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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식 대량살상무기 ‘IED’

이라크식 대량살상무기 ‘IED’

Iraq's Real WMD 그레고리 허시(38) 육군 대위의 폭발물 처리반은 바그다드 거리에서 급조 폭발장치(IED)를 탐색한다. 저항 세력이 숨어서 기다리다가 터뜨리는 이 폭발장치는 나귀 수레·페인트 통·쓰레기 봉투·플라스틱 병·학교 마당 등 도처에 깔렸다. 21명으로 구성된 허시 부대는 3개 팀으로 나눠 24시간 근무하면서 2005년 여름부터 2006년 초까지 2178건을 처리했다. “IED는 가는 길에도 있고 오는 길에도 있다”고 허시는 말했다. 소화기 사격, 매복 공격, 로켓 추진 유탄발사기 공격까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 일을 ‘호랑이굴 들어가기’라고 부른다. 이라크 근무 기간이 한 달 남은 시점에서 허시는 잘하면 아무도 다치지 않고 임무를 마치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IED가 터져 한 병사의 팔뚝이 날아갔다. 12일 뒤에는 팀장이자 허시와 절친했던 조니 메이슨 하사가 IED를 해체하던 중 다른 IED가 터져 즉사했다(육군 폭발물 처리반은 종종 저항 세력의 매복 공격 목표가 된다). 건장한 체구에 머리를 스포츠형으로 깎은 허시는 12년 동안 복무한 역전의 노장으로 부인과 세 자녀를 뒀다. 자신이 갈수록 IED의 위협에 둔감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찾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그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무슨 증상인지 모르겠다. 마치 강시가 된 기분이었다.”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 병사들이 IED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항 세력은 미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혀야 승리의 기회가 온다는 사실을 잘 안다. IED야말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피해를 입히기에 가장 효과적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지도 3년이 지났지만 미군은 여전히 이 위협을 극복할 방안을 찾아내지 못했다. 전직 관리들은 군의 관료주의를 비난하고, 군 당국자들은 작전상의 어려운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민간인 지도부를 비난한다. 부시 정부가 IED의 위협에 좌절감을 느낀 나머지 뒤늦게나마 대책 마련에 부심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의 최우수 인력을 이 일에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미군은 IED 문제를 해결하려고 2004년 1억5000만 달러를 썼다고 부시는 말했다. 올해에는 33억 달러가 책정됐다. 대체로 장갑 장비를 늘리고 기술을 개선하는 데 쓴다. 부시는 국방부가 어떻게 그리 많은 돈을 쓰는지 해명을 요구했다. 지난해 12월 부시가 IED 대책 책임자로 임명한 몽고메리 메그스 대장은 지난주 대통령에게 약식보고를 했다. 백악관 루스벨트룸의 긴 테이블에는 차고 문 개폐기로 터뜨리는 포탄 같이 작고 간단한 유형과, 적외선으로 점화하는 좀 더 정교한 원추폭탄(이란이 제공한 기술로 보인다) 등 각종 IED가 전시됐다. 전자는 병사들의 신체를 훼손하고 후자는 전차를 파괴한다. 국방부와 중부사령부는 저항 세력에 정보가 새나갈 위험성을 꺼려 자세한 내역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병사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미군이 전에 없이 많은 IED를 해체하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IED로 인한 사상자 수를 18개월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였다”고 국방부 대변인 브라이언 휘트먼은 말했다. 다 맞는 말이겠지만 미군이 아무리 빨리 제거한들 저항 세력이 설치하는 속도를 따라가지는 못한다.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2004년의 IED 공격은 5607건이었다. 2005년에는 1만953건이었다. “우리가 장갑 능력을 개선하면 적은 IED를 개선한다. 점점 대형화하면서 기폭 장치도 정교해진다”고 이라크 서부에서 군 호송작전을 맡았던 조지아 주방위군 부대의 랜덜 시몬스 소령은 AP통신에 말했다. “폭발물 처리반이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IED 도로’라는 길이 있다”고 캐럴턴(조지아주)의 로버트 루이스 병장은 말했다. “처리반이 13㎞쯤 되는 그 도로의 점검을 완료하면 저항 세력은 곧바로 처음부터 다시 IED를 설치한다.” 폭발물을 숨기는 방법도 갈수록 교묘해져 동물 사체를 이용하거나 폭발물을 마치 돌처럼 위장하고, 시멘트 덩어리로 보이도록 회반죽을 발라놓기도 한다. IED는 대부분 포탄·박격포탄·지뢰·수류탄으로 만든다. 탄약은 얼마든지 구한다. 사담 후세인 시절의 이라크에는 사방천지가 무기였다. 관리를 허술히 한 탓에 2003년 미군의 침공 직후 상당량이 약탈당했다. 저항 세력은 기폭 장치로 이동전화나 차고 문 개폐기를 쓴다. 미군이 신호 차단 방법을 알아낼 경우에는 적외선을 사용한다. 폭발 장치는 갈수록 커지고 살상력도 증가했다. 원추폭탄이 터지면 아주 뜨거운 가스가 분출돼 전차 장갑을 뚫고 들어가면서 소용돌이치는 미세한 금속 파편이 탑승 병사들의 몸을 산산조각낸다. 미국인들은 이란이 저항 세력에 이런 IED 제조법을 가르쳤다고 의심한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단체 헤즈볼라는 여러 해 전부터 IED를 만들어 80년대와 90년대 레바논을 점령했던 이스라엘군에 큰 피해를 입히고 마침내는 쫓아냈다. 미 국방부가 IED의 위협을 깨닫는 데 좀 시일이 걸렸지만 침공 1주년 시점에서 중부사령관 존 애비제이드 장군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리처드 마이어스 당시 합참의장 앞으로 기밀 서한을 보내 지원을 요청했다. 사안의 민감한 성격상 신원 공개를 거부한 한 군 관계자에 따르면, 애비제이드는 IED가 “미군 병사를 가장 많이 죽이는 살인 무기”라면서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원폭 개발계획에 맞먹는 규모의 지원을 요청했다. 국방부의 민간인 지도부는 그 요구에 동의하고 돈 때문에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육군의 주도 아래 IED 공동대책회의가 열렸지만 이내 관료주의의 수렁에 빠졌다. 첫 회의는 육군의 한 소장이 주재하고 해군 2성 제독과 많은 육·공군 준장들이 참석했다. 기밀 회의인지라 익명을 요구한 참석자의 말에 따르면 그 밖에도 ‘많은 영관급 장교들’이 배석했다. 한 시간 반 동안의 토론 끝에 냄새를 맡아 폭탄을 찾아내는 공군 소속 군견 네 마리를 육군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그 개들을 이라크로 실어가는 비행기 운송비는 3만5000달러였다. “그때 방 안에 있던 사람 중 ‘돈은 내가 내겠다’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 참석자는 돌이켰다. 이 회의가 어떻게 될지 말해주는 전조였다. “처음부터 아무 일도 못할 처지였다”고 회의에 참석했던 다른 사람은 말했다(국방부 대변인 휘트먼은 “IED 위협의 증가에 따라 우리의 노력도 증가했다”고 했다). 사안이 민감한지라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폴 울포위츠 국방 부장관은 일이 더디게 진행되자 짜증을 냈다. 울포위츠는 육·해·공 3군의 라이벌 의식을 이용해 경쟁을 유도하려 했다. 공군은 감지기가 장착된 비행기를 이라크 상공에 띄워 매설된 폭발물을 찾는 ‘프로젝트 아이즈’(Project Eyes)를 시작했다. 이 장비는 민감한 나머지 사막 위에 떠있으면 과열돼 좀 더 시원한 위도로 물러나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매설된 폭발물을 찾아냈다. 울포위츠는 육군이 타성에 젖어있다는 생각에서 제임스 로슈 공군장관에게 육군을 상대로 브리핑하라고 주문했다. “울포위츠는 육군에 망신을 줘 움직이게 만들고자 했다”고 그 작전의 한 관계자는 신원을 밝히지 말라면서 말했다. 무기 구매과정에 관련된 국방부 관리들은 군 수뇌부가 울포위츠를 비롯한 그의 추종자들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사 체험이 없다는 이유로 민간인을 무시하는 이런 현상은 민간의 통제를 받는 군부의 해묵은 전통이다. ‘최선이라고 반드시 좋지는 않다’는 군부 관료주의의 철칙 역시 방해 요인이었다. ‘워록’ 사례가 그 좋은 예다. 워록이란 폭탄을 터뜨리는 신호를 찾는 무전 주파수 수색용 전파방해 장치다. 육군은 제작사들과 공조해 단거리만 감지하는 워록의 제한된 능력을 향상했다. 그러나 야전에서는 경쟁 기술들이 계속 방해가 된다. 육군이 사용하는 무전기(싱가스) 역시 주파수를 수시로 바꾼다. 무전기는 수시로 워록 전파방해 장치에 간섭이 됐다. 교신이 불가능해지자 병사들은 결국 전파방해 장치를 꺼버리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IED의 위협에 노출됐다. 2005년 4월 국방부의 한 민간인 팀은 냉전시대에 소련 무전 감청반의 엿듣기[방수(傍受)]를 피하려고 고안된 싱가스 무전기를 한 주파수로 고정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라크 저항 세력은 바르샤바 동맹군처럼 고도의 감청 능력이 없다는 근거에서였다. 이라크의 미군 지휘부는 그것으론 충분치 않다고 대답했다. 육군은 무전 신호를 방해하지 않는 전파방해 장치를 만들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목표는 좋지만 아직은 먼 이야기다. 기술을 이용해 IED를 무력화한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난제인지는 국방부 고등계획연구소(DARPA)가 웹사이트에 공개적으로 올린 아이디어 공모에서도 알게 된다. 400m 떨어진 곳에 숨겨진 IED를 1초 이내의 짧은 시간에 식별하는 장치를 만들 창의적 아이디어를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100m 너비의 땅을 신속히 수색해 시속 100㎞로 달리는 차량에 경고해 줄 능력이 있어야 하고, 너비 90cm 공간에 적재할 만큼 작아야 한다. 이 공고는 2006년 1월 24일 등장했다. 제안 마감일은 2월 17일이었다. 무리한 요구다. “초기에는 주로 기술적 해결에 주력했다”고 국방부 대변인 휘트먼은 말했다. 이제 군부는 ‘훈련과 기술과 지능을 섞어’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그는 말했다. 지난해 12월 부시는 퇴역한 메그스 대장을 불러 IED를 퇴치할 프로그램을 맡겼다. 메그스는 예스맨이 아니다. 유럽 주둔 미군사령관이던 2002년에는 럼즈펠드가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냉담하게 비난했다. 메그스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기자회견에서 럼즈펠드의 평소 지론을 이용해 “RMA(군사문제 혁명)론이 지금 한창”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것을 이용해 군을 바꿀 생각이다. 우리와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은 파괴주의자다.” IED와의 전쟁에서 생각의 틀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다. 육군은 도시와 소읍을 우회하는 운송로를 개척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미군은 이라크 내의 병력 이동에 공군을 자주 이용한다. 지난 2월 어느 날에는 하루에 공군이 4880명을 실어 날았다. 이라크전 개전 이래 일일 운송 인원으론 최다였다. 육군에는 또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탤런 로봇 같은 유용한 도구도 있다. 탤런의 기민한 기계팔은 무전기와 폭탄을 연결하는 철선을 자를 정도로 정교하다. ‘717 폭발물 처리 중대’의 허시 대위는 탤런의 도움이 크다고 생각한다. “비디오게임을 가장 잘하는 병사가 로봇도 제일 잘 조종한다”고 말했다. 허시는 현재 켄터키주 캠벨에 돌아와 신병 훈련을 준비 중이다. 연말에는 또다시 해외 근무를 떠나 이라크에서 그들과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그때쯤이면 어떤 과학자가 신통한 해결책을 찾아내리라. 부인에게 전투 중 죽을지 모른다는 예감이 든다고 말한 허시는 담담하려 애썼다. “어차피 죽을 바에야 나라를 위해 죽으면 좋지 않은가?” With BABAK DEHGHANPISHEH and ROD NORDLAND in Baghdad and DAN EPHRON, RICHARD WOLFFE and MARK HOSENBALL in Washington 최한림 parasol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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