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카드 서비스 중단 때 눈총받아
외환카드 서비스 중단 때 눈총받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2년 반 만에 매각, 3조원에 가까운 차익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론스타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 승승장구한 펀드 중 하나가 됐다. 이 업체는 1997년까지만 해도 전체 펀드 규모가 6억5000만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론스타는 98년 결성한 12억 달러의 ‘론스타펀드Ⅱ’부터 2004년 결성한 50억 달러의 ‘론스타펀드Ⅴ’에 이르기까지 126억5000만 달러에 이르는 펀드를 조성했다. 특히 이 중 대부분(80%)을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그만큼 아시아의 경제위기가 론스타에는 ‘기회의 땅’이 됐음을 알 수 있다. 론스타는 99년 자산관리공사로부터 5410억원(장부가격)어치의 부실채권을 인수하면서 한국에 발을 내디뎠다. 론스타는 강남 스타타워 등의 부동산과 외환은행 등 금융회사로까지 투자처를 넓히며 2004년 말까지 직접투자 2조7800억원, 부실채권·부동산 매입 등에 모두 5조4000억원을 투자했다. 진출 초기에는 외환위기로 급증한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가운데 회수 가능성이 높은 것을 골라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액면가의 10~20% 수준에 매입한 뒤 회수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수익을 올려 전형적인 ‘벌처펀드(Vulture Fund·독수리가 동물의 주검을 뜯어먹는 것에 비유)’의 투자형태를 보였다. 국내 금융시장이 외환위기에서 한숨 돌리기까지 론스타가 부실채권 인수에서 보여준 ‘식욕’은 골드먼삭스 등 굴지의 투자은행을 따돌릴 정도였다. 98년부터 2004년 9월까지 론스타가 인수한 부실채권 규모는 8조3960억원(액면가 기준)이다. 이는 2조~3조원대에 머문 모건스탠리, 골드먼삭스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카드 사태가 한창이던 2003년에는 삼성·외환·우리카드의 부실채권 2조7400억원어치를 인수하기도 했고, 2004년 한국투자증권의 부실채권 7400억원어치를 인수하는 등 최근까지도 부실채권 인수는 계속되고 있다. 론스타는 부동산 투자에도 일가견을 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2001년 6월 현대산업개발이 8000억원에 팔려고 내놓은 ‘I-타워’를 62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서울 강남 역삼역 부근 요지에 있는 ‘I-타워’는 당시 국내에서 가장 연면적이 넓은 건물이었지만 완공 직전 자금이 달려 매물로 나온 상태였다. 2001년부터 2년간 론스타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원래 모건스탠리가 현대산업개발로부터 독점적인 실사권을 받아 30억원을 투자해 실사를 마친 상태였다”며 “막판에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자 론스타가 대금 지급 조건을 유리하게 해서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는 인수 후 건물 이름을 ‘스타타워’로 바꾸었고 3년 만에 싱가포르 투자청(GIC)에 28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매각했다. 99년에는 여의도 동양증권빌딩(650억원)과 SKC빌딩(660억원)을 샀다. 2001년 이를 호주계 투자은행 맥쿼리에 동양증권빌딩은 850억원, SKC빌딩은 800억원에 되팔아 30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는 등 부동산 투자로 수천억원을 벌었다. 론스타가 부동산을 산 자금의 상당 부분은 높은 신용도를 이용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으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위기의 급한 불이 꺼지고 기업의 실적도 나아질 기미를 보인 2002년 이후에는 기업 구조조정으로 눈을 돌렸다. 부실화됐지만 회생 잠재력이 있는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구조조정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거나 사내 현금을 유상감자·배당 등의 형태로 회수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2002년 12월 리스업체인 한빛여신전문을 3347억원에 인수해 스타리스로 이름을 바꾸었다. 인수 당시 한빛여신은 채권기관의 자율 워크아웃 상태에 있었으나 론스타가 채권기관이 보유하고 있던 모든 채권을 상환하고 인수했다. 2003년 4월에는 2706억원(납입자본 1476억원, 회사채 1230억원)을 들여 법정관리 상태인 극동건설을 인수했다. 론스타는 극동건설을 인수한 뒤 ‘극동의 푸른별’이란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주택 브랜드인 스타클래스(Star Class)를 선보이기도 했다. 극동건설은 2002년 1557억원이던 수주액이 2005년에는 1조원대로 급증하는 등 경영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고배당과 유상감자라는 ‘금융기법’으로 단기에 투자자금을 회수해 극동건설을 ‘빈 껍데기’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극동건설은 최근 주주총회를 열어 지난해 순이익 270억원의 96%에 해당하는 260억원을 1대 주주인 론스타에 배당하기로 했다. 이런 고액 배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인수 이듬해인 2004년 초에 240억원을 배당으로 회수했고, 2005년 초에는 전년 당기순이익 386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200억원(배당성향 52%)을 배당으로 챙겼다. 론스타는 2706억원에 극동건설을 인수했다고 하지만 인수 직후 회사채 투자분 1230억원을 회사 돈으로 갚아 사실상 1476억원에 지분 98%를 인수했다. 관련 부대비용을 합치더라도 투자자금은 17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번 배당을 포함해 이미 2000억원 이상을 회수하게 될 전망이다. 론스타는 극동건설을 산 그 해 10월 충무로의 극동빌딩을 1583억원에 매각해 회사 자산을 현금화했다. 2003년 12월에는 회사가 현금으로 대주주(론스타)의 지분 일부를 사도록하는 유상감자를 통해 650억원을 회수했고, 2004년 6월에도 같은 방법으로 875억원을 회수했다. 론스타 인수 직후 극동건설은 상장폐지됐기 때문에 이런 정보들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를 따질 투자자도 마땅히 존재하지 않았다. 회사 홍보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론스타가 인수한 뒤 자본도 충실해지고 영업도 개선됐다”며 “고배당이긴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이익을 내 여력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2001년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건설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자 론스타는 꾸준히 건설업체 인수합병(M&A)을 시도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대구지역의 건설업체 청구를 인수하기 위한 예비협상자로 선정됐는데도 법원이 지위를 인정하지 않아 인수는 무산됐다. 론스타는 또 지난해 1조2000억원 규모의 동아건설 파산채권 입찰에도 참여하려 했지만 도덕성 시비로 물러나야 했다. 이 채권 매각은 외환은행이 주간사를 맡았는데, 외환은행 최대주주인 론스타가 참여할 경우 왼손으로 팔고 오른손으로 사가는 기형적인 모양새가 돼 여론의 비판이 따가웠다. 론스타가 2000년대 들어 한국시장에서 끊임 없이 공을 들인 것은 은행 인수였다. 펀드가 은행을 인수하는 데 대한 경계심이 적었던 시기에 서울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하나은행에 패했다. 조흥은행 인수도 추진했지만 신한은행에 패했다. 절치부심하던 론스타는 2003년 10월 1조3800억원에 외환은행을 인수함으로써 꿈을 이룬다. 그리고 이 투자는 2년 반 만에 3조원 이상의 차익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8년에 걸친 론스타의 한국 투자 클라이맥스가 될 전망이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직후 터진 외환카드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론스타는 사모펀드 특유의 과단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노조가 정리해고에 반대하자 금융회사 최초로 직장폐쇄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외환카드 정규직의 35%를 감원했다.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해고를 통보해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었다. 또 외환카드에서 두 차례의 현금서비스 중단 사태가 벌어졌는데 표면적인 이유는 현금 유동성 부족이었다. 하지만 내면으로는 외환카드 2대주주인 홍콩 올림푸스캐피털과의 힘겨루기 과정에서 올림푸스 쪽을 압박하기 위해 론스타가 취한 조치라고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운영위원은 밝히고 있다. 론스타는 향후 한국에 대한 투자계획에 대해 “50억 달러의 론스타펀드Ⅴ 이후 설립될 다른 펀드들도 지속적으로 한국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이는 론스타의 투자의사 결정자들이 한국 경제에 대해 뿌리 깊은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대건설·대우건설·LG카드 등 초대형 M&A가 예정된 한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론스타의 이런 ‘애정 표현’과는 달리 론스타 같은 사모펀드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갈수록 냉랭해지고 있다. 어쩌면 국민들은 외환위기 이후 비싼 수업료를 내고 국제 자본의 속성과 투자 기법을 구경했으며, 그 과정에서 외국 자본의 공과를 평가하고 옥석을 가려 대응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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