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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게 늙자”노년층들 운동붐

“젊게 늙자”노년층들 운동붐

Athletic Aging 얼마 전만 해도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땀복과 운동화 혹은 수영복을 착용하고, 달리거나 페달을 밟거나 물장구를 치다 보면 건강이 좋아진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사정이 복잡해졌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미국의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 아폴로 오노는 나이키사가 개발한 최첨단 운동복‘스위프트 스킨’을 입고 경기에 나간다. 무게가 겨우 479g으로 2002년 올림픽 때 입었던 운동복 무게의 절반 수준이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땀 흡수력이 뛰어나면서도 머리털처럼 가벼운 양말을 신는다. 그리고 많은 루지 선수는 미 철강 기술연구소에서 만든, 저항을 최소화한 장비를 선보인다. 밤이 되면 기진맥진해진 선수들은 전직 미 항공우주국(NASA) 수면 기술자가 개발한 아늑한 조명과 직물에 뒤덮여 잠을 잔다. 화려한 첨단기술로 챔피언의 기량을 강화하는 일은 이제 예술의 경지에 들어섰다. 그러나 아마추어 스포츠계에서는 훨씬 더 중요한 혁명이 일어나는 중이다. 이를 확인하려면, 거듭난 아마추어 선수들이 녹슨 핵심 근육을 강화하느라 애쓰는 필라테스 센터나 요가 강습소를 가보면 된다. 또는 50년간이나 사이클 선수로 활동해오면서 월드 마스터스 챔피언십에서 다섯 차례나 금메달을 차지한 믹 아이브스(66)에게 물어보라. 아이브스는 노년에 들어선 남녀 운동선수들(상당수는 할아버지·할머니가 됐다)이 새로이 힘을 얻어 개종자의 열정으로 운동에 몰두하는 동향을 지칭하는 거대한 ‘회색 파도’의 일부다. 어쩌면 잠자기 전에 먹는 진통제나 볼품없는 똥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 세계의 베이비붐 세대는 노년기에 접어들며 새로운 악몽에 직면했다. 몸은 쇠약해지는 데 수명은 더욱 길어졌다는 악몽이다. 게다가 병원 비용마저 치솟자 사람들은 서둘러 소파에서 일어나 헬스장으로 향한다. 세계 각국에서 운동의 전반적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스포츠용품 제조업협회(SGMA)에 따르면 미국에선 기록적으로 많은 5700만 명이 연간 100일 이상 운동한다. 테니스 인구도 어느 때보다 많아져 2500만 명이나 된다. 놀라운 점은 나이 든 선수들이 이런 흐름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스키를 타는 사람의 평균 연령은 지난 7년간 32세에서 36세로 서서히 올라갔다. 심지어 오늘날 스노보드를 타며 재주를 부리는 사람 5명 중 1명은 평소 점잔을 빼는 35세 이상의 사람들로, 그 수는 1998년 이래 2배로 늘었다. 유럽연합(EU)에선 40~50세의 약 40%가 매주 최소한 2회 운동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15~24세의 58%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수치다). 영국의 경우 55~64세 남성 중 운동을 하는 사람 수는 1997년 이래 거의 50%나 늘었고, 여성(45~54세)의 경우는 25% 증가했다. 늙은이가 젊은이보다 많은 일본에서도 노인들이 운동으로 땀을 흘린다. 일본의 유명한 헬스클럽인 르네상스 인코퍼레이션의 보고서에 따르면 41세 이상의 회원이 1998년엔 40%였으나 2005년엔 54.3%로 늘었다. 이제는 두 가지 흐름이 합쳐진다. 과학계와, 더욱 공세적으로 변해가는 건강산업계는 관심의 초점을 일류 운동선수로부터 아마추어 쪽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여기서 아마추어란 구미·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와 개도국의 도시 중·상류층 중장년 세대를 지칭한다. 미국 MIT 스포츠 혁신 연구소의 기술자 킴 B 블레어는 “이제 돈을 벌려면 엘리트 운동선수보다 대중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과거에는 스포츠 과학자들이 프로선수들을 위해 연구했다. 하지만 이제 시장을 주도하는 세력은 분별력 있는 스포츠 애호가들이다”고 지적했다. 이들 중장년의 아마추어들은 나날이 안목이 높아진다. 그들은 몇 년 전만 해도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전유물이었을 수많은 스포츠용품들에 휩싸였다. 예컨대 수백 가지의 기록을 측정해주는 컴퓨터화한 운동화, 체취와 땀을 흡수하는 숯 성분의 운동복 등이다. 또 생물역학(biomechanics), 기능성 영양제학(ergogenics), 신체운동학(kinesiology), 경구조광학(light architecture optics·초경량 콘택트 렌즈 같은 제품) 등 새로운 용어 사전에 등재할 만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나온 제품들도 있다. 블레어가 최근 개발한 장비인 코코 스마트레이너는 두뇌를 갖춘 헬스기구라고 보면 된다. 이 기계는 열량 측정기를 갖춘 단순한 전자 트레드밀 정도가 아니라 독립된 컴퓨터 워크스테이션이다. 스마트레이너는 사용자의 이름, 주요 통계, 과거 성적 등을 기억하고 로그온할 때마다 운동 스케줄을 짜준다. 이런 정보는 섬 드라이브에 내려받아 집에 있는 컴퓨터로, 혹은 비슷한 장비를 갖춘 다른 헬스장으로도 전송된다. 보수적 운동선수들은 기계의 지시에 따라 운동한다면 거부감을 느낄지 모르나, 나머지 대다수 사람은 고맙게 느낄 듯하다. 블레어는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 일정을 혼자 힘으로 짜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스마트레이너는 운동 프로그램을 대신 만들어줌으로써 우리가 헬스시설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최선의 효과를 얻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새로운 스포츠 기술들은 경기장 밖에서 일어나는 각종 기술 혁신(예컨대 초소형 컴퓨터·감지기 등)의 도움으로 개발된다. 블레어는 “5년 전만 해도 컴퓨터나 감지기가 너무 커서 운동장비에 부착하기가 불가능했다. 그런 기계를 사용하면 오히려 운동에 방해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날 선수들은 경기에 아무런 지장도 초래하지 않는 초경량 카메라를 경주용 자전거에 부착하거나, 스윙 동작을 촬영하려고 골프채 위에 감지기를 부착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신기술들은 소비자들의 연령과 성별을 감안해 경기력 향상뿐 아니라 부상 방지에도 관심의 초점을 맞춘다. 미 플로리다주 올랜도 토박이인 브래드 브루어(46)는 골프를 하다 허리 디스크에 걸리는 바람에 골프채를 휘두르는 일 자체가 공포였었다. 하지만 직업 골프 코치인 브루어는 소프트웨어의 일종인 다트피시 덕분에 요즘 다시 골프장에 복귀했다. 다트피시는 랩톱에 부착한 카메라의 도움으로 스윙 동작과 자세를 촬영해 미세한 잘못도 잡아낸다(브루어는 가상의 타이거 우즈 옆에서 티업을 하기도 한다). 덕분에 경기력이 향상됐을 뿐 아니라 허리 디스크가 재발하는 일도 없었다. 브루어는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게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스윙 동작을 취하게 됐다. 늙어서까지 골프를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는 자전거 타기다. 격렬하지 않을뿐더러 관절에 주는 충격도 작기 때문이다. 영국인 사이클 선수인 아이브스는 “이 분야에서 가장 크게 성장한 부문은 40세 이상 선수층”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유럽의 ‘노장 선수’팀(40~70세)은 지난해 100개의 메달을 땄으며, 영양보조식품 분야 대기업 EAS를 포함한 15개 후원 기업들을 확보했다. 그는“사이클 관련 시장의 주된 소비자층은 40·50·60대들”이라고 말했다. 스포츠용품 제조업체들과 유통업체들은 그 점을 놓치지 않고, 완충 기능이 향상되고 좌석이 넓어진 신모델들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훨씬 더 위험한 운동들도 변신하는 중이다. 미국의 베일 같은 주요 스키장들은 무릎이 약한 베이비붐 세대들을 위해 슬로프에서 빙판과 모굴(커브에 생긴 굳은 눈덩이)을 줄였다. 전미 스키장협회의 2005년 고객 동향보고서의 ‘주요 현상들’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가장 뚜렷한 변화 중 하나는 고객층의 지속적인 노령화다. 특히 45세 이상 고객층이 증가했다.” 심지어 일부 스키장에선 스노보드를 배우려는 베이비붐 세대를 겨냥한 ‘강습회’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각종 운동이 활성화된 배경에는 질병 예방 목적도 있다. 100년 전에는 세계적으로 전염병과 아동 질환이 주된 재앙이었다. “오늘날엔 관상동맥 질환, 당뇨병, 암이 주된 재앙이다. 이는 생활습관에서 오는 질병들로, 잘못된 식사와 앉아서 일하는 풍조 등과 큰 관련이 있다”고 캘리포니아 페퍼다인대 스포츠의학 교수 홀든 맥리는 지적했다. “자동차·컴퓨터·전자게임·휴대전화 때문에 우리 삶에서 신체활동이 사라졌다.” 1950년대 영국의 역학자 제레미 모리스는 ‘앉아서 생활하는 문화’(sedentarism)에 관한 선구적인 저술을 펴냈다. 그 책에는 편지 배달부가 우체국 우편실에서 근무하는 동료들보다 건강하다는 사례가 소개된다. 대체로 그때 이후 각국 정부와 과학자들은 사람들을 소파와 냉장고에서 멀리 떨어지게 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런 노력은 대부분 실패했다. 맥리 교수는 “성인들의 행태를 바꾸기는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과도한 기대감 때문에 좌절감이 커진 측면도 있을지 모른다. 70년대 말 의사와 공무원들은 전미 스포츠의학자협회의 권고에 따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2형 당뇨병 같은 질병들과 심장병을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정기적이고 격렬한 운동을 처방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격렬한 유산소운동·스피닝(실내 자전거 타기와 에어로빅을 결합한 스포츠)·실내테니스처럼 폐활량을 늘리는 운동들이 처방됐다. 그러나 이런 운동들은 노인들에겐 부적합하다. 건강과 체력을 유지하려고 모든 운동선수가 록키(영화 ‘록키’의 주인공)처럼 되거나 마라톤을 뛸 필요는 없다. 이두박근을 우람하게 키우거나 올림픽 단거리 선수처럼 달리는 일보다는 균형감각·조절능력·민첩성을 향상시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데 많은 과학자가 동의한다(물론 이견도 있다). 건강관리 방법의 새로운 흐름에선 척추를 보호하고 관절을 유연하게 만드는 핵심 근육의 힘을 중시한다. 이런 흐름은 잭 라랜과 조셉 필라테스 같은 왕년의 거물급 스포츠 인사들을 복권시켰다. 라랜은 거수 도약 운동(jumping jack·차려 자세에서 뛰면서 발을 벌리고 머리 위에서 양손을 마주쳤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는 동작)의 창안자다. 독일 태생의 권투선수이자 곡예사인 필라테스는 제1차 세계대전 때 병원에서 자신이 창안한 필라테스 요가로 환자 재활을 도왔다. 생활습관에 약간의 변화만 줘도 뚜렷한 건강 증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각종 연구에서 거듭 입증됐다. 일례로 온종일 서있거나 걷는 사람일수록 날씬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당뇨병과 운동의 전문가인 셰리 콜버그옥스는 “심지어 안절부절못하는 아이가 가만히 앉아있는 아이보다 더 건강하다는 증거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첨단 기술을 동원한 운동 붐이 사실 일시적 유행에 불과한 측면이 많음을 의미한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스포츠용품 판매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지난 1월 나이키는 160달러짜리 러닝화를 선보였고, 아디다스는 조만간 250달러짜리 농구화 출시로 응수할 전망이다. 업체 측 광고에선 첨단기술과 기록향상을 강조하지만, 운동화 구입자 중 실제로 농구를 하는 사람은 3분의 1, 실제로 조깅을 하는 사람은 4분의 1에 불과하다. 건강제품 시장에서는 온갖 제품과 유행이 나타났다가는 사라진다. 실내 테니스와 노르딕 폴링(Nordic poling)도 결국엔 림보(서인도제도의 춤)와 훌라후프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는 좀 더 실용적인 운동 문화가 뿌리내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기대를 건다. 젠킨스는 “직장까지 걸어가기, 계단 올라가기, 10분간 스트레칭 하기, 진공청소기로 청소하기 등 일상생활에서 할 만한 운동은 많다”고 말했다. 첨단 운동기구나 비싼 러닝화를 팔려는 광고에는 도움이 안 되는 지적이다. 하지만 노령화하는 세계를 더욱 건강하게 유지시켜주는 충고다. With EMILY FLYNN VENCAT in London and KAY ITOI in Japan 장병걸 cbg58@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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