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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의 건설자] 중앙亞·중동은 ‘made by 터키’

[중앙아시아의 건설자] 중앙亞·중동은 ‘made by 터키’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슈하바트에서도 터키 건설업체를 발견할수 있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아슈하바트는 건설붐이라기보다 건설 실험장이다. 가스의 바다 위에 떠 있다고 할 수 있는 투르크메니스탄은 독재자가 그 돈으로 수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 못지않은 장대한 건물들이 들어서는 이 도시를 건설하는 주요 업체의 70% 이상이 터키 회사들이다. 건설 현장마다 내걸린 터키 국기는 때론 이곳이 터키인지, 투르크메니스탄인지 헷갈리게 할 정도다. 비단 투르크메니스탄만이 아니다. 카자흐스탄의 새 수도인 아스타나 역시 터키 건설업체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이들 나라를 포함해 중앙아시아 5개국의 공항은 모두 터키가 건설했다.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그루지야·몰도바 등 소비에트연방에 속한 모든 국가에 터키 건설회사가 진출해 있고, 부동산 개발도 하고 있다. 러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오만·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리비아·시리아·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 역시 터키 건설사의 사업 지역이다. 터키가 이 지역 전체를 건설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터키 건설협회의 에르달 에렌 회장은 “현재 터키의 건설업체가 62개국에 진출해 있다”면서 “건설업은 터키 경제의 견인차(locomotive)”라고 설명했다. 지난 30년간 터키가 해외건설에서 벌어들인 돈은 750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93억 달러였다. 올해는 150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터키 건설업이 이처럼 역내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오랜 해외건설 경험과 특유의 지역적 위치에서 비롯된다. 1980년대 초반 리비아에서 처음 해외건설을 시작한 터키는 이후 아랍 국가들 위주로 해외 사업을 했었다. 특히 90년대 초 소비에트연방이 붕괴하면서 터키는 소련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개별 국가로 독립한 공화국들은 건설에 열을 올렸고, 그 과실이 고스란히 터키에 넘어온 것이다. 터키 건설이 지금의 세계화를 이룬 결정적 계기는 2001년에 맞은 터키 경제위기 덕분이다. 경제위기 후 국내 경기가 나빠지면서 일감이 없어진 건설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렸다. 때마침 카스피해 연안의 오일이 개발되면서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건설붐이 일기 시작했다. 80년대 첫 해외 사업도 그랬지만 20년이 2000년대에도 터키 건설업체의 주요 공략 대상은 오일 머니다. 다행히 터키는 주변에 산유국이 포진해 있다. 남쪽으로는 중동이, 동쪽과 북쪽으로는 중앙아시아와 러시아가 있다. 중앙아시아와 중동은 민족적·종교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 많아 터키가 진출하기에 적격이다. 중앙아시아 5개국은 물론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조차도 터키와 언어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다. 투르크메니스탄이나 아제르바이잔의 경우 터키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건설협회 할룩 뷔유크바쉬 사무총장은 “터키인들은 중앙아시아나 카프카스 국가의 언어를 마스터하는 데 2개월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인종적으로도 터키민족과 매우 가깝다. 중동 역시 터키와 이슬람교를 공유하고 있고, 쿠르드족을 비롯해 중동 민족과 유사점이 많아 사업에 큰 이점이 있다. 이런 배경으로 소련 지역과 중동 지역에서 터키 건설업체가 맹활약을 하고 있다. 특히 터키는 그동안의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몇몇 지역에서는 단순 건설이 아닌 개발사업과 투자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모스크바에는 터키인이 소유한 여러 개의 오피스 빌딩이 있다.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리투아니아와 몰도바 등에도 터키가 개발해 분양 혹은 임대하는 빌딩이 있다. 최근 터키 건설업계도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인건비 문제가 대두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건설 근로자들의 경우 파키스탄·인도·방글라데시 등 서남아시아 인력을 이용한다. 또 유럽이나 두바이 등 고급 건설시장에는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 건설업체와 조인트벤처로 진출하고 있다. 에렌 회장은 “한국 건설업체도 터키와 합작으로 중동이나 중앙아시아에 진출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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