 끝났다. 시장 상황을 바로 반영하는 채권은 물론 예금·대출 금리가 지난해 꾸준히 올랐으며, 새해 첫날 금리도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은행 대출이 많은 이들은 금리 0.01%포인트에 신경 써야 한다. 그날그날 시장 지표뿐 아니라 연초에는 지난 1년을 결산하고 새해를 전망하는 통계가 많이 나온다. 지난해 말 외환보유액(2103.9억 달러)이 사상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초·중·고교 유학생(1만6446명)이 6년 새 10배 늘었고, 해외여행비 100억 달러 시대가 열렸으며, 지난해 12월 신용카드 사용액(19.5조원)이 3년 만에 최대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쌀값(20㎏ 기준 도매 3만9021원)이 7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고, 실업급여 신청자는 50만 명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래도 2005년을 시작하고 마감한 숫자들과 연초 지표와 전망을 비교하면 밝은 게 많다. 지표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심리다. 경제활동은 상당 부분 경제 주체들의 심리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경제학에 ‘자기실현적 예언’이란 말이 있듯 자꾸 어렵고 안 된다고들 하면 정말 그렇게 된다. 이런 심리에 경제적 요인 못지 않게 정치·사회 상황도 영향을 미친다. 다들 새로운 각오로 시무식을 한 지난 2일에 발표된 개각에 대해 여당에서조차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해 말 사학법 개정 파동과 근근이 해는 넘기지 않은 예산안 통과 등으로 실망을 안겨준 정치권이 새해 벽두부터 희망과 활력은커녕 분열과 갈등 양상을 연출하고 있다. 5·31 지방선거가 임박한데다 정국은 벌써 대선 분위기를 타면서 개헌 논의까지 피어오른다. 연초부터 정치가 과잉이요, 이러다간 올해도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임을 예고한다. 경제 활력,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등 새해 소망을 전하던 신문·방송의 특집이 무색해진다. 주가처럼 어디 정치 상황을 지수로 나타내는 방법은 없을까? 정치권과 정부는 새해를 연 숫자들이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환율과 국제 유가 등 노랗고 빨간 불도 있고, 주가와 같은 푸른 전등도 있다. 푸른 불빛에 취해 노랗고 빨간 신호와 경고등을 무시했다간 우리 경제는 올해도 길을 잃은 채 헤맬지 모른다. 새해 첫날 0시 현재 대한민국 인구는 4839만6382명. 지금 우리는 한반도 이남에서 국내 문제만 갖고 복작거릴 여유가 없다. 인구 13억의 중국, 인구 11억의 인도가 빠른 속도로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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