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단지능’ 人터넷 사람만이 힘이다
The Web's New Wisdom 약 2년 전만 해도 북미 태평양 연안지대에서 일확천금의 인터넷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서 닷컴 시대의 생존자 크리스 드울프와 톰 앤더슨은 오로지 이용자가 제공하는 자료만으로 AOL·야후 같은 대기업들을 공략할 방법을 구상했다. 그리고 북쪽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밴쿠버에는 스튜어트 버터필드와 캐터리나 페이크 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개발 중인 온라인 게임이 디지털 사진 공유 수단으로 더 유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이들 두 신생 기업은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공유를 가능케 하는 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떼돈을 버는 혁신가 집단에서도 선두를 달린다. 드울프와 앤더슨 팀은 마이스페이스(MySpace: 미국판 싸이월드. 1인 미디어와 인맥 네트워크를 결합한 서비스)를 이끈다. 마이스페이스는 대부분 청년층인 회원 6500만 명과, 그들의 관심을 끌려는 마케팅 전문가·록밴드·영화배우 수천 명이 찾는 웹사이트다. 캐나다에서 탄생한 플리커(Flickr)는 단지 사진을 공유하려는 열정만으로 모인 250만 명의 온라인 커뮤니티다. 오늘날 플리커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잘만 운영하면 사람들의 습관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바야흐로 새로운 인터넷 기술 붐이 일고 있다. 과거의 닷컴 붐 시절 사업자들은 기업공개(IPO)를 제때 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이스페이스와 플리커의 영악한 창업자들은 벌써 일확천금을 챙기고 여전히 건재하다. 플리커를 인수한 야후는 이용자 5억 명에게 제공해온 서비스의 내용을 강화했다. 마이스페이스의 새 소유자는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이다. 그는 인터넷에 기반한 차세대 미디어 혁명을 예상하고 미리 분산 투자를 한 셈이다. 마이스페이스의 큰 성공과, 플리커의 모범적인 전략은 과거의 닷컴 광풍을 연상시키는 새로운 첨단기술 물결에서 이정표가 됐다. 이 같은 닷컴 붐의 재시동은 오로지 인터넷의 기능 향상과 전파력 덕분이다. 오늘날 인터넷은 1990년대의 환상적인 약속들 중 일부를 실현시킬 정도로 발전했다. 이런 움직임을 총칭하는 용어가 ‘웹 2.0’이다. 특히 창투사 대기실을 가득 메운 신생회사 관계자들 사이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이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진실을 오도한다. e베이·구글 같은 소위 ‘웹 1.0’ 기업들은 일찌감치 이런 움직임을 알았다. 사교용 비디오 공유 회사인 대블(Dabble: 아직 정식 회사로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의미는 모른다)의 CEO 메리 호더는 좀 더 적합한 표현을 제시했다. 그녀는 “이것은 ‘살아있는’ 웹이다”고 말했다. 웹을 살아있게 만드는 요인은 간단히 말해 우리 네티즌들이다. 광역밴드의 속도로 참여하는 네티즌의 존재는 지속적이고 필수적이다. 네티즌의 활동 덕분에 웹은 전화번호부를 대체했고, 전화를 대체해 간다. 웹은 네티즌들의 질문을 0.4초 만에 답변해주고, ‘백투더 퓨처’의 주인공들과 ‘브로크백 마운틴’의 음악을 혼합한 재미있는 파일을 제공한다. 또 웹은 젓가락 들 힘도 없는 노인을 제외한 대다수 사람의 주된 소식원이고, 1인 미디어를 만드는 사람들의 대변인이다. 네티즌들은 활동의 중심을 웹으로 옮겨가며, 전에는 엄두를 못 내거나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일거리들을 웹에 올린다. 우리의 일상생활 자체가 ‘네트워크 효과’를 갖는 셈이다. 이는 영리하고 재빠른 신생 기업들에 놀라운 기회를 마련해주며, 이제는 주류에서 밀려난 기존 회사들의 존재를 위협한다. 소위 ‘살아있는 웹’(Living Web)에 참여하게 만드는 요인들은 많다. 가장 최근 창업한 회사들의 비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가장 영리한 존재는 바로 ‘집단’이다. 웹 2.0 개념을 만들어낸 팀 오라일리는 “이 개념의 핵심은 집단적 지능을 활용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고상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이는 웹에서 항상 일어나는 현상이다. 구글에 검색어를 입력할 때마다 검색 소프트웨어 내부에서는 대규모 설문조사 같은 작업이 벌어진다. 네티즌들의 관점에서 그 검색어와 가장 관련성이 크다고 간주되는 사이트들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그러면 아무리 많은 오프라인상의 걸러내기 작업도 산출하지 못할 결과가 마술처럼 나타난다. ‘대중의 지혜’(The Wisdom of Crowds) 저자인 제임스 서로위키는 “웹은 구조적으로 군중의 지혜를 활용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소의 체중을 추측하거나 오스카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데는 한 사람의 전문가보다 다수의 보통사람이 낫다고 그의 책은 주장한다. 그런 이유에서 일부 사람은 수많은 블로그의 대집단이 몇몇 똑똑한 언론인들을 대체하게 된다고 믿는다. 또 위키피디아처럼 누구나 글을 쓰고 수정하는 백과사전 항목들이 수백만 명의 감시를 받는다면 브리태니커에 필적하게 된다고 믿는다. 톰 소여는 일찍부터 그 방식을 채택했다.마크 트웨인 작품 속의 주인공 톰 소여는 친구들을 구슬려 담장에 페인트칠하는 일을 대신 시켰다. 하지만 그것을 ‘이용자가 만드는 콘텐트’(user-generated content)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그런 용어가 생긴 시점은 ‘살아있는 웹’ 등장 이후였다. 대표적인 사례는 크레이그스리스트(Craigslist)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사이트인 크레이그스리스트는 겉보기엔 1950년대 동유럽 같은 초라한 모습이다. 하지만 수백만 명의 네티즌이 크레이그스리스트의 항목별 광고를 통해 일자리·아파트·연주회 입장권·섹스 파트너 등을 구하고, 또 자신들의 광고를 올린다. 이런 네티즌들의 참여가 없었다면 크레이그스리스트는 증시에 상장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사이트는 철저한 셀프 서비스와 이용자 참여로 운영된다. 그 덕분에 19명의 직원만으로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웹사이트를 운영한다”고 CEO 짐 버크마스터는 말했다(설립자인 크레이그 뉴마크는 고객 서비스에 전념한다). 크레이그스리스트의 번창을 가져온 이런 경영 방침 덕분에 이 회사는 항목별 광고비를 받는 신문들을 상대로 의도하지 않은, 하지만 우세한 경쟁을 벌인다(크레이그스리스트는 극소수 이용자들에게만 수수료를 받고 나머지 모든 사람들에게는 무료다). 창업한 지 1년 된 유투비(YouTube) 역시 미디어 재벌들을 상대로 정면 승부를 벌인다. 유투비 직원 25명은 캘리포니아주 샌머테이오의 한 피자가게 위층의 사무실에서 근무한다. 이들의 무기는 수백만 명의 이용자가 매일 올리는 3만5000개의 동영상 자료다. 이 사이트 방문자들은 하루에 비디오 3000만 개를 본다. 대기업들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구글 비디오는 최근 이용자들이 비디오를 게시하고 판매하도록 허용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올 여름부터 이용자들에게 비디오 게시를 요청하는 ‘워홀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살아있는 웹’은 콘텐트를 제공하는 이용자에게 내용 편성도 요청한다. 2년 전 조슈아 섀치터는 딜리셔스(del.icio.us)를 시작했다. 이용자들이 온라인상으로 자신들의 즐겨찾기 목록을 저장·공유하는 사이트다. 섀치터는 그런 즐겨찾기 목록들을 정리하거나 분류 기준을 제시하는 일을 직접 하는 대신 ‘이용자 태그’ 방식을 활용했다. 이용자들은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즐겨찾기 목록들을 묶은 뒤 태그(이름표)를 붙인다. 태그들은 전체 이용자들의 취향에 따라 채택되거나 버려진다. 결과적으로 민주적 투표가 이뤄지는 셈이다. 현재 딜리셔스는 야후에 인수됐고, 야후는 이용자 태그 방식을 모든 서비스로 확장할 계획이다. 웹은 하나다. 살아있는 웹에서 가장 효과적인 사이트들의 경계선은 흐릿하며, 심지어 경쟁사 사이트들과도 기꺼이 협조한다. 웹의 ‘연결조직’으로 알려진 저렴한 첨단 소프트웨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런 과정은 더욱 원활하게 진행된다. 특이한 명칭을 과시하듯 사용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들 사이트가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에이작스(Ajax)는 이용자들이 자신의 컴퓨터에 내장된 프로그램을 불러내지 않고도 웹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RSS는 잡지를 구독하듯이 웹에서 원하는 정보만을 ‘구독’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구독 신청 엽서 따위는 필요 없다).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공개’는 우리 회사의 데이터베이스 정보를 공개해 다른 회사들도 활용하도록 허용한다는 뜻이다. 이런 ‘몽땅 공짜’식 태도가 가장 단순하게 표출된 분야가 소위 ‘혼합’(mash-up)이다. 영리한 해커들은 두 개 이상의 사이트에서 실시간 정보를 가져다 결합시켜 보는 사람의 이해를 돕거나 웃음을 유발한다. 예컨대 크레이그스리스트 광고란에 올려져 있는 빈 집을 구글 지도 위에 겹쳐서 표시해 주는 식이다. 동떨어진 관객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많은 성인들은 지난해에야 마이스페이스를 알게 됐다. 당시 루퍼트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이 5억8000만 달러에 마이스페이스를 인수한다는 뉴스를 듣고 나서다. 그 엄청난 액수에 놀란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 와서 보면 매우 헐값이다. 유치원에서 머릿니가 번지듯이 마이스페이스는 단지 입소문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신속히 퍼져나간다. 2주 전 월요일 이 사이트는 27만 명의 신규 회원을 받는 신기록을 세웠다.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의 주민 전체와 맞먹는다. 갓 30세가 된 공동 설립자 앤더슨은 “대개 월요일마다 신규 회원 수가 늘어난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어느 월요일을 지적해도 좋다. 대개는 신기록을 세웠다.” 그는 마이스페이스가 전체 웹사이트 접속량에서 야후를 앞서는 월요일이 언젠가는 오리라 기대한다. 마이스페이스 등장 이전에 많은 사람은 ‘사교를 위한 컴퓨터 활동’(social computing) 사이트들을 매우 좋아했다. 참가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됨으로써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트다. 그러나 앤더슨과 드울프는 새로운 점에 착안했다. 사람들, 특히 마우스를 클릭하며 자라난 젊은이들이라면 친구들이 보는 장소에 온갖 정보를 올려놓고 자기 자신을 표현할 때 더 많은 즐거움을 얻으리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용자들이 온라인상에 손쉽게 자신들의 놀이터를 만들어 거기에 사진·비디오·음악·블로그 등을 추가할 수 있는 사이트를 구축하는데 전념했다. 그렇게 되면 이용자들은 친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모든 이용자의 첫 번째 친구는 앤더슨이 된다), 그런 네트워크 참여자 수는 때론 수천 명이 되기도 한다. 2000년대의 마이스페이스는 1950년대의 아이스크림 가게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 가게에서 6500만 명의 청소년이 복작거린다면, 다수는 술에 취한 속옷 차림의 자기 사진이 공개된다 해도 별로 개의치 않을 듯하다. ‘살아있는 웹’이 등장하기 이전, 유명인사들이 미디어에 출연하려면 해당 매체의 편집자·섭외 담당자·프로그램 감독 등에게 잘 보여야 했다. 그러나 이제 음악인·유명인사, 혹은 명성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청중에 접근하려면 먼저 마이스페이스에 자신의 공간을 확보한다(R. E. M. , 토미 리, 나인 인치 네일스는 일찌감치 그렇게 했다). 과거 코미디언들이 출세하려면 자니 카슨 쇼에 출연해야 했다. 그러나 2003년 12월 무명의 코미디언 데인 쿡은 마이스페이스에 자신의 공간을 만들고는 열정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모든 ‘친구 등록 요청’을 승인해주면서 그의 네트워크는 얼마 안 돼 100만 명의 친구를 갖게 됐다. 자신의 CD와 활동 사항도 집요하게 소개했다. 그러면서 출세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진행을 맡고, HBO와 출연 계약을 맺었으며, 히트 앨범을 만들어냈다. 앤더슨은 “그런 성공은 마이스페이스 덕분에 가능했다”고 자랑하면서 “모든 코미디언들이 제2의 데인 쿡이 되려는 꿈에 부풀어 있다”고 말했다. 자니 카슨, 제이 리노, 데이비드 레터맨씨, 이젠 비켜나시죠. 여기 ‘집단 지능’(collective intelligence)이 등장합니다. 마이스페이스를 모방하는 사이트들도 늘어간다. 가장 급성장하는 사이트는 하버드대 2학년생(지금은 자퇴했다) 마크 주커버그(21)가 만든 페이스북(Facebook)이다. 급우들끼리의 연락망 삼아 시작했는데, 사이트 개설 몇 주도 안 돼 하버드대 전체 학생의 절반 이상이 가입했다. 현재 회원 수는 2000개 학교 700만 명이고, 그들은 친구들과 교신하며 전날 밤 파티에서 찍은 사진들을 게시한다. 주커버그는 마이스페이스 회원들이 자신의 사이트로 옮겨오기를 희망한다. 다른 기업들도 마이스페이스 주위를 맴돌며 회원들을 낚아챌 궁리를 한다. i밈(iMeem)의 공동 설립자 돌턴 캐드웰(27)은 “우리 목표는 인스턴트 메시징(IM) 서비스를 제공해 다른 사교 매체들의 주요 회원들을 흡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경쟁은 훨씬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는 왜 사람들이 구글이 제2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되려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한다. “모두들 우리가 운영체제·PC·브라우저를 만들려 한다고 생각한다. 뭔가를 모르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구글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는 암시하듯 이렇게 말했다. “마이스페이스를 보라. 매우 흥미롭지 않은가.” 그러나 마이스페이스가 야후의 1위 고지를 넘보는 사이에 최근 야후에 인수된 매체 중 하나는 ‘살아있는 웹’에서의 성공을 꿈꾸는 많은 기업의 모범으로 주목받는다. 바로 플리커 얘기다. 밴쿠버의 철학 전공자 버터필드와 닷컴 전문가 페이크 부부가 설립한 사진 공유 사이트 말이다. 2년 전 설립된 플리커는 어느 면에선 최고의 이용자 중심 사이트다. 심지어 회원들은 플리커가 온라인 게임 사이트에서 현재의 실시간 사진 공유 사이트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용자들은 플리커에 사진을 올릴 뿐 아니라 그것을 전체 커뮤니티와 공유한다. 지난날 단순히 사진을 저장하고 현상하는 차원의 온라인 사진 사이트에서 시작된 이 같은 작은 변화는 이제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한때 온라인상의 소규모 사진 보관 상자였던 플리커가 이제는 사진을 중심으로 형성된 역동적인 공동체가 됐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무한 용량의 사진첩을 만들려고 방대한 집단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페이크는 “우리는 규모가 아주 작고 가난했다. 그래서 일부러 전파력이 있는 특성들을 많이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블로그 이용자들로부터 호평이 쏟아졌다. 그들은 플리커에 있는 ‘블로그 게시’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사진이 즉각 자신들의 사이트(플리커의 사진 게시 사이트와 연결돼 있다)로 올라가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 자신들의 사이트에서 ‘살아있는 웹’의 다른 응용 프로그램들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확신했다. 플리커의 사진들은 웹에서의 사진 합성 부문에서 주요 자료가 됐다. 또 페이크와 버터필드는 딜리셔스를 본 뒤 태그 개념을 도입했다. 그것은 플리커 회원들이 수백만 장의 사진들을 유용하고 때론 흥미를 유발하는 방식으로 조직하는 수단이 됐다. 태깅(태그를 붙이는 행위)은 융통성이 매우 크다. 그래서 이용자들은 흥미로운 태그를 보면 그것을 자신의 사진에 적용하거나 그런 범주에 맞는 사진을 찍으려 노력하기도 한다. 예컨대 플리커의 태그 중 하나인 ‘squared circle’(각진 동그라미)을 본 회원들은 주위 환경에서 그런 형태들을 찾게 되고, 찾아내면 사진을 찍는다. 회원들은 자신들의 사진 작품을 공유하려고 ‘그룹’을 형성할 때가 많다(‘squared circle’의 경우, 3500명이 그룹을 형성해 2만6000여 장의 사진을 공유한다). 플리커에 가입한 일부 사진작가는 회원들 사이에서 유명인사가 됐을 뿐 아니라 전문적인 일자리도 얻었다(신용카드 회사 비자는 최근 광고에 플리커 사진들을 이용했다). 그러나 플리커의 가장 놀라운 점은 자신의 사진을 기꺼이 공개하는 마음가짐(회원들 사이에 깊이 뿌리박힌 태도로, 이게 싫으면 탈퇴하는 길밖에 없다)이 일종의 ‘파노라마 효과’를 창출한다는 점이다. 페이크는 이를 ‘관대함의 문화’라고 부른다. 하지만 페이크는 이처럼 프라이버시를 포기하는 일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음을 안다. 그러나 대다수 회원은 개의치 않는다. 덕분에 누군가 먼 곳의 도시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면 사이트에서 그 모습을 제공한다.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현장의 모습을 담은 첫 번째 사진들은 언론기관보다 플리커 사이트에 먼저 게재되는 경우가 흔하다(최초의 사례로는 2004년 9월 자카르타의 호주 대사관 폭파 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 플리커의 회원 수는 6만 명에 불과했지만, 세 명의 회원이 참사 현장 사진들을 게재했다). 그래서 버터필드는 플리커를 ‘세계의 눈’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중에는 지리학적 태그를 이용해 “다른 나라의 사건들뿐 아니라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는 사람들”의 사진들도 실시간으로 보게 된다고 한다. 플리커는 사업성도 좋다. 무한정의 사진 저장 용량을 얻되 광고는 배제하려고 25달러의 수수료를 내는 이용자들이 많다. 그러나 야후가 3500만 달러에 플리커를 인수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유료 회원은 극소수지만, 수백만의 무료 회원이 콘텐트를 창출하고 체계화하고 전 세계로 퍼뜨리면서 실질적으로 플리커를 구축해간다”고 야후 중역인 브래들리 호로위츠는 말했다. “그것은 정말로 멋진 방법이다. 우리가 야후를 이용해 똑같은 일을 한다면, 회원 5억 명의 기초 자원을 활용해 동일한 효과를 얻는다면, 그 결과는 엄청나리라는 점을 알았다.” ‘살아있는 웹’에는 제2의 플리커가 될 기회가 많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수백 개의 신생회사가 그렇게 되려고 노력 중이다. 오라일리의 ‘신흥 기술 회의’(Emerging Technology Conference)에서는 무려 1200명이 ‘집단적으로 만들어가는 사업’ 계획에 이미 서명한 듯이 보였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여분의 침실에 회사를 차린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웹에서 찾은 인도 기업에 외주를 준다. 회원들로부터 콘텐트를 얻고 그들로 하여금 태깅으로 콘텐트를 체계화하도록 한다. 웹사이트에 실리는 구글 광고로 경비를 조달한다. 그리고 나중에는 회사를 야후에 매각한다.’ (나쁜 소식 하나: 야후 간부 호로위츠는 “우리가 모든 사이트들을 인수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일각에서는 많은 사람이 앞다퉈 이런 식의 사업에 뛰어드는 현상에 고개를 돌린다.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가이 가와사키는 “창업 지원자들이 내게 와서 ‘웹 2.0 방식의 사업’이라며 자금 지원을 요청할 때면 구역질이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설득력 있는 사업 구상이 많이 나온다는 점도 그는 인정했다. “어차피 사람들은 공유하기를 원하고, 협력하기를 원한다. 사람들은 그런 종류의 일을 좋아한다.” 약 10년 전 우리가 처음으로 인터넷이라는 개념에 익숙해졌을 때, 사람들은 인터넷에 들어가는 행위를 마치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저 먼 외계로 용감히 나아가는 듯이 묘사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비유는 타당하지 않다. 마이스페이스, 플리커 등은 우리가 들어가는 어떤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행하는 어떤 일이다. 또 우리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자, 타인들과 연결되고 자신의 지평을 넓히는 수단이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어딘가 다른 곳에 있었다. 웹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장이다. 장병걸 cbg58@joongang.co.kr
차세대 웹 사업 |
신생 인터넷 회사들은 웹 이용자들을 서로 연결시키고 그들이 창조성을 발휘해 새로운 방식으로 참여하도록 만든다. 주목할 만한 기업들을 소개한다. ■디그(Digg): 컴퓨터 관련 기술 뉴스 사이트로 이용자들이 편집한다. ■플럼(Plum): 데스크톱 PC, 웹페이지, 사진, 포드캐스트 등 이질적인 장소들에 저장돼 있는 정보들을 수집한다. ■샤프캐스트(Sharpcast): PC, 윈도, 휴대용 장비 등에 있는 사진들을 동시에 활용하는 디지털 사진 조직화 사이트. ■자자(Jajah): 두 대의 일반 전화를 인터넷을 통해 연결해주는 서비스. ■프로스퍼(Prosper): 인터넷을 통해 개인 간 자금 대출을 알선한다. ■라라(la la): P2P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음악을 교환하는 서비스. ■머코라(Mercora): 개인용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에서 DJ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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