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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성체’ 줄기세포 경쟁 볼만

‘배아’-‘성체’ 줄기세포 경쟁 볼만

줄기세포 관련 업체들이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황우석 파동이 진정기로 들어서면서 뚜렷해진 현상이다. 돌파구는 ‘성체줄기세포’다. 황우석 파동 등을 거치면서 아직 묘연한 것으로 인식된 ‘배아줄기세포’보다 ‘성체줄기세포’의 경제성에 주목하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공식 허가한 임상시험만 150건을 넘어설 정도로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 분야다. ‘배아줄기세포’나 ‘성체줄기세포’ 모두 세포치료제의 종류다. 세포치료제는 기존 의약품과는 완전히 다른 신개념 치료제다. 약물이나 수술로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한다는 것이 골자다. 쉽게 말해 간암에 걸리면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세포를 배양해 만든 새로운 간을 이식하고자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세포치료제 연구는 생체조직공학을 통해 장기를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세포치료제는 크게 체세포 치료제와 줄기세포 치료제로 나눈다. 체세포 치료제는 국내에도 이미 판매가 승인된 사례가 있다. 바이오기업인 셀론텍이 개발했다. 교통사고 등으로 관절연골이 손상됐을 때 환자의 정상연골 세포조직을 일부 떼어 체외에서 대량 배양한 뒤 손상 부위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이미 국내 병원에 공급되고 있다.


성체줄기세포 임상만 150건 줄기세포 치료제는 줄기세포를 분화시켜 연골이나 심장근육 등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배아줄기세포는 거의 영구적으로 자기복제를 하는 능력과 다양한 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을 동시에 갖춘 세포다. 성체줄기세포는 골수나 신체의 일부 조직, 신생아의 제대혈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세포다. 배아줄기세포는 뛰어난 증식 능력으로 기술이 완성만 된다면 많은 질병에 활용할 수 있고, 장기복제까지 실현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하지만 ‘황의 거품(Whang’s Bubble)’으로 드러난 것처럼 해결 과제가 많고, 현재까지 인간에게 투여가 허락된 적이 없다. 우리나라와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동물실험 단계(전임상)의 연구가 진행돼 왔다.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조만간 세포치료제로 활용이 가능한 분야로 알려져 있다. 성체줄기세포가 주목받는 이유는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반대급부 성격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적 가치가 실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성체줄기세포는 골수나 인체 내의 국한된 조직에 소량만 분포돼 있다. 이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줄기세포의 양이 한정돼 있다. 또 배양과정에서 일정 수 이상 복제가 되면 줄기세포의 성질을 상실하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와는 달리 이식할 때 생체조직에 적합한 세포로 분화하는 특성이 강하고 세포의 불안정성이 적다. 따라서 의학적으로 치료 적용이 안전하고 용이한 장점이 있다. 특히 배아줄기세포가 연구단계에서부터 심각한 윤리적·종교적 갈등을 일으킨 반면, 성체줄기세포의 경우에는 윤리적 문제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은 윤리적 논란 없이 진행되고 있다. 성체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 중인 메디포스트의 관계자는 “성체줄기세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식이 이뤄져온 골수의 조혈모세포이식은 물론 이미 여러 가지 질병에서 실제 환자에게 임상시험 단계로 세포치료가 시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포치료제로 쓰기에 배아줄기세포보다 훨씬 빠르게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상당히 진행돼 있다. 지난해 10월 한양대 배상철 교수팀이 ‘천의 얼굴을 가진 병’으로 불리는 희귀병인 루프스 환자 네 명에게 조혈모 세포를 이식해 그중 세 명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곳도 많다. 가톨릭의대 전신수 교수팀은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척수손상으로 하체가 마비된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서울대 김효수 연구팀, 아주대 방오영 교수팀도 성체줄기세포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대학 외에 줄기세포를 분화 또는 증식시키는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업체도 대략 7~8곳이다. 의학계나 과학계에서는 “세포 치료제 분야는 미국과 함께 한국이 가장 앞서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 분야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황우석 사태의 중심 인물인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도 성체줄기세포를 개발하는 코스닥 상장사 메디포스트와 1000억원을 투자해 연구소와 치료센터를 설립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황우석 파동으로 줄기세포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돼 있다는 데 있다. 줄기세포를 포함한 세포치료제는 장기간의 연구와 임상이 필수다. 그래서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다. 국내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세포치료제 시장은 2010년께 약 400억 달러(약 40조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인 D램반도체와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올해 시장규모가 각각 258억 달러, 128억 달러인 점을 감안할 때 매혹적인 시장이 아닐 수 없다.

연구·투자 멈춰선 안돼
우리나라가 세포치료제 시장에서 기술적으로 선두권에 위치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미국 뉴스위크가 최신판에서 “한국은 성체줄기세포 연구분야에서도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다”며 “골수나 제대혈에서 얻은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파킨슨병 등을 치료하는 실험도 100여 건이 넘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더구나 “생명공학 분야에서 한국이 여전히 독보적”이라고 해외 언론들이 보도할 만큼 국내외에서 공인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성체줄기세포 등 세포치료제 시장은 신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산업이다. 시장규모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에 선점이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주춤하는 사이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발 빠르게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와 투자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세포치료제로 대변되는 바이오 인공장기 개발에 정부가 주도해 집중적인 연구가 진행 중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30여 개의 기업과 20여 개 대학이 연구를 수행 중이다. 정부도 정부지만 민간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도 파격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미국에서 약 800억 달러의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국내 줄기세포 업계의 얘기다. 우리나라는 1996년부터 보건복지부의 관련 분야 연구과제로 선정돼 하버드 의대 바칸티 실험실 출신 의사들의 주도로 연구가 진행됐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관련 분야의 벤처 창업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대학과 벤처가 경쟁, 많은 기술적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황우석 파문으로 관련 학계나 업계 전체가 ‘불신’의 눈초리를 받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속속 성체줄기세포 및 세포치료제와 관련된 성과물이 나오고 있다. 현재 셀론텍·듀플로젠·테고사이언스·크레아젠 등 바이오벤처들이 체세포나 성체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했거나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메디포스트·산성피앤씨·중앙바이오텍·이노셀·이지바이오·마크로젠·라이프코드 등 줄기세포 테마주를 이룬 상장 바이오 기업들도 황우석 파동으로 단기적 ‘주가 쇼크’를 받긴 했지만 이후 주가가 다시 회복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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