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론’에서 ‘곤충론’으로
‘늑대론’에서 ‘곤충론’으로
소프트뱅크는 멀티미디어 사업에서 금융과 프로 야구에 이르기까지 공격적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도 게임부터 방송과 음악, 뉴스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전선을 넓히고 있다. 소프트뱅크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문규학 대표를 만나 소프트뱅크의 전략과 한국 투자계획 등을 들어 봤다.
재일동포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49) 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사업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2003년에 초고속 통신망 사업을 시작해 정보기술(IT) 후진국이던 일본을 인터넷 사용료가 저렴한 나라로 바꿔 놓은 소프트뱅크는 휴대전화 서비스를 비롯한 멀티미디어 ·문화 콘텐츠 ·금융 프로 야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에 손대고 있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 흐름을 타고 IP(인터넷 프로토콜) TV 사업에 뛰어든 소프트뱅크는 특히 이동통신 회사인 영국 보다폰의 일본 법인 인수도 추진하고 있어, NTT도코모·KDDI와 더불어 일본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3대 강자의 자리에 오를 전망이다.이뿐만 아니다. 소프트뱅크의 한국 투자도 활발하다. 2000년에 한국 지주회사인 소프트뱅크코리아와 투자 전문 자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를 세운 소프트뱅크는 ‘손정의 칩(Chip)’이란 유행어를 낳으며 투자 붐을 일으켰다. 한동안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성공이 보장돼 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벤처 붐이 사그라지고 거품도 꺼지면서 손정의 칩의 가치도 떨어졌다. 더구나 2002년에는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소프트뱅크커머스코리아(SBCK)가 수백억원대의 부도를 내면서 국내 IT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보기도 했다. 주춤하던 소프트뱅크는 지난해부터 한국의 콘텐트와 미디어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CJ인터넷과 손잡고 1,000억원대의 온라인 게임 전문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는 배우 배용준과 함께 130억원을 투자해 코스닥 상장 기업인 오토윈테크를 인수해 회사 이름을 ‘키이스트(Key East)’로 바꾸고 아시아권을 겨냥해 방송 ·음악 등의 콘텐트를 제작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와도 손을 잡아 국내 언론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의 IP TV 콘텐트 지원 업무를 맡아 2주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고 있는 문규학 소프트뱅크코리아 ·소프트뱅크 벤처스 코리아 대표는 “손정의 사장은 10년 후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5,000개 기업이 각자 분야에서 약진하며 시너지 효과도 내는 게 꿈”이라고 사업 확장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표는 이어 “따로 지내다가도 무리를 이뤄 뭉치는 늑대처럼 일하자는 ‘늑대론’을 강조했던 손 사장이 요즘은 지구상 생명체 가운데 환경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며 다양한 종을 가진 곤충을 본받아야 한다는 ‘곤충론’을 내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콘텐트 사업에 승부수 = 세계 800개 기업에 2조3,000억원을 투자한 소프트뱅크의 모토는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하는 회사(Creating Life Style Company)’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3대 사업이 인프라, 플랫폼, 콘텐트&서비스다. 이 가운데 인프라 부문에서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500만 명을 확보하고 있다. 플랫폼의 경우도 야후재팬 등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85%를 넘는다. 소프트뱅크로선 이제 이런 인프라와 플랫폼에서 제공할 콘텐트가 문제다. 특히 IP TV 서비스에 힘을 쏟고 있는 소프트뱅크로선 콘텐트 확보가 1차 과제다. 2003년 3월에 일본 첫 IP TV 서비스를 선보인 소프트뱅크는 TV뱅크를 세워 지난해 12월 야후재팬에서 IP TV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TV뱅크는 4월에 부분 유료화를 실시할 계획이며, 올해 안에 PC뿐 아니라 TV에서도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문규학 대표는 “IP TV나 차세대 휴대전화 서비스에 적합한 콘텐트를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며 “한국 시장은 콘텐트 소싱의 요충지이며 키이스트 등의 투자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는 또 손정의 사장도 콘텐트 확보를 위해 많은 시간을 미디어 기업과 접촉하는 데 쓰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BBC 회장, 프랑스 국영TV 회장, 중국 상하이 미디어그룹 회장 등을 잇달아 만난 손 사장은 이들과 손잡고 뉴스와 다큐멘터리 등을 공급받는다. 영화와 음악 등이 멀티미디어 콘텐트의 핵심이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차원에서 소프트뱅크는 ‘롱 테일(Long Tale)’의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도 고민하고 있다. 롱 테일이란 20대 80의 법칙에서 사소하게 여겨지던 80%가 점점 중요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예컨대 영화나 음악 등의 경우 아무래도 최신작의 인기가 높게 마련이지만, 콘텐트 제공자 입장에선 롱 테일인 옛날 콘텐트도 구색 맞추기용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최신작 문제는 펀드 투자로, 옛날 콘텐트는 제휴로 해결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단순한 콘텐트 수급뿐 아니라 사람들이 콘텐트를 어떻게 소비하느냐는 새로운 소비 패턴을 창출하고 이에 익숙해지도록 이끄는 일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예컨대 돈만 있으면 누구나 영화 콘텐트를 제작 ·공급 할 수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이를 소비하게 만들며 디지털이 갖는 중요한 특성이 쌍방향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느냐 등의 문제도 중요하다는 뜻에서다. 소프트뱅크는 특히 IP TV 서비스를 하면서 콘텐트의 양과 질뿐만 아니라 이런 문제에 집중해야 콘텐트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경험을 얻었다. 소프트뱅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새로운 콘텐트 소비 패턴을 만들어 가고 있다. 먼저 이른바 ‘이용자 생산 콘텐트(UCC· User Created Contents)’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을 구상 중이다. 특히 각종 커뮤니티와 자유롭게 연동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다음으론 쌍방향성이 보장되도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IP TV가 대표적인 서비스로 콘텐트와 상거래(commerce)가 결합된 형태를 추구하고 있다. 예컨대 요리 프로그램을 내보낸다면 화면 아래나 옆에서 요리의 레시피를 살 수도 있고 재료도 주문할 수 있는 식이다. 또 초고속인터넷이나 모바일 인프라 등을 적극 활용해 아시아 전역과 미국 등에 100만 개의 가정용 영화관 시대를 열겠다는 야심도 이런 준비와 같은 맥락에서다. 대자본에 지배받지 않는 미디어 키운다 = 소프트뱅크는 2월 22일에 ‘오마이뉴스 시민 참여 저널리즘의 세계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어 IT업계는 물론 세계 언론계를 놀라게 했다. 손정의 사장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지난해 9월부터 세 차례 만나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모토로 시민 참여 저널리즘을 세계화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1,100만 달러(약 107억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맺었다. 소프트뱅크는 첫 단계로 오마이뉴스가 실시하는 520만 달러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오마이뉴스 지분의 12.95%를 소유하게 됐다. 소프트뱅크는 또 오마이뉴스가 3월 중 설립하는 일본 법인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에 580만 달러를 출자한다. 오마이뉴스 70%, 소프트뱅크 30%의 지분으로 출발하는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은 오는 8월 이전에 일본에서 일본인 시민기자들이 참여하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재팬’을 창간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의 오마이뉴스 투자는 콘텐트&서비스 부문에서 뉴스 미디어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굳이 오마이뉴스를 고른 이유는 뭘까. 소프트뱅크 측은 뉴스 미디어를 바라보는 손 사장의 철학의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손 사장이 자본에 지배받지 않는 미디어를 만들겠다는 신념이 강하다는 얘기다. 비록 전문성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 이에 대해 문 대표는 “손 사장이 링컨 연설을 빗대 오브 더(of the) ·포 더(for the) ·바이더(by the) 피플 미디어(people media)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물론 소프트뱅크가 기존 메이저 미디어를 배제하는 건 아니다. 플랫폼으로 봤을 때 오마이뉴스가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모델이라는 경제적 판단도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메이저 미디어처럼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시대 흐름에 맞아 나름대로 입지를 굳혔고 영향력도 행사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시민참여형 미디어를 만들려고 할 때 유럽·남미·아랍 등 세계 각지에서 오마이뉴스 쪽에 먼저, 그리고 많이 문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는 더구나 요즘 유행인 이용자 생산 콘텐트 모델에도 적합하다. 소프트뱅크 측은 오마이뉴스의 경영은 지금처럼 오마이뉴스 쪽에 맡길 생각이다. 또 뉴스 내용에도 간섭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독도 문제의 경우 한국에서는 한국 땅이라고, 일본에서는 일본 땅이라고 자유롭게 올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다만 콘텐트의 가치를 좀더 끌어올리기 위해 편집 전문가 등을 붙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글로벌 미디어로 키우기 위해 각 나라의 메이저 미디어와 지분을 공동 투자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 = 문 대표는 “손정의 사장은 한국 시장에 한없는 존경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의 뛰어난 엔지니어나 게임 개발자, 무모할 정도로 도전적인 벤처 창업자 등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스스럼없이 이야기 한다는 것. 손 사장은 특히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의 투자 담당자에게 “당신들은 나의 선생”이라고 말할 정도라고 한다. 손 사장이 한국 핏줄이라서가 아니다. 99%가 넘는 직원이 일본인으로 채워져 있는 상황에서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건 현명하지 않은 행동이란 건 누구보다 손 사장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고이즈미 총리는 브로드밴드가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지만 한국의 정보통신부 장관은 삼성전자 출신이 맡았다”는 식으로 객관화해서 두 나라의 우열을 넌지시 드러낸다고 한다. 이런 그로선 한국 시장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소프트뱅크의 한국 투자는 한국 지주회사인 소프트뱅크코리아와 자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가 맡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국내 벤처기업에만 두 개의 펀드를 통해 85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펀드 하나는 두 달 전 정리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한국 벤처기업 수는 현재 39개다. 투자 대상은 IT 관련 핵심 부품 ·소재 기업이 중심이다. 이 가운데 시큐어소프트와 이상네트웍스 등은 기업을 공개했다. 소프트뱅크는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쌍용제지 오산 공장을 인수하는 등 투자 대상도 다변화하고 있다. 문 대표는 “올해 100억, 400억, 수천억 원 규모의 세 개 펀드를 만들 계획”이라며 “수천억 원 규모의 펀드는 콘텐트 관련 투자용”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의 투자 등의 문제는 소프트뱅크 본사의 그룹 매니지먼트 팀과 소프트뱅크코리아 팀이 신속하게 논의해 결정한다. 다만 중요한 결정은 손정의 사장이 내릴 때가 많다. 문 대표가 두 나라를 오가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바로 투자 결정 문제 때문이다. 손 사장의 경우 아침부터 밤까지 회의하는 스타일이라 중간중간 들어가 협의하고 결정한다. 문 대표를 포함해 소프트뱅크코리아와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의 직원 15명이 맡은 중요한 임무는 기본적으로 투자를 잘해서 자생력을 갖추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매출이 없어도 사람의 진지함과 열정 등을 나름의 잣대로 평가해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당장 이익을 내진 못했다. 소프트뱅크코리아는 지난해 6년 만에 첫 흑자를 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에서는 스스로를 ‘최전방 수색대(Frontline Ranger)’라고 부른다. 숨은 좋은 기업이 많지만 시장이 너무 좁아서, 또 기업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해서, 네트워크가 약해서 제대로 크지 못하는 기업을 발굴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는 특히 자신이 투자한 한국 벤처기업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의 자스닥 상장 등을 추진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한국에서 올해 콘텐트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는 문 대표는 “개인적으로 한류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일본 소비자에게 한국 콘텐트가 수용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지 그 속에서 한국 또는 한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거품이 낀 콘텐트 가격을 좀더 낮춰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접점을 찾고, 좋은 콘텐트를 꾸준히 개발 ·공급하는 게 반(反)한류 극복의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재일동포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49) 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사업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2003년에 초고속 통신망 사업을 시작해 정보기술(IT) 후진국이던 일본을 인터넷 사용료가 저렴한 나라로 바꿔 놓은 소프트뱅크는 휴대전화 서비스를 비롯한 멀티미디어 ·문화 콘텐츠 ·금융 프로 야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에 손대고 있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 흐름을 타고 IP(인터넷 프로토콜) TV 사업에 뛰어든 소프트뱅크는 특히 이동통신 회사인 영국 보다폰의 일본 법인 인수도 추진하고 있어, NTT도코모·KDDI와 더불어 일본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3대 강자의 자리에 오를 전망이다.이뿐만 아니다. 소프트뱅크의 한국 투자도 활발하다. 2000년에 한국 지주회사인 소프트뱅크코리아와 투자 전문 자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를 세운 소프트뱅크는 ‘손정의 칩(Chip)’이란 유행어를 낳으며 투자 붐을 일으켰다. 한동안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성공이 보장돼 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벤처 붐이 사그라지고 거품도 꺼지면서 손정의 칩의 가치도 떨어졌다. 더구나 2002년에는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소프트뱅크커머스코리아(SBCK)가 수백억원대의 부도를 내면서 국내 IT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보기도 했다. 주춤하던 소프트뱅크는 지난해부터 한국의 콘텐트와 미디어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CJ인터넷과 손잡고 1,000억원대의 온라인 게임 전문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는 배우 배용준과 함께 130억원을 투자해 코스닥 상장 기업인 오토윈테크를 인수해 회사 이름을 ‘키이스트(Key East)’로 바꾸고 아시아권을 겨냥해 방송 ·음악 등의 콘텐트를 제작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와도 손을 잡아 국내 언론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의 IP TV 콘텐트 지원 업무를 맡아 2주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고 있는 문규학 소프트뱅크코리아 ·소프트뱅크 벤처스 코리아 대표는 “손정의 사장은 10년 후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5,000개 기업이 각자 분야에서 약진하며 시너지 효과도 내는 게 꿈”이라고 사업 확장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표는 이어 “따로 지내다가도 무리를 이뤄 뭉치는 늑대처럼 일하자는 ‘늑대론’을 강조했던 손 사장이 요즘은 지구상 생명체 가운데 환경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며 다양한 종을 가진 곤충을 본받아야 한다는 ‘곤충론’을 내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콘텐트 사업에 승부수 = 세계 800개 기업에 2조3,000억원을 투자한 소프트뱅크의 모토는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하는 회사(Creating Life Style Company)’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3대 사업이 인프라, 플랫폼, 콘텐트&서비스다. 이 가운데 인프라 부문에서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500만 명을 확보하고 있다. 플랫폼의 경우도 야후재팬 등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85%를 넘는다. 소프트뱅크로선 이제 이런 인프라와 플랫폼에서 제공할 콘텐트가 문제다. 특히 IP TV 서비스에 힘을 쏟고 있는 소프트뱅크로선 콘텐트 확보가 1차 과제다. 2003년 3월에 일본 첫 IP TV 서비스를 선보인 소프트뱅크는 TV뱅크를 세워 지난해 12월 야후재팬에서 IP TV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TV뱅크는 4월에 부분 유료화를 실시할 계획이며, 올해 안에 PC뿐 아니라 TV에서도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문규학 대표는 “IP TV나 차세대 휴대전화 서비스에 적합한 콘텐트를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며 “한국 시장은 콘텐트 소싱의 요충지이며 키이스트 등의 투자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는 또 손정의 사장도 콘텐트 확보를 위해 많은 시간을 미디어 기업과 접촉하는 데 쓰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BBC 회장, 프랑스 국영TV 회장, 중국 상하이 미디어그룹 회장 등을 잇달아 만난 손 사장은 이들과 손잡고 뉴스와 다큐멘터리 등을 공급받는다. 영화와 음악 등이 멀티미디어 콘텐트의 핵심이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차원에서 소프트뱅크는 ‘롱 테일(Long Tale)’의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도 고민하고 있다. 롱 테일이란 20대 80의 법칙에서 사소하게 여겨지던 80%가 점점 중요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예컨대 영화나 음악 등의 경우 아무래도 최신작의 인기가 높게 마련이지만, 콘텐트 제공자 입장에선 롱 테일인 옛날 콘텐트도 구색 맞추기용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최신작 문제는 펀드 투자로, 옛날 콘텐트는 제휴로 해결하고 있다.
손정의 사장은 지난해 12월에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사업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세계 전기차 업계 한파 매섭다…잇단 공장 폐쇄·직원 감축
2'삼성동 집 경매' 정준하..."24% 지연손해금 상식적으로 말 안 돼"
3‘연구원 3명 사망’ 현대차 울산공장·남양연구소 11시간 압수수색
47조 대어 LG CNS, 상장 예심 통과…“내년 초 상장 목표”
5윤 대통령 “백종원 같은 민간 상권기획자 1000명 육성할 것”
6삼성전자, 반도체 위기론 커지더니…핫 하다는 ETF 시장서도 외면
7롯데 뒤흔든 ‘위기설 지라시’…작성·유포자 잡힐까
8박서진, 병역 면제 논란…우울·수면 장애에 가정사까지?
9홍준표 "기업 살아야 한국이 산다...투자하는 기업엔 얼마든지 특혜를 줘도 상관 없어"